경기도 파주시는 면적 88%가 군사보호구역으로 50년 발 묶인 재산권이 문제이다.
경기일보, 김요섭 기자, 2021. 09. 30
파주시 광탄면에 거주하는 A씨(65)는 자신의 임야에 공장을 신축하려고 파주시에 허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시는 해당 지역이 군(軍)부대 동의지역이라며 군부대 협의를 먼저 받아오라고 권고했다. 이에 A씨는 관할 군부대에 협의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군 진지 등 군사시설물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다. A씨는 변경된 설계안을 갖고 다시 협의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A씨는 “군부대와 4차례에 걸쳐 협상을 벌였으나 동의를 받지 못해 결국 사업을 포기해야만 했다”면서 “지난 5개월여 동안 설계비 등 용역비만도 4천여만 원이 넘게 들었다. 군부대가 주민불편을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파주시 전역이 50년 가까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를 못 하면서 반발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접경지역임을 감수하고 참아 왔지만 건건(件件) 마다 군부대 동의를 받아야 하는 현실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1. 파주 전체면적 89% 군사시설보호구역이다.
파주시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라 지난 1973년부터 군사목적에 직접 공용되는 시설을 보호하고 군부대 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국방부장관이 설정한 구역에 포함돼 있다. DMZ(비무장지대)에서 10㎞ 남하는 통제보호구역, 25㎞ 이내 지역은 제한보호구역 등이다. 지난 7월말 기준, 파주 군사시설보호구역은 595.64㎢로 시 전체면적 673.86㎢의 88.39%에 달한다. 파주 전역이 군사기지인 셈이다.
개발행위가 원천 불허되는 통제보호구역은 172.13㎢(시 전체면적 25.54%), 제한개발이 가능한 제한보호구역은 423.51㎢(62.85%) 등이다. 제한보호구역 중 일정 기준에서 개발이 가능한 위탁지역은 64.95㎢(제한보호구역의 15.34%, 시 전체면적의 9.64%)에 그친다.
문산읍과 장단면, 탄현면 등은 통제보호구역과 제한보호구역 등 혼합지역이고 파주읍과 월롱면 등은 제한보호구역이다. 당연히 이들 지역은 개발 건건 마다 군부대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최현식 군관협력팀장은 “주민들의 개발요구가 반영되도록 국방부 등과 협의해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최근 3년간 2천213만349㎥ 규모가 군사 보호구역에서 해제됐다”고 설명했다.
2. 군부대 동의율은 고작 47%이다.
국방부가 48년째 파주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함에 따라 주민들의 재산권행사도 제약받고 있다. 군부대와 협의해야 개발이 되고 부동의 되면 시간과 경비를 모두 허비해야 한다.
파주시의 2018~2020년 군부대협의 처리결과를 보면 4천585건 중 군부대 동의를 받은 사업은 47.1%인 2천159건으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조건부 동의는 1천585건(34.6%)이다. 부동의율도 만만찮다. 482건(10.5%)으로 사업취소 등으로 취하한 건수도 359건(7.8%)에 이른다.
민통선인 파주통일촌마을 주민 B씨(54)는 “통제보호구역이어서 주택 증축은 물론 화장실도 마음대로 고치지 못한다”며 “50년 넘게 거주하는데 이젠 너무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3. 군(軍), 공공사업은 약하고 민간사업은 엄격하다.
파주시가 추진하는 메디컬클러스터 조성사업과 경의중앙선 운천역 신설사업, 방호벽 정비사업 등은 군부대와의 원활한 협의를 통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반면 운정신도시 (1~2지구)에서 민간사업자가 추진하는 사업들은 줄줄이 퇴짜를 맞거나 위기에 놓여 있다.
지난 2007년 SK 등이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이 이곳에 지상 50층(높이 198m) 주상복합아파트를 신축하려 했으나 군부대 동의를 받지 못해 무산됐다. 서희건설은 지난 2019년 지상 50층(높이 145m)의 주상복합아파트 신축을 추진했으나 역시 군부대의 고도제한요구에 따라 12층을 낮춘 지상 19층(높이 117m)으로 사업승인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하율디엔씨는 운정신도시 1~2지구 P1ㆍP2지역에 군부대의 고도제한보다 40여m 더 높은 49층(높이 172m) 주상복합건물신축계획을 세우고 파주시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국방부가 전례에 따라 인근 지역 방공진지로 고도제한 군부대 협의가 필요하다는 공문을 시에 수차례에 보낸 것으로 밝혀져 법적 싸움마저 우려되고 있다.
4.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대폭 개정해야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인 C씨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보호구역은 남북갈등이 고조되던 1970년대 만들어졌다. 48년 전의 법”이라면서 “평화시대에 맞게 국회와 정부 등이 나서 군부대 동의 생략 등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사업 포기는 국가적 손실이며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군부대 관계자는 “군부대는 파주의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불편 해소 등에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엄연한 남북한 대치상태여서 군부대 진지 등을 운영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5. 최종환 파주시장은 주민 재산권 행사 제약, 군시설보호법 개정되어야 한다.
“화장실조차 고치지 못하도록 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은 대폭 완화돼야 마땅합니다.”
최종환 파주시장은 “이 법으로 파주는 50년 가까이 전체 면적의 12%를 제외한 나머지가 군사보호지역”이라면서 “진지와 방호벽 등 군사시설물 때문에 개발이 어렵다. 군부대도 이젠 주민고통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 3년간 군부대와 협의를 통해 군사보호구역 2천213만여㎥를 완화했다”며 “주민들은 해제지역에서 그동안 엄두를 내지 못했던 각종 개발행위를 어느 정도 가능하도록 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군부대 주변 지역 주민 사업을 위해 6억 원을 확보한 데 이어 올해도 5억여 원을 확보했다”면서 “군부대 주변 구거와 배수로 정비, 민통선 농로 정비, 마을회관 방송시설 설치 등 주민생활환경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시장은 “1970~1980년대 설치된 방호벽 53곳 중 13곳을 철거하겠다”고도 했다. 이미 국도 1호선 상 군사시설물인 문산 제일고 앞 2차선 규모의 방호벽(너비 27.5m, 연장 15m, 높이 11.6m)은 철거됐다. 내년에도 도시미관을 저해하고 차량흐름을 방해하는 방호벽은 철거할 계획이다.
최 시장은 “최근 영농인 등이 출입하는 민통선 출입절차 개선을 위해 비대면 출입시스템을 구축했다”며 “군관협력팀과 평화자문관을 통해 시ㆍ군(軍) 실무협의회를 발족, 군사보호구역으로 인한 주민과 기업인 불편 해소에 나서겠다”고 했다.
파주 김요섭 기자의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