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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25
등용문
얼마 전 수능 시험이 끝났지만, 아직 논술과 면접 같은 입시 일정은 진행 중이에요. 올해 응시생은 55만명으로, 2019학년도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았습니다.
중국에서도 대학 입시가 치열합니다. 중국 대입 시험인 '가오카오(高考)'는 매년 6월에 보통 이틀에 걸쳐 진행해요. 올해 응시생은 1335만명인데, 이 중에서 약 450만명(33.7%)만 4년제 대학에 들어갑니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수험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이처럼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는 것을 등용문이라고 합니다. 등용문은 용문(龍門)에 오른다[登]는 뜻입니다. 용문은 중국 문명이 시작된 황하강의 중류에 있는 지역인데, 좁은 골짜기(협곡)를 따라 흐르는 급물살이 유명해요. 그러다 보니 잉어가 급물살을 타고 용문의 협곡을 오르면 용이 된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잉어가 하늘로 승천하는 용이 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존재로 탈바꿈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등용문은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 출세하거나 그 관문에 이르는 것을 가리킵니다.
비슷한 표현으로 입신양명(立身揚名)이 있어요. 입신양명은 출세해서[立身] 이름을 널리 알린다[揚名]는 뜻이죠. 이 말은 유교 경전 '효경(孝經)'에 나옵니다. '몸의 터럭(길고 굵은 털)과 피부는 부모한테 받은 것이니, 감히 훼손하거나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다. 몸을 세워 도를 행하고 이름을 후세에 날려 부모를 빛내는 것이 효도의 끝이다.' 신체를 잘 보존하는 것이 효의 시작이고, 성공해서 부모의 명예를 높이는 것이 효의 끝이라는 말입니다. 옛사람들은 입신양명을 최고의 효도로 여겼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입신양명할 수 있었을까요? 고대 중국에서 바로 그 지름길은 과거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었습니다. 과거 시험의 여러 과목 중 '진사과(進士科)'에 합격하면 고위 관직으로 승진하는 데 유리했기 때문에 다른 과목보다 경쟁이 치열했어요.
당나라 때 형주(荊州) 지방에서는 100년 동안 진사과 합격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인재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상황을 마치 천지가 아직 열리지 않은 혼돈의 상태와 같다는 뜻으로 천황(天荒)이라고 불렀어요. 그러다 드디어 유세(劉蛻)라는 사람이 진사과에 합격하자 천황을 깼다는 뜻으로 파천황(破天荒)이라고 했지요. 파천황은 이전에는 아무도 못 한 일을 처음 해냈다는 뜻입니다. 마을에 경사가 나자 형주의 관리는 축하의 의미로 유세에게 상금을 보냈습니다. 유세는 "나는 돈으로 천황을 깬 것이 아닙니다"라며 거절했어요. 명예를 얻고 이름을 날렸으니 유세는 효도를 다한 셈이었어요.
등용문, 입신양명, 파천황이 주는 메시지는 단순히 경쟁에서 이기라는 게 아닙니다. 각자가 넘어야 할 급물살과 깨뜨려야 할 천황이 무엇인지, 이름을 어떻게 남길 것인지 되새겨 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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