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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04
시카고 대화재
▲ /위키피디아
지난달 미국 LA에서 발생한 산불이 드디어 진화됐어요. 이번 화재는 도심에서 떨어진 주택가에서 벌어져 도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아서 다행이었어요. 이는 19세기 미국 최악의 재해로 불리는 '시카고 대화재'와 비교되는 지점입니다. 당시 화재로 시카고는 말 그대로 다시 태어났거든요.
1871년 10월 8일 발생한 시카고 대화재는 바람을 타고 도시 전체로 퍼졌어요. 도심 건물 3분의 2 정도가 완전히 타버리면서 각종 금융 및 상업 시설이 사라졌고, 철도와 항만 시스템도 붕괴됐죠. 당시 시카고 인구 30만 명 중 이재민이 10만 명에 달했습니다.
기록적인 피해가 발생한 이유는 당시 시카고 건물 대부분이 목조 건물이었기 때문이었어요. 19세기 시카고는 미국 중서부 물류 중심지로 성장하면서 급속히 규모가 커졌고, 이 과정에서 벽돌과 석재보다 저렴하고 빠르게 지을 수 있는 나무로 대부분 건물을 지었거든요. 빽빽하게 들어선 목조건물을 타고 불이 번지니, 당시 소방 기술로는 손쓸 방법이 없었죠.
시카고는 화재로 황폐해진 도심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다른 도시로 거듭납니다. 시 당국은 건축법을 정비해 도시계획을 새로 만들었어요. 도심과 상업 중심지에는 목조건물을 금지하고, 건물과 건물 사이, 건물과 도로 사이의 최소 간격을 지정했어요. 상업 시설과 공공건물엔 방화벽 설치를 의무화했고요. 이렇게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화재 예방 규정을 둔 시카고의 도시계획은 미국과 세계 다른 도시에도 영향을 미쳤죠.
시카고 재건은 근대건축의 패러다임까지 바꿨습니다. 건축에 철골구조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거예요. 철골은 불에 잘 견디는 동시에 강도 대비 무게가 가볍고, 건축 시간이 짧다는 장점도 있어요. 1885년 시카고에 지어진 '홈 인슈어런스 빌딩<사진>'은 세계 최초로 철골구조를 사용해 지은 고층 빌딩이에요. 당시로선 '초고층'이었던 이 10층 건물이 탄생한 이후 시카고와 뉴욕엔 수십 층의 마천루가 들어서기 시작합니다.
철골구조는 건물의 창문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어요. 석조 건축물은 창문을 크게 내기가 어려워요. 외벽이 건물 무게를 지탱하기 때문에 창문을 크게 만들면 벽의 강도가 약해져 건물의 안전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반면 철골구조는 벽이 아니라 골조(프레임)가 건물 하중을 지탱해서 큰 유리창을 설치할 수 있어요. 현대 고층 빌딩의 '유리 커튼월'(전면 유리창) 개념이 여기에서 탄생했습니다.
철골구조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하며 실용성을 강조한 '기능주의 건축'도 발전합니다. 재건 과정에서 많은 인구가 시카고로 몰리자 한정된 땅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많은 건물이 직사각형 등 반듯하게 지어지기 시작했어요. 자연광을 많이 유입하려고 창문도 더 크게 만들고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시카고의 기능주의는 유럽 건축계에도 큰 영향을 주며 근대건축의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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