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설립의 유형
이 땅에 또 하나의 교회를 설립하기 위해 준비하면서 기독교와 교회의 바른 모습을 정립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책이라도 행하려는 일환으로 교회 설립의 두 가지 유형을 점검해보고 새로운 교회설립 방안을 제시해 보려고 합니다.
Ⅰ. 목회자가 교회 세우기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형적인 교회 설립의 유형은 목회자가 단독으로 교회를 개척하는 것입니다. 신학교를 졸업한 결혼 전후의 목회자가 홀로 또는 아내를 비롯한 가족과 함께 거의 독자적으로 교회를 개척하는 것입니다. 인원도 혼자였고, 예배장소를 위한 자금도 개인의 결혼자금이나 전세자금 등이었습니다. 교회와 목회자가정이 일체화되었고, 교회는 목회자의 전부였습니다. 간절했기에 목회자의 교회를 위한 헌신도 대단했고, 교회의 성정과정에 목회자의 희생도 많았습니다. 그 시대에 다른 대안이 없었고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목회자들의 헌신의 결과로 한국교회가 부흥하고 성장했습니다. 한국의 기독교성장에 헌신하신 목회자들의 희생에 감사할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의 안타까운 결과물이 현재 교회들의 심각한 문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형교회들의 교회세습입니다. 목회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전재산을 투입하여 설립한 교회이기에 당연히 자신의 소유로 인식되고, 교회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목회자의 삶과 가정이 전혀 분리되지 않고 동일시되었기에 교회에 대한 공적인 개념이 희박한 것입니다. 대형교회에서 세습문제가 발생했다면 중소형교회에서는 담임목사직 판매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중소형교회는 담임목사가 은퇴할 경우 적절한 은퇴비가 준비되어있지 않기에 후임목회자가 부임하면서 전임목사의 퇴직금을 대신 지급해 주는 것입니다. 목회자가 수고한 것은 맞지만 교회가 처음부터 목회자에 대한 적절한 예우를 행하지 않은 결과가 현재 교회 부패와 타락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현재는 이 유형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 도달했습니다. 사회의 경제사정이 변화되어 목회자가 교회설립의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중소형교회에서 사역하는 전도사와 목사들의 사례비로는 생활과 동시에 설립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여력이 없고, 부동산사정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러한 유형에 의해 많은 개척교회들이 세워지고 있으며 한국 기독교의 전체적인 난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Ⅱ. 교회가 교회 세우기
교회설립의 가장 모법적인 유형은 교회가 교회를 세우는 것입니다. 이미 설립되어 성장한 교회가 새로운 교회의 설립을 지원하고 후원하는 것입니다. 현재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교회가 교회세우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초기교회들은 해외선교부의 지원을 받아 개척되었습니다. 이러한 교회들은 처음부터 개인과 분리되어 교단 내 ‘유지재단’에 귀속되어 현재까지 공적인 성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대형교회들에서 교회설립00년을 맞이하여 기념교회를 설립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는 교회들의 연합체인 지방회(노회)에서 지역 내의 기독교부흥을 위해 지원하여 교회를 설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근래에는 기존의 교회가 모교회가 되어 일정자금과 인원을 지원해주어 지교회를 설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는 비록 직접적으로 교회를 세우지는 않더라고 국내선교라는 제목으로 새로 시작하는 교회들에게 일정부분 재정적인 후원을 하는 경우도 이 유형에 해당할 것입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교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더욱 확대되고 지속되기를 소망합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유형이 너무 적다는 것입니다. 대형교회들은 건강한 지교회를 세우기보다는 대형화를 더욱 확장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실제로 모교회와 지교회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중대형교회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모교회와 지교회는 연관성을 갖기에 대부분의 지교회의 목회자는 모교회의 부목사인 경우가 많습니다. 중대형 교회에 소속되지 않은 목회자가 나름의 비전을 가지고 새로이 교회를 세울 준비를 하는 경우에 이러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너무 적은 것입니다. 성도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특성을 가진 중소교회의 역량이 점점 사라지고 교회도 부익부빈익빈의 원리가 통용되어 정작 다양한 계층과 다양한 필요를 가진 성도들의 갈망을 채워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Ⅲ. 성도가 교회 세우기
앞의 두 가지 유형은 나름의 장단점이 있으며 현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좋은 점은 발전시키고 안타까운 점은 개선시키면 더 나은 방법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두 유형 모두 시대에 맞게, 상황에 맞게 진행되어 왔습니다. 사회적 환경과 시대와 인간의 필요에 적합한 새로운 유형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물론 전혀 유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일반화되지 않은 유형으로 성도가 교회 세우기입니다.
앞의 두 가지 유형이 교회설립에 목적이 맞추어져 있다면 성도가 교회 세우기 유형은 ‘교회의 성격’또는 ‘교회의 역할’에 집중합니다. 많은 성도님들이 자신들의 신앙성격과 맞는 교회를 찾기 위해 교회들을 순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미 세워진 교회들 중에 자신의 필요를 채워주고 신앙생활을 유지할 교회를 찾는 것입니다. 이전의 교회들은 한국 교회 초창기와 성장기 교회로서 주로 지역적이었고 공통의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성숙을 위한, 교회적 필요보다는 성도의 필요에 초점을 맞추는 교회가 요청되고 있습니다. 성도들은 정작 자신의 필요를 갈망하고 있으면서도 교회를 찾아다닐 뿐 자신들의 필요에 맞는 교회를 설립하려는 시도는 적었습니다. 갈망을 가진 성도들이 함께 즐거워하고 행복해할 교회를 설립할 때입니다. 한국 기독교의 역사가 깊어가고 개인적인 신앙의 연륜이 쌓여갈 때에, 일 년에 적어도 50회 이상을 출석하는 교회이며, 삶의 원리가 되는 말씀을 배우고 익히는 교회이며, 귀한 성도들과 교제와 나눔과 섬김이 이루어지는 교회일진데 이제는 성도가 자신의 삶을 형성하는 마음으로 소중한 교회를 설립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역해야할 때라고 여겨집니다.
성도가 교회를 세우려면 우선 두 가지 작업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교회의 정체성입니다. 당연히 교회 본연의 모습을 갖추고 균형을 잡아야 하지만 동시에 성도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특성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동안 교회를 설립할 때의 가장 우선적인 관심이 교회를 ‘어디에 세우느냐?’이었다면 이제는 ‘어떤 교회를 세우느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를 설립하기 전에 성도들이 함께 모여 신앙의 본질과 교회의 성격을 진지하게 토의하고, 자신들과 또 다른 성도들을 위한 새롭게 세워질 교회의 역할과 기능을 정립하고 이에 동의하는 성도와 목회자가 함께 교회를 세우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교회 설립 자금과 운영에 관한 것입니다. 교회를 ‘어떻게 세우느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교회 설립에는 당연히 자금과 운영방안이 필요합니다. 만약 어떤 성도가 현재 기독교의 대표적 병폐인 교회세습을 반대한다면 단순히 반대가 아니라 교회세습이라는 구조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합니다. 설립부터 교회가 공적인 조직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목사가 설립한 교회에 출석하는 성도가 아니라 처음부터 교회설립에 동역하는 성도가 되어야 합니다. 교회 재정적인 분야의 공영화를 위해 제가 개인적으로 도입한 제도가 ‘기금출연’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더욱 성숙하게 시행되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교회 운영에도 성도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설립부터 목회자의 전횡이 아니라 모든 성도의 의견이 포함되어야 하며 모두가 수긍하는 운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교회는 영리단체가 아니며 이익단체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교회에 참여하는 모든 성도가 즐겁고 자유롭고 행복해야 합니다. 교회의 이익을 위해 성도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없어야 하고, 도리어 교회를 통하여 성도가 건강하고 성숙해야 합니다.
다음에는 앞으로 세워질 교회의 ‘정체성’ 또는 ‘역할’, ‘기능’, ‘특성’에 대한 초안을 제안하겠습니다.
그리고 교회설립의 일정을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 ‘성도가 교회 세우기’에 관심을 갖는다면 동참하여 주기시를 초청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