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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g 대방어 앞에서 참치도 울고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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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카페 <인천맛집멋집>에서 한 미식
무려 14.2kg 하는 방어가 나타난다기에 맛객도 참석했습니다. 장소는
소래포구에 있는 인천횟집.
"소래포구에 가면 일단 막걸리 한 잔 걸쳐야 합니다.
경기도 연천에서 가져온다는 막걸리가 텁텁허니 맛납니다. 한잔에 천 냥이구요.
무엇보다 돼지껍데기 볶음이 공짜거든요"
약속시간보다 좀 일찍 도착해서 일단 포구부터 한 바퀴 돌아봅니다.
한때 한 달에 몇 번씩 왔던 곳이라 동네 마실 나온 기분입니다.
협궤열차가 지나갔던 철교를 건너서 철길 아래로 내려가면 막걸리 한 잔에
1천냥 하는 대폿집이 있습니다.
참새방앗간처럼 이곳에서 오뎅이나 무료로 제공되는 돼지껍데기 볶음에
한잔 쭈욱~ 하는 게 순서지만, 이날은 꾸욱 눌러 참았습니다.
방어를 먹는 데 미각을 둔하게 할 필요가 뭐 있을까 해서죠.
길 양쪽으로 식당들이 있고 출입문 앞에는 생선들이 지글지글 익어가며
행인들을 유혹합니다.
횟감들을 파는 곳의 아주머니들의 애원도 여전합니다.
"철교에서 바라본 소래포구 야경이랍니다"
저녁시간이라 포구에는 물이 들어왔고 물길 을 가르며 어업 나갔던 배들도 하나
둘 들어옵니다.
포구에 정박한 배 갑판에서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분주한 손놀림으로 작업
중입니다.
자세히 보니 잡어에서 쭈꾸미를 분리하고 있네요.
쭈꾸미를 분리하고 남은 잔챙이 바다생물들은 삽으로 떠서 바닷물로 버리고
있습니다.
골라진 꼴뚜기보다 버려지는 게 많을 정도입니다. 보기 좋지 않습니다.
바다의 어족자원이 마르면 가장먼저 피해를 보는 건 어민들 일 텐데,
저런 식으로 치어들까지 싹 끌어올 필요가 있을까요?
당장 몇 푼 벌자고 어린 생명들까지 잡아 없애야 할까요?
어민들의 의식전환도 필요하고 관련기관의 어업감시도 더 철저해져야
겠습니다.
입판장 바닥에서 쭈꾸미며 광어 우럭 같은 물고기를 펼쳐놓고 팔고 있는
아주머니들.
횟감용 있어요? 물었더니, 비록 죽었지만 자연산 광어 2~3마리에 2만원
달라고 합니다.
오늘은 방어가 있기에 다음을 기약하며 모임장소로 가 봅니다.
14.2킬로짜리 大 방어
"계근표에 14.2킬로라는 글씨 보이죠? 이 날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가장 큰
방어였답니다"
횟집 안으로 들어가자 큼직한 방어 한 마리가 놓여 져 있습니다. 방어는 커야
맛있다고 하죠.
일반 횟집에서 파는 2킬로 전후 방어는 방어라고 할 수 도 없습니다.
최소한 8킬로 이상 되어야 맛이 납니다.
일본에서도 8킬로 이상 되는 방어를 ‘부리(ブリ)’ 라는 호칭을 붙여 8킬로
미만과는 구분을 한답니다.
거기에 보답이라도 하듯, 육질 전체에 지방질이 올라 고소하면서 살살 녹는
맛이 참치와 비견됩니다.
냉동 참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육질의자연미와 향기로움은 사람에 따라 참치를
아래로 내려놓기도 합니다.
특히 제주도 모슬포 앞 바다에서 잡히는 겨울방어를 최고로 쳐 준다고 합니다.
물살이 세어서 운동량이 많다나요. 붉은 살 생선답지 않게 육질 씹힘 성이 좋아
질수 밖에요.
이놈이 모슬포에서 올라 온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꼴깍
넘어갑니다.
일본사람들이 참치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생선이 방어입니다.
사시미에서 방어는 꼭 빠지지 않고 나옵니다.
하지만 흰 살 생선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붉은 생선에 그리 익숙하지
않습니다.
부천 한 초밥 집에서 방어 초밥은 없냐고 물었더니 손님들이 잘 찾지 않아
가져다 놓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회 접시에서 마지막까지 남기고 가는 게 방어였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 방어를 잡는 횟집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고작 한 마리에 2~3만원 하는 새끼 방어만 들여놓게 되지요.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초밥 집에 가면 쉽게 맛 볼 수 있으니까요.
"초밥 집에서도 방어를 맛 볼 수 있지요. 사진은 광화문 근처에 있는 회전초밥
전문점의 방어초밥입니다"
일전에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길에 있는 회전초밥 전문점 ‘삼전’에 들렀습니다.
이곳은 요즘 유행하는 롤스시나 퓨전스타일이 아닌 해산물로만 초밥을 만드는
곳입니다.
다른 재료는 몰라도 방어와 연어는 먹을 만 했습니다.
재료가 신선했다는 뜻이겠죠. 초밥 2개 한 접시에 3천원, 가격도 그리 날카롭진 않구요.
흔히 초밥을 먹을 때 자신이 좋아하는 재료를 찾게 되는데요.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제철에 난 재료가 무엇인가 생각해야 합니다.
즉, 겨울철에 맛있는 생선은? 그렇습니다. 방어, 숭어, 고등어, 조개류 등이죠.
반대로 5~6월에 맛있는 농어를 지금 먹는다면 재료가 신선하다 해도 최고의 맛은
아니게 되겠죠.
맛있는 초밥은 제철 생선으로 만든 것
"겨울방어회는 생물 참치를 먹는 기분입니다. 일반 회를 압도하는 맛~"
약속시간을 훨씬 넘겨서야 드디어 방어회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핑크빛 육색이며 도툼하게 썰어져 나온 게 마치 생물참치가 놓여 진 듯합니다.
이걸 먹기 위해 앞서 나왔던 낙지도, 굴도, 가리비도 외면하거나 맛만 보았습니다.
술도 맛과 향이 강한 소주대신 청하를 한 잔 따라놓았습니다.
드디어 한 점 집어서 입으로 가져갑니다.
입 속으로 들어간 방어회 한 점, 부드럽게 씹히면서 살살 녹으면서 눈 쌓인
장독대처럼 차분한 맛입니다.
아가의 잠자는 모습을 보듯, 참으로 편안하고 행복한 맛입니다.
"기름진 뱃살은 와사비 양을 늘려서 먹으면 더 맛있는 거 아시죠?"
지방질 함량이 많은 뱃살은 와사비와 함께 먹기도 합니다. 아니 먹는다고 하면
안 됩니다. 음미를 합니다.
함박눈이 혀에 내려앉아 사라지듯, 육즙만 남기며 사라집니다.
비 개인 오후, 운무가 산마루를 감싸고 돌 듯, 고소함이 혀에 착 감겨옵니다.
"일부는 포장해 와 하룻밤 숙성시켰더니 부드럽게 씹히면서 맛이 더욱 좋아졌네요"
"방어 아래턱 부윗살입니다. 좀 단단한 식감이더라구요"
선어횟집과 활어횟집으로 구분해야
맛과의 교감, 자연스런 재료이기에 가능하지 싶습니다.
하지만 교감도 잠시, 옆 사람을 보는 순간 교감은 금세 온데간데없이 사라집니다.
상추 손바닥 위에 펼치고, 참기름과 간 마늘 넣고 비벼놓은 된장에 방어회 찍고,
또 다시 마늘과 고추 올려서 입 안 가득 채워 먹고 있습니다.
식성의 차이, 인정하고 존중해주어야겠죠. 혼자 속으로만 “저건 아닌데....”
생각 가져봅니다.
이런 한국인의 쌈 문화는 생선회 먹을 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선어가 활어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선어는 곁들이는 재료의 융합작용에 의한 맛이 아닌, 회가 맛의 주체로서 간장과
고추냉이만 있으면 되니까요.
"아래턱과 배꼽 살이군요"
우리는 오랫동안 쌈 생선회 문화에 익숙해져 왔으니 단순하게 선어가 활어보다
맛있다고 해서,
활어문화에서 선어문화로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회와 함께 나오는 자극적인
음식들과 간장의 맛,
주류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는 한 선어가 대세는 아닙니다. 그러니
굳이 바뀌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등부위는 불로 살짝 태웠구요"
오랫동안 이어져 온 한국식 쌈 생선회 문화는 그대로 가고,
선어문화를 따로 발전시켜 나가면 그만입니다.
문제는 선어 하면 일식집이 연상되기에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입니다.
좀 더 저렴해 질 수 있도록 횟집의 전문화가 되어야합니다.
선어횟집과 활어횟집으로 구분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선어 좋아하는 사람은 선어횟집으로 활어 좋아하는 사람은 활어횟집으로 가면
됩니다.
선어가 활어보다 맛있으니까 선어를 먹으라고 홍보 하는 것 보다 훨씬 빠른
방법이 아닌가요.
어쨌든 겨울방어, 이름값 그대로입니다. 내년에는 겨울방어 만나러 모슬포에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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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랫동안 쌈 생선회 문화에 익숙해져 왔으니 단순하게 선어가 활어보다
맛있다고 해서,
활어문화에서 선어문화로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회와 함께 나오는 자극적인
음식들과 간장의 맛,
주류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는 한 선어가 대세는 아닙니다. 그러니
굳이 바뀌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등부위는 불로 살짝 태웠구요"
오랫동안 이어져 온 한국식 쌈 생선회 문화는 그대로 가고,
선어문화를 따로 발전시켜 나가면 그만입니다.
문제는 선어 하면 일식집이 연상되기에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입니다.
좀 더 저렴해 질 수 있도록 횟집의 전문화가 되어야합니다.
선어횟집과 활어횟집으로 구분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선어 좋아하는 사람은 선어횟집으로 활어 좋아하는 사람은 활어횟집으로 가면
됩니다.
선어가 활어보다 맛있으니까 선어를 먹으라고 홍보 하는 것 보다 훨씬 빠른
방법이 아닌가요.
어쨌든 겨울방어, 이름값 그대로입니다. 내년에는 겨울방어 만나러 모슬포에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