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꿩고기 요리
옛날에는 집짐승이 귀한 대신 야생짐승이 흔해서 궁중에서도 '꿩구이'와 '꿩조림' 을 즐겨 먹었고, 고려 말엽에는 탐라의 소고기와 더불어 원(元) 나라에 진상품으로 보내지기도 했다.
궁중 음식 중 '생치다식'이 있는데, 꿩고기를 다져서 양념한 것을 다식판에 박아 내어 말린 마른 찬이다. 민가에서는 겨울철 별미로 꿩고기를 뼈와 함께 다진 것을 소로 넣은 '꿩만두'나 '꿩국'을 만들어 먹고, 동치미 국물에 같은 양의 꿩 삶은 물을 물을 섞고 삶은 꿩고기를 넣어서 만든 '꿩김치', 잘게 다진 꿩고기를 녹두 녹말에 섞어서 '꿩국수'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여름철에는 꿩고기 육수를 이용한 '꿩냉면'을 으뜸으로 쳤다.
《증보산림경제 》에는 "꿩고기를 빙설(氷雪) 위에 꽁꽁 얼렸다가 잘 드는 칼로 얇게 저며서 생강과 파를 넣고 초간장에 찍어 술안주로 한다."는 '동치(冬雉)'가 나온다.《요록》에 등장하는 '진주탕'은 꿩고기를 콩알만하게 저며서 밀가루로 씌운 단자를 양념이 섞인 장즙에 삶아낸 맑은 장국이다.《시의전서》에는 생치를 각을 떠서 주물러 넣고 간을 맞춘 '생치국'이 나온다.
《규합총서》에는 '봉총찜(鳳蔥蒸)'이 있는데, "꿩의 털을 뽑고 각을 뜰 때는 다리껍질은 자루 모양으로 잘 벗겨 젖힌다. 다리뼈의 아랫마디는 두고, 윗마디의 살은 모두 긁어내고 황육을 조금 섞어 나름하게 다진다. 파·생강·후추를 고기와 섞어 기름장으로 간을 맞추어 주물러서 소반 위에 펴놓고, 꿩다리를 다시 만들어 젖힌 껍질을 고이 도로 씌운 모양을 여러 개 만들어 채소와 온갖 양념을 넣고 밀가루를 풀어 찜을 한다. 종이 위에 놓고 기름장을 발라 반만 익혀 굽기도 한다,"고 했다.
근래들어 꿩의 인공 사육기술이 널리 보급되면서 도시 근교마다 꿩고기 전문 음식점이 많이 생겨났다. 이런 곳의 단골 메뉴인 '꿩샤브샤브'라는 음식[사진]은 주로 꿩의 앞가슴살을 얇게 발라 쓴다. 가슴살은 구이로도 좋고, 다릿살은 뼈를 발라내서 매운탕이나 전골감으로 쓴다. 등성이뼈와 날개는 뼈째로 토막쳐서 조림에 쓰기도 한다. 살코기를 갖은 양념으로 무친 '꿩육회'도 생선회 못지 않은 별미 음식이다.
꿩고기는 고단백 저 칼로리 식품이며,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섬유소가 가늘고 고기가 부드러워서 소화흡수가 잘 된다. 속을 보하고 기력을 돋구어 주며, 노화방지와 설사를 그치게 하는 효능도 있다.《본초강목》에는 겨울철 동창(凍瘡)에 꿩의 뇌를 바르면 좋다는 기록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