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방송 중간에 질문이 바뀌어서 다 못한 이야기도 있고 덧붙여 한 말도 있답니다>
안녕하세요? 서울교사노조 위원장 박근병입니다.
이 정책은 문제가 몇 가지 있는데요
우선, 이 대책은 교육과 학교에 관련된 대책이잖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학부모, 교사, 학생 그 누구에게도 의견을 전혀 묻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리고 현재 저출산위 전문위원 스물 아홉명 중에 학교현장의 교육전문가는 한 명도 없구요. 더군다나 학교교육과정편성의 소관 부처인 교육부와도 전혀 논의되거나 합의된 사항이 아닌데도 교육주체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 생각해요.
그 다음 문제는 대부분 선진국의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은 오전은 의무수업, 오후 활동은 신청형 활동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하교 시간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는 반면에 현재 저출산위 방안은 15시 의무 학교를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방식이라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학부모 중에는 자녀가 일찍 하교하여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분들도 꽤 많으실 거잖아요? 이건 학부모 아이 모두의 행복 선택권을 국가가 강제적으로 빼앗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아이들을 한두 시간 학교에 더 있게 한다고 하여 과연 부모들이 애를 더 낳고 싶어 할까? 라는 의문이 드는게 사실이고요. 당장 예비 부모들에게 정말 한 번 묻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건 저출산 대책의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으로 밖에 볼수 없을 것 같아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공연히 애꿎은 아이들만 잡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끝으로 현재 초등 학교의 물리적 환경이 객관적으로 매우 열악하다는 것입니다. 저출산위는 늘어나는 한 두 시간을 신체를 맘껏 움직이는 놀이중심 활동으로 배치하면 아이들이 좋아할 것 이라고 했는데요. 이건 전형적인 학교현실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입니다.
신체를 움직이는 놀이를 하려면 그만한 공간이 필요한데 현재 체육관이 없는 학교도 부지기 수이고요. 전체 학교의 67%만이 체육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체육관이 있다 하더라도 일주일에 1시간 정도만 체육관을 번갈아가며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거든요
그리고 요즘 미세먼지 문제로 운동장에도 잘 나가질 못해요. 그럼 결국 교실에서 놀라는 얘기인데 20평 남짓한 공간에서 서울의 경우 26명이 26개의 책상과 의자, 사물함, 교구장, 교사용 책상과 칠판 등등을 배치하면 아이들 뛰거나 뒹굴 공간이 없어요. 이에 따른 안전 문제도 심각하고요.
2. 얼마 전에 실천교육교사모임이라는 곳에서 아이들 천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78.3%가 오후 3시 하교 반대이고 겨우 10.5%만 찬성한다고 했거든요. 주관식 문제도 있었는데 인상 깊은 답변에 “어른들은 학교 안 다니면 가만히 있으세요. 이렇게 되면 학원시간만 더 늦춰져서 깜깜한 밤에 집에 들어가야 해요” 라는 것이었어요.
좀 솔직했음 좋겠어요. 학원 뺑뺑이 돌리기는 하교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대학서열화, 임금격차에 따른 무한경쟁 입시제도 때문에 기인한 것이 맞지요.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야 나중에 잘 살 수 있다는 그런 마음에서 어렸을 때부터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 거라 생각해요. 물론 모든 부모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요.
그리고 현재 학교 시스템에서도 학원 뺑뺑이 안돌리고 얼마든지 케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요. 돌봄교실, 방과후 학교, 학교 도서실 등등 안심하고 남아서 있을 곳이 많거든요.
3. 이게 바로 현재 저출산위에 현장교육전문가가 한 명도 없단 반증이어요. 얼마 전에 저학년에도 안전교과가 들어와서 제가 알기로는 수업시수가 오이디씨 평균 정도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규수업을 어디까지 보느냐에따라 나라마다 편차가 있을 수 있고요.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는 교육과정상 배울 내용의 양이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많고 수준도 높아서 아이들 수업의 밀도와 강도가 이루 비교할 수 없이 어렵다는 것이어요. 그만큼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것이고요. 그러니 이건 단순 비교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4. 기본적으로는 이 문제를 교사 업무 가중의 문제로 보면 안될 것 같아요. 이 정책 실시됐을 때 부모들이 과연 아이를 더 낳고 실은 마음이 생기겠는가가 핵심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지금보다는 힘이 더 들겠지요. 가뜩이나 요즘 학교폭력에 민원에 정신이 없거든요. 왜 힘들어 지는지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어느 선생님의 뼈있는 말로 대신해볼까 합니다.
“그 좁은 교실 공간에서 26명이 넘는 아이들이 뭘 하고 놀죠? 이건 마치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의 반 아이들을 집으로 모두 초대하는 생일 잔치를 매일 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엄마들은 알거예요.1년에 한 번 반아이들을 모두 불러 한 두 시간만 집에서 놀게 하는 것도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런데 그걸 매일 한다면...
교사가 이렇게 힘들어지면 당연히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