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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시즌(김흥수)의 산행정보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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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 정맥종주 /배슈맑 님의 종주산행기 스크랩 5/4-5내장산 (추령-밀재)구간종주-호남정맥 3차(첫날)
배슈맑 추천 0 조회 18 07.05.09 09:5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산행시간표) 

5/4 22:00  신도림 출발  

5/5 04:30  추령 출발

      05;00  유군치

      05:30   장군봉

      06:00   연자봉

      06;30   내장산  신선봉                 4km

      06:55   헬기장(704봉) -아침식사

      07;30   식사후 출발

      07:40   까치봉 갈림길

      08:20-08:40  소둥근재(0.8km)이정표 지역 왼쪽능선 헛걸음

      09:00   소죽엄재

      09:30   순창새재-불바래기,영산지맥 갈림길              

      10:10   백암산 상왕봉                  5.6km

      10:30   도집봉

      10:50   헬기장(백학봉 갈림길)

      12:00   곡두재                            3.0km

      13:00   감상굴재                         2.6km

      14:00   (점심및 휴식후 출발)        

      14:30   대각산                            1.2km

      15:30   분덕재

      15:50   도장봉                            3.8km

      16;40   생화산(526봉)

      17;00   향목탕재            

      17:50   생여봉(520봉)                   4.4km

      18:20   밀재                                0.7km

 

                         13시간 50분         25.3km 

 

 (둥굴레가 지천으로...)

 

(5/4 22:00) 이틀 연휴를 이용하여 내장산-추월산 긴 구간을 연속으로 미리 종주할 계획으로 바쁜 한 주

를 보냈다. 4월 월말 정리, 옛 직장 OB 멤버 모임,골프등 정신 없는 한 주를 마치며 금요일 오후에 또 배

낭을 꾸리자니..날씨마저 빗님을 예고하고 우의와 잠자리 보따리가 더욱  늘어난다. 이맘때면 아이들 손

잡고  어디 야외로 나갈 준비를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오늘 저녁엔 배병장 마저도 학교에서 밤을 새

는가..물푸레는 혼자 지낼 어린이날 연휴에 식탁 위 아이들 어릴적 무릎에 안고 찍은 사진을 바라보겠지.

그러다가 이어지는 어버이날을 챙겨 보아야하는 샌드위치 세대인 것을..이젠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기를.

 

연휴를 서둘러 출발하는 차량들로 교통이 많이 막히는 서울의 밤거리다. 참 부지런한 우리네 근로자들..

이틀 연휴를 이렇게 알뜰히 살리며 좋은 곳으로 아이들 구경시키고, 시골 부모님 찾아 뵙고..살아 생전에

효도할 기회를 놓친 불효자들은 이렇게 밤새워 산길을 헤매다 보면 어느 산등성이 모퉁이에서 당신들 영

혼의 옷자락이나마 스칠 수 있을건가..밀리는 고속도로를 간신히 빠져나와 호남으로 향하는 길에 날씨는

예고와 달리 아직은 괜찮아 중천에 늦은 달을 띄우고 맑은 밤하늘을 이고 달린다. 장성호반을 밝히고, 백

양사 입구를 지나 정읍으로 오르는 길목 추령에 늦게 도착하여 산행을 서두른다.(04;20)

 

추령(갈재) 입구 주차장에서 하늘에 높게 걸린 하현달이 유난히도 밝다. 이럴땐 어디선가 장승이 길을 굽

어보고, 동네 멍멍이라도 컹컹거리면 운치가 있으련만..49번 도로 옆 작은 여관 주인만 새벽잠을 깨어 주

변을 살피며 새벽 산객들을 궁금해 한다.

 "어데까정 가실려고 요리 서둘러요.."

 "밀재까정.."

 "어이고..하루나절엔 무린디요.."

 

 (장군산에서 바라본 정읍의 새벽)

 

(04:35) 주차장 오른쪽 철문을 지나 잘 정비된 내장산 등산로 북면을 출발한다. 밝은 달아래 그리 어렵지

않은 경사길을 오르며, 이정표들을 따라 편한 걸음을 걷는다. 뒤따르는 운해님의 낭만이 흥얼거린다.

"쟈근 거시 노피 떠서 만물을 다 비취니, 밤듕의 공명이 너만하니 또 잇느냐, 보고도 말 아니하니

 내 벋인가 하노라  ( -윤선도 오우가-)"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면서 국립공원 경계석이 또 무슨 불편함을 예고할지 두렵고, 산림박물관 쪽에서 오

르는 오름길과 만나서 유군치에 다다른다.(05:05) 임진란 승병장 希默大師의 사연을 읽으며 겉옷을 벗고

본격적인 산행 복장을 점검한다.능선길에 서서히 여명이 배이고, 서쪽으로 산행길에 달님이 앞장 선다.

말없이 산하 산객을 비춰주니 어찌 네 공명을 모르리요, 가히 다섯 손가락에 꼽힐 만한 벗이로고..

 

산죽군락들을 헤치고, 암릉을 밟고 통나무계단들을 올라 장군봉(696m) 넓은 공터에 올라선다.(05:30)

내장사 계곡 건너 북쪽  능선에 왼쪽 까치봉에서 차례로 서래봉,불출봉,망해봉,연지봉이 마루금을 이어

간다. 언젠가 정맥종주가 아닌 기회에 내장사를 굽어보는 말발굽 능선 산행을 계획해 본다. 아직 일출이

시작되질 않아 신선봉 쪽으로 발걸음을 서두른다. 

 

(연자봉 오름길 암릉에서..)

 

등뒤에서 비춰올 것 같은 해오름에 연신 고개짓하며 산죽과 암릉지대를 오르내리며 새벽을 걷는다.

"어서 가거라, 남쪽으로 가거라...지리산,입암산, 내장산,무등산....깊은 산이 있으면  맑은 물이 있게 마

련이고,맑은 물이 흐르면 순한 인심 있게 마련이고,맑은 물 흐르듯 인정도 마르지 않은 세상이 바로 개벽

이 오는 것이니라..."(차범석-새야새야 파랑새야) 나는 이 새벽을 걸어 남으로 남으로 깊은 산 맑은 물을

찾고 인정을 찾아 떠난다. 그것이 바로 자유인의 바램일진저..

 

철계단 오르막을 올라서니 장군봉 왼쪽으로 해가 솟는다. 발걸음을 멈추고 동북쪽 모악산을 향해 서 본

다. 맑고 아름다운 아침이다..찬란한 빛처럼 축복의 땅으로 다시 태어날 내 조국의 산하가 자랑스럽고,

함께하지 못한 물푸레와 벗들이 그립다.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게 셔터를 눌러대 보지만..아직은 모자라

는 솜씨가 아쉬울 따름이다.서래봉과 벽련암을 바라보며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이어지는 능선 삼거리를

지나 철제 난간으로 보호대를 설치한 암릉길을 지나 燕子峰(675)에 올라선다.(06:00) 碧蓮庵(燕巢:제비

보금자리)을 마주본다고.. 아름다운 능선길에 반해 점점 걸음이 늦어진다.  

 

 (장군봉 일출..)

 

연자봉을 지나 좌측 게단을 내려서서 산죽군락의 사열을 받는다. 작은 오름으로 문필봉(675)을 지나고,

통신시설이 있는 고개 안부를 지난 후 우측 암봉이 멋스럽다. 금선계곡 안부를 지나 산불 감시 초소를 지

나며 신선봉(763) 헬기장에 오를때 까지 그다지 힘들지 않은 새벽 능선 길을 즐긴다. 내장 9봉 중에 오늘

3봉을 밟고, 마주하는 6봉을 이 곳 신선봉에서 한 눈에 즐기니 이 또한 신선이 된 기분이리라..(9봉:월영

봉,서래봉,불출봉,망해봉,연지봉,까치봉,신선봉,연자봉,장군봉)(06:30)

 

멀리 고개 넘어 정읍 땅에서 갑오년 그 큰 뜻이 십년 너울로 입암산을 돌아 올라 내장 계곡을 휘감으며

백암산을 넘는다. 동쪽 장군봉 넘어 추령천 서마리 저수지가 아침 햇살에 반짝인다. 10년 한을 품은 채

쌍치 언덕에서 그 마지막 걸음을 멈추어야 했던 장군의 발길이 새삼 남쪽 순창 땅 넓은 뜰에 다시 영혼으

로 피어나는 아침이다. 

侍天主 造化貞 永世不忘 萬事知라...

새야새야 파랑새야 전주고부 녹두새야

어서바삐 날아가라 댓잎솔잎 푸르다고.. 

 

(신선봉에서 바라본 내장 북릉선..까치봉,연지봉,망해봉...)

 

영은조사에 의한 영은사가 內藏寺로 불리울 만큼 작지만 깊은 계곡을 간직하고 있는 내장사 계곡을 뒤로

하고, 까치봉 능선을 바라보며 백암산으로 넘어갈 순창새재를 향한 서북릉선을 암릉길을 밟아 내린다.

산죽마저 얼굴을 가리는 내림길을 지나, 잠시 암봉(701)에 올라 아쉬운 까치봉 능선을 또 한번 조망한다.

긴 암릉지대가 이어지는 내리막과 산죽 밭의 오르내림을 거친 후에야 남쪽 전망이 훌륭한 까치봉 아래

헬기장(704)에 올라서서 즐거운 아침식사를 펼친다.(06:55-07:30)

 

비록 10여명의 적은 대원으로 힘든 살림을 꾸려나가는 호남정맥 탐사대의 현실이지만, 오늘 연휴를 맞아

긴 구간을 소화해 내며, 역사의 현장을 한발 한발 되새겨 가는 自由人의 길이 자랑스럽고 힘찬 웃음마저

함께 한다. 발 아래 대가 마을의 대가저수지는 봉덕리 화개산에 가려져 꼬리만 보여준다. 저 곳 어디에는

月印釋譜가 보관되어 있다던가..三災不入之地 복흥면이 한가롭다. 추령 갈재장군과 신선봉 대가장군, 대

각산 대각장군 세장군이 지켜 주는 한가로운 고산분지가 호남정맥으로 둘러처져 순창 땅 서쪽 명당을 지

킨다.

 

식사 후 다시 이어지는 오르막을 2-3분 걸어 까치봉이 바라다 보이는 내장능선에서 왼쪽 소죽엄재(소둥

근재)로 떨어지는 내리막을 급히 밟아 내린다. 키 높은 산죽을 헤치고 작은 오르내림으로 다시 왼쪽 능선

길에 올라선다. 봄 단풍 잎이 한 여름을 지낼 준비를 하며 아직은 소박한 처녀의 풀 냄새로 내 얼굴을 스

친다. 화려한 가을날의 그 만남보다도 이렇게 싱싱하고 풋풋한 사랑도 더욱 가슴에 아리는 추억이다.

내 어린 시절의 소나기 마을은 어드메더뇨..살포시 졸음을 느끼며 편한 능선길을 꿈꾸듯 걷는다.(08:00)

    

(소둥근재 위 519봉 산성터)

 

소둥근재 이정표를 잘 설치해 놓은 관리공단의 노고에 속지 말자고 수차례 다짐도 하고, 선답자들의 애

쓴 기록을 그렇게도 달달 외었건만..그놈의 연두색 단풍 잎에 홀려..꿈 속에서 예쁜 소녀를 만난 탓에..

소둥근재 0.8km 이정표에서 오른쪽 사면으로 떨어져 우측 능선을 가야할 길을 무심코 이정표가 시키는

방향으로 10여분이 넘게 편한 왼쪽 직진 내림 길을 밟는다. 훌륭하고도 친절한(?) 국립공원 관리공단

사기꾼들은 소둥근재 표지마저 계곡을 건너는 곳에 세워 놓고 자기들 마음대로 순창새재로 편한(?)길을

유도한다. 고맙고 또 고마운 관리공단 아저씨들..이젠 그만 하시고 제발 집에 가서 쉬시지요..(08:10)

 

계곡 물소리에 대가저수지 방향을 감지한 선두가 헛발질을 깨닫고 다시 올라서기 시작한다. 이정표 지난

지가 꽤 한참인데..헉헉거리며 뒤돌아 오르는 능선길에 봄볕이 유난히 덥다. 다시 제자리 이정표에 올라

와서 죄없는 이정표를 투닥거려 보지만..후미로 바뀐 선두가 올라 올때 까지 긴 휴식을 취한다.(08:40)

산죽길을 헤치며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니 아무런 표지도 없는 고갯 길에 두릅나무만 무성하다.

소가 죽어서 소죽엄재인가..소도 뒹굴 만큼 힘든 고개였을까..(정읍 신정마을/순창 대가마을)(09:00)

 

산성터로 남아 있는 519봉 석축을 건너 작은 오르내림후 영산기맥 분기점인 549봉에 올라선다. 이길을

거쳐 이어지면 목포 유달산으로 빠지는 건가..왼쪽으로 돌아 내리니 순창새재 낯 익은 안부에 다다른다.

몇 해전 26산케들의 백양사 단풍 산행시에 오른쪽 입암매표소에서 올라오던 아름다운  불바래기 마을..

붉은 단풍처럼 타오르는 아름다운 정경을 떠오르게 하는 마을이지만..왠지 태백의 불바래기 처럼, 먹을

양식을 가꾸기 위해 화전을 일구어야 했던 그 님들이, 타오르는 언덕을 지켜보며 불 속에서 건져낼 다음

차례의 은혜로움을 바라보고 있음이 아닐까..그 얼굴에 묻어나는 삶의 고단함도 불길 속에 타오를 수 있

을까.(09:30)

 

 (백암산 상왕봉에 올라 서서 남쪽을 향한다..)

 

상왕봉으로 오르는 된 오름이 시작되면서 봄볕이 따갑고 물병에 손이 자주가며 걸음이 처진다. 오른쪽

입암산을 즐기지만 계속 이어지는 작은 봉우리들이 고도를 높혀가며 봉우리 우측 사면을 돌아 오르게 인

도한다. 지난 날 백양사 길은 이렇게 힘들지 않았는데..그러고보니 이미 5시간이 훨씬 넘었구나..계회보

다 1시간 이상 지체 되었음을 느끼며 다시 스틱을 잡은 팔에 힘을 모은다. 서너개의 작은 전위봉들을 거

쳐 마지막 산죽이 도열한 급경사를 지쳐 오르니 반대방향에서 올라온 듯한 젊은 두사람이 한가로이 식사

를 즐기고 있다. 부럽게 쳐다보며 삼거리 진행 방향에서 오른쪽으로 약간 벗어나 있는 정상으로 오른다.

 

구급약함이 예쁘게 설치되어 있다. 왠지 국립공원 관리공단의 수준으로 느껴지질 않는다. 이 정도면 칭

찬해줄 만한 일이고 각 국립공원 요소요소에 설치해야 될 일이다. 헌데..과연 그 속엔 제대로 채워져 있

는 걸까..한 번 미워한 마음이 쉽사리 믿음을 갖질 못하니 당분간 관리공단이 존재하는 한 이 땅을 밟아

갈 내게는 큰 병이다. 부디 부탁하건데 공원관리란 사람관리가 아니라 공원을 즐길 수 있게 관리하라는

뜻일 것이니, 철조망 치고, 엉뚱한 길로 유도하고, 그리하지 마시길..이젠 탐방로 아님 표시를 믿어야 되

나 말아야 되나.(10:10-10:20)

 

상왕봉에서 백암산 백양사 계곡을 깊이 내려다 보며 긴 휴식을 취한다. 후미를 기다리며 동쪽 사자봉 능

선을 따라 눈길이 이어가니 가인봉 아래 청류암이 보일듯 말듯..장군의 마지막 밤은 어떠했을까..순창으

로 넘어가기전 백양사를 떠나던 그 겨울의 초입은 떨어져 쌓인 단풍낙엽 위에 흰 눈이 내리지는 않았을

까.. 빨리 그가 마지막 겨울날에 넘었던 그 곡두재에 다다르고 싶구나..사람이 곧 하늘(人乃天)일진대..

가자..남으로 남으로..다시 능선 삼거리로 돌아내려 편안한 능선 길을 재촉한다.

 

 (도집봉 아래 암릉길의 멋진 소나무..늘 그자리에..)

 

산죽 길을 지나 도집봉(都集峰) 아래 오른쪽 우회길을 만난다. 지난 번엔 우회했지만, 이젠 올라봐야지..

암릉길 표면이 미끄럽지 않은 탓에 조심스레 크랙을 잡고 오르니 지나온 내장산 남릉이 한 눈에 들어오

며 복흥면 물논이 햇살에 반짝인다. 멋진 암릉길을 조심조심 걸어내려 우회길의 후미와 만나고 다시 이

어지는 산죽길을 거쳐 멋진 소나무 전망대에서 백양사 계곡을 내려다 본다.(10;40)

 

春白羊 秋內藏이라 할만 하도다..지난 날 작은 잎 단풍의 멋을 보태 주던 활엽 초록이, 부드러운 연두로

솔잎에 어우러지니 가히 누가 이 봄에 백암산을 오른다고 싫어하리요..조용한 휴일이 이상할 정도다.

천천히 편한 걸음으로 오르막 안부에 올라서니 백학봉 갈림길 이정표가 서 있다. 마주 오던 부부 산행객

이 지쳐 보이는 정맥팀에게 안스런 표정을 보낸다. 관리공단 이정표에 하도 속임을 당해 이젠 탐방로 아

님이란 팻말만 보아도 다시 기웃거려 보게된다. 우측으로 더 나아가 헬기장에서 백학봉, 백양사 이정표

를 버리고 아무런 표시도 없는 남쪽 능선을 밟아 곡두재로 향한다.(10:50) 머리를 내미는 백학봉의 멋진

모습이야 백양사 경내로 내려 서면서 감탄에 감탄을 하겠지만..오늘 내 갈 길이 바쁘다. 

 

 (곡두재 내림길의 백학봉 급사면을 바라보며..백양사 지붕들도..)

 

산죽 길 내리막을 잠시 내려오니 구암사 갈림길 안부에 또 이정표가 서 있다. 역시 그 뒤엔 탐방로 아님

이란 팻말이 직진 길을 가로 막는다..그래 무슨 탐방이겠냐..정맥, 대간 길이 관리공단 너희들에겐 할 일

없는 짓으로 보일지 모르지만..이런 표지가 거꾸로 큰 사고를 불러 올지도 모른다는 걸 깨달아야지..

그리 급하지 않은 산죽 길을 오르내리며 멀리 복흥 들판이 내려다 보이고, 남쪽 추월산까지 조망되는

전망터 암릉에 선다. 멀리 장성호가 반짝인다.(11:10-20) 긴 급경사 내림에 대비하여 후미를 기다리며

휴식으로 몸을 다스려 본다.

 

급경사 내리막을 지그재그로 미끄럼타고, 로프마저 끊어 챙긴 관리공단에 감사드리며 암릉을 주저 앉은

채 살금거린다. 능선 갈림길에서 소나무숲이 있는 좌측으로 길을 잡아 내리니 급경사 내림길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우측 밤나무단지 펜스가 이어지는 왼쪽 능선길이 막히면서 마른 계곡을 스치는 느낌이다. 맥

길 마루금은 밤나무단지에 이어진게 틀림없다. 철조망으로 올라 붙은 꽤 큰 蛇선생에 잠시 놀란다.

인삼, 복분자 밭을 지나 수레길을 넘어서니 곡두재(曲道峙)언덕에 올라서서 긴 휴식을 취한다.

 

갑오년 그해가 저무는 겨울 날 장군께서 백양사에서 유숙한 후 순창으로 넘던 그 역사의 길은 누가 막아

놓았는지 정맥 마루금으로 이어져 수레길을 끊어버린 제방을 쌓았다.덕흥리 마을엔 금방이라도 차량이

오를 수 있을 만큼 넓은 길인데..곡두재-백학봉 영구출입통제의 안내문만 쓸쓸하다. 패잔의 일행들을 이

끌고 재기의 은신처를 찾아 고향이 지척인 이 곳 고갯길을 추위 속에 걸어가는 장군의 작은 모습을 그려

보며 복흥 넓은 논가를 향한다.한 잔 이슬이로 따가운 발을 절이며 잠시 젖어드는 눈가를 땀과 함께 말린

다.선두는 감상굴재를 지나는 모양이다.(12:00-12:15)

 

 (감상굴재 降仙마을..)

 

다시 남으로 향하는 숲을 지나고 작은 봉우리와 묘지들을 지나고 용산마을로 넘어가는 포장농로를 건너

서 마지막 강선마을 뒷산을 올라선다.유난히도 많은 묘지들..이루다 셀 수 없는 묘지들에 오히려 삶을

느낀다. 그동안 대간 길과 정맥 마루금 높디 높은 자리에서 수없이 만나왔던 묘터들..대부분 허물어지고

잘 관리도 되지 않는 이름없는 명당터들..차라리 잠시 맥을 낮추어 그 인간적인 삶에 가까운 동네 뒷산이

훨씬 명당스러워 보인다. 썩어 없어질 육신 한 몸 눞혀 놓고 무슨 큰 맥 기운을 이어 받겠다고..

 

왼쪽 전북 순창땅에서 벼내기 전 논갈이에 비료를 뿌리던 부부농부가 오른쪽 전남 장성 땅 인삼 밭을 둘

러보며 정맥 길 위에 경운기를 주차시킨다. 포장도로가 끝나는 降仙停 정자 나무 건너서 식당 마당에 주

차되어 있는 산행 버스가 반갑다. 그냥 저 버스를 타고 가면 15분 일텐데..아직도 4-5시간을 더 가야하니.

일단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아침에 먹다 남긴 고구마 도시락을 챙긴다.(13:00) 여기가 감상굴재..마주

보이는 대각산이 더욱 높아 보인다. 찬물로 발을 식히니 좀 살 것 같다.

 

1시간 동안의 여유로운 휴식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동동주 한 잔으로 기를 채우고 나니 다시 오후 학습에

왠만큼 견뎌 낼 것 같다. 신발을 갈아 신고, 배낭 대신에 허리 쌕으로 물만 휴대하니 한결 가볍다. 결국

후미조는 다음 구간 둘쨋 날을 위해 탈출하기로 하고 5명의 잔여조가 뙤약볕의 수레길을 터벅거리며 대

각산 오름 길을 밟는다.(14:00)

 

 (분덕재 당산나무)

 

시제를 준비하는 식당 아드님의 효도가 급경사 오르막 직전 묘지에 닿으니 참 잘 꾸며지고 넓은 묘소가

명당스럽다. 된 오름을 겪으며 첫 봉우리를 지나고, 잡목 숲을 헤친 후에야 대각산 정상을 무심코 지난

다.(14;30) 그리 급하지 않은 능선길에 좌우 마을들을 간간히 숲 속에서 바라보며 편한 걸음을 걷지만,

잡목 숲을 가로막는 거미줄이 귀찮다. 새벽의 국립공원 길과는 인간 생활이 다른 느낌이다. 좌측으로

급히 꺾은 정맥 길이 묘터를 지나고 많은 묘지가 있는 안부에 내려서기 직전 밤나무 단지를 지난다.

왼쪽 칠립마을에서 장성호 15번국도로 연결되는 포장 농로에 내려 선다.

 

많은 묘역들..그러나 꽤 많은 묘소들이 이장을 위하여 파헤쳐 놓은 채 복원을 해 놓질 않아 흉물스럽다.

분명 "살아 扶安 죽어 淳昌'을 믿고 좋은 명당 자릴 잡았을텐데..별 재미를 못 본 걸까..대각산 대각장군

의 보살핌이 다했는가..포장길 고개를 건너 능선 수레길을 따라 오르니 넓은 밭이 있는 삼거리를 지나고,

측백나무 숲을 지난 후 파헤쳐진 묘지 옆으로 내려서니 강두저수지로 통하는 포장 농로를 이어간다.

맞은편 산허리를 오르며 송전철탑에 나부끼는 표지기가 사랑스럽다.(15:00) 이어지는 잡목 숲 찔레가시

를 헤쳐 나가며 서너개의 작은 오르내림을 거친 후 분덕재 300년 당산나무에 내려 선다.(어은동/강두제)

(15:30) 잠시 휴식을 취하며 어은동 마을을 내려보니 파란 함석지붕이 평화롭기 그지 없다.

 

잡목 숲 속에 자리한 도장봉을 지나고(15;50), 좌측으로 방향을 바꾸어 거의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기분

으로 526봉(생화산)을 찾아 오른다.복분자 가시잡목 숲을 헤치고 묘터를 지나서 526봉 직전 벌목 안부에

서 향목탕재를 내려다 보며 남자의 거풍을 펼치니,새벽 부터 종일을 고생한 거시기도 은혜를 받는다.

암릉 오르막을 올라 멋진 큰 바위가 가로 막는 생화산 526봉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90도 꺾어 내린다.

역시 정점의 묘지는 그리 잘 보존되질 않았다. 아직은 명당이 아닌 모양이다.(16:40)

 

 (생여봉에서..멀리 장성호에 해가 빠질려나..)

 

도선국사(遊山錄)가 이른 100여개의 명당터 중에서 유난히도 이 곳 순창 땅이 많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

하는 걸까..오늘 걸어 내리는 내장산의 정기들이 이곳 순창을 맴돌며 복흥 마을 백방산을 중심으로 빙빙

감싸는 형국이다. 회문산의 五仙圍碁穴, 가마봉 아래 佳人 金炳魯의 조상터 하리사두혈, 지금 내려 밟고

있는 향목탕재 부근의 黃鶯啄木穴은 그 대표적인 명당이라 일컫지만 대체 어디쯤일까..노란 꾀꼬리 소리

는 들리지 않고 어데선가 나무를 쪼는 딲다구리 소리가 요란하다. 아무튼 이 땅 어느 곳에 이 한 몸 뉠 곳

만 있으면 무슨 한이 있으리요..

 

또다시 이어지는 묘역들과 금방동 축사들을 지나면서 당산나무 길게 가지 편 향목탕재를 쉼없이 지난다.

(17:00) 이후 작은 오르내림 끝에 만나는 생여봉(520) 마지막 사자머리 바위가 지친 산꾼의 의지를 꺾는

다.무슨 연유인지는 모르나, 생사여탈의 봉우리는 아닐까..코가 닿을듯한 마지막 된오름에 바위 암봉의

우람한 자태마저도 두려울 지경이다. 기다시피 올라선 마지막 생여봉 너른 바위에 앉아 마지막 이슬이

로 체력을 짜낸다. 정상을 지키며 누워 있는 영혼들도 대단한 사후 안식터임엔 틀림없다. 벌써 해가 지려

나 멀리 장성호 쟁반물에 반짝거림이 유난스럽다.(17:50)

 

10여분 휴식후에야  밀재(滅峙)에서 기다릴 동료들을 안타깝게 생각나며 내림길을 서두른다.내일 새벽에

올라야 할 추월산이 크게 다가오며 밀재 포장도로 위에 기다리는 버스가 반갑다..(18:20)

 

 (삼지구엽초..더덕과 함께 갈아서 이슬이에 타서 마시니..)

 

(22:00 ) 삼지구엽초와 더덕을 갈아서 이슬이에 타서 마신 후 용추사 아랫 동네 가막골 입구 식당 평상에

침낭 깔고 텐트 덮으니 개울물 소리, 지나가는 차소리 마저도 들리지 않은 채 깊은 잠에 빠져든다..

내일을 꿈꾸며..

부디 비만 내리지 말기를..

 

5/8 어버이날에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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