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소리
-법정스님을 추모하며
박 준 영(시인, 국악방송 사장)
1) 침묵의 소리에 귀 기울여라*
태초, 말씀이 침묵으로 흘렀나니
꽃샘바람 나무 가지 스치듯
잠시 의탁하던 육신의 옷 훨훨 벗어던지고
꽃상여 만장 하나 세우지 않고
시간과 공간을 버리고 간다
대나무 평상에 관도, 수의도 없이
드리워진 그림자 하나
2) -한 평생 나 따라다니느라 고생이 많았다.
나 이제 간다
너도 이제 그만 가서 좀 쉬거라
삶과 죽음이 하나요
그 죽음마저도 또 하나의 시작이건만
마음 속 울림 건사할 길이 없네
3) "스님, 불 들어가요"
화중연생 火中生蓮
불길 속에 연꽃처럼 피어나리니
머언 하늘 구름 한 점 사라지고
심산** 침묵 하나 바위에 걸터앉아
어느 하늘 또 버리고 홀로 계시는가
* 법정스님 법문 중 쓰시던 말씀에서 따옴
**법정스님이 평소 애송하시던 청마 유치환의 <심산>이란 시에서 변용
(스님은 2010년 3월 11일 오후1시 51분 소유와 무소유의 경계를 넘어 적멸에 드시다.)
첫댓글 침묵 하나 바위에 걸터앉아 어느 하늘 또 버리고 홀로 계시는가 / 법정 스님을 추모하며 쓰신시 마음속 깊이 사모하며 음미합니다 법정스님의 명복을 다시 빕니다 봉화
머언 하늘 구름 한 점.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지.
박선배님의 고요한 마음의 거울에 그림자 비쳐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