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벽두부터 많은 이들로부터 '새해 복많이 받으시오!'란 덕담을 듣고
곰곰 생각해 보았다. 복이란 무엇일까?
평소 곡차를 즐겨하니 행여 간장(肝腸)이라도 상(傷)할까 염려하여 복어국
많이 자시라는 야기인 지, 옷차림에 無心하니 옷가지 많이 받으라는 야그인지,
일각(一刻), 이각, 삼각을 고민하다가 그 복은 이 福인지라 大悟하여
한국산악회 등산학교 동계반에 입교하기로 작심하였다.
2004년 1월 8일 초저녁에 한국산악회 남루한 사무국에 이르니 이미 많은
이들이모여 있다.
24명이 함께 고락을 같이 하기로 하였는데 모두가 지겹게(?) 보던
이들이다.
2명만이 등산학교 일반과정을 수료하고 행여 더 배울 것이 없나해서
엄청난 전문과정 동문들의 텃세를 감내하고 동계반 5기에 입학을 하였다.
유 학재과정장님이 역시 동계 5기의 과정장으로 이 정환님이 교무강사님으로
1조는 조 유동강사님이,2조는 박 석희강사님이,3조는 주 영일강사님이,
4조는 정 민영강사님이 편의상 담임강사님으로 5주내내 우리의
목마른 열정을 그득그득 채워 주셨다.
오 홍민실기강사는 5주내내 숨어서 뒤를 받혀 주었는데 5주차 설악산
가리봉 집중훈련 후 뒷풀이 자리에서 한 잔을 권해드릴 정도로 뒷전에서
조용히 교육과정을 지원하였다.
한국산악회 산악연수원 부원장이며 한국산악회 감사이고, 전문과정 11기
후배이신 김 성봉님의 격려말씀과 새삼 소개의 말씀이 필요없는
우리의 맏형 이 양근동문회장님(1기)의 정감어린 환영의 말씀
그리고 조별로 1월 10일부터 시작하는 동계훈련과정의 제반사항들을
토의 하였다.
이번 동계과정에서 특히 주의하여야할 점은 음주를 기본으로 한다는 것이
내내 귀에 쟁쟁(錚錚)하였다.
그래서 다수의 교육생과 강사님들이 그 날부터 예습을 하였는데 그 열정이
축시(丑時)에 까지 이어졌더라!
동계훈련 첫째주(2004년 1월 10일/11일)
훈련은 경기도 가평군 운악산 운주사 뒷편 계곡에 있는 무지치 빙폭
(무지개폭, 虹瀑)이다.
운악산광장 음식점 매장에는 벌써 대부분의 교육생들이 산더미같은
배낭을 짊어지고 모여 있다. 약간의 흥분과 기대감으로 저마다
붉은 천조각을 가슴속에 품어두고 있는 듯하다.
훈련과정의 예습과 복습에 철저하기로 무언의 결의가 있어서
강 경원님(6기)의 예습교재는(가평에는 잣이 유명하다더라.
잣이 들어 있는 곡차는 더 유명하다더라!)
금새 목젖을 타고 넘는다.
야영지는 운주사 뒷편 탱크부대 참호지인 지 예비군 훈련 참호인 지를
택하였는데 안성마춤의 공간이었다.
동계 취사 실습 후에 운악산 광장 음식점 너른 홀을 빌려
교육비디오 상영이 있었다.
내용은 제프 로우(Jeff Lowe는 1950년 9월 13일, 유타주 오그덴에서
태어났다. 그는 거기서 자랐으며, 요즘 그는 콜로라도 보울더에서
장비 디자이너로 일하며 살고 있다.---인터넷 검색---)의 빙벽등반 입문
뭐 그런 내용이다.
영어를 무척 잘하는 아저씨인데 인상이 참 푸근해 보였다.
동양게 흑발 아가씨(이름이 뭔지는 기억나질 않는데 암벽등반은
파이브 투웰브급이라던가?)를 데리고 수십가지의 아이스 툴(Ice Tool)
에서부터 수백미터는 됨직한 빙폭을 각종장비의 사용법과 함께
등반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미국말이 하도 빨라서 뒤로 갈수록 뭔 이야긴지 잘 모르겠다.
후에 알아보니 제프 로우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고 한다.
"빙벽등반은 인간활동들 중 가장 쓸모없는 것들 중 하나로 쉽게
단정지어질 수 있다. 적어도 정상이란 한 목표가 있는 등산과는 다르게
빙벽등반은 얼어붙은 폭포, 검은 아이스 꿀르와르, 그리고 빙하에서의
환상적인 모습의 빙탑들 등과 같은 그런 부조리한 모습의 대상들에
한정된다.
그것은 과학적이거나 지리학적인 지식의 근거를 향상시키는 체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도시생활의 근심걱정, 사소한 노이로제 등을 떨쳐버리게 하는
일종의 정화 의식적인 기능을 하면서 등반가 개인의 심리적·
정신적인 변화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을 찾게 한다.
그러므로 빙벽등반의 실행자는 오직 혼자만으로 그리고 전체적인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다.
빙벽등반은 상업적 물질적 편리에 사로잡혀 있는 사회·
현실적인 행위와는 완전히 적대적인 반역행위이며, 개인적인 삶에
균형감각을 되살려주기 위한 위험스런 수양이다.
비록 빙벽등반가들은 위험스럽고도 환상적인 비실체적 대상들에
대한 욕망을 암벽등반가들과 함께 나누지만, 그들은 사실 그들의 욕망에서
심지어 좀 더 내밀하다. 암벽등반가들은 그들이 등반하는
대상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안정성과 지속성에 의지할 수 있지만,
빙벽등반가들은 너무나 쉽게 부숴지기 쉽고 변덕스러운 매개체,
즉 얼어붙은 폭포의 죽음의 그림자 아래서 춤을 춘다.
빙벽등반은 오후가 되면 녹기 시작할 가늘고 긴 얼음기둥에서
이른 아침에 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면이 이 행위에 암벽등반과
구별되게 하는 단명하고도 공상적인 성질을 갖게 하며, 그 추종자들을
가장 헌신적이고도 광신적으로 매료시킴이 분명하다."
영어만 어려운게 아니라 한국말도 어렵다.
어쨌건 이 점을 점차 느껴보자는 다짐으로 애써 졸린 눈을 비벼 보았다.
음식점 구들장은 절절 끓고 있어서 잣곡차 발효와 식사 후의 노곤함과
어우러져 어디선가 코고는 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비디오 감상 후 연두색 상의와 검정색 스트레치하의 교복을 지급 받느라
아닌 밤중의 소란함을 끝으로 첫날의 이론교육을 마친다.
적당히 이른 시간에 무지치 빙폭에 도착했다.
작년 이맘때 주 영일 강사님과 전 형석님(1기)과 장 도희님(1기)과
몇 분의 동문들과 이 곳에 첨 와서 첨으로 아이스 바일을
휘두르던 일이 생각난다.
아니 생전 처음 크람폰을 신고 뒤뚱이며 일어서서 세 걸음만에
오버트라우져 찢어먹던 일이 생생하다.
(기념으로 그 상처는 지금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
프렌치 테크닉이 오늘의 주 훈련과제이다.
삐올레(佛, Piolet)와 삐에(佛 Pied)기술훈련으로
프랑스식 빙벽등반기술 훈련이다.
자세한 내용은 동문홈페이지의 사진자료실을 참고하시라.
해설은 대학산악연맹 편저,등산, 최신개정판,전국등산산학교 교재.
정가 20,000원을 참조하시고.
첨에는 많은 이들이 생소한 크람폰과 빙벽화의 이질감으로 뒤뚱거리며
삐에 당 까나르(Pied en Canard)를 마스터하더니 Pied Marche,
Pied a Plat,Pied Troisieme, Piolet Canne, Piolet Ramasse,
Piolet Rampe등을 착착 훈련하였다.
오후시간에는 교육생들의 엄청난 열의와 집중력으로 흐믓해진 과정장님의
특별한 배려(?)로 무지개 빙벽과 마주할 수 있었다.
전체를 2개 조로 나누어 한 조는 제법 경사가 있는 빙면에서
삐올레 람쁘와 삐올레 라마쓰 훈련을 하고
한 조는 아이스바일 한 자루씩으로 무지개빙벽을 오르는 훈련을 하였다.
삐올레 람쁘와 삐롤레 라마쓰 훈련조는 모두가 건성건성이었다.
시선은 죄다 무지개 빙벽을 오르는 훈련조에 가 있었으니깐.
그리고 붙더니 대부분 암벽등반을 하고 있었다. 나부터 시작해서.
발쓰는 자세가 참 어렵게 느껴졌다.
냅다 빙면에 갈기기만하니 프론트 포인팅이 제대로 될리가 없다.
무수히 얼음 조각만 튕기고 바일은 한 자루만 주어졌으니
강사님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곧추세운 빙벽화 속의 엄지발가락에만
힘이 들어가고 이내 장딴지에 펌핑이 오기 시작한다.
탑 로핑으로 안전은 확보되었건만 바일이 빠질세라 무지막지하게
휘둘러 박은 피크를 빼느라 양 팔에도 펌핑이 온다.
좌우지간 무지막지하게 빙폭과 첫대면을 하였다.
무지개 빙폭은 북쪽을 향한 계곡에 자리하고 있다. 항상 그늘이어서
추운 지형이나 교육생은 추위는 커녕 땀이 날 지경이었다.
약 50여 미터의 얼음 계곡과 20여 미터 남짓한 빙벽에 교육생들의
땀방울이 뿌려질 때 또한 커피 나르랴 간식 나르랴 굵은 땀방울을
흘린 이들이 있었으니 김 덕자님(9,10기)과 김 정혜님(11기)과 그의
아리따운 친구가 그들이다.
교육생들은 훈련에 정신이 팔려 제대로 고맙다는 말씀도 전하지 못하였으나
감사의 마음은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조 남형님(2기)은 골짜기 위아래로 빙벽을 날라다니며 우리의
훈련모습을 빠질새라 종횡무진 누비고 있었고 서 인원님(3기),
이 성재님(1기),여러분의 한국산악회 기술위원님들은 훈련장 곳곳에서
차량지원및 교육지원에 보이지 않게 움직이고 계셨다.
그늘에서 온종일 오돌오돌 떠시지는 않았는지 전 인찬 한국산악회
사무국장님의 잔잔한 미소속에서도 우리 교육생 모두는 감사의 마음을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이론교육의 절절 끓는 온돌방을 대여해 준 감사의 마음은
그 구들장 위에서 푸짐하고 유쾌한 뒷풀이로 첫째주 훈련은 저물어 갔다.
첫댓글 생생한 현장의 감동이 고스란히 떠오릅니다. 항상 즐거운 등반하세요
아이쿠 ! 송구스러워라 제대로 따뜻한 커피 한 잔도 드리지 못하였는데 정말 선배님들으 배려에 비하면 보잘것이 없는데 .....정말 송구하고 면목이 없습니다. 그리고 축하해주세요 저도 드디어 빙벽화를 마련하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