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은 정말 조용하게 보내고 있다.
미국에 있는 아들이 지금 태명 " 초롱이 "이의 출산이 이틀 뒤로 다가 왔기 때문이다.
며느리의 출산을 돕기 위하여 미국에 갈, 아내는 하나라도 더 가지고 갈 양으로
보따리를 매일 풀었다,메었다 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우리가 결혼후, 일 주일 이상 서로 떨어져 있었던 적이 없는데,
한 달이나 나 혼자 두고서 가려고 하니까 걱정되는 바도 많은 것같다.
기러기 할아버지의 고난의 길로 접어들 나도 이제 홀로 서기를 준비해야 한다.
딸이 외손녀를 데리고 부산에 와서 2-3일 쉬고 가고 싶어했지만
아내는 단호한 마음으로 거절을 한다.
나는 솔직히 10달된 예지의 재롱이 보고 싶긴 하지만,
" 보면 잠시 즐겁고,가면 더 즐겁다 "는 말대로 이번 나흘간은
부부 둘이서 조용하게 보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10달짜리 예지의 재롱과 애교의 당의정을 맛 보려면 땀과 수고의 댓가가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아내와 둘이서 매일 한번씩 수영천을 따라 잘 조성시켜 놓은 산책길을 걷고,
집안에서 평소에 보고 싶었던 T.V 영화를 챙겨 본다.
딸이 " 그대를 사랑합니다. " 라는 영화를 강추했다.
이 영화는 70대 중반의 노인들의 풋풋한 연애와 애처러운 사랑이 담겨있는 감동 스토리다.
이층 양옥집을 소유하고, 다 큰 자녀 둘을 둔 아들부부를 2층에서 곁들어 살게 하면서,
혼자서 너른 1층을 차지하고, 가부장의 권위를 잃지 않고 큰 소리를 치며 사는
김만석씨( 이 순재 )의 사랑 스토리가 신선하고 가슴이 찡한 장면이 많이 있었다.
새벽마다 오트바이를 타고 우유배달을 다니며 우연히 만난 얌전하고 조용한 할머니를 알고 사귀게 된다.
젊은 시절에 집을 나간 남편과 헤어져 혼자서 살고 있는 송 이뿐할머니는
그의 이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뻔한 여인이다.
만석씨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은 이뿐할머니는 일자무식이기 때문에 편지에 적힌 시간을 해석못해서
본의아니게 딱찌를 놓게 된다.
3시간이나 길바닥에서 추위에 벌벌 떨면서 할머니를 기다리던 만석씨는 성을 낼 줄도 모른다.
오히려 70노인이 한글을 배우게 하여,일자무식을 벗어나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눈이 멀듯이, 무뚝뚝하고 다른 사람을 전혀 배려할 줄 모르고
자기 중심주의로 살아가는 권위적인 가부장의 표본과 같은
대발이 아버지 이 순재의 연기가 일품이다. 웃지 않을 수없다.
니미~00,라는 욕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버릇이 없는 젊은이를 만나면
참지 못하고 완력과 욕설로 기를 꺽으며 고분고분하게 만들어 놓는
김 만석 할아버지는 사춘기의 아기자기한 연애를 연출하며 은근하게 사랑을 키워나간다.
밤늦은 시간에 전등빛이 새어나오는 길가집 창문에 개구장이 같이
잔돌을 던져 창문을 열고 내다보는 송이뿐이 할머니에게 윙크를 보내고,
집 대문 앞에 오트바이를 세워놓고 " 왕왕~~" 엔진소리를 갑자기 크게 해서
새벽잠을 깨워놓고 가기도 하고, 빈 우유봉지를 모아서 폐지수거를 해서 용돈을 버는
애인를 즐겁게 해주고, 마음을 얻기 위하여 온 정성을 다해서 사랑한다.
동사무소에 가서 이뿐 할머니늬 말소된 주민증을 다시 내어서
정부의 최저생계비를 받도록 해 주어 송이뿐 할머니를 감동시킨다.
어린이 놀이터에 나와서 추위에 떨고 있는 치매환자, 장군복 ( 송호재 )의 처 (김수미)에게
파커를 벗어 입히고, 맨발로 발이 시러워하는 사람에게 자기 신발을 벗어 신기게하고
집을 찾아 주기 위하여 온 동네를 찾아 헤메는 그의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어 준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자, 억세고,퉁명스럽고,몰인정하고, 거칠게 마구 뱉어내는 그의 독설과
짖굳은 행동은 은근하고 깊이가 있고 자상한 모습을 가진 멋진 노신사로 변모한다.
장군복( 송재호 )은 치매에 걸린 조 순이( 김수미 )와 함께
따뜻한 부부의 정을 더 없이 나누며 사는 부드럽고 자상한 경상도 노인이다.
자신은 주차장관리를 하면서 어렵게 살지만 치매걸린 아내에게는 한없이 헌신적인
착하고 선량한 속깊은 할아버지이다.
아내가 말기 직장암으로 판정이 나서 죽음을 몇 개월 앞두자,
집으로 10여명이나 넘는 아들,딸,손주들을
모두 다 불려들어서 어머니와 마지막 하직인사를 하게 하고,
둘이서 연탄가스로 자살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맺는 것이 이 영화에서 가슴을 가장 아프게 한다.
장례식장에서 김 만석과 송 이뿐할머니가 고인의 슬픈 죽음을 애도하고 있을 때,
상주의 친구들이 돌아가신 분의 나이를 묻고," 호상이네, 뭐 " 이런 말을 주고 받는 것을 듣고
김 만석씨는 분을 참지 못하고 호통을 치고 만다.
" 세상에 잘 죽는 게 어딨냐 말야!!!! 노인네가 오래 살다가 죽으면 다 호상이야!!!
살만큼 살았으니까 죽는 게 당연하다 이거야!!! 늙었으니까 그만 죽어야 한다 이거냐!!!
노인네는 어떻게 죽어도 잘 죽은 거란 말이야...!! 니미...어디서 호상 호상... "
이 영화를 보면서 이 분들의 이야기가 우리들의 것이라는 생각은 아직 들지 않았다.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60대나 70노인이 비슷하게 보일 터이지만,
오히려 우리 아버지의 세대들이 엮어 가는 어르신들의 로만스 글레이로 보고 싶다.
왜냐하면 나같이 인터넷이 생활의 일부분이 된 젊은 60-70대들, 인터넷으로 기사읽고,
사진과 동영상을 퍼서 친구들과 나누고, 인터넷 뱅킹과 증권투자도 하면서,
스마트 폰의 재미에 푹 빠지기도 하고, 페이스 북이나 카카오 토오크를 자유롭게
사용할 줄 아는 우리들이 한참 뒤에나 경험해 볼 수있는 다른 세상의 사랑이야기 같았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60-70대에 혼자가 된 노인들에게 던져 주는 심각한 도전이 있다.
" 인생 100세" 시대를 맞이 한 70-80의 중년노인들이 서로 좋은 상대를 맞이하여
연애도 하고,많은 지인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하는 것이 점차적으로 자연스러워 질것 같다.
옛날 사춘기에 가졌던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떨림과 설레임의 감정이
이들에게도 다시 찾아 올 수있으며 재혼의 기쁨과 함께
제 2의 아름다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음을 인정하자.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주위에서 만들어 주자.
홀로된 노인들의 애잔하고 짜릿한 사랑의 감정을 마치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답게 만들어 준 감독과 배우들에게 감사하며,
이 영화를 가족들이 함께 시청하며 감동과 기쁨을 얻기 바랍니다.
작년 추석만 해도 이렇게 4가족이 모여서 즐겁게 보냈는데 올 해는 이렇게 적적해서야 _____
명대사 모음
새담 2011.02.17
첫댓글 오진일 사장님, 한 달간 홀아비 되겠네. 친손자(녀)를 맞이하기 위한 것이니 그정도 고생은 참으셔야지요.
아무튼 축하하네. 부산에 홀아비 위문차 한번 가야겠구먼. 병일
지금이 찬스니까 아마 스케쥴을 짜가지고 위문단을 맞이 해야할 것같네요. ㅋ.ㅋ
예...이 영화를 본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