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 임명식
하노이 목장 운기연 청년
안녕하십니까 하노이 목장의 목자로 임명된 윤기연입니다.
우선 많이 부족한 저를 목자의 자리에 세워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올 한해를 청년2부의 임원으로 섬기면서 깨달은 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내년에는 청년부에서 하는 사역 안하고 쉬어야지’였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사역을 쉬면 저의 신앙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셨는지 바로 목자로 섬기게 하셨습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예전의 저의 신앙은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모태신앙이었지만 주일학교는 친구들을 만나러 가거나 피시방을 가기 위해 갔었고, 사춘기를 거치면서 고1 때는 교회를 가지도 않았습니다. 고2 때 교회 가지 않으면 용돈을 끊는다는 엄마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다시 교회에 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예배를 드리기 위해 간 것은 아니었고, 친구들과 노는 것이 좋아서 갔습니다. 또 좋은 목사님과 매주 교회밥이 아닌 국밥을 사주시는 선생님을 만나 교회에 가는 것이 즐겁고 기다려졌습니다.
그렇게 고등부에 잘 적응하여 20살이 되었고, 청년부에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청년1부와 2부가 분리되기 전이어서 같은 목장에 10살 가까이 차이나는 형, 누나들도 계셨습니다. 목장모임 시간에 나눔을 하는데 공감도 안 되고, 집중도 되지 않아 목장모임이 재미없어졌습니다. 또 삶공부를 들으라는 말에 아무 생각 없이 신청했다가 교회에 12시간 반이나 있게 되는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친구인 정민이를 따라 아무 생각 없이 초등1부 사역도 시작하게 되어서 아침 8시반에 교회를 와야 했습니다. 이러다가 큰일날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삶공부를 2주만에 포기하였고, 삶공부를 안들으니 집에 일찍 가고싶어져서 자연스럽게 목장모임에 나가는 횟수도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21살이 되었고, 코로나가 터지면서 교회에 가지 않아도 됐습니다. 또 5월에 군대를 가게 되면서 예배와 더욱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폐쇠된 상황에서 점점 세상의 것들에 다시 적응하기 시작하였고,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것들이 많은데 교회를 왜 가야하지? 하나님은 정말 계실까?’라는 의문들을 가지며 전역하였습니다. 전역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가족여행을 갔는데 저는 식사자리에서 당당하게 ‘나 성인이니까 내 인생 내가 알아서 한다? 나 교회 안갈래’라고 말했습니다. 엄마와 누나는 “얘가 뭔소리하노”하며 저를 꾸짖었지만 저는 나름대로의 논리를 펼치며 계속 밀어붙였고, 서로의 언성은 점차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또 다시 용돈을 주지 않겠다는 엄마의 말에 결국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코로나가 예전보다 안정되어 다시 예배 자리에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청년부목사님은 바뀌셨고, 전역한 저를 반갑게 맞이하여 주셨습니다. 목장식구들도 수줍음이 많은 저에게 먼저 다가와주고 목장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이 챙겨주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억지로 가는 것이기에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예배와 목장모임을 빠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저와 같은 목장이었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정말 금쪽이 그 자체였습니다. 봉헌송하는 날에 갈수 있다 말해놓고 연락을 받지 않았으며, 수련회는 당연히 가지 않았고, 시험기간이라는 핑계로 한 달 동안 교회에 가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저에게 당시 목자였던 해인이누나는 항상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물었고, 저를 위해 열심히 기도해줬습니다.
이런 식으로 1년이 지났고, 어느 날 겨울수련회 조장으로 섬겨줄 수 있냐는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저는 할 수 없다고 거절했지만 태윤이형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습니다. 조에는 저보다 어린 동생들이 있었는데, 그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조장으로 열심히 섬겼고, 집회시간에 처음으로 졸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조장으로 섬기면서 ‘앞으로 예배 때는 절대 졸지 않아야지’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점점 설교말씀도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겨울수련회 이후에 목사님 댁에서 목장 식교제를 하였는데, 목사님께서 올해 입교랑 생명의 삶을 들어보라고 말씀하셨고, 저는 생각을 해보겠다 말했지만 순종하며 한 달 사이에 입교와 삶공부 신청을 모두 하였습니다. 그 해에 있던 여름수련회도 참석하여 다시 한 번 조장으로 섬겼고 이전의 수련회보다 더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였고, 하나님께 저를 포기하지 않고 붙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했습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저는 다시 섬김의 자리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군대를 가며 내려놓았던 초등1부 사역팀에 다시 들어가게 되었고, 올해는 청년2부의 임원으로 섬기게 되었습니다. 또 여름에는 필리핀 뚜게가라오 단기선교를 통하여 일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며 하나님께서 살아 계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임원의 임기가 끝나갈 무렵, 목자인 태윤이형이 저에게 하노이의 목자로 섬기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겨드리며 인도하시는 대로 순종하자’는 마음으로 목자로 섬기겠다고 말했습니다.
신기하게도 결단한 이후부터 목원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연락도 잘 안되고, 예배도 잘 안나오는 목원들이 그저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이기만 했고, 무엇보다 예전의 저를 보는 것만 같아 더 애틋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는 ‘아 내 목자였던 사람들은 진짜 대단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그들이 줬던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들에게 받은 사랑이 너무 커서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며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또 나른 목장 시절, 저의 농담과 장난을 잘 받아주었던 수정이, 성연이, 연지, 채원이, 하민이형, 현호 덕분에 목장모임이 즐거웠고, 목장과 함께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목원들을 위해 항상 기도하고, 제가 받았던 과분한 사랑을 흘려보내며, 목원들의 말에 귀기울이는 친근하고 다정한 목자가 되겠습니다. 지금까지 부족한 저의 간증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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