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인가 제석천의 군대가 적에게 밀려 패배를 거듭했다.
적은 다름 아닌 아수라왕(=불교에서 항상 제석천과 싸우는 악마)이었다.
그때였다. 제석천은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기에 새 둥지가 있다. 이대로 돌격하다가는 저 새 둥지를 모두 부수고 말 것이다.
새들의 둥지를 부수느니 차라리 내가 아수라왕의 손에 잡혀 죽는 편이 낫다."
"알겠습니다."
부하는 제석천의 명령대로 천 마리의 준마를 단 전차를 되돌렸고,
제석천의 군대는 대승을 거두었다.
<산유타 니카야>
여기에는 '새 둥지'로 적혀 있지만 다른 경전에서는 '가루라의 새 둥지'로 되어 있다.
가루라는 인도신화에 나오는 거대한 새다. 혹은 새 둥지 대신에 몇 만 마리의 개미가 도로를 횡단하고 있었다고 전하는 경전도 있다. 제석천은 자신이 도망가는 길에 놓인 약한 생명체를 보고 자신이 그대로 도망치면 그 약한 생명이 희생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들을 구하기 위해 차리리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아수라왕은 도망치던 제석천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자신을 향해 달려오자 겁을 먹고 오히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제석천은 '법(法)'에 따라 이겼다."라고 석가모니는 제자들에게 설법했다. 법에 의해 이긴다는 것은 '진리', '이치'에 따라 이긴다는 뜻이다. 제석천의 마음속에 있는 약한 자에 대한 자비심이 그를 승리로 이끈 것이다.
사실 이 이야기는 인도의 신화가 배경이다.
그 배경을 알지 못하면 이 이야기의 진짜 '의미'를 알 수 없다. 인도신화에는 인드라와 아수라라는 두 신이 등장한다.
인드라는 '힘의 신'이고, 아수라는 '정의의 신'이다. 인드라는 불교에서 말하는 제석천, 아수라는 불교의 아수라왕이다.
아수라에게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이름을 '스쟈'라고 한다. 신들의 세계에서 그녀는 최고의 미인이었다. 그녀의 아버지 아수라는 딸을 인드라에게 시집보내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청년 인드라에게 호의를 갖고 있었다. '정의의 신'인 자신의 딸과 '힘의 신'인 인드라가 결혼하면 아주 이상적인 부부가 탄생할 거라고 아수라는 생각했다.
그런데 인드라는 힘의 신이어서 호방한 성격에 방약무인(傍若無人)한 태도를 지녔다. 어느 날 인드라는 거리에서 스쟈를 보고 첫 눈에 반하고 말았다. 그는 힘으로 그녀를 범하고 자신의 궁전으로 데리고 와 버렸다. 인드라는 그녀의 미모에 분별력을 잃고 그만 대형사고를 치고 만 것이다. 스쟈의 아버지인 아수라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아수라는 진작부터 인드라에게 호의를 품고 있었던 만큼 그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는 인드라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무기를 들고 인드라에게 도전했다. 그러나 가엾게도 아수라는 '정의의 신'인 만큼 도저히 '힘의 신'에게 대적할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당연히 아수라는 패배하고 말았다.
그러나 한 번의 패배로 그렇게 쉽게 물러날 아수라가 아니었다.
분노가 너무나 큰 나머지 아수라는 두 번, 세 번, 아니 몇 번이나 인드라에게 도전했다. 아수라는 인드라와 싸워 몇 번을 져도 그래도 집요하게 싸움을 계속했다. 그 결과 그와의 싸움이 귀찮아진 인드라는 마침내 아수라를 신의 세계에서 영원히 추방해 버렸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싸움에서 이긴 인드라를 '제석천'이라 하여 호법의 선신(善神)으로 했다. 한편 패배한 아수라는 '아수라(阿修羅)' 혹은 '수라'라고 불리며 악마의 신(4악도: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이 되고 말았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인드라--'힘의 신'----제석천------------호법의 선신
아수라--'정의의 신'--아수라(혹은 수라)---악마의 신
아수라의 딸 스쟈는 나중에는 인드라와 금슬 좋은 부부가 되었다.
처음에는 폭력으로 그녀를 범했을지 모르지만 훗날 행복한 부부가 되었다. 그런데 아수라는 절대로 제석천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아수라는 '정의의 신'이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정의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에게는 스쟈의 현재의 행복보다도 정의를 위반한 제석천의 과거지사가 더 문제였다. 정의에 집착한 나머지 남을 용서할 수 없는 존재, 그것이 바로 아수라였다. 그렇다면 아수라는 악마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
아수라를 악마로 한 불교의 생각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불교는 '이기면 우리 편'이라는 사상으로 아수라를 악마로 만든 것이 아니다. 제석천에게는 약한 자를 배려하는 자상함이 있다. 새집을 지켜준 제석천의 이야기는 그의 자상함을 증명해주고 있다. 만일 도망치던 이가 아수라였다면 눈 앞에 새집이 있다고 했을 때, "상관없다. 밟고 지나가라! 그것이 정의를 위한 것이다! 정의가 사라지면 이 세상은 암흑으로 변하고 만다!" 하고 그대로 앞으로 밀고 나갔을 것이다. '정의'란, 어떤 맥락에서는 악마적이다. 제석천은 '힘의 신'이었기 때문에 약한 자에 대한 자상한 배려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의와 힘의 관계에 대해 알려준다는 점에서 제석천과 아수라의 이야기는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히로사치야 지음/김활란 옮김, [불교우화]에서-
※참고: 보시공덕 의 등급 http://cafe.daum.net/santam/IQ3g/104
서구사상의 맹점 (편리중독/투쟁중독) http://cafe.daum.net/santam/IQZL/79
첫댓글 오늘도 좋은 글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햇빛엽서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법화심님..
오늘도 좋은 하루, 내일도 좋은 하루..
날마다 좋은 나날, 생마다 좋은 생을..
정의에 집착한 나머지 남을 용서할 수 없는 존재.....한때 내 였구...현재 진행형이구
좋은 공부였습니다_()_
감사합니다, 소금인형님..
요즘 바닷가 날씨는 좀 어떠한지요?
파도가 약해 졌어요^^*
꽃향기가 좋군요 ^^
오늘도 좋은글로 마음 다잡고갑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옴 산띠,, 늘 평안하소서 _()_
제석천의 신심과 신행이야기는
여러가지를 읽었는데,
오늘 또 좋은 글 만나서 기쁜 마음,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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