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김형미 팀장님과 함께 협동조합 청강하기 1

[달마]

김형미 팀장님과 함께 협동조합 청강하기 - 1(1-3강)

김형미 팀장님이 올해 4월부터 메이지대학에서 협동조합에 대해 세미나를 듣습니다. 내용이 좋아서 관심있는 활동가, 직원들이 함께 볼 수 있게 지식게시판에 올려 놓기로 했습니다. 꼼꼼하게 읽어 보세요.

*메이지대학 대학원 정치경제학부 나카가와 유이치로교수의 [협동조합세미나]강의록을 정리하여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달치 강의록을 정리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김형미)

*나카가와 유이치로(中川 雄一郞) 약력

1946년 출생.메이지대학 농학부 졸업.메이지대학 정치경제학연구과를 졸업. 경제학박사.

현재 메이지대학정치경제학부 교수. 영국 브랫드포드대학 평화과학부 객원연구원.일본의 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 부설연구소인 협동총합연구소 이사장. 영국협동조합학회 회원.

저서-[영국협동조합사상연구(일본경제평론사, 1984년)], [협동의 선택-과거,현재, 그리고 미래(공저, 생활저널사,1994년), [노동자협동조합의 새로운 지평-사회적 경제의 현대적 재생(공편저, 일본경제평론사,1996년), [생협은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대월서점, 2000년)], [사회적 기업과 커뮤니티의 재생(일본경제평론사,2003년)] 등

[4월13일 제1강]

올해 협동조합세미나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책을 가지고 진행하고자 한다. 1학기때는 본인의 저서 [사회적 기업과 커뮤니티의 재생].

2학기 때는 [The Cooperative Movement-Globalization from below]

전서는 2001년 본인의 영국의 사회적 기업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집필한 책인데 1판이 동이 나서 2판을 새로 찍고 있다. 2판엔 스코틀랜드 사회적 기업(Social Firm)을 추가했다. 최근 사회적 기업, 사회적 경제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것만 따로 떼놓고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이 왜 영국에서 정착이 되었는가? 협동조합의 역사와 전통, 문화를 무시하고 사회적 기업이 나온 것이 아니라는 걸 사람들은 잘 모른다. 영국에 가서 조사하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1학기때는 사회적 기업이 탄생하기까지의 협동조합의 역사를 다룰 것이다.

[The Cooperative Movement]은 올해 4월에 발간된 신서인데 읽어보니 상당히 괜찮다. 저자는 협동조합연구자가 아니다. 미국의 레기스대학의 사회학교수이다. 저자는 멕시코 마야인들의 생활개선을 위한 지역개발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는데 NAFTA후 마야족 생산자협동조합이 재배하던 커피콩의 수매가격이 한없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이런 흐름에 대한 대항책이 없는지 고민하다가 이 책을 썼다고 후기에 쓰여있다. 목차 구성을 보니

1. 역사와 이론(협동과 경쟁, 개인적 노력은 어떻게 다른가?),

2. 스탠더드 경제모델과글로벌라이제이션

3. 사례연구-동남아시아(협동과 소액금융), 인도의 협동조합운동, 몬드라곤, 라틴아메리카의 협동조합운동(푸에르토 리코의 협동조합)을 실제 발로 뛰어 다니면서 조사했다.

4. 장차 협동조합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전망)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1부 역사와 이론을 쓰는데 협동조합학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다는 존스턴 버챌(Johnston Birchall)의 책을 하나도 인용하지 않고 집필했다는 것이다. 존스턴 버챌의 [Co-ops; the People's Business(1994)], [The international Co-operative Movement(1997) ]은 협동조합연구자들에겐 조회가 가장 많은 교재이다. 물론 버챌은 1995년 맨체스터의 ICA100주년 대회를 주관하기도 한 협동조합운동 운동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버챌 및 내가 아는 협동조합연구자들의 문헌은 일체 참고도 안했다. 그래서 기대가 되기도 하다. 오히려 그동안 협동조합연구자들이 놓쳤던 시점이 제기될 수도 있지 않을까? 또한 문제의식도 현재진행형이다. [글로벌라이제이션 하에서 협동조합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같이.

현재 협동조합이 가장 약동하는 곳은 중남미, 아시아에선 중국과 인도이다. 그러나 협동조합이 세계적인 지위를 얻고 있는 곳은 서유럽, 일본, 캐나다이다. 미국엔 새 세대형 작은 농협들이 새로 부상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선 소액금융(micro credit)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아프리카는 세계 평화를 위해 절대적으로 중요한 지역인데도 그 지역의 협동조합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서유럽에도 거의 없다. 특히 일본은 거의 없다. 북아프리카의 아랍계 아프리카의 협동조합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조금 있다.

에피소드를 조금 이야기하자. 일본의 협동조합운동은 세계적으로도 평가받고 있고 또 ICA에는 스웨덴 다음으로 돈을 많이 내는데 ICA임원중엔 일본인은 없다. [內弁慶]이란 속담도 있듯이 일본인들은 자기들 안에서만 통하는 경향이 크다. 또 영어를 못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그래서 ICA에서 임원을 하라고 권해도 스스로 사양하고 일체 돈도 안내는 중국이 부이사장을 맡는다. [신념을 토로할 수 있는 국제인을 키워라]는 조언은 협동조합운동 분야에서도 통한다.

2005년 2001년에 이어 다시 런던에 가서 사회적 기업을 시찰했다. 이 때 여성들만의 Community Enterprise를 시찰했다. 그 곳은 방글라데시, 소말리아이민이 많은 지역으로 이들이 자립하기 위한 기업이었다. 대부분 이슬람교도인데 남편들은 실직상태이고 지역생활은 집에 틀어박힌 남편들 대신 여성들이 나가서 의사결정을 하고 스스로 고용을 창출하기 위한 창업을 했다. 이 때 자금이 필요했는데 이걸 그라민은행 방식으로 해결했다. 소액금융하면 동남아시아의 개도국의 빈곤지역에서 실천하는 한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인데 선진국에서도 소액금융은 대단히 유효한 수단으로 보급되고 있다. 또 스코틀랜드로 가서 스코틀랜드의 사회적 기업(Social Firm)을 시찰했다. Social Firm 역시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의 일부이다. 내가 시찰한 곳은 이탈리아의 사회적 협동조합B형(정신장애자의 사회경제적 자립을 목적으로 한 협동조합)을 모델로 한 것이었다. 여러 사업들 중에서 이들이 운영하는 호텔에 묵었다. 이 호텔은 5성급호텔로 2004년 영국의 우수한 호텔목록(Guide to Good Hotels2004)에 포함될 정도로 서비스가 훌륭했다. 장애자의 공적 부조 급여금 이외의 수입은 일본에선 월 1만 엔 수준이라 한다. 그것도 신체장애자, 정신지체자와 같이 겉으로 판정가능하고 드러나는 장애만 인정한다. 과식증, 거식증, 리스트커트(자기상해), 통합실조증과 같은 정신장애자는 현대사회에 늘기만 하는데 이들에 대해선 사회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들을 보호대상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 사회가 포괄하여 이들의 경제사회적 자립이 가능한 사업을 일으키는 것. 이것이 스코틀랜드의 사회적 기업이 주력하는 분야였다. 이 분야에 관해서는 일본에선 이제야 겨우 [Social Firm 연구회]를 만들어 가능성을 타진하는 정도이나 이미 이탈리아에선 70년대 중반부터, 그리고 독일과 영국에서는 8,90년대 실천이 시작되었다. 이탈리아에선 B형 사회적 협동조합(30%이상의 장애자를 고용해야 한다는 법 조항있음), 독일에선 NGO및 교회조직의 실천이 강하다. 영국에선 사회적 기업이 자주적으로 25%이상의 장애자를 고용한다고 규정해서 실천하고 있다. 다음 리플렛을 읽어보길 바란다. 오늘은 이상.

*영국의 Social Firm-사회적 기업으로서의 과제와 전망

(나카가와 유이치로)

1. 시작하는 글

다음은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발행되는 [에딘버러 이브닝 뉴스]지의 2004년 11월 9일 기사이다.(Alan Roden기자 작성)

Forth Sector Scotland (www.forthsector.org.uk)는 에딘버러시에서 고용된 노동자들 중에서 약 5천 명이 취업 중 정신적 질병을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딘버러의 대기업에 고용된 노동자의 정신적 이유에 의한 결근의 최대원인은 정신적 건강문제라고 이들은 말하고 있다. Forth Sector(제4부문이란 뜻이 아니라 에딘버러시 중심가를 흐르는 강이름이 Forth이므로)는 자신들을Social Firm이라고 하면서 정신장애가 있거나 노동시장에서 불리한 조건에 있는 자들을 지원하기 위하여 고용기회를 제공하는 중소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사장 케빈 로비씨는 우리들은 상업적으로 존속가능하며 우리들조차 고용하지 않는다면 취업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유연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사업체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우리들은 항상 장애를 안고 있는 노동자가 구성원의25%이상이 되도록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고 있다.

1981년 the Edinburgh community Trust로서 설립된Forth Sector는 3개의 섹션-고용/사업/개발-로 나뉘어 일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Social Firm은 1)직원의 1/4이상이 장애자일 것 2)소득의 50%이상을 시장의 재화와 서비스판매에서 얻을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Forth Sector의 6개의 기업은 현재 약 70명의 정신적 장애자를 고용하고 있다. 이들 사업체는 호텔, 비누제조공장, 목공예, 세탁소 등이다. 이들은 우울증, 정신불안, 통합실조증, 조증, 섭취장애, 자기상해 등을 행하는 자들이다.

로비이사장은Forth Sector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육성하는 노동문화 속에서 정신장애를 지닌 자들이 사회적 배제를 극복하고 서서히, 그리고 지원을 얻으면서 고용으로 복귀하는 사이에도 중점 능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당사자의 회복과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확실한 기초를 준비하는 것이다].

Forth Sector는 사업에서 얻은 잉여를 개인들 사이에서 분배하지 않고 더욱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투자한다.

보수당의 대처정권시대에 탄광폐쇄가 연달아 실업자가 넘친 스코틀랜드는 사회적 기업의 선진지역이기도 하다. 원래 교사였던 로비이사장은 [영리우선인 일반기업과는 반대로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여 높은 수준의 급여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사업에 대해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다고 일반기업이 비판하기도 하나 로비이사장은 [입원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고용되어 일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사회보장비 절약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반론한다. Forth Sector의 운영자금의 60-80%는 사업수입, 나머지는 정부 및 지자체의 보조금이다. 현재 에딘버러시의 정신장애자 환자 5천 명(추정) 중Forth Sector가 운영하는 기업 4곳이 고용하는 자들은 150-200명이다.

Social Firm(사회적 기업)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협동조합과 사회적 일자리, 소액금융과 같은 맥락의 사회적 기업의 모델

2)장애자 고용을 창출하기 위한 사업체(기업)

3)장애자를 시민으로서 통합하기 위한 그들의 경제적, 사회적 자립을 지원하는 사업체

4)이를 위해선 그들에게 시장임금 수준의 소득(경제적 동기부여,economical empowerment)을 보장하는 사업체

5)직장에서 고용된 장애자들이 유능하게 업무를 구사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사업체

6)시장지향과 사회적 사명을 결합시킨 사업체

7)중심적 가치는empowerment(능력계발?)/고용/기업

그러나 이러한 특징을 지니는 것으로 설명할 수는 있으나 Social Enterprise랑 마찬가지로 바로 이것이 사회적 기업의 정의다! 하는 정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직 역사가 짧고 현실적으론 다양한 실천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의 특징은 1997년 사회적 기업을 펼치는 몇몇 단체들 사이에서 확인된 것이며 이 운동의 모델은 1960년대 이탈리아에서 전개된 [정신의료민주화운동The Movement for Democracy in Psychiatry]과 노동자협동조합인 B형 사회적 협동조합운동에 기원을 둔 것이다.

2. 이탈리아의 사회적 협동조합

1960년대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정신의료민주화운동은 정신의료서비스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왔다. 무엇보다도 트리에스테에서 일어난 이 민주화운동의 결과 정신의료서비스 분야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시스템이란 약 500명의 정신의료환자가 협동하여 출장요리, 농업생산, 패션, 출판 및 관광과 같은 다양한 사업 활동에 참가하는 것이었다. (이탈리아의 B형 사회적 협동조합은 2000년 기준으로 약 4만 명을 고용, 사업금액은 5억 9천만 유로임) 이 운동은 80년대 후반에 영국에도 서서히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발병한 환자가 단기체재 가능한 소규모 시설, 의료직원과 함께 식사와 담소를 즐길 수 있는 편안하고 가정 같은 소규모시설을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환자의 정신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선 사회적 환경을 개선하는 것의 중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했다. 영국에선 이 무렵 극소수이나 Social Firm이 설립되기 시작했다.

한편 이탈리아에서 사회적으로 새로운 협동조합을 위한 시도는 1970년대 말-80년대 초반이었다. [이하의 내용는 주로 타나카 나츠코씨의 [이탈리아 사회적 경제의 지역전개(일본경제평론사,2004년)을 주로 참고함]

당시 복지서비스를 담당하는 협동조합은 몇몇 있었으나 장애자, 고령자, 노숙자, 이민, 약물의존증자, 장기실업자 등의 새로운 빈곤문제가 사회적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선 협동조합도 새로운 형태의 조직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가톨릭 계통 협동조합연합조직인Concoop에서 생겨났다.(이탈리아의 협동조합전국조직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3개임) 1981년 교황 요한바울로 2세는 [일하는 자들은 자신의 노동에 기초를 둔 공동소유자이기도 하다]고 발표하면서 자본에 대한 노동의 우위,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목적을 지닌 광범위한 중간조직의 활성화, 이들 조직의 자율성과 커뮤니티에서의 공동이익의 추구, 그리고 모든 인간의 존엄과 발전을 보장하는 구체적인 모습으로서 협동조합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가톨릭사상과 협동조합사상의 공통점과 새로운 빈곤문제에 대한 대처를 위한 [사회적 연대협동조합]이란 정체성이 서서히 형태를 드러내게 되었다.

한편, 진보계열의 협동조합연합조직인 레가(LEGA)도 새로운 협동조합에 대해 대응하기 시작했다. 레가는Concoop의 사회적 연대협동조합에 [차별 없는 생산과 노동협동조합]을 대치시켰다. 이는 1978년 이후의 정신병자의 탈 병원화라는 흐름 속에서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자들을 노동을 통한 사회복귀라는 과제를 실현하고자하는 움직임을 반영한 것이었다.

새로운 빈곤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협동조합의 흐름을 타나카는 다음과 같이 유형화하였다.

1)사회적 연대협동조합복지, 의료서비스의 제공, 또한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사람들의 노동참가(일시적 노동도 포함)를 촉진한다.

2)차별이 없는 생산과 노동협동조합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자들(정신장애자를 포함)의 항시적인 노동참가를 촉진한다.

3)복지서비스 협동조합복지전문직을 조합원으로 삼는 생산/노동협동조합의 한 형태로 활동목적은 전문적으로 질 높은 서비스의 제공과 복지전문직 조합원의 일자리 확보.

이 유형 중 1)은 A형과 B형 혼합사회적협동조합, 2)는 B형 사회적 협동조합, 3)은 A형 사회적 협동조합의 원형이 된다.

3.이탈리아 사회적 협동조합의 법제화 흐름과 논점

이리하여 1970년대 말-80년대 전반에 펼쳐진 3유형의 새로운 협동조합운동이 진전되었다. 이들의 수는 1980년대 말에는 1천 개를 넘을 정도로 성장하였다. 이들의 법제화운동은 중앙정부보다 먼저 지방정부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을 대상으로 한 제도정비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여 전국적으로 사회적 협동조합의 법제화운동과 토론이 활발해졌다. 법제화운동은 먼저Concoop의 의뢰를 받은 기독교민주당의 맛타렛리 하원의원이 1981년 법안을 상정하여 심의에 들어갔으나 심의되지 못한 상태에서 동의원은 1987년 재차 법안을 상정하였는데 이에 대해 이탈리아공산당(현재 좌익민주당)이 별도 법안을 제출하여 양자가 경쟁하는 병합심의인 상황이 되었다. 1991년 양자의 합의가 이루어져 [국법제381호-사회적 협동조합법]이 성립하게 되었다.

이 때 논쟁의 대상이 된 점은

첫째, 민법상으론 [共益조직]으로 규정되어 원외이용이 금지된 협동조합이 한편으론 [조합원의 이익과 함께 지역의 보편적 이익의 충족을 위한 논거]가 무엇이냐 하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사회적 협동조합은 일반적인 협동조합에 비하여 보다 광범위한 公益性을 담당할 특수한 존재로서 철저하게 비영리성(이익의 분배 없음, 한정적인 출자액, 자발적인 무보수활동 조합원 중시)]과 함께 세제도상 우대조치를 조직적 특징으로 한다]는 것으로 합의되었다.

둘째, [자발적인 무보수 조합원 활동의 위치]이었다. 기독교민주당의 초안에는 자발적인 무보수활동 조합원의 존재를 50% 이상 포함할 것이 포함되었으나 레가는 [무보수조합원의 존재를 주된 구성요소로 할 경우엔 기업성, 전문성의 확보와 모순되며 또한 암노동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 반대하여 최종적으론 조합원의 자발적 무보수 활동 비율을 [최저 50%]가 아닌 [최대 50%]로 하였다.

세째, [연대]라는 표현을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Concoop가 주장하는 [사회적 연대협동조합]이란 표현에는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는 인간들의 인간다운 발달과 사회참가 보장을 목적으로 한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레가 및 이탈리아공산당은 [사회적 협동조합의 사명으로서 전문적은 집단에 의한 질 높은 서비스의 제공을 중시]함을 강조하였다. 양자의 합의에서 결과적으로 연대라는 표현은 삭제되었으나Concoop가 주장하는 내용은 법안의 제1조에서 반영하게 되었다.

네째, [노동을 통한 사회참가]에 관한 판단이다. 81년Concoop에서 제출한 법안은 [곤란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필요에 응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은 것에 지나지 않았으나 80년대 중반 이후엔Concoop나 레가 양자 모두 [살기 힘듦(새로운 빈곤문제)]과 사회적 불이익을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서 노동에 한층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미Concoop 산하의 협동조합에선 직업훈련, 견습과 임시고용과 같은 형태의 노동참가를 실현하고 있었으며 레가도 장애자가 항시적으로 안정적인 취업을 통해 사회참가를 이룰 수 있도록 방침을 내건 상태였다. 이리하여 양자는 노동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다음의 세 가지 정책적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

1)조직 구성원 중 일정 비율을 장애가 있는 노동자로 구성할 것. 이 경우 장애란 카테고리 속에는 복역 중인 구류자나 약물 의존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2)장애를 지니고 있는 자를 직장에서 받아들이기 위한 사회적 제경비는 세제우대 조치 같은 공적 대응으로 한다.

3)이러한 협동조합에 대해서 지자체는 녹화, 청소, 정보화, 경비와 같은 분야에서 업무위탁을 한다. 또한 이 경우에는 통상 공공사업에서 요구되는 [최저가격원칙]을 절대조건으로 삼지 않는다.

이러한 정책합의를 이룬 양자는 논쟁을 통해 법제화에 대응해야 할 주장을 서로 맞추어 본 결과 사회의 보편적 이익이란 공통목적을 확인하고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1991년에 사회서비스의 공급(A형)과 노동참가 촉진(B형)을 위한 [사회적 협동조합에 관하 법률 제381호]를 10년을 넘겨 성립시키게 되었다.

이 사회적 협동조합법의 제1조는 다음과 같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이하에 의하여 개인의 인격적 성장을 촉진하고 사람들을 분리시키는 것이 아닌 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함으로써 커뮤니티 전반적 이익을 추구할 목적을 지닌다. 즉,

a)사회/보건서비스, 복지서비스 및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의해,

b)불리한 조건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고용을 제공하는 목적으로 다양한 사업 활동을 농업, 공업, 상업 또는 서비스형태로 실행하는 것에 의해.

이처럼 제1조에는 사회적 협동조합은 [커뮤니티의 전반적 이익]을 추구하는 협동조합임을 명시하고 있다.(중간 생략)

이상과 같이 1991년에 이탈리아에서 획기적인 사회적 협동조합법(법률 381호)이 성립함으로써 새로운 빈곤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협동조합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확충되어졌다. 이는 사람들이 [지방, 지역의 문제]에 대하여 [지방, 지역의 해결책]을 찾아서 사업과 운동에 참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생활과 노동을 주체적으로 조절하려는 경향과 연동하는 것이다. 영국의Social Firm은 이러한 경향의 하나로서 나타났다. 이탈리아의 B형 사회적 협동조합이 직원 중에 장애자를 30% 이상 고용해야 하는 것처럼Social Firm은 구성원의 25%이상의 장애자 고용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에 최근의B형 사회적 협동조합에 대해서 토렌토대학 비영리기업개발연구소의 카를로 보르자가/모니카 로스의 연구 [이탈리아에 있어서 취업지원 사회적 기업 Work Integration Social Enterprise in Italy]를 참고로 조금 기술하고자 한다.

4. 이탈리아의 취업지원을 위한 사회적 기업

이탈리아의 장애자 고용정책은 1968년 법률 제482호의 의무적 고용, 즉 종업원 35인 이상의 기업이나 공공단체는 종업원 전체의 15%에 상응하는 장애자를 고용할 것이란 정책에 의거하여 추진되었는데 별로 효과가 없었다. 이에 이 법률보다 더욱 효과적인 새로운 법률이 성립되었다. 1998년 성립된 법률 제68호는 기업에 있어서 장애자 고용비율을 낮춤으로서 (종업원 50명 이상의 기업인 경우엔 종업원 전체의 7%로, 종업원 15-35명인 기업은 장애자 1명을 고용, 36-50명인 기업은 장애자 2명을 고용) 적절한 고용을 창출하게끔 하는 [고용목표원칙]을 도입했다. 또한 고용에 관한 주지자체(광역지자체)의 권한을 하위의 시군구 지자체(기초지자체)로 이양하고 지역에 밀착하여 장애자가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다양화하였다. 이러한 장애자 고용정책의 개혁과 앞에서 기술한 정신의료 민주화운동의 탈 시설화 흐름이 확대되어 사회적 협동조합운동에 이르게 된 것이다. B형 사회적 협동조합은 유럽연합에선 [노동통합의 사회적 기업]으로 간주된다. 이는 정부의 의무적 고용이란 법률적 정책과는 달리 불리한 조건에 놓인 자들을 완전히 생산적으로 통합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사회적 협동조합은 발전과정으로 노동통합을 위한 지속적인 직업훈련에 비중을 두고 있다. 보르자가는 [B형 사회적 협동조합은 노동시장정책 영역보다는 사회정책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된다]고 파악한다. 2004년-05년에 걸쳐 이탈리아전국통계국(ISTAT)는 사회적 협동조합에 대해 2003년 12월31일 기준으로 2차 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에서 6,159개의 사회적 협동조합이 활동하고 있는데 그 중 A형은 3,707개(60.2%), B형은 1,979개(32.1%), 통합형이 249개(4.0%), 그리고 사업연합조직(콘소르치오)가 224(3.6%)였다. 이 중 1991년 법률제정 후에 설립된 조합이 60%이상을 차지했다.

또한 사회적 협동조합에 유급으로 종사하는 인원은 약 19만 명(1조합 당 30.7명). 이 중 조합원인 노동자 스탭이 16만1천 명. 협동계약 노동자(피고용 노동자)가 2만 8천 명. 무보수로 종사하는 인원 3만 2천 명 중 양심적 병역 거부자가 약 4천 명이다. 사업금액은 전체 약 45억 유로(약 7조 원)으로 A형은 1조합 당 평균수입이 77만 유로, B형은 1조합 당 평균수입 47만3천 유로, 사업연합조직인 경우는 평균200만 유로이다.

이러한 운동은 이탈리아 내부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유럽통합이 진행됨에 따라 이탈리아의 운동을 유럽으로 확산되어 특히 영국에서는Social Firm로 전개되었다.

5. Social Firm의 과제와 전망

영국에서Social Firm이 설립된 것은 1980년대로 비교적 새로운 비영리/협동 기업이다.

그 수도 2005년 현재 120개 정도로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현재 맹아적 단계의Social Firm은 70개가 되며 1997년엔 영국Social Firm지원센터. 1999년엔 이 분야의 연합조직Social Firm UK가 창설되었다. 후자는Social Firm의 설립과 진흥, 지원을 위한 활동을 목표로 하는데 이 조직의 활동으로Social Firm의 목적과 목표, 지원방법, 기업가치 등 이른바 사회적 위상을 명확히 할 수 있게 되었다. 2005년엔 49개의Social Firm과 70개의 맹아적Social Firm이 생겨났다. Social Firm UK은 새로운Social Firm UK이 설립될 때 3개의 중심 가치-기업/고용/엠파워먼트(동기부여)를 중심에 놓고 운영하도록 지도한다.

1)기업(Enterprise)- Social Firm은 시장지향과 사회적 사명을 묶은 사업체이다. Social Firm 부문의 2005년 수입실적을 보면 그 중 65%가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한 사업 활동에서 얻어졌다.

2)고용(Employment)- Social Firm은 모든 노동자 스탭을 지원하며 이들의 노동환경은 스탭 모두에게 생활지원, 목표달성의 기회와 거기에 유용한 노동(일)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Social Firm 부문의 2005년 고용상황을 보면 노동자 스탭의 55%가 장애자이다.

3)동기부여(Empowerment)- Social Firm은 고용을 통한 장애자의 사회적, 경제적 통합에 관여하고 책임을 진다. 이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주요한 수단은 모든 노동자 스탭(종업원)에게 시장임금(율)의 보수를 지급함으로써 생기는 경제적 동기부여이다.

또한 이러한 중심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체크리스트작성을 도입하고 있다.

기업

Social Firm의 수입의 50%이상은 사업활동에서 얻어진다.(05년 현재 최소치는 66%임) - 필수항목

Social Firm 은 적절한 법적 신분을 지닌다.

Social Firm은 개인적 이익에 의해 경영/관리되어서는 안된다. 원격지에 사는 이해관계자는 도리가 아닌 이익을 찾으려고 해선 안된다. - 필수항목

Social Firm은 적절한 사업계획을 세우는 등 사업프로세스에 따라 거래를 실행한다. - 필수항목

Social Firm은 장애자 고용목적을 반영한 규칙, 지도 원리를 작성한다. - 필수항목

Social Firm은 주요목적으로서 사업을 지탱하는 경영구조를 지닐 것 - 필수항목

Social Firm은 자립하고 있다. 의사결정과 관리는 그 노동자 스탭(종업원)과 피고용 노동자위원회의 의무이다. - 요망항목

고용

노동자 스탭(종업원)의 25%이상이 장애자이다(정신적 장애 포함) - 필수항목

모든 종업원은 고용계약및 법정, 또는 그 이상의 시장임금계약을 체결한다. - 필수항목

고용계약형태(정규/계약/임시)에 관해서는 장애자, 비장애자 평등하다. - 필수항목

Social Firm은 종업원이 자신의 성장과 조직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설정한다. - 필수항목

Social Firm은 종업원 및 이해관계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고용주로 인식되어야 한다. - 필수항목

Social Firm은 기회의 평등, 건강 및 안전에 관해 적절한 조치와 정책을 강구할 것필수항목장애자는 필요하다면 합리적 조정을 거쳐Social Firm의 모든 차원에서 고용된다. - 요망항목

엠파워먼트

합리적 조정은 조정의 필요가 있는 노동자를 위한 것이다. - 필수항목

종업원의 성장은Social Firm의 최우선 과제이다. 이를 위해Social Firm은 각 스탭의 능력과 잠재가능성을 중시하고 활용한다. - 필수항목

종업원은 자신의 노동환경을 통제하도록 권장된다. - 필수항목

Social Firm은 종업원에게 비밀준수 의무가 있음을 설명한다. 종업원이 공유해야 할 정보가 있다고 동의한 경우엔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 필수항목

Social Firm은 장애가 있는 종업원의 직업훈련을 중시한다. 학습과 사회적 능력발달을 중시한다. - 필수항목

Social Firm의 사업조직은 종업원이 사업상 의사결정에 참가하도록 하며 참가를 장려한다. - 필수항목

Social Firm은 사회적 회계와 사회적 감사를 실행한다. - 요망항목

이러한 기준을 설정하여 사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Social Firm의 고용 유지력이 높은 점은 주목할 만하다. 2004년 이 부문에 종사하는 모든 종업원들 중에 부문을 떠난 비율은 7%에 불과했다. 2005년엔 Social Firm부문에 종사하는 종업원은 전체 1,550명이며 새롭게 직업훈련을 받는 수강생들은 1,100명 정도인데 이들 대부분이Social Firm 부문에서 취업하길 원한다고 한다. Social Firm의 80%는 서비스산업이며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틈새시장에 한정되어 있고 수입규모도 10만 파운드에서100만 파운드 정도로 적다. 이러한 현상을 타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또한 지역적 편중도 있다. 스코틀랜드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런던, 사우스이스트, 웨스트미드랜드에 한정되어 있다.

마지막으로Social Firm의 준거법인데, [담보보증유한회사법(CLG)]와 채리티법에 의거하고 있으나 사회적 기업을 위한 새로운 법률인 [커뮤니키이익회사법(CICs법)]과의 관계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지자체에 의한 보조금 등 공적 자금에 의존하는 것을 될 수 있는 한 피하려고 하는 만큼 사회적 투자가에 의한 자금이나 사업이익을 기초로 하는 경영구조를 구축하는 것도 커다란 과제이다.

이러한 과제를 지니고 있으나Social Firm은 장애자가 노동시장의 임금률로 보수를 받아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자립할 것을 목표로 삼은 실천을 착실히 진전하고 있다. 본문에 소개한 에딘버러의 Forth Sector는 명확한 실례이다. 앞으로Social Firm은 영국의 사회적 기업섹터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이상)

[4월20일 제2강]

오늘은 여러분께 영국의 사회적 기업에 대해 취재한 아사히신문 기사를 배포한다. 영국에는 자선단체가 6,70만 개 정도 있다. 일본의 NPO가 현재 3만 정도라면 얼마나 많은 시민들의 단체가 많은지 알 수 있다. 자선단체라 해서 종교단체나 구제단체만 연상하면 안 되고 사회적 일자리, 사회적 기업, 커뮤니티 협동조합 등을 모두 포함해서 자선단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이 단체들이 모두 채리티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런던의 이스트엔드지구가 있다. 이민자가 주로 거주하는 지역이다. 영국의 이민자는 현재 약 2백만 명을 넘었다. 이 지역은 특히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소말리아에서 온 이민자가 많고 실업률은 40%정도였다. 이민자는 대부분 이슬람교도이고 모국에서 영어교사를 했다 하더라도 교사자격증이 영국에서 통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남자들은 실직자가 많다. 실업률이 높은 지역은 자연 범죄다발지역이 된다. 인간은 실직이 오래되면 무책임해지고 도덕심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참고로85년 유학하던 당시 영국의 젊은이의 실업률이 24%였다.) 이슬람 남자들은 실직한다고 해서 가정살림을 한다거나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안한다. 그러나 여성들은, 특히 아이를 가진 젊은 여성들은 필사적으로 영어를 배우고 밖에 나가서 뭔가 일을 찾는다. 여기에 Account3라는 여성자립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커뮤니티 비지니스)가 생겼다. 또한 [오즈의 마법사]라는 사회적 기업으로 생겨난 레스토랑을 가보았더니 대단히 독특한 게 교회를 빌려서 레스토랑을 연 것이다. 이 곳은 일요일은 영업을 안 하고 대신 평일은 레스토랑으로 영업을 한다. 이 사업을 추진한 것은 선더랜드의 사회적 기업의 연합조직인 S.E.S. 종업원은 7명의 이민자여성들로 풀 타임근무 2명, 나머지 5명은 파트타임이다. 처음엔 7명 모두 생활보호대상자였으나 지금은 모두 세금을 내고 있다.

세금을 내는 것에 대해 이들은 지역에 공헌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역력했다. 식당은 잘 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신선한 과일 주스가 이익이 많이 남는다고 한다. 무려 70%가 이익이라니, 먹을거리분야에서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은 참고할 항목이다. S.E.S는 [오즈의 마법사]의 성공을 가지고 새로운 사회적 기업의 컨설던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이민자 여성, 저소득층 여성들에겐 인터뷰 요령, 이력서 작성 요령, 식당 운영의 노하우 등을 카운슬링 한다. 실업률이 줄어들면 지역경제가 좋아진다. 실제로 영국의 실업률은 1995년에 비해 2005년은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여기엔 사회적 기업의 역할이 크다.

내가 아는 영국의 사회적 기업 활동가 중에 마가렛 엘리오트란 여성이 있다. 남편은 주택협동조합의 매니저를 하는 활동가로 마가렛은 2번이나 사회적 기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그러나 2번의 실패를 실패로 끝내지 않고 교훈을 배워 새롭게 SHCA(Sunderland home care association)이란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는 이민자 여성, 빈곤층 여성을 케어노동자로 고용하여 재가 복지사업을 펼치는 것이다. 175명의 종업원이 있는데 165명은 여성이고 10명이 남성이다. 그런데 여기서 일하는 스탭들의 얼굴에는 자부심과 열정이 가득하다. 자신의 노동이 지역복지에 공헌하다는 실감이 있는 것 같았다. 인건비 등 경비이외에는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여 고용창출과 지역복지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SHCA의 성공을 벤치마킹하여 쉐필드에선 6개의 복지협동조합(care cooperative)이 생겨났다.

마가렛은 자신들의 사업이 지역사회의 질(quality of community)을 높인다고 강조한다.

[지역사회의 질을 높인다]라고 할 때 이 quality란 표현은 구체적으로 어떤 뜻일까?

예를 들어 삶의 질(Quality of life)이라고 할 때 중요한 건 사람에게 선택지가 많이 있고 자유롭고 사회에 대한 배려가 있는 시민적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아버지가 성장했던 시대에는 선택지는 하나 밖에 없었다. 천황에게 충성하기 위해 전쟁터로 나가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는 삶의 질이란 높을 수가 없다. 또 community란 영어.

참 어려운 표현이다. 이걸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사회학자들 누구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물론 독일어 게마인샤프트가 영어론 commnity가 되었고 게젤샤프트는 society라는 설명도 있다. 또 요즘 일본사회에선 커뮤니티를 지역사회로 많이 표현하고 있다. 나는 커뮤니티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의 장-의사소통이 가능한 공간, 범위 등]으로 생각한다. 의사소통이 잘되려면 성, 계급, 소득에 의한 차별이 없어지고 풀뿌리운동이 활발하고 모두가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잘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를 형성하는 근본은 사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뿐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느냐에 따라 사실 시장도 새롭게 창출할 수 있다. 그 전형적인 사례가 바로 공정무역이라고 본다. 공정무역은 시민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시민으로서 어떤 경제행동을 할 것인가?하는 시민정신이 발휘된 예이다. 현실 속에서 인간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최소 경비로 최대이윤을 얻기 위해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협동조합에는 본능적으로 사회의 질(quality of community)을 높이는 역할이 있다고 본다. (이상)

[4월27일 제3강]

내가 진행하는 거버넌스 연구세미나에 참가하는 대학원생 중에 현재 TV동경의 디렉터가 있다. 이 분은 중산간지역의 활성화, 일본농촌의 재생을 위한 한 수단으로서 사회적 기업에 주목하여 이 세미나에 참가한다. 사회적 기업을 일본의 농촌에 두고 생각하면 어떤 형태가 가능할까? 하는 게 이 분의 연구 과제라고 한다. 나는 일본 농촌에선 농협의 전통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여성들이 활발하게 사업을 하기 위해선 비영리/협동경제방식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비영리는 [이익을 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이익이 없으면 사업은 지속할 수 없는데 일본에선 미국식 개념이 들어와 영리, 비영리를 중요하게 구분하는데 유럽은 그런 구분은 없다. 다만 일본에선 영리기업으로 하면 남성중심으로 되기 때문에 여성중심을 세우기 위해선 비영리섹터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영국에선 협동조합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사회적 기업이 나왔다. 협동조합(cooperative) 생산자협동조합(Worker"s coop)community coop, Social enterprise란 흐름이 나왔다. 협동조합을 공부할 때는 19세기 초창기의 흐름 속에서 로치데일의 선구자들이 배운 실패와 교훈이 무엇인지를 그 사회적 배경에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19세기 영국의 협동조합운동에서 중요한 인물과 흐름은 기독교사회주의자들이다. 예를 들면 J.M Ludlow. 이 사람은 기독교를 사회화한다(socializing christianity)는 관점에서 생산자협동조합을 주목한 리더이다. 기독교의 핵심은 적대적 경쟁이 아니라 협조적 협동이며 생활(소비) 이전에 생산이 있다고 여겼다. 한편, 같은 기독교 사회주의자이지만 E.V.neale은 소비자협동조합의 중요성을 인식해서 이 분야에서 일한 리더이다. 일본의 연구자들은 영국의 협동조합운동에 대해 웹부부(시드니 웹과 베아트리스 웹, 베아트리스 웹은 결혼 전 베아트리스 포터였다)의 평가만 인용한다. 특히 베아트리스 웹은 훌륭한 연구자이지만 그녀는 급직적 페비언주의자이였으므로 생산자협동조합을 격렬하게 비난한 사람이다. 그 이유는 생산자협동조합은 결국 이윤을 창출하여 노동자를 자본과 결합시키며 생산관리도 불철저해 시장도 협소하다는 이유에서. 그녀는 자기입장이 있으니까 이렇게 비판하지만 그렇다고 일본의 연구자들은 왜 그녀의 눈을 통해서 영국의 협동조합운동을 바라보는가? 그러니 실제 협동조합운동에 기여한 기독교사회주의자들의 운동이 안 보이는 것이다. 더우기 일본에서 협동조합운동을 연구하는 사람들 중엔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많은데 그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것도 웹부부의 문헌이며 결론은 언제나 [브르조아의 개량주의 운동]을 끝난다.(웃음)

1985년 해외체류연구원으로 1년간 영국에 파견되었을 때 나는 맨체스터 홀리요크하우스(로치데일 공정선구자조합의 28명 창립자 중 1인)에 날마다 출근해서 사료를 검색했다. 협동조합에 대한 자료는 이 곳과 대영박물관 속에 있는 대영도서관에 제일 많다. 1850년대 협동조합 기관지들이 모두 보관되어 있어 상당수를 나는 이래저래 복사해서 가지고 왔다(웃음) 이런 사료들을 검토한 결과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알게 되었다.

로치데일 이후에 1852년 세계최초의 협동조합법인 영국의 협동조합법(법안명은 ‘산업 및 절약조합법’ INdustiral and provident societies act)을 제정한 것은 이들 기독교 사회주의자들과 J.S.Mill의 영향에 의한 것이다. 당시 법안을 기초한 것은 J.hughes(퍼블릭스쿨을 현대화한 사람), E.V.neale인데 너무 초년생이어서 의회에서 영향력이 없었다. 그러나 [자유론]을 쓴 위대한 경제학자, 사상가인 존 스튜어트 밀이 강력하게 후원해서 의회통과를 성공시켰다. J.S.Mill은 3살 때 라틴어를 마스터했을 정도로 천재교육으로 유명한데 그 아버지 제임스 밀은 대단한 여성차별주의자였다. 그는 [정부론]에서 여성에겐 참정권을 부여할 필요가 없는데 이유는 여성을 대표하는 건 가장인 남성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게 당시 자본가들의 노동자를 대표하는 것은 사용주이므로 노동자에겐 참정권을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사고방식과 똑같은 것이다. 그러나 아들은 달랐다. 밀은 나중에 사회주의를 깊이 연구하고 거기에 쏠리기도 했는데 협동조합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세계 최초의 협동조합법이 성립된 것은 그의 영향력이 지대하다. 하지만 영국에서나 일본에서나 밀의 이러한 측면은 별로 연구되지 않았다. 또한 당시 진보당이 아니라 보수당이었던 토리당 정권 하에서 이런 법안이 통과된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세계에서 근대적 주식회사법이 성립한 것은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이 설립된 1844년. 같은 시기였다. 이에 별로 늦지 않게 협동조합법이 성립되었다. 그러나 당시 주식회사법이나 협동조합법이나 무한책임제였다. 또한 연합조직도 인정되지 않았다. 협동조합이 무한책임제였을 때는 협동조합은 개인에게 이용당했다. 개인의 사업수단으로 협동조합을 활용하던 사례도 빈번했다. 그러나 주식회사법이 유한책임제(Limited)로 바뀐 후 협동조합법도 수정에 수정을 거쳐 1863년 이윽고 유한책임제가 되어 협동조합명의로 재산취득도 가능해졌고 연합조직설립도 가능해졌다. 그러자 1864년 cws(협동조합도매연합회cooperative wholesales society)가 결성되어 소비자협동조합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이어 생산에도 착수하여 비스켓공장, 비누공장 등 자신들의 상품을 자신들이 직접 제조하였다.

또한 운동으론 CU(협동조합연맹cooperative union)이 결성되어 E.V.neale이 의장이 되었다. 그런데 CU에는 나라이름이 없다. 영국의 우표도 보면 도안 밑에 나라이름이 없다. 일본인 경우엔 일본생활협동조합연합회, 일본우정공사 같은 표기가 있지만 영국의 협동조합연맹은 그냥 CU이다. 이건 발상지여서 그렇다.

한편 1884년엔 생산자협동조합의 연합조직인 labor association이 결성되었다. 그러나 이게cws랑 같은 사업형태를 펼치면서 대립하였다. 생산자협동조합은 20세기 초에는 300여 개 이상이 건재하였으나 1970년대 초에는 16개로 축소되면서 labor association은 해체되고 남은 단협들은CU에 흡수되었다. 이처럼 영국은 소비자협동조합(coop)이 강하고 생산자협동조합은 침체했으나 1980년대에는 coomunity coop, social enterprise와 같이 생산자협동조합의 전통을 잇는 새로운 형태의 비영리 협동경제섹터가 부활한다. 여기엔 1973, 74년 석유 대파동으로 경기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당시 집권중인 노동당정권하에서 통상산업부 장관을 맡은 토니 벤(공산주의자)이 노동당정부에 의한 협동조합 건설을 주도한 위로부터의 개혁이 계기가 되었다. 벤은 당시 경영파탄에 빠진 영리기업 3개를 협동조합기업으로 전환시켰으나 10년도 못가서 이들은 실패하였다. 그러나 사회현장에선 풀뿌리 차원에서 사회적 기업,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 활발해져갔다.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기독교사회주의자들이 19세기 중반에 협동조합법을 성립시킴으로써 CWS가 결성되어 소비자협동조합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거대한 경제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정치적 영향력도 끼쳤다.(1차 세계대전 후 협동당을 결성하여 노동당과 선거, 정책연합도 실시) 한편 생산자협동조합은 실패, 축소의 길을 걸었으나 community interest act에 등록된 기업이 약 8백여 기업일 정도로 현대영국사회에서 지역의 고용창출과 복지를 담당하는 주체인 사회적 기업이 주목받게 되었다. 다음 시간엔 협동조합을 진흥하기 위한 정책적 움직임과 그 조직인 CDA(cooperative development agency)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한다.(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