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2월 20일)
새벽 6시 반, 눈이 떠진다. 간밤에 늦게 잤는데도 별로 피로하지 않다. 아침의 느낌이 좋다. 오늘은 해양투어를 하는 날이다. 아침식사는 숙소에서 제공해준다. 제주도가 고향이라는 젊은 부인의 정성스런 요리가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해준다. 김치찌개와 계란프라이, 김치, 고추장아찌, 김 등의 반찬이 정갈하게 차려져있다. 이들 부부는 이곳에 온지 2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딸아이가 둘 있는데 큰 아이는 아홉 살, 작은 아이는 네 살이다. 큰애는 이곳에서 초등학교에 다닌다고 한다. 부인은 현재 임신 5개월로 셋째 아이를 준비하고 있단다.
아침 8시 30분, 숙소 앞에 미니버스가 도착, 우리를 태우고 어느 호텔에 들러 다른 일행 4명을 더 태우고 바닷가 선착장으로 나간다. 선착장에는 유람선 같은 배가 한 척 준비되어 있고 우리는 그 배에 오른다. 다른 여행객 단체인 듯, 20여명이 더 타고 가이드가 해양투어의 일정을 설명한다. 약 30분정도 바다를 달려 도착한 곳은 인공으로 만들어 둔 리조트 시설물이다. 배를 인공섬에 바짝 붙여 정박시키고 승객들은 모두 내려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다. 여기서는 기본적으로 스노클링 장비를 나누어 준다. 우린 개인장비를 가져와서 필요 없지만 오리발과 구명조끼는 빌려야한다. 다이빙과 물속워킹(우리식으로 보면 머구리 같은걸 쓰고 바다 속을 걸어서 다니는 체험이다), 패러세일링, 카약, 섬투어 등은 옵션으로 개인부담이 발생한다. 스노클링을 포함하여 간식과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이 해양투어의 비용은 1인당 180 링깃(약 55달러니 우리 돈으로 6만 원 정도다)이다.
물을 무서워하는 와이프를 데리고 물속에 들어가 한 바퀴 돌아보니 정말 예쁜 모양의 물고기들이 많다. 무지개 빛이 나는 도미 모양의 물고기와 돌돔 모양의 줄무늬가 선명한 작은 물고기들이 사람들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여유 있게 돌아다닌다. 어떤 녀석들은 내 얼굴 가까이 와서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내가 움직이자 저도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녀석들은 이곳이 원래 자기들 세상이니 오히려 우리를 구경하는 셈이다.
산호는 많이 있지만 별로 예쁘지는 않다. 색깔이 모두 칙칙한 편이다. 성게도 가끔 눈에 띄고 바닥까지는 그리 깊지 않다. 가끔 잠수로 더 깊이 들어가 봤는데 특별한 지형은 나타나지 않는다. 스노클링을 한 바퀴 돌고 인공섬으로 올라오니 커피와 튀김을 간식으로 내어준다. 바나나를 튀긴 것이라 한다. 튀김을 안주삼아 타이거맥주를 한 병(20링깃) 사온다. 2층에는 비치용 벤치가 있어서 길게 누워 시원한 맥주를 마신다. 정말 한적하고 여유로운 휴양지다. 더우면 물속에 들어가고 지치면 나와서 맥주 한 잔 마시며 누워 있으면 된다. 조금 떨어진 섬 쪽에서 패러세일링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12시 30분쯤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여기도 이슬람교와 힌두교의 영향으로 돼지고기, 소고기 요리는 없다. 닭고기와 생선요리가 주 종목이다. 맛난 요리가 있으니 술이 필요하다. 아래층에 내려가서 타이거맥주 2캔을 사온다. 푸짐한 점심을 먹고 벤치에 누워 적도지방의 여름을 즐긴다. 그늘에 누워 살랑거리는 바람을 즐기다 그것도 지루하면 다시 물속에 들어가 물고기들과 함께 논다. 이렇게 한나절을 다 보내고 나니 오후 3시 30분 정도다.
오후 4시, 숙소에 돌아와 물놀이용품을 정리하고 시내투어를 나선다. 우선 환전을 해야 한다. 150달러를 바꾸었더니 3.3으로 계산, 495링깃을 내어준다. 여기는 큰 돈(100달러나 50달러)을 가져가면 환율을 더 우대해준단다. 1달러는 3.1, 10달러는 3.2, 50달러 이상은 3.3 뭐 이런 식이라 한다. 숙소 근처에 센터포인트몰 이라는 백화점 안에 환전소가 있었다. 거기서는 가장 큰 백화점이라 하는데 시설은 별로다. 등산용 스틱을 깜빡 잊고 안 가져와서 등산용품점을 찾아갔다. 그런데 스틱의 최대 길이가 110cm이다. 이건 뭐 스틱이 아니고 허리 구부러진 노인용 지팡이 수준이다. 구매를 포기하고 이제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엄수용씨가 추천해 준 “깜풍아르”라는 수산물식당으로 가기로 하고 택시를 탔다. 도착해보니 식당이 아니고 수산물시장 분위기다. 손님들이 저마다 먹고픈 해산물을 고르고 그걸 어떤 식으로 요리해 달라고 주문해서 먹는 방식이다. 우리는 소라, 새우, 투구게 세 종류를 골랐다. 잠시 후 차례차례 음식이 나오는데 맛이 참 좋다. 숙소에서 가져온 소주와 타이거 맥주를 시켜서 쏘맥으로 마신다. 한참 먹고 있는데 엄수용씨가 우리를 발견하고 방문한다. 여기도 자기 이름을 대면 할인이 가능한 곳이라 한다. 가이드라는 직업의 특전이다. 이렇게 우리는 맛난 저녁식사를 마치고 일단 숙소로 돌아온다.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움직여야 하니 산행장비를 미리 챙겨두어야 한다. 새벽산행에 필요한 헤드랜턴과 방한복까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스틱은 팀폰게이트(산행깃점 입구/입산 체크를 하는 곳이다)에서 빌려가기로 했다.
다시 거리로 나와 바닷가 근처의 카페에 들어간다. 맥주를 한 잔 마시면서 사람들 구경을 한다. 늦은 저녁을 먹는 사람들과 술 마시는 사람들, 음악소리가 함께 관광지의 밤을 밝힌다. 카페는 마사지 프로그램도 있어서 발마사지를 받아보기로 했다. 30분짜리로 1인당 27링깃을 받는다. 남자 마사지사가 괘나 실력이 좋아 보인다. 시원하게 다리의 피로를 풀고 이제 숙소로 돌아간다. 방에 들어와 저녁식사하며 먹다 남긴 소주와 기네스 흑맥주를 한 잔 마신다. 그리고 주인집 냉장고에 맥주와 물을 얼려둔다. 이건 내일 등산 중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이다. 이렇게 마무리하고 오늘은 일찍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