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화요일 몇몇 식당 경영주와 함께 맛집 투어 겸 벤치마킹을 다녀왔다. 이번 투어의 주제는 ‘불경기 극복 발굴 아이템’이었다. 장기 불황과 더불어 요즘의 시국 불안정까지 겹쳐 시중 식당들 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한다. 내년 경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런 시기에 식당 입장에서는 만족도가 높거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아이템 개발이 최선이다. 또한 재방문 요소도 중요한 포인트다. 고객이 여러 번 먹고도 또 먹고 싶어 할 아이템 개발을 위해 강원도 횡성, 충북 제천 일대의 식당들을 찾아다녔다. 강원도 횡성의 소머리국밥이나 충북 제천의 찹쌀탕수육은 유명세에 비해 감흥이 다소 떨어졌다. 소머리국밥집의 국밥은 좋았으나 김치와 깍두기 맛이 국밥을 먹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 전혀 맛깔스럽지 못했다. 공중파에 방영된 제천의 중식당 탕수육도 맛은 괜찮았으나 일부러 방문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인터넷과 주변 지인을 통해 알아낸 식당들이었지만 기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오늘 투어가 좀 실패한 것이 아닐까’ 실망이 앞서려는 시점에 방문했던 곳이 경북 예천의 <박달식당>이었다.
이 식당은 잘 아는 식당 업주의 형님이 운영하는 곳이다. 그 식당 업주가 재기 발랄하고 일에 대한 집중력이 좋아 왠지 기대가 컸다.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속담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박달식당>은 작은 규모의 식당이지만 점포 외부에 설치한 광고판에 나름의 메시지가 있었다. ‘애국심으로 100% 국내산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계산대 입구에 간식거리인 보리강정을 비치했는데 원하는 양만큼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디저트 서비스는 다른 유명식당에서 하는 것을 벤치마킹한 것이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일이다.
쫀득한 식감 고소한 맛이 매력인 막창구이
우리 일행은 막창순대와 순댓국 그리고 오징어불고기를 주문했다. 경북 예천군 용궁은 이 메뉴로 유명한 지역이다. 나주의 나주곰탕, 대구의 따로국밥이 유명하듯 이 지역은 막창과 순댓국, 오징어불고기로 알려진 곳이다.
이 식당 대표 메뉴인 막창순대가 나왔다. 서울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메뉴다. 막창은 서울보다 경북 대구 지역 사람들이 더 선호하는 메뉴다. 전에 대구에서 막창구이를 맛있게 먹고 서울의 식당 업주에게 추천을 했더니, 방문해서 먹고 “자신의 입맛에는 잘 안 맞는다”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필자도 입맛이 무던하지는 않지만 막창은 개인적으로 입에 잘 맞는 편이다. 특유의 쫀듯한 식감과 더불어 고소한 맛이 좋다. <박달식당> 막창순대 역시 그런 매력이 있다. 입안에서 씹히는 식감이 즐겁다. 순댓국밥도 맛이 양호한 편이다. 주인장이 일부러 멀리서 왔다고 암뽕 수육을 서비스로 제공했다. 필자 입맛에 암뽕은 잘 안 맞지만, 일행 가운데 전남 담양 출신의 식당 경영주는 암뽕을 아주 잘 먹었다. 담양은 암뽕이 성한 지역이다.
천하일미 오징어불고기
그렇지만 우리 입맛에 가장 좋았던 것은 오징어불고기였다. 매콤한 양념의 오징어 불고기를 연탄에 구워서 제공한다. 이미 여러 식당을 거친 터여서 포만 상태였음에도 입에서 계속 당겼다. 전에 경북 안동 출신 식당 업주에게 “지금까지 먹어본 식당 음식 중 어떤 음식이 베스트였느냐?”고 물었을 때 이 예천 용궁의 오징어불고기를 꼽은 적이 있다.
양념은 적당히 달고 매운맛의 정도도 딱 알맞다. 양념 맛과 오징어 특유의 식감 밸런스가 절묘하다. 배가 불렀지만 추가로 한 접시 주문하고 싶을 정도로 오징어불고기 맛은 압권이었다. 이런 오징어불고기는 오징어와 양념 맛이 따로 놀기 십상인데 그렇지 않았다. 연탄에 구워 감칠맛 나는 양념 맛이 오징어에 충분히 스며든다.
<박달식당> 업주에게 “이 양념 비법을 가르쳐 줄 수 있느냐?”라고 물었더니 막창순대는 안 되지만 이 메뉴는 가능하다고 선선히 승낙했다. 어쩌면 이 메뉴의 양념은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른다. 우선은 국산 고춧가루가 기본일 것이다. 또한 이 지역은 기름을 직접 짜는 제유소가 여러 곳 있어 기름도 좋은 기름을 사용할 것이다.
다만 올해 오징어 가격이 대폭 인상돼 오징어 역시 서민이 먹기에 부담스러운 음식이 되고 있다. 얼마 전 회사 인근의 제육과 오징어를 판매하는 돌솥밥집에서 오징어를 주문했던 적이 있다. 그때 주인 왈 “오징어 구하기 어려워서 판매를 안 한다”라고 했다. 아마 원가 부담 때문에 오징어 메뉴를 뺀 것 같다. 서민 먹을거리였던 오징어가 이제 식당이나 식탁에서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달식당> 오징어불고기는 맛도 맛이지만 이제는 귀한 식재료(?)를 먹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지금 이 기사를 쓰면서도 그 매콤하고 맛있는 오징어불고기 생각이 절로 난다. 오징어 원가가 많이 올랐어도 예전에 받았던 가격을 그대로 고수하는 주인장의 우직함도 손님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다. 음식 가격도 모두 저렴한 편이라 서민들이 한 끼 먹기에 편한 식당이다. 지출(3인 기준) : 오징어불고기 8000원+막창순대 8000원+순댓국밥 5000원 = 2만1000원 박달식당 경북 예천군 용궁면 용궁로 77 054-652-0522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