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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05
1. 폐건물 전경 ( 새벽 ) -N1
화면 열리면 음산한 분위기의 건물 전경 보이고... 그 위로 지이잉... 신경 거슬리는 기계음.
2. 폐건물 / 수술실 ( 새벽 ) -N1
셔츠 소매를 걷어부친 사마귀가 전동 드릴을 테스트하고 있다.
수술대에 묶여있는 해진. 눈두덩은 붓고, 입술은 터지고... 참혹한 몰골. 겁에 질려 꿈틀대는 해진.
사마귀 : (천천히 다가오는) 생각보다 오래 버티네요. 인상적입니다.
해진 : 난... 난 정말 모른다니까...
사마귀 : (드릴을 들고) 기억 상실을 치료하는데 효과적인 물건입니다. 다른 도구에 비해 출혈도 적지요.
해진 : ...!!
사마귀 : (해진의 무릎 위에 드릴을 겨누는) 피부를 뚫고, 근육을 찢은 다음, 뼈까지 구멍내는데 30초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 전에... 장태호에 대한 기억이 돌아오길 바랍니다.
해진 : (묶인 채 몸부림치며) ...안돼... 하지 마... 안돼...
예리한 드릴 끝이 조금씩 해진의 무릎에 가까워진다. 바지에 닿으려는 순간, 해진의 비명이 메아리치는.
3. 골목 일각 ( 아침 ) -D2
주위를 살피며 걸어오는 사내, 후드를 덮어쓴 태호다. 부상 때문에 걸음도 시원치 않고 초췌하지만 눈빛은 날카로운...
흥삼, 또는 정의 부하들이 있을까봐 신경을 곤두세운 채 서둘러 걷는 태호. 그 위로...
영칠 : (소리) 밤새 안들어왔어요. 연락두 없구.
4. 식당 / 쪽방 ( 아침 ) -D2
태호와 마주 앉은 영칠, 고물 노트북을 분해해놓고 이리저리 뜯어 맞추는 중이다.
태호 : 어디 다녀온다는 말도 없었어?
영칠 : (심드렁히 고개 젓는) 해진이형 가끔 그래요. 돈 몇 푼 들어오면 불법 하우스나 성인 PC방에서
다 털어먹을 때까지 뭉개거든요.
태호 : 돈? 해진씨가 돈이 어디서 났는데?
영칠 : 몰라요. 근데 요즘 핸드폰도 들고 다니구, 어디서 눈 먼 돈이 좀 생겼나봐요.
태호 : (잠시 생각하다가, 다른 화제로) 회장님은 계속 찾구 있지?
영칠 : 구로동에 시설이 하나 있는데요, 나이 많고 거동 불편한 노숙자들만 받아준대요. 근데 어제 갔다가 허탕쳤어요.
태호 : 수고스럽겠지만 계속 부탁해. 해진씨는 내가 찾아볼께.
5. 식당 / 안채 마당 ( 아침 ) -D2
쪽방에서 나오는 태호. 때마침 출근하려고 내려서던 나라와 마주친다.
나라 : (기가 막힌) 진짜 대책없는 환자네. 장태호씨, 청개구리 띠에요?
다 나을 때까진 무조건 절대 안정! 제 말은 어디로 들은 거에요?
태호 : (멋적은) 해진씨한테 무슨 일 있나 걱정돼서요.
나라 : 본인 몸부터 챙기세요. 그리구... 이렇게 돌아다녀두 돼요? 태호씨 찾는 사람들이 많던데...
태호 : (웃는) 나라씨가 그런 거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는데.
나라 : (이크 싶어, 표정 고치고) 타고난 오지라퍼라서 그래요. 됐어요? 괜히 오해하지 마세요.
태호 : 오해요?
나라 :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장태호씨가 다쳤고, 나는 간호사니까... (점점 말이 꼬이는) 이게 관심이나 그런 게 아니고...
(서둘러 결론) 암튼 그렇다구요. 내 얘기, 알아 듣겠죠?
태호 : (말갛게 보는) ...?
나라 : 몰라도 상관없어요. (황급히 지나쳐 가려는데)
태호 : 나라씨.
나라 : (돌아보는) ...?
태호 : ...고마워요.
나라 : (표정)
태호 : 지금까지 고마워도, 고마운 줄 모르고 살았거든요.
나라 : (빤히 보는) ...
태호 : (그 시선에 말이 궁해지며) 음... 그러니까... 나도 그냥 환자로서... (황급히 결론) ...암튼 그런 셈이죠. 내 말.. 알아 들어요?
나라 : 전혀 못알아듣겠는데요.
태호 : 역시... 그렇죠?
풋! 실소 터지는 나라. 태호도 따라 웃는다. 처음으로 서로를 보며 편하게 웃는 태호와 나라.
6. 공사현장 / 중간층 ( 오전 ) -D2
기분 좋은 표정으로 계단을 올라오는 태호. 우당탕!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서두르는 태호,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멈칫! 굳는다.
흠씬 두들겨맞고 널부러진 오십장. 그 앞에 사마귀가 서 있다.
기척 느끼고 천천히 돌아보는 사마귀. 태호, 놀랐지만 꼼짝않고 서 있다.
오십장 : (태호를 발견하고) 뭐혀! 싸게 도망치랑게!
사마귀, 태호에게 다가가려는데 오십장이 다리를 잡고 늘어진다. 그대로 걷어차버리는 사마귀, 다시 짓이기려는데.
태호 : 그만 둬!
사마귀 : (멈추고, 돌아보는) ...
태호 : 곽회장이 찾는 건 나 하나잖아. 다른 사람은 건드리지 마. (다가와서 오십장을 부축하는) 미안해요, 아저씨. 저 때문에...
오십장 : (아픈 걸 참고, 퉁박주는) 고것을 알믄 토꼈여야제... 인자 다 틀러부렀네... 글러 부렀다고...
태호 : 걱정마세요. 별 일 없을 거에요. 이렇게 앉아 보세요.
태호, 오십장을 벽에 기대 앉히고 사마귀 앞에 선다.
태호 : (이글거리는) 차해진... 그 친구도 네가 데려갔냐?
사마귀 : (그제야 엷은 미소) ...
태호 : (짐작이 맞자 꿈틀) ...!
7. 펜트하우스 ( 오전 ) -D2
‘들장미’가 흘러 나오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아침.
가운 차림의 흥삼, 안경을 끼고 조간을 읽고 있다. 핸드폰이 울린다.
흥삼 : (받고) 그래. (듣다가 표정) ...알았어.
전화 끊는 흥삼, 신문을 덮고 천천히 안경을 벗는다. 그 눈빛에서 떠오르는 살기와 분노.
8. 폐건물 / 창고 ( 낮 ) -D2
퍽! 떠밀리는 태호, 바닥에 나동그라진다.
사마귀, 말없이 문을 닫는다. 덜컹! 철문이 잠기는 소리. 창문이 없어서 낮인데도 어두컴컴한 실내.
태호, 구석에 쓰러져 신음하는 해진을 발견하고 황급히 다가간다. 피가 말라붙은 채, 끙끙대는 해진.
태호 : 해진씨! 괜찮아? 정신 차려!
해진 : (겨우 눈을 뜨는) 미안해... 끝까지 안불려구 했는데... 너무 겁나서...
태호 : 그런 소리 하지 마. 해진씨 잘못 아냐!
해진 : 곽흥삼한테... 돈두 받았어. 태호씨 감시하라구...
태호 : (표정) ...!
해진 : 매니저가 돼갖구 선수나 팔아 넘기구.... 내가 원래... 이런 놈이야.
태호 : (안쓰럽게 보며) 반성같은 거 하지 마. 안어울려.
해진 : (쓴웃음 뒤끝에 불안해지며) 태호씨... 이제 우리 어떻게 되는 걸까?
태호 : (결연해지는) 살아 남아야지. 나도, 해진씨도...
9. 폐버스 ( 낮 ) -D2
군용 침대에 걸터앉은 종구, 복싱 미트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 4부 17씬.
태호 : 다른 방법이 있으면 다른 길로 갔을 거에요. 근데 지금은... 절벽 위에서 뛰어내리는 거 말구, 도망칠 방법이 없어요.
/ 태호 걱정에 착잡해지는 종구.
미주 : (소리) 아직두 연락없어요?
종구 : (돌아보면, 미주가 버스에 올라서는)
미주 : 누가 보면 실연한 사람인 줄 알겠어요.
종구 : (미트를 대충 던져놓는) 헛소리...
미주 : (종구의 걱정을 아는) 너무 걱정 말아요. 똑똑한 사람이니까 자기 살 길, 알아서 찾아 갔을 거에요.
종구 : (코웃음) 똑똑하긴 개뿔... 그런 놈이 정사장 담그겠다고 설쳐?
미주 : 것두 그러네요. 누구처럼 혼자서 여섯 명 쯤 들이받을 실력은 있어야 되는 건데...
종구 : (째려보는) 너... 지금 나, 멕이는 거냐?
미주 : (미소) 이마는 좀 어때요?
종구 : 양주병보단 약하다. 됐냐?
미주 : (이마 상처를 살피는) 다행이네...
종구 : (가까이 느껴지는 미주의 향기, 어색하다. 몸을 일으키며) 다 아물었다니까.
미주 : (멋적게 피하는 종구를 잠시 보다가) 금요일에 어디 좀 가요.
종구 : (돌아보는) ...?
미주 : 아저씨, 양복이나 새로 맞추게요. 지금 입는 건 너무 구닥다리야.
(종구가 빤히 보자) 저두 감사 표시는 해야죠. 생명의 은인한테.
종구 : ...됐다. 그 대신 소주나 한짝 들여놔.
미주 : 은지 찾았을 때... 기왕이면 더 멀쩡한 모습이 낫지 않겠어요?
종구 : (딸 얘기에 흔들리는) ...
미주 : 금요일 1시까지 올께요. 어디 도망가지 말아요.
종구 : (허... 해서 보는)
오십장 : (소리) 거시기! 여봐요! 거 기시유?
돌아보는 종구와 미주. 오십장이 버스 향해 달려오고 있다.
오십장 : (다급히 손 흔들며) 싸게 좀 나와 보씨요! 급한 일인게!
종구 : (의아한) ...?
10. 펜트하우스 ( 낮 ) -D2
거울 앞에서 양복 매무새를 점검하는 흥삼, 외출하려는 참이다.
노크 소리 나고 밖을 지키던 부하가 들어와 누군가를 안내한다. 뒤이어 들어서는 종구.
흥삼, 거울로 비치는 종구를 본다.
흥삼 : (뜻밖인) 류씨가 여기까지 웬 행차신가?
종구 : (다가와서 흥삼 뒤에 선다, 굳은 표정으로 보는) ...
흥삼 : (시계를 흘끔 보고) 간단한 얘기면 지금 하고, 길어질 거면 나중에 봅시다.
종구 : 장태호... 그냥 놔주시죠.
흥삼 : (표정) ...!
종구 : 그 놈도 할 만큼 했을 겁니다. 서울역에서 쫓아내는 걸로 마무리 지으시죠.
흥삼 : (거울로 보며) 류씨가 그러자고 하면... 내가 들어줘야 하나?
종구 : 아시잖습니까? 이런 부탁 안하는 거... 절 봐서라도 태호 그 녀석, 풀어 주십쇼.
거울로 보던 흥삼, 천천히 돌아선다. 묵묵히 기다리는 종구.
흥삼 : 이번 일로 잃은 게 많아. 돈이야 나중에 채워 넣을 수 있다고 해도, 우리 조직에 대한 평판은 타격이 크거든.
(수트 단추를 정리하며) 누가 됐든 책임질 사람이 필요해. 이를테면... 희생양같은 거.
종구 : 그게 꼭... 장태호라야 됩니까?
흥삼 : (표정) 그럼? 류씨가 대신 할 건가?
종구 : (굳어지는) ...
흥삼 : (표정 풀고, 편안하게) 그렇게 들고나는 녀석들, 널리고 널린 게 서울역이요. 장태호 역시 반짝했다 사라지는
뜨내기일 뿐이고... (종구 앞에 다가서서) 그러니까... 쓸데없는 동정은 넣어 둬요.
종구 : 정말... 안되겠습니까?
흥삼 : (미소를 머금은 채 보는) ...
종구 : (싸늘해지며) 주제 넘게 굴어 죄송합니다.
눈인사하고 돌아서는 종구, 문으로 가다가 멈춰선다. 그대로 선 채...
종구 : 저도 알고 있습니다.
흥삼 : ...?
종구 : 언젠가 저도... 장태호같은 신세가 되겠죠.
흥삼 : (묵묵히 보는) ...
종구 : 내가 미안해하더라고... 그 말만 전해 주십쇼.
흥삼 : (표정없이 응시하는) ...
11. 펜트하우스 / 복도 -D2
밖으로 나온 종구, 허탈한 기분으로 문에 기대고 선다.
길게 이어진 썰렁한 복도. 먹먹해진 종구, 겨우 추스르고 걸음을 옮긴다.
12. 폐건물 앞 ( 낮 ) -D2
흥삼의 차가 멈춘다. 기다리던 사마귀가 다가와서 차문을 연다.
내리는 흥삼, 건물을 올려다본다.
13. 폐건물 / 창고 -D2
끼익... 녹슨 문소리. 들어서는 흥삼.
박스 위에 누워 있던 해진, 겁먹은 눈초리로 일어나 앉고, 태호는 벽을 등지고 앉은 채 흥삼을 똑바로 쳐다본다.
재빨리 의자를 끌어다 흥삼 앞에 놓아주는 사마귀.
흥삼 : (해진을 턱짓하는) 수술실로 데려가.
해진 : (사마귀가 다가서자 움츠리는) 안돼... 나 죽기 싫어... 제발...
사마귀 : (해진의 목덜미 움켜쥐고 일으켜 세우는)
해진 : (반항할 기운 없지만 버둥대며) 놔... 놓으라구... (절박한) 태호씨!
태호 : (해진쪽을 돌아보지 않은 채 흥삼만 주시할 뿐) ...
해진 : (질질 끌려 나가며) 태호씨! 제발... 나 좀 살려줘!
해진이 사마귀 손에 끌려 나가고, 태호와 흥삼만 남는다.
의자에 걸터앉은 흥삼, 차가운 미소로 바라보는.
흥삼 : 너무 겁먹을 거 없다. 마취 주사 한 대면, 잠든 사이에 다 끝나.
태호 : (무표정한) ...
흥삼 : (문득 미소가 사라지며) 넌... 실패하지 말았어야 돼. 나는 물론이고, 니가 살기 위해서라도... 정가를 처리해야만 했어.
태호 : (묵묵히 듣는) ...
흥삼 :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냐? 살려달라,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 그런 헛소리는 빼고.
태호 : (시선만 부딪히는) ...
흥삼 : (어깨를 으쓱) 오케이. 뒤끝없이 가겠다 이거군. (일어나다가) 아, 류씨가 미안하다고 전해 달란다.
생전 안하던 부탁까지 하고... 그새 정이 많이 든 모양이던데.
태호 : (그제서야 눈빛 흔들리는) ...
흥삼 : (피식 웃고 문으로 돌아서는데)
태호 : 정만출...
흥삼 : (돌아보는) ...?
태호 : ...잡고 싶지 않습니까?
흥삼 : 수 쓰지 마라. 얕아 보인다.
태호 : 회장님을 도우려는 겁니다. 중재안 때문에 큰 사업 뺏기고, 그렇다고 해치울 명분도 없고... 진퇴양난 아닙니까?
흥삼 : 죽을 놈이 산 사람 걱정까지 하는구나.
태호 : 10분이면 됩니다. 들어보고 마음에 안들면 둘 다 수술대에 눕히시던가, 해볼만 하다 싶으면 해진씨는 풀어 주십쇼.
저 하나만 처리하는 걸로 끝내죠.
흥삼 : (표정)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겠다?
태호 : (눈빛에 힘이 들어가는) 정만출 사장... 확실하게 잡을 수 있습니다.
(주먹 움켜쥐며) 이게 아니라... (주먹에서 손가락 하나 피더니 관자노리를 톡톡 치는) 이걸로...
흥삼 : (속을 꿰뚫듯 노려보는) ...
태호 : (자신있게 마주 보고) ...
흥삼 : (다시 의자를 끌어다 앉으며) 5분 안에 끝내.
/ 브릿지. 살벌하고 무서운 적막 속에 폐건물 복도가 길게 보이고.
/ 시간경과.
얘기를 다 들은 흥삼의 눈빛이 싸늘해진다.
흥삼 : 어찌 됐든 장태호 넌... 죽어야겠다.
태호 : (표정) ...!!
14. 폐건물 / 수술실 ( 낮 ) -D2
수술대에 묶인 해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다.
무표정하게 트레이를 정리하는 사마귀, 주사기를 들고 앰플에서 마취액을 뽑는다.
해진, 이제 끝장이구나! 하얗게 질리는데... 사마귀의 핸드폰이 울린다.
사마귀 : (주사기 내려놓고 전화 받는) 네. (듣다가, 약간 의외인 눈빛) ...알겠습니다. (해진을 돌아보는)
해진 : (영문 모른 채) ...?
15. 폐건물 앞 ( 낮 ) -D2
승합차가 멈추고 독사와 악어, 의사 가운 입은 영감, 독사의 부하 등이 내린다.
건물에서 나오는 흥삼. 그 뒤를 비틀비틀 따라오는 해진.
악어 : (놀라서 황급히 다가가는) 워메... 큰성님이 워쩐 일루다 여까지...
독사 : 미리 연락을 주시죠. 영감 데리고 오느라 늦었습니다.
흥삼 : ...돌려 보내.
독사 : (의아한) 예?
악어 : (해진을 흘끔 보고) 두 놈 다, 작업하는 거 아녀유?
해진 : (넋이 나간 채 멍한) ...
흥삼 : 이 녀석은 놔둬. 앞으로도 건드리지 말구.
독사 : 그럼... 장태호만 수술합니까?
흥삼 : 사마귀가 처리했다.
어리둥절한 독사와 악어. 그때 안에서 밀차를 끌고 나오는 사마귀. 그 위엔 사람이 들었음직한 비닐백이 실려 있다.
사마귀 : 공장 소각로에 태우겠습니다.
흥삼 : 흔적 안남게 처리해.
사마귀 : 네.
사마귀, 비닐백을 차 트렁크에 싣는다.
의아한 악어, 갑자기 다가가서 비닐백 지퍼를 연다. 죽은 듯 누워 있는 태호의 얼굴.
악어, 흠칫 놀라는데 해진이 무릎을 털썩 꿇고 오열한다.
해진 : 끄으어... 미안해, 태호씨! 미안해!!
땅바닥을 움켜쥐며 서럽게 통곡하는 해진.
흥삼, 찌푸리더니 자기 차로 가고, 독사와 악어는 믿기지 않아서 태호의 시신을 멍하게 보는.
16. 무료 급식소 ( 저녁 ) -D.N2
급식줄에 늘어선 노숙자들. 평소처럼 자원 봉사 조끼를 입은 나라가 인사도 하고, 아는 척도 하면서 지나쳐온다.
양씨 : (최군과 노숙자들에게 수군거리며) 차형만 겨우 목숨 건지고 장태호는 에누리없이 (목을 쓱 긋는 시늉) 켁!
나라 : (‘태호’ 언급에 돌아보는)
최군 : 에이, 설마. 그래도 넘버 7인데...
양씨 : 뱀눈이 파티에서 깨지고 수술당한 거 기억 안나? 곽회장이란 인간, 실패한 쫄따구한테는 피도 눈물도 없다니깐!
나라 : 저기요.
양씨 : (멈칫) 응?
나라 : 지금 무슨 얘기하시는 거에요? 장태호씨가 어떻게 됐다구요?
양씨 : (난감해지고) ....
17. 할매식당 / 마당 ( 저녁 ) -D.N2
대문을 박차듯 허겁지겁 뛰어 들어오는 나라.
해진과 영칠이 단촐한 짐을 챙겨서 쪽방을 나서는 중이다. 나라를 보자 멈칫하는 해진.
나라 : (숨이 가쁜데, 해진의 짐을 보고) 어디 가시게요?
해진 : 방 빼려구... 할머니한테는 말씀드렸어.
나라 : (표정) 설마... 그 소문, 진짜 아니죠?
해진 : 무슨 소문?
나라 : 장태호씨 죽었다고 다들 수군거리던데, 아니죠? 그냥 헛소문이죠?
해진 : (말이 궁한) 그게... 상황이 좀 복잡한데...
나라 : 아저씨두 같이 붙잡혀 있었다면서요? 근데 왜 혼자에요? 장태호씨는 지금 어디 있구요?
해진 : (할 말은 많으나, 꺼낼 수 없는, 한숨) ...미안해. 일이 그렇게 됐어.
나라 : (설마!! 놀라서 입을 막는) ...!
해진 : 아무튼... 나라씨는 이쪽 동네 일, 모르는 게 약이야.
나라 : (고개를 젓는) 마... 말두 안돼.
해진 : 나중에 찬찬히 설명해 줄...
나라 : (휙 돌아서서 뛰쳐 나가는)
18. 폐차장 ( 저녁 ) -D.N2
퍽퍽!! 땀을 뿌리며 샌드백을 두드리는 종구. 응어리를 토해내는 분노의 주먹이다.
폭풍처럼 퍼붓다가 지친 종구, 샌드백을 껴안고 헉헉거린다.
뒤에 다가오는 기척. 종구, 돌아보면 나라가 서 있다.
나라 : (감정을 겨우 누르고) 장태호씨 일, 아저씨도 들었죠?
종구 : (땀을 훔치고, 대충 걸터앉는) ...
나라 : 이대로 가만히 계실 거에요?
종구 : (고개 들어 본다) 무슨 소리야?
나라 : 경찰에 신고해야죠. 사람이 죽었을 지두 모르는데.
종구 : (코웃음) 잘못 찾아왔다. 여기 폐차장이야.
나라 : 장태호씨 그렇게 만든 사람, 누구에요? 누군지 알아야 범인이라고 신고하죠. 알려 주세요.
종구 : (고개를 젓는) 신고는 받아주겠지. 근데... 살인이 아니고 실종으로 접수될 거다.
나라 : (표정) ...네?
종구 : 내 발로 경찰서 가서 사람을 죽였습니다, 자수해도 시신이 없으면 사건이 안돼. 그냥 누가 실종됐다, 그걸로 끝이야.
나라 : 그런 게 어딨어요? 그럼 경찰이 시신을 찾아내야죠!
종구 : (안스럽게 보다가 일어나는) ...나라야. 니가 밥 해먹이고, 치료해주고...
서울역 그 사람들, 대부분 집에서는 행방불명에 실종자야. 장태호도 그 중에 하나일 뿐이고...
나라 : 그렇게 유령처럼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면 그걸로 끝난다구요? (눈가가 젖는) ...아뇨. 그건 너무 억울하죠.
집이 없으니까 노숙자일 뿐이지, 처음부터 이름두, 존재두 없었던 사람들이 아니라구요!
종구 : (그 마음 알기에 씁쓸한) 흥분하지 마라. 노숙자 하나 사라진다구 세상 무너지는 거 아냐.
나라 : (물기 맺힌 눈으로 고개 젓는) 장태호씨 세상은... 무너져 버렸잖아요.
종구 : (가만히 보는) ...
나라 : 저두 눈 있고 귀 있어요. 힘없는 노숙자들 등쳐먹는 조직 있다는 거, 다 알아요.
근데 장태호씨가 거기 들어가면서, 조금은 형편이 나아졌다구... 다들 좋아하구 그랬어요. 근데 아저씬 뭐했어요?
종구 : (착잡하고) 나라야.
나라 : (원망스레) 노숙자들이 구걸해서 바친 돈으로 술 사먹구, 밥 사먹구... 그럴 만큼 거기서 높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제자 하나 못지켜줘요?
종구 : (괴롭다, 입을 굳게 다무는) ...
나라 : 전요, 속으로 은근히 기대했어요. 아저씨랑 장태호씨가 힘을 합치면 서울역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종구 : 누가 뭘 어떻게 하든... 달라지는 건 없어.
나라 : (표정 식으며) 알아요. 제가 철이 없었나봐요. 아저씨한테 이러는 것두 괜한 오지랍이죠. ...미안해요.
고개 까닥, 인사하고 돌아서서 가는 나라.
씁쓸하게 보던 종구, 샌드백을 힘껏 때린다. 흔들거리는 샌드백.
19. 상가 사무실 ( 저녁 ) -N2
암전 상태에서 희미하게 밝아지는 화면. 눈꺼풀이 깜박거리는 누군가의 시점. 천정의 형광등이 보인다.
고개 돌려 보면 창가에 등 돌리고 서 있는 흥삼.
그제야 시선의 주인공이 보이는데... 소파에 누워있던 태호다. 두통에 찌푸리며 몸을 일으키는 태호.
기척에 돌아보는 흥삼.
태호 : 얼마나... 마취돼 있었던 겁니까?
흥삼 : 너 죽었다는 소문 퍼질 만큼.
태호 : (잠시 표정, 정신 차리려 마른 세수를 하고) 여긴... 어디죠?
흥삼 : 니가 숨어서 작업할 아지트. 아무도 모르는 곳이고 눈에 띌 염려도 없으니까 죽은 사람으로 살긴 적당할 거다.
태호 : (휑한 풍경을 둘러보는) ...
흥삼 : 예전엔 여기가 조폭 사무실이었다. 난 약쟁이들한테 물건 배달하는 똘마니였구...
(창 밖을 보며) 이 동네는 참 변하지두 않아요.
추억에 잠기는 흥삼, 창 밖 풍경을 묵묵히 본다.
팔걸이를 짚고 일어나는 태호, 약간 어지럽고.
흥삼 : 딱 보름이다. 그 안에 끝내야 돼. (돌아본다, 살기어린 눈빛) 도망칠 생각은 꿈도 꾸지 말고.
태호 : 죽은 놈은 꿈같은 거 안꿉니다.
노크 소리 들리고 사마귀가 들어선다. 쭈볏거리며 뒤따라 들어오는 해진과 영칠, 태호를 보자 반색하는.
해진 : 태호씨!
영칠 : 형!
그러다 흥삼을 보더니 멈칫! 흥삼, 쓴웃음으로 둘러보며.
흥삼 : 한 명 더 있어야 한다고 했나?
태호 : 둘입니다.
흥삼 : 몇이든 니가 알아서 하고... 니 마지막 운은 여기에 다 쓰는 거다. 정 사장, 확실하게 털어라.
태호 : 걱정 마십시오.
흥삼 : (사마귀에게) 필요한 거 있으면 챙겨줘.
흥삼, 싸늘한 미소로 일별하더니 방을 나선다. 사마귀가 따라 나가고, 문이 닫히자 태호에게 다가오는 해진, 영칠.
해진 : (목소리 낮추고) 틈 봐서 바로 토끼자! 부산에 내가 아는 형님이 있는데 거기 가면...
태호 : (말 자르는) 회장님부터 찾아야 돼. 시간이 별로 없어.
해진 : (멈칫) 무슨 소리야? 정말 일 벌이려구?
태호 : (결심한 표정으로 끄덕) ...
20. 공사현장 입구 ( 아침 ) -D3
백팩을 둘러맨 오십장이 나온다.
빵! 경적을 울리는 승합차(7인승). 차창 내려가고 태호의 얼굴이 보인다.
눈이 휘둥그래지는 오십장.
21. 달리는 차 안 ( 아침 ) -D3
해진이 운전, 영칠은 조수석에 앉아 있다.
뒷좌석의 오십장, 옆에 앉은 태호를 믿기지 않는 듯 요리조리 뜯어본다.
오십장 : 참말루 뭔 조화속인지 모르것네. 요로코롬 사지가 멀쩡헌디 워뜨케 죽었다는 소문이 뜨르르혔을까잉?
해진 : (흘끔 돌아보고) 그게 다 혼신의 눈물 연기덕이라니까. 독사랑 악어 보는 데서 생쑈 한번 해줬더니 깜빡 속아 넘어가더라구.
오십장 : 어디, 몸 상한 데는 없는 것이제?
태호 : 네. 괜찮아요.
오십장 : 그라믄 안심이고... 어제 식당에 갔는디, 나라양이 정신을 빼놓구 앉았더라고. 동상 결딴났다는 소문 땜시 충격이 컷나벼.
태호 : (무거워지는 표정) ...
오십장 : 사람 피가 그르케 차서야 쓰것는가? 못해두 나라양이나 류씨헌테는 털어 놨어야제.
태호 : 어쩔 수 없어요. 이번 일은 보안이 생명입니다. 한걸음이라두 삐끗하는 순간, 전부 끝장나는 거에요!
(둘러보며) 안내키는 사람은 지금 빠져도 돼.
해진,영칠 : (물끄러미 서로 얼굴만 보는) ...
22. 보호시설 / 마당 ( 낮 ) -D3
환자복을 입은 노인들이 볕을 쬐거나, 직원 부축을 받아 산책하고 있다.
멍한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 있는 조회장. 그 앞에 다가와 서는 사내, 태호다.
고개 들어서 보는 조회장, 별 감정없는 눈빛.
태호 : (조심스레) 회장님... 저 기억나세요? 장이삽니다.
조회장 : (물끄러미 보기만) ...
태호 : 저기 차이사하고 공부장도 왔어요.
해진,영칠 : (저만치에서 손 흔들고)
조회장 : (그쪽을 잠깐 봤다가 다시 허공으로 시선) ...
태호 :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거든요. 회장님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조회장 : (무념무상, 허공만 보는) ...
태호 : (초조하고) 회장님?
끄응, 몸을 일으키는 조회장, 건물을 향해 걸어간다. 난감해진 태호, 우두커니 서서 바라볼 뿐인데...
조회장, 환자를 산책시키던 직원에게 다가간다. 주머니에서 수첩과 볼펜 꺼내는 조회장, ‘1억원’ 적는다.
조회장 : 그동안 수고 많았네. 다같이 회식이라두 하게.
직원 : (얼떨떨) ...?
조회장 : (태호를 돌아보는) 사람들두 참... 나 하나 없다고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자는 겐가?
태호 : (환해지며) 죄송합니다!
조회장 : 기다려. 짐 챙겨 나올 테니.
느릿느릿 여유있게 건물로 향하는 조회장.
태호는 물론, 지켜보던 해진 등등도 환하게 웃고 오십장은 어리둥절.
23. 중식당 / 복도 ( 낮 ) -D3
2부에 나왔던 식당. 문 앞에 사마귀와 떡대가 서 있다.
떡대, 흘끔 사마귀를 본다. 표정없이 앞만 바라보고 있는 사마귀.
떡대 : (비아냥) 꼴 좋다... 새끼들.
사마귀 : (묵묵히) ...
24. 중식당 / 내실 -D3
흥삼과 정사장이 마주 앉아 있다.
정사장, 게걸스레 쩝쩝대며 먹고 흥삼은 요리에 손도 대지 않은 채 무거운 표정이고.
정사장 : 묵어 바라. 오늘 해삼이 물 좋다카이.
흥삼 : (조용히 보는) ...
정사장 : 밥 묵자고 불러 놓고 구경만 할끼가?
흥삼 : (주저하다가 입을 여는) 그동안... 여러모로 죄송했습니다.
정사장 : (표정) ...
흥삼 : 배은망덕한 놈이 깜냥도 모르고 설쳐댔습니다. (깊숙이 고개 숙이는) 사죄드리겠습니다, 사장님.
정사장 : (젓가락 내려놓고, 찻물로 가글한 뒤) 내가 흥삼이 니를 모를 거 같나?
니는 이라고 굽신대다가도 찬스만 생기모 내 등에 칼침박을 놈인 기라. 한번 속지, 두번은 안속는다!
흥삼 : (표정) 천만에요. 왕회장님이 계신데, 제가 어떻게 딴 생각을 품겠습니까?
그저 중재안대로, 사채 회사만 굴러갈 수 있게 양해해주시면... 그걸로 족합니다.
정사장 : (미심쩍게 보는) ...
흥삼 : 못미더워 하실까봐... 선물을 갖구 왔습니다.
흥삼, 보자기를 올려놓고 매듭을 푼다. 보자기 안에는 스티로폼 상자.
흥삼이 뚜껑을 열면 얼음팩 사이로 들어있는 누군가의 엄지 손가락!
흥삼 : (회전판을 돌려 상자를 정의 앞으로 옮겨주는) ...장태홉니다.
정사장 : (상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이기... 참말로 글마 엠지가?
흥삼 : 숨이 붙어 있는 한, 사장님이나 저한테 애물단지같은 놈이죠. 잘게 쪼개서 뼛가루까지 다 태워버렸습니다.
정사장 : (긴가민가해서 손가락을 보다가, 흥삼을 노려보는) 니... 이칸다캐서 내 화가 풀릴 거라 생각하모 오산이다.
흥삼 : 압니다. 모쪼록 저하구 저희 식구들, 밥벌이만 할 수 있게 품어 주십시오. (다시 깊숙히 숙이고) ...부탁드립니다.
정사장 : (우쭐한 기분으로 노려보는) ...
25. 달리는 차 안 ( 낮 ) -D3
운전하는 사마귀, 룸미러를 본다. 굳은 표정으로 창 밖을 보는 흥삼.
사마귀 : (조심스레) ...괜찮으십니까?
흥삼 : ...괜찮지 않어. (씁쓸한) 정사장 그 양반, 욕심은 많아도 자기 발 밑은 살필 줄 아는 노친네였는데... 총기가 많이 흐려졌어.
사과 몇 마디에 기고만장해지구.
사마귀 : 그걸... 노리신 거 아닙니까?
흥삼 : 장태호만 믿고 기다릴 수 있나? (하나씩 떠올리며) 정사장이랑 손 잡고, 발 맞춘 작자들...
손목 부러트리고 발목 꺾어 놔야 돼. 이 판의 주인이 누군지 확실히 보여줘야지.
사마귀 : (잠시 보다가) 장태호는 작업 들어갔습니다.
흥삼 : 구르는 재주들은 하나씩 있다 이거지? (재밌다는 듯 흐흥 웃는)
26. 상가 사무실 ( 낮, 현재 ) -D4
태호를 중심으로 모여 앉은 해진과 조회장, 영칠, 오십장. 태호가 나눠준 복사물을 손에서 손으로 건네며 본다.
태호 : 작전에 대한 설명하고 각자 분담할 역할입니다. 해진씨하고 회장님은 암기사항이 많으니까 특별히 신경쓰고,
다른 사람들은 후방 지원에 차질없게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됩니다.
해진등등 : (열심히 내용을 읽는)
태호 : 질문?
영칠 : (손 들었다가, 아차, 학교 아니지 싶어 내리고) 근데... 컴퓨터는 제가 원하는 대로 사양 맞춰도 돼요?
태호 : (웃는) 미 국방성도 해킹할 수 있게 만들어 봐.
영칠 : (히죽) 더 어려운 숙제를 내주시지.
태호 : (오십장을 돌아보는) 전기 설비도 좀 하셨다고 했죠?
오십장 : 염려 붙들어 매드라고. 공사판 굴러먹음서 어깨 너머로 익힌 기술이 제법 쓸만하니께.
조회장 : (읽다가 갸웃) 장이사.
태호 : 네, 말씀하세요.
조회장 : 여기 말야... 이 오일샌드라는 게 구체적으로 뭔가?
태호 : 모래에서 기름을 짜내는 기술입니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공정이라 처리 비용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컸죠.
그 단점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기술이 개발됐다... 그게 이번 작전 떡밥이에요.
조회장 : 그 기술처럼 악덕 사채업자한테 돈을 쥐어 짜내겠다... 이건가?
태호 : ...맞습니다.
조회장 :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복사물 다시 읽는) 흐음...
태호 : (그 표정 살피며) 마음에 걸리세요?
해진 : (거들며) 회장님! 나쁘게 보면 사기지만, 좋게 말하면 경제 정의 구현이에요.
이 인간한테 사채 끌어 쓰고 피눈물 흘린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니깐요!
조회장 : (고개 젓는) 아니지... 이건 아니야...
태호 : (초조해지고) 회장님이 빠지시면 곤란한데...
조회장 : 아무리 재미교포지만 (복사물 가리키며) 로버트 박은 너무 평범하지 않은가?
태호 : 네?
조회장 : 거 왜, 기품있는 이름 많지 않나. 버나드 쇼라든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같은 거.
태호 : (웃는) 이름은 회장님 맘대로 바꾸세요.
해진 : (문득) 태호씨. 정사장 오른팔 있잖아, 그 등빨 좋은 놈.
전에 그 녀석이 장례식장에서 내 얼굴 봤는데... 순순히 속아 넘어갈까?
태호 : (미소 짓는) 지금 그 꼴로 마주치면 알아보겠지. (일어나며) 자! 다들 갑시다! 때 빼고 광 내러!
와글와글 일어나는 일행. 그 위로 경쾌한 음악이 시작되며...
27. 편집화면 -D4
/ 사우나 안. 시커먼 땟국물이 배수구를 따라 콸콸 흘러 내려간다.
나란히 서서 샤워하는 일행. 다른 손님들은 기겁하며 피하고.
/ 사우나 안. 탕에 몸을 담근 일행.
조회장은 지긋이 눈감은 채 온탕을 즐기고 영칠은 해진에게 물 끼얹고 장난치고 오십장은 자기한테 물 튀기자 짜증내고...
그런 모습을 웃으며 지켜보는 태호.
/ 미용실. 사각사각 잘려나간 머리털이 바닥에 수북하다.
나란히 앉은 태호 일행에게 하나씩 달라붙은 미용사들. 거울에 비치는 각자의 얼굴. 제법 인물이 돌아오고 있다.
/ 백화점 의류 매장. 편하고 깔끔한 의상을 갈아입은 영칠과 오십장, 서로의 옷매무새를 봐준다.
지켜보던 태호, 다른 쪽으로 간다.
/ 백화점 신사복 매장. 해진이 양복 모델처럼 포즈를 취한다. 고개를 끄덕이는 조회장.
짧은 시간경과. 수트 걸치고 품을 재는 조회장. 누가 봐도 재벌 회장급 포스다.
엄지를 척 올리는 해진. 구경왔던 태호와 영칠, 오십장도 일동 박수.
/ 전자 상가. 영칠이 컴퓨터 부품을 한박스 안아들고 나선다.
맞은 편 가게에서 나오는 오십장은 전자 부품 쇼핑백을 양손에 들고 있다.
/ 힘차게 걸어오는 구두발, 운동화 등등.
카메라 올라가면 몰라보게 변신한 태호, 해진, 조회장, 영칠, 오십장이 일렬로 주욱 늘어서서 거리를 활보한다.
저마다 자신감에 넘치는 웃음과 미소. 그들의 에너지 가득한 전체 샷에서 화면 정지!
28. 거리 일각 ( 낮 ) -D4
우두커니 서 있는 종구. 매끈한 차 한 대가 옆에 와 선다.
오가는 행인만 살피는 종구. 빵! 짧게 울리는 클락션. 차창 내려가고 운전석에 미주가 앉아 있다.
종구 : (의외인) 네 차냐?
미주 : 훔쳤어요.
종구 : (뜨악하게 보는)
미주 : 뭐해요, 안타구?
종구 : 걸어갈란다. 차에 꼬린내 밸 거야.
미주 : 괜찮아요. 타세요.
대꾸없이 걸어가는 종구. 미주, 할 수 없이 노상 주차선에 차를 댄다.
29. 신사복 매장 ( 낮 ) -D4
안으로 들어서는 종구. ‘어서 오세...’하다가 종구 행색에 찌푸리는 점원.
종구, 진열된 양복을 눈으로 훑는다. 인상쓰며 다가서는 점원.
점원 : (천원 짜리 한장 내밀며) 나가요.
종구 : (무표정하게 쳐다보는)
점원 : (돈 흔들며) 영업에 방해되니까 나가라구요.
종구 : (덤덤한) 나... 옷 사러 왔는데.
점원 : (코웃음) 아~ 그러세요? 뭘루 사시게?
미주 : (소리) 제일 좋은 걸루요.
점원, 돌아보면 미주가 다가와서 종구 옆에 선다. 보란 듯이 쓰윽 팔짱까지 끼는 미주.
놀라서 보는 점원과 어색한 종구.
미주 : 요즘 유행하는 디자인으로 골라와요. 원단은 최고급으로. (종구를 쳐다보며) 우리 자기, 세 벌은 있어야겠죠?
점원 : (황망히 진열장으로 가며) 네! 잠시만 기다리십쇼!
종구 : (팔짱을 내려다보는) 뭐하냐, 너?
미주 : (점원쪽을 흘겨보는) 괘씸하잖아요.
종구 : 괘씸하면... 남자 팔짱 막 껴두 되냐?
미주 : (웃는) 싫어요?
종구 : ...더워.
멋적은 듯 팔짱을 빼는 종구. 미주, 흘겨 본다.
/ 시간경과.
양복을 걸친 종구, 거울 앞에 서 있다. 옆에서 세심하게 품을 만져주는 미주.
도저히 납득이 안가는 표정으로 지켜보는 점원.
미주 : 저것두 한번 입어 볼게요.
종구 : 또?
미주 : 제 꺼 아니구, 아저씨 옷이거든요. 은지 만날 때 폼나라구.
종구 : (마지 못해) ...알았어.
미주 : (종구가 상의 벗는 거 도와주며) 나가서 밥 먹으러 가요. 이 근처에 꽃게탕 잘하는 집 있거든요.
종구 : (상상하며 흐뭇) 꽃게 좋지. 소주도 일병 추가.
미주 : (피식 웃는) 어련하실라구요.
그때 미주의 핸드폰이 울린다. 번호 확인하고 표정 굳는 미주. 의아해서 보는 종구.
미주, 한쪽 구석으로 가면서 핸드폰을 받는다.
미주 : (방금 전과 톤이 달라진) 네... (듣다가) 아뇨. 볼 일 있어서 잠깐 나왔 어요. (표정) ...지금요? (흘끔 종구를 돌아보는)
종구 : (점원이 갖다준 양복 입다가 시선 마주치는)
미주 : (종구의 시선 피하며) 급한 일 아니면 이따 클럽에서... (말 멈추고 듣는) ...알았어요.
종구 : (짚이는 표정으로 지켜보는) ...
미주 : (통화 마치고 다가온다, 표정 고치고 미소) 이것두 완전 맞춤이네! (점원에게) 아까 거랑 같이 포장해줘요.
종구 : (점원이 가고나면) ...흥삼이냐?
미주 : (덤덤히) 네.
종구 : 뭔데?
미주 : (시선 피한 채) 지금 호텔로 오래요. 할 얘기 있다구.
종구 : (잠시 보다가) ...가지 마라.
미주 : (흠칫, 쳐다보는) ...!
종구 : 꽃게탕 사준다며? 말을 꺼냈으면 지켜야지.
미주 : (착잡한) ...알잖아요. 가야 되는 거.
종구 : (묵묵히 보는) ...
미주 : 미안해요. 밥은 다음에...
다 듣지 않고 돌아서는 종구, 휘적휘적 가게를 나간다.
입술을 깨무는 미주, 따라나가지 못한 채.
30. 지하도 일각 -D4
축 처진 어깨로 걸어오는 종구, 미주 생각에 표정이 스산하다. 시끄러운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저만치, 배중사와 부하들이 구걸 맹인(1부)을 둘러싸고 으름장을 놓는 중.
배중사 : (지폐로 맹인의 뺨을 찰싹찰싹 때리며) 5대5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그동안 잘라먹은 상납액까지 포함해서 이제부턴 8대2야, 알았어?
맹인 : (울먹이며) 아이고... 그러면 저 굶어 죽습니다.
배중사 : 굶어죽기 전에 맞아죽을래? 느이들, 장태호 믿구 탱자탱자하던 시절 이제 끝났어.
(비아냥) 억울하면 죽은 그 자식, 귀신이라두 불러서 하소연하던가.
코웃음치고 돌아서는 배중사, 멈칫 선다. 까칠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종구, 돈 내놓으라고 손을 까닥까닥.
배중사 : 오늘이 상납일이라... 큰형님한테 바로 갖다 드려야 되는데요.
종구 : 내놔. 잔머리 굴리지 말구.
배중사 : (언짢은) 뭐요?
종구 : 장태호가 5대5로 낮춘 거, 곽회장도 묵인했잖아. 니들이 다시 올려받고, 중간에서 잘라먹기로 했냐?
배중사 : (뜨끔) 새... 생사람 잡지 마쇼!
종구 : (지폐를 나꿔채는) 독사하구 악어한테 똑똑히 일러둬. 수금 비율은 계속 5대5로 간다. (힘주듯) 장태호가 했던 대루...
배중사 : (기가 막힌) 형님!
종구 : (지폐를 돌려주며) 들었수? 다른 사람한테두 그대로 전해요.
맹인 : (그저 황송한) 예, 예.
종구 : 저 놈들이 허튼 수작하면 곧장 나한테 알리구.
종구, 배중사를 눈빛으로 한번 을러대고 돌아선다. 붉으락푸르락, 열 받지만 속수무책인 배중사.
31. 하우스 앞 / 차 안 -D4
어딘가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조수석의 태호. 운전석에 오십장, 뒷자리에서 고개 내민 해진도 같은 곳을 바라본다.
저만치 주택 앞에 세워진 차. 정사장이 하우스 매니저의 안내 받으며 대문에 들어간다.
태호 : 요령껏 밀당하다가 시원하게 털려줘. 호구 잡았구나 싶게.
해진 : 따는 게 힘들지, 잃는 게 어렵나. 걱정 마.
오십장 : 공연시레 잡기술 쓰덜 말어. 손모가지 날라가붕게.
해진 : 어허! 사람을 뭘로 보고!
태호 : (다짐 받듯) 일단 안에 들어가면 해진씨 혼자 해결봐야 돼. 몸수색 때문에 모니터 장치를 못다니까.
해진 : (은테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나만 믿어. 첫술에 배부르게 해줄게.
태호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 차에서 내리는 해진. 서류가방 들고 하우스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 해진쪽, 하우스 대문 앞. 차에 기대서 있던 떡대가 돌아본다.
가슴이 쿵쾅거리지만 태연하게 다가오는 해진. 쫙 빼입은 양복, 깔끔하게 빗어넘긴 머리에 은테 안경까지...
영락없는 엘리트 비지니스맨! 어디서 본 거 같기도 하고... 갸웃해서 보는 떡대.
무시하고 지나치는 해진, 현관 벨을 누른다.
매니저 : (소리) 누구쇼?
해진 : 삼성동 오상무 소개로 왔습니다.
매니저 : (소리) 잠깐만요.
기다리는 해진. 등 뒤에 계속 꽂히는 떡대 시선이 느껴지고... 이윽고 철컹! 문이 열린다.
안으로 들어가려던 해진, 떡대를 돌아보더니 매너있게 눈인사. 떡대, 저건 뭐야? 싶은 눈초리고.
/ 차 안의 태호, 해진이 대문 안으로 사라지자 한숨 돌린다.
오십장 : 워메... 간이 벌렁벌렁혔네. (돌아보며) 으짜까? 밤새 여그서 대기혀?
태호 : 정사장은 계속 감시해야죠. 사무실 다녀올 테니까 이따 저하고 교대 합시다.
32. 하우스 / 거실 -D4
널찍한 거실에 여러 개의 카드 테이블이 시끌벅적하다. (흡연은 보여주지 않아도) 자욱한 담배 연기.
종업원들이 돌아다니며 음료를 서비스하고 매니저는 휘휘 둘러보며 감시 중이고...
그 중 유독 시끄러운 판이 있다. 카드를 까며 희희낙락하는 해진.
해진 : 오 마이 갓! 이걸 어쩌나! 또 붙었네, 붙었어!
(칩을 긁어 모으며) 지난 주에 라스베가스에서 털린 거, 여기서 벌충하는구만! 응?
해진 너스레에 인상쓰는 카드 멤버들.
매니저, 그런 해진과 발치에 놓인 서류가방을 보다가 안으로 들어간다.
33. 하우스 / 내실 -D4
매니저가 들어선다. VIP들만 따로 플레이하는 테이블.
정사장이 패를 쪼다가 돌아본다.
정사장 : (찡그리며) 오늘 와 이리 시끄럽노? 신경쓰이구로.
매니저 : (낮게 귓속말) 처음 보는 호구가 하나 왔습니다.
정사장 : ...?
매니저 : 재미교포라는데... 지갑은 두둑해 보입니다.
정사장 : (표정) 맞나?
매니저 : 안으로 들일까요?
정사장 : (번들거리는) 세상은 넓고 호구는 쎘다카니께, 딸라 맛 쪼매 보자.
/ 짧은 시간경과.
매니저 안내 받으며 서류가방을 든 해진이 들어선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훑어보는 정사장.
해진 : (싱글벙글) 영광입니다! 뉴욕에서 온 다니엘 박이라구 합니다!
정사장 : 노름판 통성명은 패로 한다 아입니꺼? 각설하고, 앉으이소.
해진 : (앉으며, 테이블의 칩을 보더니) 야, 확실히 VIP룸이라 스케일이 다르네요! (자못 들뜬) 포커칠 맛 나겠는데요!
정사장 : 마, 재미지게 놀아보입시더.
해진 : 암요, 그래야죠!
정사장 : (들뜬 해진을 의뭉스런 미소로 보는) ...
34. 상가 사무실 - 펜트하우스 ( 밤 ) -N4
모니터 화면에 기업 홈페이지가 떠 있다. 전부 영문으로 된 미국 회사.
영칠이 마우스를 조작하고 태호가 옆에서 들여다보는.
영칠 : 실리콘 밸리에 있는 반도체 회산데요, 이 디자인 떠와서 사진하고 내용은 바꿔치기할 거에요. 연관 링크도 수정하구요.
태호 : 미국 재무성하고 국세청에도 등록된 회사라야 돼.
영칠 : 소스코드 몇 개만 수정하면 돼요. 누가 들어와서 봐도 진짜로 있는 회사처럼 보일 거에요.
태호 : 내일 오후까지 부탁해.
영칠 : (그새 모니터에 파고들어갈 듯 집중한) ...
피식 웃는 태호, 책상 위를 둘러본다. 케이스 없이 조립해놓은 본체. 책상 위엔 모니터와 노트북이 여러 대 돌아가는 중이고...
소파로 다가가는 태호. 돋보기 낀 조회장이 복사물을 외우고 있다.
태호 : 피곤하지 않으세요?
조회장 : (돋보기 벗고 눈을 주무르는) 안그래도 좀 지치는구먼. 비행기를 열 두시간이나 타고 왔더니...
태호 : ...?
조회장 : 이 나이엔 퍼스트 클래스라두 장거리 여행은 고역일세. 돌아가면 몬타나에 있는 별장에서 한달 쯤 푹 쉬어야겠어.
태호 : 회장님, 미국 사람 다 되셨네요.
조회장 : (근엄하게) 버나드 박일세.
태호, 빙긋 웃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흥삼이다. 표정 굳는 태호, 창가로 가면서 받는.
/ 펜트하우스, 소파에 앉은 흥삼과 교차되는 통화.
흥삼 : 미끼는 물었냐?
태호 : 떡밥 뿌리는 중입니다.
흥삼 : 보험두 설계 들어갔다.
태호 : (표정) 그때 말씀하신... 차관 말입니까?
흥삼 : 정사장은 내가 잘 알아. 비빌 언덕 없으면 엉덩이도 안댈 위인이거든. 문차관 정도면 확실한 보험이 될 거다.
태호 : 마담이 직접 나서는 겁니까?
흥삼 : (미소) 왜? 류씨 때문에 맘에 걸리냐?
태호 : (묵묵한) ....
흥삼 : (미소 위로, 서늘한) 니 시나리오 하나 믿구 제작비 때려 부었다. 흥행 실패하면 우리 다 죽는 거야.
태호 : (스스로 다짐하듯) 대박날 겁니다. 반드시...
35. 더 클럽 앞 ( 밤 ) -N4
우두커니 서 있는 종구, 길 건너 클럽을 지켜본다.
그때, 미주가 얼큰해진 문차관을 부축하며 나온다. 저도 모르게 몸을 감추는 종구.
미주, 대기하던 택시에 문차관과 함께 오른다. 종구, 표정이 굳는.
36. 호텔 객실 ( 밤 ) -N4
미주, 침대 한켠에 우두커니 앉아있다. 바닥에 어질러진 양복. 욕실에서 샤워하는 소리가 들린다.
우울한 미주의 표정 위로.
흥삼 : (소리) 너 지금 뭐라구 했냐?
37. 펜트하우스 ( 몇 시간 전, 오후 ) -D4
완강한 눈빛으로 응시하는 흥삼. 미주는 난처한 표정이고.
미주 : 호텔에 들어가고, 나오는 사진만 찍으면 된다면서요? 가게에 나희도 있고, 세미도 있으니까...
흥삼 : (말 자르고) 문차관이 데리고 자고 싶은 여자는 너야.
미주 : (멈칫) ...!
흥삼 : 하루이틀 해본 일두 아니고, 새삼스럽게 요조숙녀 흉내는... (문득 표정) 너... 연애하냐?
미주 : (당황하며 웃는) 그럴 상대나 있구요?
흥삼 : (꿰뚫어보듯) 류씨는 단념해라.
미주 : (표정) ...
흥삼 : 니 등에 화상이 지워지지 않는 한, 류씨는 너 못품는다.
그런 위인이거든. 평생 과거에 발목 잡혀서 죽지도, 제대로 살지도 못하고...
미주 : (일어나는, 냉랭하게) 차관한테 메시지 보낼께요. 제대로 녹여 놓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흥삼 : (느긋하게 응시하며) 이번 일 다 끝나면 싸이판이나 가자. 열흘쯤 푹 쉬다 오게.
미주 : (감정없이) ...기대되네요.
38. 호텔 객실 ( 밤 ) -N4
정물처럼 앉아있는 미주, 문득 손을 뻗어 어깨를 만져본다. 옷자락 안에서 느껴지는 화상의 흔적.
미주, 우울한 눈빛이 더 깊어지는데... 현관에서 벨소리.
미주, 문으로 다가간다.
미주 : (의아한) 누구세요?
종구 : (소리) 나야.
미주, 흠칫 놀랐다가 얼른 문을 연다.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종구.
미주 : (놀라고, 의아하고) 아저씨?
종구 : 아무리 생각해두... 얻어 먹어야겠어, 꽃게탕.
미주 : (난처한) 나중에요. (욕실 돌아보며) 지금은... (하다가 흠칫!)
종구, 미주 팔목을 잡더니 끌고 간다. 당황한 미주, 그 힘에 끌려가고.
39. 호텔 앞 ( 밤 ) -N4
차 안에 앉아있는 사마귀,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확인한다.
교태어린 웃음의 미주가 차관의 팔짱 끼고 호텔에 들어가는 연속 사진.
무심코 고개 들던 사마귀, 눈빛! 미주를 데리고 나온 종구가 택시를 잡아 탄다. 사마귀의 차 앞으로 지나쳐가는 택시.
사마귀, 살짝 찌푸린다.
40. 하우스 / 내실 ( 새벽 ) N4
깔끔했던 초저녁과 달리 머리는 부스스, 눈은 퀭한 해진. 다른 멤버들은 포기했고 해진과 정사장의 히든 맞대결이다.
테이블에는 칩이 수북한데 해진 앞에는 거의 남지 않았고 정은 넉넉하다.
패를 확인하고 밝아지는 해진, 얼른 포커페이스로 고친다. 그런 모습 놓치지 않는 정사장, 내심 비웃는.
해진 : (들떠서 칩을 다 밀어넣고) 올인하고... (서류 가방 열면 달라 약간과 서류봉투, 그것도 올려놓고) 이것도 전부!
정사장 : (기가 막혀 웃는) 머라카노? 노름하다 집문서는 잽힌다카드만, 그기 머라꼬 받아주겠노?
해진 : 집문서보다 열배, 백배 귀한 겁니다! 우리 회사 기밀 서류거든요!
정사장 : (가늠하듯 보는) ...
해진 : (비굴하게 웃으며) 사장님, 아니 회장님! 개평 주는 셈 치구, 예? 부탁합니다!
정사장 : (쯧! 혀를 차더니) 마, 그라입시더.
환해지는 해진. 칩더미에 얹히는 서류봉투. 해진이 의기양양 카드를 오픈한다. 풀하우스!
정이 느긋하게 까보이면... 포카드! 쿵!! 사색이 되는 해진.
정사장 : (느물대는) 하이고, 아까버라. 집 만들고 깨지모 피눈물 나온다카이.
해진 : (벌떡 일어나서 으르렁) 나중에 현찰 들고 찾으러 갈 테니까, 그 서류... 잘 보관하쇼! 절대 열어보지 말구!
정사장 : 두둑히 챙겨 오이소. (서류 토닥이며) 그때까지 무탈허게 맡아주꾸마.
씩씩대며 나가는 해진. 정사장, 별 관심없이 서류를 흘끔 보더니 아무렇게나 치워 둔다.
41. 상가 사무실 ( 새벽 ) -N4
영칠은 충혈된 눈으로 컴퓨터 작업, 조회장은 소파에 담요 덮고 자는 중.
태호, 창가를 서성거리며 통화 중이다.
태호 : (득의만만한) 잘했어. 미행이 붙을 수도 있으니까 곧장 호텔로 가. 어, 회장님은 아침에 그리 가실 거야.
그래, 수고했어. 해진씨.
전화 끊는 태호, 상기된 표정이다. 이제 첫단추를 뀄다, 계획대로 정이 낚일 것인지...
흥분과 긴장으로 창 밖을 돌아보는 태호.
42. 심야식당 ( 새벽 ) -N4
보글보글 끓는 꽃게탕. 종구, 접시에 코 박고 후루룩 쩝쩝 잘도 먹는다.
기가 막힌 듯 쳐다보는 미주.
미주 : 회장님이 가만 있지 않을 거에요.
종구 : (대꾸없이 국물만 들이키는)
미주 : 아저씨!
종구 : 먹어. 먹구 죽은 귀신은 때깔두 좋다잖어.
미주 : (후... 한숨 쉰다, 수저를 드는, 그러다 멈추고) 저기요... (잠시 말을 고르다가) 제 등에 화상... 아직두 마음에 걸려요?
종구 : (수저 멈추고 보는, 그 표정 위로) ...
미주 : (소리-비명) 아저씨!!
과D/ 12년 전 화재 상황이 파편적인 컷컷으로!
일렁이는 불길. 매캐한 연기. 사무실 박차고 들어와 ‘은지야!’ 부르는 종구.
은지(중학생)를 부축한 미주, 구석에서 ‘아저씨!’ 외친다.
종구, 다가가려는데 와르르 무너지는 천장.
비명 지르며 은지를 감싸안는 미주. 그녀의 어깨와 등으로 불티가 쏟아지고, 종구 ‘안돼!!’ 소리치는.
/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종구. 미주, 애써 웃어 보이며.
미주 : 그 불은... 그냥 사고였어요. 아저씨도, 누구 탓도 아니니까... 그러니까 더 이상 자책하지 마요.
종구 : (수저를 내려놓고) 가끔씩... 그런 생각이 든다.
미주 : ...?
종구 : 그때 그 기차역에서... 너하구 같이 떠났더라면... 니 흉터도, 내가 헤매는 일도 없었을 텐데... 그런 쓸데없는 생각.
미주 : (먹먹하게 보는) 늦었다구 생각해요?
종구 : 아직 할 일이 남았으니까.
미주 : ...은지요?
종구 : (끄덕) 그 아이만 찾구나면, 너하구 나... 서울역에서 떠나자. (조심스레) 그래... 줄 거냐?
미주 : (눈가가 젖는, 짐짓 태연하게) ...생각해보구요.
고개 떨구는 미주, 국물을 뜬다. 접시에 떨어지는 눈물방울.
종구, 그런 미주를 안스럽게 바라보고... 두 사람의 모습 위로 음악 깔리면서.
43. 편집화면 -N4
간간이 택시만 지나가는 새벽 거리. 종구와 미주가 걸어온다.
미주, 종구 표정을 살핀다. 묵묵히 앞만 보는 종구.
슬그머니 팔짱을 끼는 미주. 종구, 미주를 흘끔 보고 뿌리치지 않은 채 그대로 걷는다.
/ 상가 사무실. 영칠과 조회장이 적당히 구겨져 자고 있다.
상의를 벗은 태호, 붕대를 푼다. 일전의 상처가 많이 아물었다. 허물처럼 벗겨진 붕대를 보며 착잡한 상념에 잠기는 태호.
/ 어둑한 새벽. 나라가 쪽방을 들여다본다. 썰렁해보이는 텅 빈 방.
/ 3부 20씬. 화단 위로 우산을 씌워주는 태호.
/ 3부 21씬. 함께 빗 속을 뛰어가는 태호와 나라.
D5/ 다시 현재, 아침.
화단이 있는 골목에 쪼그려 앉은 나라. 시무룩한 표정으로 흙을 다독인다.
44. 동해금융 / 정사장 사무실 ( 오전 ) -D5
덜컥! 열리는 서류가방. 5만원 다발이 가득하다.
눈이 휘둥그래진 정사장, 앞에 앉은 해진을 새삼 쳐다본다. 떡대도 놀라서 보고.
해진 : (초조한) 서류 어딨어요? 빨리 줄 거 주고, 받을 거 받읍시다.
정사장 : (느물대며 밖을 향해) 김양아~ 여, 차 좀 내온나~
해진 : (짜증) 시간 없다니까요! 저희 아부지, 아니 회장님이 당장 서류 찾아오라고 난리 났어요!
정사장 : 하이고... 아버님이 미국서 자수성가를 하신갑네. (넌지시) 회사 이름이 머라 캤지요?
해진 : 댁하고 상관없거든요? 아, 빨리 서류 달라구요!
정사장 : ...이를 우짜노? 그래 중요한 건지도 모르고 깜빡 집에 놓구 와뿟제.
해진 : (멈칫, 울컥한) 뭐요? 아니 그걸 왜...
정사장 : 그라믄 마, 이카입시더. 일단 호텔에 가 계시모, 우리 얼라들이 서류 갖구 갈 낍니더. 돈은 그때 받겠심더.
해진 : (불안한) 무슨 일이 있어두 오늘 중엔 받아야 돼요!
정사장 : 마, 그래 중요한 서류를 판돈으로 쓰모 안되지요.
해진 : (꿈틀) ...!!
정사장 : (농담이라는 듯 미소) 아입니다. 걱정 말고 가입시더.
불안하게 보다가 허리 굽혀 서류 가방을 챙기는 해진. 그러다 순식간에 도청 마이크를 테이블 아래 붙이는!
45. 동해금융 / 건물 앞 ( 오전 ) -D5
건물에서 나오는 해진, 택시를 잡는다. 길 건너, 차 안에서 지켜보는 태호. (오십장은 교대해서 들어간 상태)
태호 향해 살짝 오케이 사인 보내고 택시에 오르는 해진.
태호, 조수석에 놓인 수신기 버튼을 켠다. 약간 잡음이 들리다가 이내 선명해지는.
태호, 집중해서 듣는다.
정사장 : (소리) 죄다 꼬부랑 말이라 알아묵겄나, 어데!
46. 동해금융 / 정사장 사무실 ( 오전 ) -D5
테이블 아래 감쪽같이 붙어있는 단추같은 도청 마이크. 금고가 열려 있다.
정사장, 봉투 안에 영문 서류를 뒤적이는.
정사장 : (떡대에게 서류 건네며) 밖에 조과장 영어 좀 하제? 머라 써놨나 해석 좀 해오라캐라.
떡대 : (갸웃) 이걸... 왜요?
정사장 : 자슥아! 돈가방 싸가 식전 댓바람부터 찾으러 온 거 보모 모르것나? (눈빛 날카로운) ...쇳가루 냄새가 억수로 나는 기라.
떡대 : (서류 보며 계속 갸우뚱)
정사장 : 머하노! 퍼뜩 안가고!
부랴부랴 나가는 떡대. 그때 정사장의 핸드폰이 울린다.
정사장 : (확인하고 반색하며 받는) 아이고마... 이사님께서 우짠 일로 전화를 다 주셨슴니꺼?
(듣다가) 야? 누구 목이 날라간다고예? (껄껄 웃는) 한중그룹에 감히 이사님 목 칠 사람이 회장님 말구 또 있습니꺼?
(듣다가 표정 굳는) ...!!
47. 공항 고속도로 ( 낮 ) -D5
고급 세단이 달려간다. 인천공항 방면을 알리는 표지판 보이고.
48. 달리는 차 안 ( 낮 ) -D5
뒷자리 상석에 윤회장, 그 옆에 세훈이 앉아 있다.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서를 읽는 윤회장. 세훈은 초조하게 기다리고.
윤회장 : (서류를 덮고) 사냥감이 덩치가 클수록, 화살통은 꽉 채워야하네. (서류를 돌려주며) 이 정도로 잡힐 상대가 아니야.
세훈 : 알고 있습니다. 최이사 개인 비리는 추가로 더 조사할 계획입니다.
윤회장 : 그쪽 파벌에서도 반격에 나설 게야.
세훈 : 수족 노릇하는 간부들도 한꺼번에 엮을 겁니다. 회장님께서 결단만 내리시면, 그룹은 이번 기회에 거듭 날 수 있습니다.
윤회장 : (표정없이 보다가) 윤정민 대리는 뭐라던가?
세훈 : (뜻밖인) 네? (비밀 연애를 알고 있나 싶은) 갑자기 윤대리 말씀은...
윤회장 : 그 녀석, 어릴 때부터 최이사를 친삼촌같이 따랐네.
세훈 : (내심 안도하며) 그랬습니까?
윤회장 : 아무리 회사를 위한 일이라지만... 썩 내키진 않을 텐데.
세훈 : 기대 이상으로 해주고 있습니다.
윤회장 : (끄덕이며 생각하다가) 최이사 문제는 출장에서 돌아오는 대로 처리하지.
단, 그 전에 화살을 넉넉히 챙겨놓아야 할 걸세. (경고하듯) 안 그럼 피 흘리고 쓰러질 사람은 자네가 될 게야.
세훈 : (표정) ...명심하겠습니다.
49. 구내 식당 ( 낮 ) -D5
식판 들고 걸어오는 세훈. 흘끔거리거나, 수근대는 직원들.
세훈, 웃으면서 테이블에 앉는데 직원들, 분분히 식판 챙겨 일어난다.
김새는 세훈, 어깨를 으쓱하고 수저를 든다. 세훈 앞에 다가와 서는 정민.
정민 : 한달 전만 해두 그룹 최고의 인기 싱글남께서 이젠 기피대상 1호가 됐네요? (생긋 웃는)
속담 틀린 거 없죠?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세훈 : 최이사 정 맞는 게 무서우면 윤대리도 다른 자리로 가요.
정민 : (식판 놓고 앉으며) 혼자 식사하시게 할 순 없죠. 직속 부하로서 의리가 있는데...
세훈 : 눈물나게 고마운데요.
정민 : 전염병 걸린 것처럼 격리돼서 먹는 기분, 나 알아요. (남의 일처럼 태연하게) 아빠가 누군지 학교에 소문나면
그날부터 급식 시간엔 늘 혼자였거든요.
세훈 : (보는) ...
정민 : 회장딸인 거, 소문 다 났으니까 이제부터 혼자 밥 먹어야 되는구나 싶었는데... (웃는) 실장님두 왕따가 돼서 다행이에요.
세훈 : (웃지 않고 보는) ...
정민 : (오물거리며) 최이사가 망할지, 실장님이 역풍 맞을지... 내기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근데... 최이사쪽 승률이 높아요.
(가만히 보는 세훈 시선에) 심각할 거 없어요. 우리 기전실, 분발하잔 얘기니까.
세훈 : 회장님 돌아오시면... 말씀 드릴 겁니다. 정민씨하고 나, 교제하는 거.
정민 : (멈칫, 놀라서 보는) ...!
세훈 : 물론... 그러기 위해선 최이사한테 밀려나지 말아야죠.
정민 : (조용히 보는) 괜찮겠어요?
세훈 : ...?
정민 : 회장딸 꼬셔서 출세하려는 남자라고 수군댈 거에요. 다른 사람들은 세훈씨 능력에 관심없거든요.
세훈 : 나두 남들 입방아는 신경 안씁니다. (씁쓸해지며) 캐나다 있을 때... 집에서두, 학교에서두 항상 외로웠어요.
혼자 놀고, 혼자 밥 먹고... 그러면서 상상했어요. (정민을 똑바로 응시하는) 언젠가 함께 식탁에 앉아줄 사람,
영원히 내 편이 돼줄 사람을 만날 거라구...
정민 : (먹먹해서 보는) ...
50. 동해금융 근처 / 차 안 ( 오후 ) -D5
편의점 도시락을 까먹는 태호. 수신기와 연결된 카 오디오에서 정사장의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정사장 : (소리) 오일샌드? 모래에서 기름을 짜낸다 말이가?
멈칫! 젓가락질 멈추고 볼륨 높이는 태호.
51. 동해금융 / 정사장의 사무실 ( 낮 ) -D5
번역된 서류를 휙휙 넘기면서 보는 정사장. 그 앞에 조금 똘똘해보이는 직원이 서 있다.
직원 : 원유가 섞인 모래나 바위에서 짜내는 기술인데요, 처리 과정에 돈도 많이 들고 수질 오염이 심각해진답니다.
근데 서류에 있는 그 미국 회사에서 환경 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정사장 : (못미더운) 머라카노? 일마들 이거 사기꾼 아이가?
직원 : 홈페이지도 들어가보고,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조사해봤는데... 실리콘 밸리에 있는 회사는 맞는 거 같습니다.
세금도 꼬박꼬박 내구요.
정사장 : (여전히 미심쩍은) 맞나?
직원 : 서류에 적힌 내용대로면... 완전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요.
정사장 : (고민하다가 벌떡 일어나는) 거, 회장을 한번 만나가 간을 쪼매 떠봐야겠다. 시덥잖은 사기꾼이모 단박에 알 수 있다카이!
떡대 : (급히 들어서며) 애들 준비했습니다!
정사장 : (상의 걸치며) 떡대야. 그거, 일처리 단디 해라. 다른 사람도 아이고, 최이사 부탁인기라.
떡대 : 같이... 안가십니까?
정사장 : (눈을 빛내며) 내는 더 중요한 일이 생깄다.
52. 동해금융 앞 / 차 안 ( 오후 ) -D5
정사장과 떡대 등이 나온다. 차 안의 태호, 자세 낮추고 지켜본다.
정이 떡대에게 몇 마디 당부를 하더니 차에 오른다. 떡대와 부하들은 승합차에 올라서 다른 방향으로 출발.
미심쩍은 눈빛으로 승합차를 보던 태호, 정의 차가 출발하자 얼른 시동 걸고 뒤따른다.
태호 : (헤드셋 켜는) 해진씨, 나야. 정사장 지금 호텔로 출발했어. (듣다가) 그래. 이제부턴 회장님하고 해진씨,
콤비 플레이에 달렸어. (다른 번호 착신되자) 잠깐만... (번호 바꾸고) ...접니다.
53. 호텔 / 복도 ( 저녁 ) -N5
딸칵! 빼꼼히 열리는 문. 안에서 내다보던 해진이 흠칫 놀란다.
느물거리며 웃고 서 있는 정사장.
정사장 : (봉투 보이며) 따라란~ 요거 기다렸지예?
해진 : (뒤를 흘끔 봤다가) 여... 여기서 기다려요. 돈 갖다 줄 테니까.
조회장 : (소리) 누구냐!
해진 : (당황하며) 아무 것도 아니에요!
정사장 : 마, 섭하네. 얼라들 보내모 매너가 아인 거 같아 직접 왔는데.
해진 : (부릅 뜨며) 근데 이 사람이 정말...
조회장 : (뒤에 와 서며) 누구냐니까!
해진 : 아버지!
조회장 : (문을 벌컥 연다, 정을 발견하고) ...?
정사장 : (만면에 웃음) 아이고... 이래 뵙게 되가 영광입니더. 지는 정만출이라 캅니더.
조회장은 의아하고, 해진은 난처한데 정사장은 미소 위로 날카롭게 탐색하는 눈빛!
54. 강변 일각 ( 저녁 ) -N5
차에서 내린 태호, 흥삼의 차로 다가간다. 옆에 서 있는 사마귀.
차창 내려가고 흥삼의 얼굴이 보인다.
흥삼 : 낚인 거 같냐?
태호 : 아직 입질하는 수준입니다.
흥삼, 눈짓하면 사마귀가 USB를 건넨다. 태호, 받고서 흥삼을 보는.
흥삼 : 그걸로 쐐기 박아라. 국교부 문기환 차관이다.
태호 : 다음 개각때 승진설이 유력하더군요.
흥삼 : (미소) 아랫도리가 헤플수록 사람 도리는 힘든 법이지. 정사장이 줄 세운 인간들, 도미노처럼 쓰러질 거다.
태호 : (그 말에 떠오른) 한중그룹 최인구 이사라고... 아십니까?
흥삼 : (표정) ...왜?
태호 : 정사장이 그 자하고 통화하는 걸 들었습니다.
흥삼 : (불길해지는) ...!!
55. 한중그룹 / 지하 주차장 ( 저녁 ) -N5
승합차 안의 떡대와 부하들이 지켜보는 곳. 퇴근하는 세훈, 파일 더미를 안고 차로 다가간다.
파일을 지붕에 올려 놓고 차키를 꺼내는... 그때 주차장에 울리는 ‘들장미’의 멜로디!
세훈 : (웃으며 전화 받는) 이 번호로 하지 말라면서요?
흥삼 : (소리-다급한) 지금 어디야?
세훈 : (표정) 무슨 일이에요?
56. 강변 일각 차 안 / 외부 / 지하 주차장 ( 저녁 )-N5
차 안. 낮고, 다급하게 통화하는 흥삼.
흥삼 : 정사장이 사람을 풀었어! 어서 피해!
/ 놀라서 고개 돌리는 세훈!
/ 초조하게 핸드폰을 귀에 댄 흥삼!
/ 자기 차로 돌아가던 태호, 미심쩍은 표정으로 돌아보는!
세 사람의 모습이 한 화면에 박히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