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캐논에는 4개의 하청회사와 90명의 하청노동자가 있다. 이들은 롯데캐논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지만 지난 17년간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임금차별을 받아왔다.
매년 하청업체는 롯데캐논과 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하청업체 사장님은 “좀 더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도급계약이 안될 수도 있다”면서 조회시간마다 고용불안을 부추겼다.
하청노동자들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일을 해야 했다. 정규직의 2배 가까운 물량을 뽑아야 했다.
몸이 성한 사람이 없을 지경이었다. 두겹 세겹 손가락에 밴드를 붙이고, 일이 끝나면 녹초가 된 몸으로 퇴근후면 치료를 받으로 다녀야 했다. “월급보다 병원 약값이 더 들어간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하면서도 꾹 참아야 했다. 하청 노동자였으니까.
롯데캐논 정규직보다 노동량은 2배가 넘게 많았지만, 월급은 절반이었다. 정규직들이 상여금 800% 받을 때 하청노동자들은 상여금 100%를 받았다. 식당에서도, 탈의실에서도 온갖 차별을 겪었습니다. 롯데캐논 정규직들이 회사차를 타고 ‘롯데월드’로 놀러갈 때도 부러운 눈으로 기계를 돌려야 했다. 너무나 서럽고 억울했다. 하지만 꾹 참아야 했다. 하청 노동자였으니까.
이렇게 서럽고 부당하게 차별받아온 하청노동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롯데그룹의 신동빈회장이 ‘롯데그룹내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화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거기에 문재인대통령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1호사업으로 추친하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
현장에서 고용안정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대통령에게 편지도 쓰고 국회의원에게 호소도 하였다. 고용노동부 장관도 만나고, 안산지청장도 만났다. 안산시장을 만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문제를 잘 해결해달라고 매달렸다. 언론사에서 듣고 취재해서 방송과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님, 롯데 가족이라면서요?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78340&CMPT_CD=P0001&utm_campaign=daum_news&utm_source=daum&utm_medium=daumnews
하지만 롯데캐논의 반응은 없었다. 오히려 정규직화 이야기는커녕, 물량이 줄어 사람을 짤라야 한다고 했다. 그 이야기에 현장 노동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졌고, 이러다 회사가 문을 닫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커졌다. 퇴직금은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고 회사에 퇴직금이 적립되어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정말 황당하게 퇴직금은 적립되어 있지 않았다. 현장의 분노는 폭발했다.
현장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노사협의회를 통해 노조이야기를 전달했더니 사장은 펄쩍 뛰면서 “노동자들이 파업, 쟁의행위를 하는 경우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입주자 준수규정서>를 보여주었다. 노무사에게 물어보니 노조법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노동부에서도 이 내용은 문제가 있으니 입주자 준수규정서를 개정할 것을 시정지시 하였다.
롯데캐논, 하청업체에“노조 만들거나 파업 땐 계약파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1312213005&code=940702
2017년 12월 1일, 유천산업노동자 41명은 안산 노동청에 “캐논과 유천산업은 위장도급관계이고 불법파견에 해당하므로 유천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는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이에 노동부는 “캐논코리아와 유천산업이 형식상으로는 사내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캐논코리아가 유천산업을 직접적으로 업무지휘, 감독을 하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파견계약이므로 불법파견이고, 유천산업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고 시정지시 하였다.
노동부 시정지시이후 롯데캐논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차례에 걸친 설명회를 개최하고, 지수산업, 미소산업, 신우산업과 유천산업 노동자들 90여명이 함께 <롯데캐논 사내하청 직고용추진위원회>를 결성하였다.
유천산업 뿐만 아니라 롯데 캐논 사내하청 모두가 그동안의 불법과 차별을 거부하며 롯데캐논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스티커’를 작업복에 부착하고 일을 했다.
하지만 노동부 판결난지 한달이 지난 3월 20일 롯데캐논에서는 다시 한번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고용노동부를 기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롯데캐논에 정규직이 아닌 1년 계약직으로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누가봐도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한 꼼수였다.
그러면서 3월 20일 롯데캐논 설명회 당일, 1년 계약직으로 계약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자회사로 취업할 것을 강요했다. 자회사에 취업하는 조건은, 10년이 넘는 근속을 깡그리 무시하고 3개월 수습을 거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설명회 당일 오후 8시까지 도장을 찍지 않으면 자동으로 캐논 1년 계약직으로 된다며 노동자들을 협박했다.
결국 “롯데캐논 직접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지시는 ‘직접고용 1년 계약직’으로 탈바꿈되었고 불법파견에 대한 사과한마디 없이 회유와 협박으로 또다시 노동자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었다.
롯데캐논은 그동안 저질러온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롯데캐논 정규직과 같은 처우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고용 승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월 30일 노동자들의 요구는 1. 고용승계(경력인정) 2. 퇴직금 승계 3. 차별임금 4. 롯데캐논 정규직 임금체계를 알려달라는 것이었다.하지만 롯데캐논은 정규직만 하라고 하였지 그 어느 것도 조건이 없다고 하며 1. 신입연봉(55세부터 임금피크제 적용) 2. 토직금은 우리가 책임이 없다 3. 차별임금은 차후에 법적으로 해결하라 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유천 노동자들 전원(정년이 넘은 1분은 1년 촉탁직으로 계약함)은
유천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근무기간에 대해서 동의하고 근로조건에 대한 협의화 합의 과정을 거쳐서 원만하게 계약이 체결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부분동의하였다.
롯데캐논에서는 캐비넷을 비우고 퇴근하라고 하였고 4월 2일 통근버스를 타고 캐논에 출근해보니 출입이 안된다며 정문을 막아놓은 것이다.
노동자들은 바로 고용노동부로 달려갔다. 의지할데라곤 노동부밖에 없었다.
담당 근로감독관(박용훈)과 면담을 진행했다. 그러나 면담후 회의실을 비워달라고 노동부가 요구했다. 그러나 절박한 노동자들은 지청장 면담을 요구하며 자리를 지킬 수 밖에 없었다.
애타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시간이 갔다.
근로감독관과 캐논측과 같이 몇 차례 협상이 진행됐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퇴직금도 줄수 없다. 고용승계도 할 수 없다. 육아휴직자에 대한 육아휴직 급여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차별임금에 대해서도 지급할 의무가 없다'...모두 필요없고 오로지 빈털털이로 정규직만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롯데캐논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것이다.

유천산업 노동자들은 눈물을 머금고 현장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퇴직금, 육아휴직, 차별임금... 모든 걸 거부한 재벌 자본의 냉혹함에 눈물을 머금고 ‘롯데캐논 정규직’ 명찰달고 생업으로 복귀해야 한 것이다.
지난 17년 동안 불법파견으로 일했으니 직접고용하라는 지시는 참으로 ‘위선’이라고 규정지을 수 밖에 없다.
정규직이 아니어도 되고, 퇴직금은 알아서 챙겨받고, 육아휴직 중인 사람은 휴직을 중단하고, 그동안 차별받고 일했던 것도 내 알바 아니고, 그냥 오롯이 직접고용만 하면 된다는 대한민국의 법.
지청장이 있으면서도 출장갔다고 능청스럽게 거짓말하고, 행정절차를 밟아서 찾아오지 않았다고 무래하다고 으름장 놓고, 법 이외의 이야기를 한다고 노무사가 선동한다고 호통치는 노동부 나리님들의 위용.
불법을 저지르고도 반성과 위로는 커녕 적반하장으로 큰 소리치고, 자회사로 가면 퇴직금 준댔다가 캐논으로 오면 한 푼도 못준다는 고차방적식의 소유자, 유천산업 노동자들의 입사에 맞춰 수 십 년 동안 없었던 노동조합을 창립한 위대하고 매정한 자본 롯데캐논.
우리는 대한민국이란 사회의 민낯을 다시금 목격하고 말았다.
힘없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기막힌 사연을 세상에 알리는 일, 약자의 권리를 보호해 주지 않는 법을 바꾸는 일, 노동자를 무시하는 관료적인 노동부의 태도를 바꾸는 일, 퇴직금과 차별임금을 받아내는 일, 어용노조와 맞서 노동자의 권리와 자존심을 지켜내는 일...
이제는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 이런 대한민국의 민낯을 바로잡아야하지 않을까.
지역과 공동체의 연대가 절실한 날들이다.
대한민국의 큰 그림은 바뀌고 있지만, 내가 발딛고 사는 동네와 일터는 여전히 약자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새로운 촛불을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