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초이틀 아침,
큰아이가 세배를 하고 제집으로 떠난 다음 날이다.
내게 큰아이고 큰딸이지 나이 쉰줄에 다닿은 어른이다.
제 아이가 없으니 내겐 손자가 없는, 어른인 큰딸이 지금까지 세배를 하게 되고 우리는 절을 받게 된다.
이것도 세태다. 지금의 트렌드(trends)라 한다.
내처럼 큰아이가 자식을 봤다면 24살의 손자 손녀의 절을 받을테고 저도 제 자식의 절을 받고도 남을 나이다. 내 어른의 세대라면 아마도 증손자의 절을 받았을테고.
이래저래 나는 늙어간다.
설특집 프로그램으로 'Well dying'을 본다.
아름다운 죽음, 잘 죽기, 안녕한 죽음을 배우 박근형과 손숙이 말한다.
서서히 비우면서 자신의 흔적을 지우며 죽을 날을 준비한단다.
손숙은 성당의 납공당을 준비해 놓고 가끔씩 찾아가 본다고 한다. 관리인에게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하면 "천천히 오세요" 한다니 농을 덕담 같이 주고 받는다 싶다.
이렇게 늙어가는 부모를 보는 까닭인지 큰아이도 집에 들자마자 하는 말이 빨리 돈 모아서 북한산 밑 넓은 평수 빌라를 얻어 같이 살겠다 한다. 5년 안의 목표란다. 그려 저때면 우리도 팔순에 든다.
그러고보니 마치 'K-장녀' 같이 말을 한다.
그믐날 본 TV 프로그램이 'K-장녀'였는데 장녀라는 이유로 부모와 운명공동체인 책임과 의무를 필연으로 사는 것을 일컬었다. 부모와 동생들, 가족을 위한 희생이 전부인 세대를 칭했다. 회한과 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질시와 원망, 미움과 서러움이 정으로 응어리진 장녀들이다.
물론 내 아이가 저렇게까지는 아니라하지만 스스로 질려고하는 저 짐이 마치 'K-장녀' 같이 느껴져 마음이 무겁다.
'Well dying'과 'K-장녀', 이 둘의 상관관계가 명쾌하지 않은 설 이틀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