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 독, 3~7월 절정
복어에는 테트라도톡신이란 강력한 신경독이 있다. 섭취 후 30분에서 4시간이 지나면 입술·혀 끝 등의 마비에 이어 두통·복통·지각마비·언어장애·호흡곤란 등이 나타난다. 사망률도 60%에 달한다. 복어 독에 의한 사망 여부는 보통 중독 뒤 8시간 이내에 결정된다. 이 독은 해독제가 없어 중독되면 위를 씻어내야 하고, 회복만 되면 특별한 후유증은 없다.
복어 독은 120도에서 1시간 이상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따라서 복매운탕·복지리 등 가열 조리한 음식을 먹어도 화를 입을 수 있다. 복전문점에선 독이 거의 없는 살과 피까지 물로 깨끗이 씻어낸다. ‘복어 한 마리에 물 서 말’이란 속담은 이래서 나왔다.
미나리와 궁합이 잘 맞지만 미나리의 해독 효과를 과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미나리를 곁들이면 탕의 향미가 더 좋아진다는 정도로만 기대하는 것이 좋다. 복어 독의 절정기는 산란기인 5~7월이다. “나비가 날면 복어를 먹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모든 복어가 맹독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황복· 자주복· 까치복· 검복은 독성이 강하고 밀복· 가시복· 거북복의 독성은 약하다. 복어는 이렇게 위험한 독이 있지만 오래 전부터 맛 때문에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캐비아· 트뤼프(송로버섯)· 푸아그라(거위 간)와 함께 세계 4대 진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게 복어다. 복어 매니어였던 11세기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죽음과도 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搏死食河豚)”고 예찬했다
복어는 특히 주당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간의 해독 작용을 돕고 숙취의 주범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시키는 메티오닌·타우린 등 함황(含黃) 아미노산들이 풍부해서다. 일본의 술꾼들은 살짝 태운 복어 지느러미를 데운 정종에 띄운 ‘히레 사케’를 숙취가 적은 술로 간주한다.
영양도 풍부하다. 단백질 함량이 100g당 거의 20g에 달한다. 반면 지방 함량은 1g도 채 안 된다. 게다가 지방 중 20%가량이 EPA·DHA 등 혈관 건강에 유익한 오메가-3 지방이다. 100g당 열량은 85㎉가량. 복껍질엔 콜라겐이 많이 들어 있다. 콜라겐을 익히면 꼬들꼬들한 젤라틴이 된다. 맛이 뛰어나며 한방에선 관절 건강에 이로운 성분으로 친다.
복어 살은 희고 맑으며 기름기가 없다. ‘담담하면서도 싱겁지 않은(淡而不薄)’ 생선이다. ‘바다의 육류’라고 불릴 만큼 육질이 질긴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다른 횟감과는 달리 복어 회는 훨씬 얇게 뜬다. 이런 맛에 반해 중국인은 복어를 ‘천계옥찬(天計玉饌)’이거나 ‘마계기미(魔界奇味)’라고 표현했다. 특히 수컷의 고환을 ‘서시유(西施乳)’라 불렀다. 춘추전국시대의 경국지색이었던 서시의 젖 같은 맛으로 표현했다.
일본인의 복어 사랑은 극성스러울 정도다. 복어 독 중독 사고가 잦으며, “복어를 먹지 않는 사람에겐 후지산을 보여주지 말라”고 했다.
복어는 종류가 전 세계적으로 2000종이 넘는다. 이 중 우리는 검복(참복)· 까치복· 황복· 자주복 등을 즐겨 먹으며 검복을 최고로 친다. 복어 하면 풍선 같은 배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서양에선 배가 공처럼 생겼다고 해서 ‘globe fish(공 생선)’ ‘puffer fish’라 부른다. 복어는 위(胃) 아래쪽의 유문 괄약근을 이용해 공기를 빨아들인 뒤 식도 근육을 아래로 밀어서 몸을 부풀린다. 이는 상대에게 겁을 주거나(위협설), 장거리를 이동하거나(이동설), 호흡을 돕기 위한(보조 호흡설) 행위란 학설이 있는데 이 중 위협설이 가장 유력하다.
중국에서 복어를 하돈(河豚, 바다 돼지)·강돈(江豚)이라고 부르는 것도 놀라면 배가 돼지처럼 불룩해지는 것을 빗댄 것이다. 이집트의 상인은 복어 껍질로 만든 지갑을 들고 다닌다. 복어의 배처럼 재산이 크게 늘기를 바라서다. 복어는 또 성질이 급해서 무엇이든 마구 물어댄다. ‘복어 이 갈 듯하다’는 말은 원한이 있어서 이를 ‘바드득’ 가는 것을 뜻한다.
복어는 민물이나 바닷물 어느 곳에나 서식하는데, 바다에 사는 복어는 독성이 강하고 민물에 사는 종류는 독성이 약한 편이다.
복어 가운데에서도 가장 맛이 좋은 복어를 ‘서시유(西施乳)’라고 일컫는데, 중국 최고의 미인으로 꼽히는 ‘서시(西施)의 유방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의학에서 복어는 몸의 허열을 내리고, 이뇨작용을 하는 음식으로 『본초강목(本草綱目)』에도 소개되어 있다. 또한 정신을 맑게 하며 기운을 보충하는 데도 그만이라고 한다.
그러나 복어는 산란기인 3월에 독성이 가장 강해지는데, 복어의 독은 청산가리의 1300배 가량에 맞먹는 맹독으로, 단 한 마리의 독성으로 30여명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이다. 복어 독에 중독되면 즉각 지각마비, 언어장애가 일어나고, 심하면 호흡곤란과 함께 혈압이 떨어지면서 숨이 멎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