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명작사진읽기-50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1945~)의 appropriation 전략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사진은 모더니즘시대의 산물이다. 이성 중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중요하게 여기게 된 산업화시대에 사진은 세상에 등장했다. 또 오랫동안 사진은 예술을 위한 표현매체로 인식되기 보다는 사회를 변혁시키기 위한 수단이나 저널리즘을 위한 매체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1960년대 개념미술가들이 사진을 표현매체로 수용하면서 현대미술에서 중요하게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특히 포스모더니즘 작가들이 모더니즘 사회 및 모더니즘 예술 제도를 비판하는 수단으로 적합하다고 인식했다.
이들은 전통적인 사진가들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사진작업을 했다. 사진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진을 바라보는 관점도 많이 달랐다.
모더니즘 사진가들이 중요하게 여겼던 안정적인 구도, 아름다운 톤, 정확한 포커스 등은 관심사가 아니었다. 작가의 표현의도와 메시지가 더 중요했다. 보이는 것 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 것이다.
작업의 결과물 보다는 작업과정과 아이디어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또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은 독창성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래서 차용, 도용, 혼성모방 등이 중요한 표현전략이었다.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 중에는 여성작가들이 그 이전 시대에 비해서 두드러진 활동을 많이 했다. 또 주목을 받은 작가도 여성 작가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 중에 한사람이 바바라 크루거 Barbara Kruger 다. 동시대 작가인 신디 셔면과 더불어서 1980년대를 대표하는 페미니즘 작가다.
바바라 크루거는 여성작가이자 페미니즘 작가라는 점과 사진을 표현매체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신디 셔먼과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작업과정과 작품의 외형은 많은 차이점이 있다. 신디 셔먼은 자신이 직접 셔터를 누른 사진이든 타인이 셔터를 누른 사진이든 간에 이미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개입시킨다. 하지만 크루거는 사진이 직접은 찍은 사진이 아니라 잡지와 브로슈어에서 차용한 사진과 이미지를 사용하여 작품을 제작한다. 신디 셔먼의 표현방식과도 다르고 모더니즘 사진가들의 작품제작 과정과는 전혀 다른 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사진을 ‘뉴 웨이브 New Wave 사진’이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기존의 사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다.
바바라 크루거는 예술 그 자체를 위해서 작품을 제작한 것이 아니라 페미니스트로서의 자신의 정치적인 신념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진을 이용했다. 시위현장에서 사용하기 위해서 사진과 텍스트를 결합한 이미지를 사용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물을 기존의 예술제도에서 주목하여 시위현장에서 사용한 그 방식 그대로 미술관을 비롯한 전시장에서 보여주었다. 작가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발생한 모순과 자본주의 사회의 산물인 상품에 대한 비판적인 이미지를 생산한다.
여기에서 보여주는 작품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제작된 작품 중에 일부다.
‘나는 소비 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이 문구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풍자하고 동시대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산업혁명이후 지난 수 세기동안 형성된 자본주의 사회는 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가능해야만 사회체제가 유지 될 수 있다. 또 이러한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작동하고 새로운 문화가 발생하고 있다.
작가는 이와 같은 자본주의사회에 대한 풍자와 남성 중심적인 시각과 제도에 의해서 부당한 현실을 감내하고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제작했다.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술가 중에 한사람이 바바라 크루거다. 작가의 작품에서는 20세기 초반 러시아 구성주의적인 시각을 발견 할 수 있다. 또 디자이너로서의 디자인 및 편집감각이 정치적인 사회적의식과 더불어서 작품의 근원을 이루는 토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