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따스한 날. 봄이 오는 숨소리가 귀정사 만행산 숲 여기저기에서 느껴진다.
수각 옆 산수유도, 계곡길 생강나무도 노란 꽃봉오리를 드러낸다.
귀정사 요사채 옆 목련도 활짝 필 준비가 되어 있다.
3월 21일,22일. 1박2일간 봄이 오는 소리를 보고, 듣고,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귀정사 숲템플스테이.
아이들은 자연과 숲에서 온 몸으로 느끼고 놀고,
엄마나 함께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서 놓여나 절이든 숲이든
오로지 자신을 들여다 보고 편안한 시간을 갖자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처음가진 아이들숲템플스테이에는 10여명의 아이들과 부모들이 같이 했다.
자연과 숲에서 놀고 체험하는 동안 아이들에겐 1박2일이란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느낌이다.
부모들도 모처럼의 한적함과 쉼으로 어쩌면 근래에 느껴보지 못한 숲으로의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아이들과 즐겁고 행복한 시간.
오랜만에 아이들 소리로 귀정사 경내가 떠들썩하다.
아이들은 도착하자 마자 숲으로 나설 채비를 한다.

먼저 귀정사 대숲으로 나선다. 대숲 안에 난 작은 오솔길이다.
대나무도 만져보고 그 단단한 감촉을 느껴본다.
오솔길은 오랜동안 댓잎이 쌓여 바스락거리면서 푹신하다. 마치 융단같은 길이다.

뺨을 스치는 대숲바람을 느끼며, 새소리, 바람소리, 계곡물소리...
잠시 앉아서 소리여행을 떠난다. 하나, 둘, 셋, 넷.... 들려오는 소리가 몇가지나 될까.
손을 내밀고 세어본다.
평소에는 무심코 스쳐지나 소음같았는데, 그 자연의 소리들이 어떻게 들려오는지
잠시 눈을 감고 집중해본다.


어 이게 뭘까. 바위밑에 쉬고 있네. '도룡뇽!' 맞아요. 도룡뇽.
처음 보는 아이들은 신기해 서로 보고 만지려 한다.
'도룡뇽은 몇살까지 살 수 있을까'....... 26세. 어떤 종류는 80세, 할아버지 할머니만큼 사네.
' 자 이 친구는 여기서 뭘하고 있을까.'쉬고 있어요' ' 누군가 기다리고 있어요'
'그래 이 친구는 쉬고 있는지 몰라. 가만 두고 우리 길을 가자'

계곡이다. 얼었던 계곡이 다 녹고, 눈녹아 내리는 물살이 제법 세다.
'바람, 입대고 물마셔봐요. 나처럼.'
아이들은 그새 자연으로 물들어 간다.

아이들과 계곡길에 있는 진흙구덩이 앞에 섰다. 뭔지 갸우뚱한다. 뭐지.
'이건 뭘까' '왜 여기에 진흙구덩이 같은 게 있지'........'여러분은 몸이 가렵거나 때가 끼면 어디 가요?'
'목욕탕이요'...' 맞아요. 여기는 멧돼지가 목욕하는 곳이에요'
'벌레가 끼면, 진흙하고 나무에 마구 문지르던 걸 봤어요'

멧돼지 목욕탕을 지나, 쓰러진 나무들을 넘고 또 계곡을 지나 숲속의 넓은 공터에 도착.
공터 옆 쓰러진 나무에는 버섯들이 잔뜩 자라나 있다.
아이들은 ' 야 버섯을 발견했다. 바람. 내가 찾았어요' 저마다 소리친다.


둥그렇게 원을 그려, 맨발로 숲속을 걷기 시작한다.
'바람, 신발신으면 안되요.' ...' 신어도 되지만 발바닥으로 흙이나 나뭇잎 등을 충분히 느낄 수 없는데..'
'자 천천히 걸으면서 발바닥에 무엇이 닿는지 느껴봅시다.'
이어서 돋보기로 숲속의 작은세계를 탐색한다. 낙엽을 들추고 땅을 파보기도 한다.
'야 여기 작은 지네가 있다'... '땅 속에 작은 벌레들이 엄청 많아'
아이들은 잠시이지만 자연에서 보고 느낀 경이로움과 감성을
평생동안 잊지 않고 간직할 것이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삶의 도처에서 그 경이와 상상이 춤출 것이다.



바야흐로 이른 봄이라 나무들은 뿌리에서 엄청난 물을 빨아들여 위로 보낸다.
이제 잎을 내밀고 올 한해 커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무의 소리를 듣기에는 이 한두달이 가장 좋은 시기이다. 아이들은 한층 가까이 자연에 다가간다.
'어 쉬쉬하는 소리가 들리네'....'이게 나무가 숨쉬는 소리인가 보다'
아이들은 나무에 귀기울이며, 상상의 세계를 그려보고 꿈꾸어 간다.


뎅- 뎅- 뎅- 저녁 타종체험.
눈이 파란 정관스님의 지도에 따라 난생 처음 자기가 쳐보는 종의 웅장한 소리에 빠져든다.
아이들이 울리는 종소리가 만행산 숲으로 울려퍼져 간다.
이제 밤이 되었으니 지상에 있는 뭇생명들은 움직임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라는 신호이다.
저녁을 먹고 밤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저마다 들뜨고 부산해진다.
밤중에 숲은 어떨까. 무엇이 있을까.
밤만 되면 늘 불빛속에 있었던, 어둠은 저 바깥에 우리와 관계없이 있을 것같은 것인데,
그 어둠속으로, 밤의 적막으로 들어간다.
평소의 무서움은 없다. 그저 신기하고 경이로운 그런 시간이다.
숲 계곡의 피래미도 불빛으로 비춰보고, 또 다른 생명체들은 없는지
숲의 작은 공터에 나란히 눕고 밤하늘을 본다.
아직은 잎이 나지 않은 나무가지마다 별들이 걸려있다.
누군가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같어'라 한다.
'선생님 저 별을 따서 쿠키를 만들어 선물해드릴께요' ... '어떻게?' '로켓트를 타고 올라가서 딸거예요'
일곱살인 규범의 이야기이다.



다시 숲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
큰아이들이 동생을 챙긴다. 다정히 손을 잡고.
개구리처럼, 뱀처럼, 새처럼, 지렁이처럼. 아이들은 상상속의 모습을 하고 계곡으로 내려간다.
이건 뭐지? 이 순간 보고 있는 것이 세상의 전부이다.



이야 도룡뇽이다. 도룡뇽 알도 있고 개구리알도 있다.
오염되지 않도록 아이들은 손을 씻고 만져본다.


'공부가 아닙니다. 놀이입니다'
그러나 이 놀이만큼 좋은 공부는 없다.
노는 듯이 관찰하고 물에 젓고 집중하는 시간에는 세상의 그 무엇도 방해할 수 없다.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온갖 자연의 느낌들은 아이들의 감성과 뇌에 박히게 될 것이다.

이건 수국이얌. 나를 보지 말고 수국을 봐.
산수국도 숲에 지천인데, 어느새 귀정사 절마당의 수국을 꺾어서 가지고 논다.


삑- 삐이익- 빼애액-
나무피리를 하나씩 물고 신이 난다. 귀정사는 지금 오직 아이들의 피리소리뿐.



'먼저 댓잎을 하나씩 준비하세요.'
'양손 사이로 댓잎을 끼워서 힘껏 불어보자.'
삐-이-익. 댓잎 피리를 만들어 보고.
'그리고 나비가 하는 것처럼 따라해봐요.'... ' 댓잎 소원배를 만드는 거야'
각자 대나무잎 소원배를 만들어 계곡에 띄워보낸다.
'소원이 뭐야' ....' 내 마음에 있어' 안가르쳐 준다.






벌써 장인이다. 형구와 라온.
설명하고 관찰할땐 마냥 계곡물에 돌 던지고 뛰어다니더니,
누구보다 먼저 도룡뇽과 도룡뇽알 그리고 달팽이 작품을 만들어 낸다.
'가장 기억에 남는 뭘까?' ...'계곡이요' 원준의 답이다.
계곡과 계곡에 있는 뱀, 도룡뇽, 나무...계곡 생태 자체를 구현하고 작가가 되어
작품을 설명한다. 만행산 계곡이 너무도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헐 이건 뱀이다. 그 위는 개구리.

도룡뇽과 도룡뇽 알이다. 돌던지고 놀기 바쁜 형구의 작품.

누구도 건들수 없다.
진지하고 집중하고 있는 저 힘앞에 시간은 멈추어 있다.
지금까지 보았던 자연물들을 만들어서 나무에 전시하는 것이다.
숲속미술관.
아이들은 계곡에 돌 던지고, 물에 빠지고 뛰어다니면서 놀기에 여념이 없더니,
만들기 시작하자 마자. 정교한 작품들을 구현해낸다.
언제 저렇게 세심하고 예리하게 관찰한 걸까.
어른들은 모른다. 숲과 자연은 저 무궁한 관찰력과 상상력의 바다라는 사실을.
그 바다가 파도소리로,바람으로, 무한한 파란 색으로,
아이들 마음 속의 비옥한 땅에 끓임없이 물을 줄 것이다.
'5월 아이숲에 올 친구들?'
저요~, 저요~, 저요~.................................
전부 다다.
3월 아이와 함께하는 숲템플스테이에 많은 분들이 후원해주셨습니다.
서란 안은선님이 이틀간 보조진행으로, 쉼터 권정숙님은 사진촬영으로 자원봉사를 해주셨고요.
효원이 엄마가 맛나고 맛난 파운드케익, 남원아동발달센터 윤수민님이 사과즙과 가래떡을,
권정숙님이 남원시장에 나가 전통과자(오꼬시)를 준비해서 제공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숲살림원과 아이숲을 위해 멀리서 박선숙님께서 특별후원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숲속미술관과 숲생태체험을 진행해주신 양윤화 선생님 덕분에 아이숲이 꽃을 피었습니다.
덕분에 아이들과 귀정사가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깊이 깊이 감사드립니다.
만행산 귀정사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숲살림원
첫댓글 5월 일정은 정해졌나요?^^
안녕하세요. 5월 아이들과 함께하는 숲템플스테이는 5월9일(토)-5월10일(일) 일정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연초록이 깊어져가는 5월은 아이들의 오감형성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시기가 될 것같습니다.^^
이 귀섭 원장님 수고했습니다.
우리들의 형님같은 선생님 감사합니다.
절에서 늘 얼굴 뵙지만 웹상으로는 처음이네요.
식구들 덕분에 즐겁고 뜻깊은 아이숲 프로그램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재미졌겠네요, 특히 애들은. 부럽부럽,,
헐 윤원장님, 부러워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아이들은 아슬아슬하게 놀아도 윤원장님의 들플한의원까지 갈 일은 생기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