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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을 뒤덮을 듯 새하얀 눈이 내리는 어느 겨울날. 박동진, 김규식,
노주호, 황진영은 용평의 한 리조트로 놀러와 스키를 타다 길을 잃고 헤매
고 있었다.
"아무리 스키에 자신이 있다고 해도 그렇지 코스도 나있지 않은 길은 무리
라고 했자나!"
노주호가 박동진에게 소리쳤다.
"아냐. 분명 사전 답사 때는 이쪽에 길이 있었다구.."
"그 땐 있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없잖아. 아무튼 날이 저물어 가니까 어
서 내려가든가 민가를 찾아야 해."
박동진의 무책임한 대답에 김규식이 말했다.
"이런 산 속에 민가가 있을리가 없자나! 어떻게든 산을 내려가야 되지 않
겠어?"
"밤이 되면 잘 보이지도 않는데 자칫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어. 저기
희미하게 불빛이 보이는 것 같은데.."
강행을 해 산을 내려가자는 노주호의 의견에 뒤따라오던 황진영이 말했다.
그의 말대로 산중턱 쯤에 희미한 불빛같은 것이 보였다.
"좋아. 일단 날이 어두워지면 무리가 있으니 저 곳으로 가보자."
일행들은 박동진의 리드를 따라 일제히 그 불빛이 보이는 곳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들이 도착한 곳에는 나무로 만든 조그만 산장이 있었다. 안에서 불빛이
새어나오는 것으로 보아 사람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황진영이 앞으로 나와
문을 두드렸다.
"응? 누구시죠?"
산장에서는 40대쯤 되어 보이는 인상 좋아보이는 중년의 남성이 나와서 그
들을 맞이했다.
"저희가 스키를 타다가 길을 잃었습니다. 신세 좀 질 수 있을까요?"
"어이구. 저런 어쩌다가. 어서 들어오게나."
중년의 남자는 흔쾌히 승락했고 박동진 일행은 천만다행이라 여기며 산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것이 비극의 시작일줄은 그 땐 아무도 몰랐다.
"하아. 감사합니다. 이 산장과 아저씨가 아니었으면 저희는 모두 밖에서
얼어죽었을지도 몰라요. 더군다나 식사까지 주시고."
산장 안으로 들어와 어느 정도 정리를 한 뒤 식사를 마치고 불을 뗀 벽난
로 앞에 모여 앉은 자리에서 박동진이 말했다.
"예, 맞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다른 일행도 모두 고마움을 표시했다.
"허허. 별 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내게도 자네들 나이 또래의 딸이 한명
있다네. 그래서 다들 내 자식들 같고 그렇네만.. 그나저나 왜 이 산중에서
스키를 타고 있었지? 스키장은 더 떨어진 곳에 있는데.."
"아. 그게 저흰 모두 같은 대학교 학생인데요. 취미도 비슷하고 여러가지
로 많이 닮아서 허물없이 지내고 있는 사이지요. 근데 저 동진이란 녀석이
이번에 산악 스키를 타자고 하는 바람에.."
김규식의 다그침에 박동진의 얼굴이 새빨게졌다.
"하하. 젊은 날의 혈기로구먼. 하지만 이 산은 산세가 험하니 낼 돌아갈
때는 스키를 타지 말고 걸어서 가도록 하게. 이 산장까지는 길도 나있으니
.."
"네. 감사합니다."
"아. 이거 젊은 사람들 노는데 내가 괜히 끼어 있는 거 같구만. 그럼 다들
편히 쉬게들.."
산장 주인은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났고 대학생 일행들은 또 자신들만의 주
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산장의 밤이 찾아오고 있었다.
대학생 일행들이 얘기를 하고 있을 무렵 산장 주인인 중년 남자가 찾아와
학생들에게 물었다.
"모두 차 한 잔씩 어떤가? 커피, 녹차, 홍차가 있는데.."
"아 제가 거들어 드릴게요. 너흰 머 마실래?"
황진영이 거들겠다고 나섰다.
"난 커피."
"나도."
"나는 홍차."
모두의 주문을 들은 황진영과 산장 주인은 부엌으로 가 차를 끓였다. 잠시
후 둘이 차를 내왔다.
"자. 동진이는 커피, 규식이도 커피, 그리고 주호는 홍차지? 그리고 나
는 녹차."
"자 설탕은 동진이가 둘, 내가 하나, 주호 너는 홍차니까 안 넣어도 되지
?"
"아냐. 나는 단게 좋아. 나도 넣을래. 아저씨도 커피니까 설탕 넣으세요?"
"아니. 나는 블랙으로 먹는단다."
"와. 분위기 있으신데요?"
"하하하."
일행은 그렇게 농담을 하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런데 얼마 못가 황
진영이 졸리다고 그 자리에 눕더니 그대로 곯아 떨어졌다. 잠시 후 마치 마
법에라도 걸린듯이 모두 그 자리에 누워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다.
...
"으아악!"
비명 소리에 놀란 일행은 잠에서 깨어 비명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갔다.
그곳은 산장의 주인인 아저씨가 쓰던 방으로 문이 잠겨 있었다. 대학생 일
행이 힘을 합해 그 문을 열자 퍼져나오는 피비린내에 모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의자에 앉은채 죽어있는 산장 주인 아저씨와 피범벅이 된 박동진
이 서있었다.
"도,동진아."
일행은 놀란 눈으로 박동진을 쳐다봤다. 박동진은 놀란 눈을 하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내,내가 아니야. 내가 그런게 아니라고!"
박동진이 소리치며 밖으로 달아나려고 하자 노주호가 그의 뒤를 잡고 꼼짝
못하게 했다.
"박동진 왜 도망치는거야? 우리에게 사정을 들려줘."
"내,내가 아냐! 내가 그런게 아니라고!"
둘이 그렇게 실갱이를 벌이는 순간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살인 사건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왔습니다. 모두 그 자리에 꼼짝말고 서
계십시오."
그렇게 산장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
도 형사(이름 : 도무지)가 도착했을 때는 경찰들이 현장을 모두 봉쇄해 놓
은 상태였다. 마침 근처의 리조트로 휴가를 나와있던 도 형사는 수사 협조
요청을 받고 현장으로 가게 된 것이다.
"왜 나는 휴가 때도 사건 해결을 해야되는 거지."
혼잣말로 투덜거려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역한 피비린내 뿐이었다. 도 형사
는 어느덧 피해자가 살해당한 현장에 와있었던 것이다. 옆에서는 어느덧 검
시관이 사인을 얘기해주고 있었다.
"피해자의 이름은 백현웅. 죽은지는 한 4시간 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현
재 시각이 8시니까 한 새벽 4시 정도? 피해자는 목의 왼쪽 경동맥을 찔려
과다 출혈로 사망한 것 같습니다. 상흔으로 보아 날카로운 칼 같은 것으로
위에서 아래로 찍은 것 같습니다만. 한 5분간은 의식이 있었겠군요. 하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리는 바람에.."
"흠.. 그렇군요. 사체는 의자에 앉혀져 있었다구요?"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같은 방 안에는 박동진이라는 학생이 있었다는
군요. 문은 안쪽으로 잠겨 있었고.. 열쇠도 이 방안에 있었습니다. 창문도
있지만 밖으로 나간 흔적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눈 위의 발자국이 없었거든
요. 한마디로 밀실이었지요."
도 형사는 방 안을 쭉 둘러 보았다. 과연 방에서 사람이 드나들만한 곳이
라고는 창문 밖에 없었다. 게다가 창 밖에는 사람이 지나갈만한 흔적은 남
아 있지 않았다.
"혹시 다른 상흔은 없나요?"
"그게 마른 피 때문에 옷이 몸에 붙어 있어서.. 이봐 혹시 가위 같은 것은
없나?"
"저한테 수술용 가위가 있긴 합니다. 제가 레지던트라 항상 가지고 다니지
요."
검시관의 물음에 다른 방에 있던 용의자 중 한 명이 답했다.
"저 사람은 누굽니까?"
"아, 용의자 중 한 사람인 황진영이란 사람입니다. 그럼 가위를 이리 주시지요."
도 형사의 물음에 대답을 한 검시관은 가위로 피해자의 옷을 자르려 했다.
"어? 이거 잘 안되는데요?"
"참! 그 가위는 날이 반대로 되있어서.. 제가 직접하지요."
결국 황진영이 피해자의 옷을 찢고 확인해 본 바 다른 상처는 없었다. 그
렇게 사체 검사가 끝난 뒤, 도 형사는 용의자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그 중 한 사람을 경찰들이 끌고 가려하는데 그 사람은 완강히 거부
하고 있었다. 그는 윗옷 등쪽에 피가 잔뜩 묻어있었는데 피해자와 함께 밀
실에 있었던 사람. 바로 박동진이었다.
"아니라구요. 제가 깨어났을 때 이미 그 아저씨는 죽어 있었다니까요."
"그래도 그 밀실 안에 있었던 것은 너뿐이야. 일단 서까지 가야겠다."
"잠깐만요."
박동진을 끌고 가려는 경찰들을 도 형사가 제지하고 나섰다.
"앗! 도 형사님 아니십니까? 그런데 왜 그러시죠? 범인은 이자가 분명합니
다."
경찰관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도 형사에게 물었다.
"글쎄요. 과연 그럴까요?"
"예, 아니 그게 무슨.."
"피해자는 목의 동맥을 찔려 죽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피가 확하고 튀
어야겠지요? 그런데 이 사람의 윗옷에는 등쪽에만 피가 잔뜩 묻어 있습니다
. 사람을 뒤로 돌아 찌를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그,그건 그렇지만.."
"그것 봐요! 난 아니라니까!"
박동진은 그렇게 말한 뒤 다시 친구들이 있는 방으로 잽싸게 되돌아 갔다.
"확실한 상황을 더 들어보고 난 뒤에 체포해도 늦지 않습니다. 어차피 이
곳에서 도망치지는 못하니까 말입니다."
"예,옛."
그렇게 경찰관을 설득한 도 형사는 바로 용의자들이 있는 곳-박동진이 들
어간 곳-으로 갔다. 용의자들은 옷도 명품이고 오른 손목에 차있는 로렉스
나 까르띠에 등 같은 명품 시계로 봐서 돈 많은 집안의 자제분들 같았다.
용의자들을 모두 모아놓은 도 형사는 그들의 얘기를 듣기로 했다. 먼저 얘
기를 시작한 것은 김규식이었다.
"우리는 S대학에 다니는 학생입니다. 모두 같은 과는 아니지만 어떤 공통
점으로 서로 친해지게 되었죠. 그리고 모두 스키타는 것도 취미라는 것을
알곤 동진이의 제안으로 산악 스키를 타보고자 이 산에 왔습니다. 그런데
도중에 길을 잃어 이 산장에 오게 되었지요. 저희는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그 아저씨를 보게 된 것입니다. 살인을 할만한 동기가 없어요."
"네, 맞아요. 더군다나 저희는 차를 마시고 난 뒤에는 모두 곯아 떨어졌는
걸요. 마치 수면제라도 먹은듯이.. 그리고 정신차려 보니 비명 소리가 들렸
고 그곳에 가보니.. 도,동진이가.. 있었어요."
황진영이 말을 이었다. 박동진은 무서운 듯 구석에서 떨고 있었다.
"그 때가 몇시였지?"
"아마 오전 6시쯤 됬을 거에요. 그 뒤 바로 경찰이 왔지요."
"수면제라.. 그럼 어떻게 수면제를 먹게 된거지?"
"혹시 차? 그래 우리가 마셨던 차에 들어있는게 아닐까?"
노주호가 말했다. 도 형사는 즉시 현장의 경찰을 불러 찻잔이나 물 등 수
면제가 들어갈만한 물건들을 조사하라고 했다. 잠시후 조사 결과가 나왔다.
"도 형사님 말씀대로 설탕에서 수면제가 검출 되었습니다. 그리고 찻잔은
무슨 이유에선지 모두 깨끗이 씻겨져 있었습니다."
"앗! 진영이 너는 녹차를 마셨기 때문에 설탕을 넣지 않았자나."
"그래 정말 그랬어!"
노주호가 말하자 떨고 있던 박동진이 같이 거들었다.
"마,말도 안 돼! 나도 졸려서 잤단 말이야!"
"아냐! 아저씨와 함께 차를 내온 것도 너였어! 그래. 알겠어 너는 우리들
을 모두 재운 뒤 나를 아저씨 방에 끌어가서 아저씨를 죽인거야! 그리고 문
을 잠근 뒤 창문이나 어딘가로 빠져 나왔겠지. 그래 바로 네가 범인이야!"
박동진이 열을 내며 소리쳤다.
"아냐. 나도 정말 곯아 떨어졌었단 말야."
"그래. 황진영군의 짓으로 단정 짓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있어. 아까 너
희 혈액 샘플을 취해갔으니 곧 수면제를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조사 결과가
나올꺼야. 차를 마신 것은 몇시쯤이었니?"
"아마 12시가 조금 넘어서였을 거에요."
노주호가 말했다. 도 형사는 그렇게 몇가지 얘기를 더 듣고난 뒤 다시 당
담 형사에게 물었다.
"이 곳은 꽤 외진 곳인데 어떻게 경찰이 출동하게 됬지요?"
"저.. 그게 새벽 3시 반 경에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살인 사건이 있다는 연
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스노우 카를 수배해 타고 오게 되었지요. 그래
서 6시경에 이 산장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익명의 제보자요?"
"예. 발신지는 이 산장으로 되있는 것으로 보아 저 용의자들 중 한 명이
한 것 같은데.."
"그럼 용의자들의 혈액 검사 결과는 나왔나요? 모두 수면제가 검출됬습니
까?"
"예. 용의자들 모두 수면제가 검출되었습니다."
"흠.. 그렇다면 범인은 어떻게.. 앗.. 혹시?"
도 형사는 무언가 떠오르는 듯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강력계의 강미영 형
사였다.
"강 선배! 내가 말하는 것 좀 조사해 줘."
잠시후, 강력계의 강미영 형사로 부터 전화가 왔다.
"응. 도 형사가 말한 것들 조사해봤어. 피해자 백현웅은 과거 행적이 별로
안 좋더군. 매매춘 업계에서 일했던 모양이야. 최근엔 큰 빚을 안고 그곳까
지 도망간 것 같아. 그리고 박동진에 관한 건데 그 학생 학교 내에서도 알
아주는 플레이 보이더구만. 아버지가 정치인이라서 학교에서도 함부로 건드
리지 못 한다더군. 또 노주호는 L그룹 회장이 아버지로 있는데 폭력 사건으
로 입건될뻔 하다가 돈으로 풀려난 적이 몇번 있다고 하더군. 김규식은 그
리 잘 사는 집안의 아들은 아닌가봐. 과거에 좀도둑질을 몇번해서 훈방으로
풀려난 적이 있다고 해. 그리고 황진영은 어머니가 M병원의 원장으로 있어
서 자신도 그 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연수를 받고 있는 중이라는데."
"흠.. 그렇군. 고마워, 선배! 그런데 이거 하나만 더 조사해줘."
도 형사는 무언가를 속삭이고 나서 통화를 마친 뒤 당담 형사에게 물었다.
"여기 혹시 등유나 휘발유 같은 것이 있지 않았나요?"
"네. 등유가 있긴 했습니다만 근데 왜 그러시죠?"
"그렇군요. 범인이 누군지 알았습니다. 자 가시죠!"
출저:DPO탐정사무소(헷갈린데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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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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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2.19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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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이 사건은 제가 답을 몰라서 좀 늦게나마 정답올려보겟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