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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회]
예선전이 시작되었다. 각 조에서는 오직 두 명만이 결선에 올라갈 수 있었다.
무당파의 대사형인 서문수가 택한 조는 천조였고, 홍염화는 지조에 속했다.
천조와 지조의 비무대는 바로 옆에 붙어있었기에 크게 움직이지 않고도 구경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초풍영은 서문수의 일정이 정해지자마자 옆에 붙어 비무 상대가 되어주었다.
그들의 비무는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진 채 치러졌기 때문에 결과가 어찌 나왔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단지 두 사람의 표정이 모두 만족스러워 보였기에 서로에게 도움이 되었으리라 짐작이 될 뿐이었다.
신황은 무이와 함께 신병쟁탈전을 구경하러 나왔다.
그 자신은 남들이 하는 비무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지만 무이가 많은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무이는 지난번 천산파의 습격사건 이후 무섭게 무공에 파고들었다. 그 당시 아무런 힘이 없는 자신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 없었나보다.
때문에 남들이 무공을 펼치는 것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크릉~!
설아는 만사가 귀찮은 듯 몸을 꿈틀거렸지만, 무이의 두 손에 꽉 잡혀 빠져나갈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무척이나 신경에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무이가 그리도 꽉 껴안고 있으니 고스란히 그 모든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참, 가민히 좀 있어봐. 네가 그렇게 움직이니까 비무대를 보기가 힘들잖아.”
크릉!
“정말?”
무이의 인상 한방에 결국 설아는 몸부림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설아는 그저 인상을 찡그린 채 눈을 감고 말았다.
“백부님, 설아가 옛날보다 더 잠이 많아진 것 같아요.”
“후후~! 아마 설아가 키가 크려는 것 같구나.”
“음! 옛날보다 큰 것 같은데, 더 커요?”
“글쎄, 나도 잘 모르지만 그런 것 같구나. 아마 영물이라서 그런 거겠지.”
“그렇군요.”
신황의 말에 무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렇지 않아도 예전보다 묵직한 설아의 무게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들이 앉아있는 곳은 비무대가 제일 잘 보이는 근처의 전각이었다. 무림맹에서는 신황의 위명을 생각해 참관대에 자리를 마련해주겠다고 했지만 신황은 이를 거절했다.
참관대에 앉아있어 봐야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뿐이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신황은 참관대의 편한 자리 대신에 무이와 함께 전각의 지붕을 택해 구경을 하기로 했다.
“염화 언니 차례가 다음이죠?”
“그런 것 같구나.”
무이는 비무대 주위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홍염화를 찾았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너무도 쉽게 친해졌다.
워낙 스스럼없는 무이의 성격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두 사람의 성격이 닮았기 때문에 친숙함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홍염화나 무이나 순수한 면에서는 일맥상통했으니까.
여하튼 그런 이유에서 무이는 홍염화의 비무에 신경을 썼다.
지금 현재 대결을 벌이고 있는 사람은 섬전검(閃電劍) 박호지라는 낭인과 점창파의 장로인 낙일검(落日劍) 구유명이었다.
섬전검 박호지는 낭인 출신으로, 수많은 실전을 통해 자신만의 검을 만든 매우 뛰어난 인물이었다.
물론 가문의 무공이 없었다면 지금의 검을 만들기는 어려웠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실전에서 무공을 다듬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강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상대를 잘못 만났다.
구대문파의 하나인 점창파, 상대는 점창파에서도 장로의 직위를 가지고 있는 낙일검 구유명이었다.
사실 구대문파의 장로에 속한다고 하면 강호의 그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아니 평소에는 거의 만나보기도 힘들 정도로 높은 곳에 자리한 사람들이었다.
수백 년 동안을 오직 무(武) 하나에만 뜻을 두고 갈고 닦은 문파에서 장로가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힘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그 말은 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찬란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섬전검 박호지는 자신의 모든 실력을 발휘해 구유명을 압박해 갔으나 구유명에 비해서는 많은 손색이 있었다.
그는 모자란 실력을 실전에서 얻은 감각으로 대신하려 했으나 구유명 역시 실전이 풍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는 칠십여 초 만에 구유명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와아아~!”
“역시 점창의 검이다.”
군웅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구유명은 그런 군웅들을 보며 오연하게 포권을 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점창파에서 장로가 나오다니, 정말 혈영신도라는 도를 차지하기로 단단히 작정한 모양이구먼.”
“그러게! 하긴, 그 정도의 보물이면 어느 누군들 눈이 안 돌아가겠나?”
“그래. 그 정도의 신도라면 구대문파가 아니라 구대문파의 할아비라도 욕심이 날만 할 거야.”
군웅들은 흥미를 더해가는 비무대회를 관전하며 그렇게 떠들었다.
사실 이번 비무대회에 구대문파의 장로급 인물이 나온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다.
이런 종류의 비무대회는 젊은 사람들이나 후기지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로급 인물이 참가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상품으로 걸린 혈영신도가 대단한 보물이라는 것을 뜻했다.
박호지와 구유명의 대결이 끝난 후 다음 참가자들이 올라왔다.
제일 먼저 비무대에 오른 사람은 이소문이라는 남자였는데 그는 자신의 사문을 황산파(黃山派)라고 밝혀 사람들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황산파는 말 그대로 황산에 자리를 잡고 있지만, 강호에는 거의 활동을 하지 않는 신비지문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강호에서는 황산파라는 이름만 알려져 있지, 황산파의 사람을 직접 만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렀다.
뒤이어 비무대에 올라온 사람은 바로 환영루의 이제자인 홍염화였다.
홍염화는 붉은 무복에 가죽 끈으로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나왔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는 처음 무공을 펼치는 것이기에 홍염화의 얼굴은 자신도 모르게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언니, 힘내세요!”
그때 멀리서 무이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자 전각의 지붕 위에 앉아 손을 흔드는 무이가 보였다.
홍염화는 무이를 보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이를 보는 신황의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흐릿한 웃음이 떠올랐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인상을 쓰는 무이의 모습이 마치 자신이 직접 싸움에 참가하는 모습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무이의 응원을 받아서인지 홍염화의 안색은 많이 차분해져 있었다.
“황산의 이소문이오.”
“환영루의 홍염화입니다.”
두 사람은 대결에 앞서 포권을 하고 인사를 나눴다.
“홍소저께서는 무척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계시군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여는 이소문, 그의 외모는 무척이나 수려해,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경탄이 일게 만들 정도였다.
그런 그가 웃음을 머금으며 홍염화를 칭찬하자 몇몇 여인들은 눈에 질투의 빛을 떠올린 채 홍염화를 노려봤다.
그러나 당사자인 홍염화는 그런 이소문의 얼굴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듯했다.
‘흥! 기생오라비처럼 생겨서, 적어도 신가가 정도는 돼야 사내라고 할 만하지.’
홍염화에게는 이소문의 잘생긴 얼굴도, 햇살처럼 환한 미소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 남자의 기준이란 무조건 신황이었다.
“당신은 입으로 싸우는 모양인가 보군요.”
“하하하~! 이거 초면에 어색해서 긴장이나 풀어보자고 했건만, 웃음이 통하지 않는 분이신가 보군요.”
홍염화의 무시에 이소문은 멋쩍은 웃음을 터트렸다. 애써 태연함을 가장했지만 그의 눈동자에는 당황한 빛이 떠올라 있었다.
이제까지 자신의 웃음을 보고도 이렇게 무시를 하는 여인은 생전 처음 보기 때문이었다.
홍염화는 웃음을 터트리는 이소문을 차분히 뜯어보았다. 수려하게 생긴 외모에 군살 한 점 없는 늘씬한 몸. 그러나 특별한 무기는 보이지 않았다.
‘적수공권(赤手空拳), 권을 사용하는 인물인가?’
홍염화는 잠시 이소문을 분석하다 곧 고개를 흔들고는 허리에서 채대를 끌렀다. 어차피 부딪쳐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벌써부터 머리 아프게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홍염화는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성격적인 면에서 그녀는 알게 모르게 신황을 많이 닮아가고 있었다.
“후후~! 여인이라고 봐주는 일은 없을 겁니다. 홍소저!”
이소문이 얼굴을 바꿔 차가운 분위기를 흘려냈다.그러자 홍염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찬가지에요.”
순식간에 비무대에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채대를 들고 있는 홍염화에 비해 이소문은 빈손으로 자세를 잡았다. 그것은 그가 맨손 무공을 익혔다는 것을 의미했다.
촤르륵~!
순간 홍염화의 채대가 마치 뱀처럼 일어서며 이소문의 목을 노리고 짓쳐 들어갔다. 그러자 이소문이 몸을 팽이처럼 회전시키며 홍염화의 채대를 옆으로 흘려보냈다.
“흥!”
그 모습에 홍염화는 코웃음을 치며 손목을 움직여 채대를 조정했다. 그러자 채대가 이소문의 뒤통수를 노리고 쇄도했다.
촤라락!
순간 이소문의 손이 어지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수도는 홍염화가 채대로 펼치는 위력적인 초식들을 하나하나 해소하며 오히려 홍염화에게 접근해왔다.
그러나 홍염화는 추호도 당황하지 않았다. 홍염화는 채대로 혈산화(血散花)의 초식 중 설무화(雪霧花)를 펼쳐내며 이소문의 모습을 냉정하게 살폈다.
분명 적수공권에 권을 사용하는 모습이었지만 무언가 미묘한 위화감이 그녀의 감에 걸렸다.
때문에 홍염화는 그녀의 절기라 할 수 있는 만화미인수(萬花美人手)를 펼치지 않고 오직 채대를 이용한 혈산화의 초식들로 이소문을 견제했다.
대결은 팽팽하게 이어졌다.
홍염화의 채대를 뚫고 접근하려는 이소문, 그런 이소문을 견제하는 홍염화, 싸움은 장기전으로 가는 듯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소문이 본색을 드러냈다.
“챠핫~! 무영검(無影劍)”
외마디 외침과 동시에 그의 손에서 눈부신 섬광이 터져 나오며 홍염화에게 밀려왔다.
순간 홍염화는 눈을 가늘게 뜨며 빛 무리를 향해 혈산화의 절초인 패룡화(覇龍花)를 펼쳐냈다. 동시에 왼손으로 만화미인수의 이 초식인 무장련(務掌連)을 펼쳐냈다.
그런데 무장련을 펼친 방향은 이소문이 있는 방향과 정 반대의 방향이었다.
콰~아~앙!
순간 굉음이 터져 나왔다.
“음!”
“아......!”
이윽고 빛 무리가 가라앉은 후 비무대의 전경이 드러났다.
비무대 위에는 이소문이 낭패한 모습으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와는 반대로 홍염화는 매우 오연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원래 이소문은 홍염화 시선을 분산시킨 채 반대로 돌아가 공격을 하려 했었다. 하지만 홍염화가 기색을 먼저 눈치 채고 한 발 먼저 움직인 것이다.
빈손이라 생각했던 이소문의 손에는 흐늘거리는 연검이 들려 있었는데, 적수공권으로 보인 것 역시 홍염화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한 눈속임이었다.
그러나 이제까지 신황을 따라다니면서 수많은 결전을 본 홍염화의 식견은 그런 시시한 속임수로 속일 수 있을 만큼의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소문의 체격에서 결코 권이나 각법 위주의 무공을 익힌 것이 아니라 자신했고, 그래서 무언가 숨겨진 무기가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생각은 딱 맞아 떨어졌다.
“승자는 환영루의 홍염화 여협입니다.”
판정을 맡은 무림맹의 장로가 홍염화의 승리를 선언했다.
“와아아~!”
“멋지다.”
곳곳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헤~!”
홍염화는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비무대 위를 내려왔다.
그때 뒤에서 이소문의 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내게 연검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소?”
이소문의 눈에는 자신의 비장의 초식이 어떻게 간파 당했는지 모르겠다는 기색이 떠올라있었다.
홍염화는 그런 이소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의 무공과 비슷한 점이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분은 결코 자신을 숨기지 않죠.”
“.............”
홍염화는 말을 잇지 못하는 이소문을 뒤로 하고 자리를 벗어났다.
그녀가 향한 곳은 신황과 무이가 있는 전각의 지붕이었다. 그녀가 신형을 날려 지붕에 올라서자 무이가 환한 웃음으로 와락 안기며 말했다.
“언니, 정말 멋졌어요.”
“정말?”
“네!”
“고마워!”
껴안고 좋아라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신황은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두 여인네 사이에 끼어있는 설아는 죽을 맛인지 연신 울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두 여인은 설아는 상관하지 않고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웃음을 터트리며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다.
신황은 그들을 잠시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돌려 반대편 비무대 쪽으로 옮겼다.
홍염화가 겨뤘던 비무대 맞은편에 설치된 천(天)조의 비무대에서도 비무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초풍영의 사형인 서문수가 낮선 남자를 상대로 치열하게 검을 펼치고 있었다.
처음 백중지세인 것 같았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서문수가 상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번쩍이는 검광(劍光)과 사방으로 휘몰아치는 검풍(劍風).
검을 날카롭게 휘두르면서도 단아한 자세와 명가의 풍모를 잃지 않는 서문수의 모습은 과연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서문수의 모습을 보는 신황의 눈빛은 그리 맑지 않았다.
‘오히려 실전적인 면에서는 풍영이가 나을 것 같구나. 그럼 일부러 풍영이가 져 준 것인가?’
물론 단편적인 면만 보고 무엇이 옳다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신황이 보는 서문수의 검은 너무나도 깔끔했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너무나 깔끔하고 시원해서 보기에도 눈부실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이 다였다.
‘투지가 부족해. 너무나 깔끔하게 승부에 집착하는 것은 이제까지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면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
신황 자신이 자신의 아버지를 목표로 삼고, 초풍영이 신황을 목표로 삼는 것처럼 눈앞에 목표가 있어야 투지를 불사르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문수는 될 수 있으면 상대를 깔끔하게 이겨 인정을 받으려 하고 있었다. 그것은 아직 서문수가 패배를 모르고 지내왔다는 말이기도 했다.
비무대 밑에는 응원을 하는 초풍영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런 초풍영의 응원에 힘입어서인지 비무가 펼쳐진지 일다경이 채 안 되어서 서문수는 자신의 상대를 물리칠 수 있었다.
숨결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그의 고고한 모습에 많은 무인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서문수가 내려온 이후에도 또 다른 참가자들이 올라와서 무공을 겨뤘다.
그러나 신황은 이제 더 이상 대결을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지나가는 구경거리일 뿐.’
신황은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의 무공은 비무나 눈에 보여주기 위한 무공이 아니다.
일단 한 번 펼치면 반드시 피를 보아야 하고, 누군가를 죽이기 전에는 결코 멈추지 않는 것이었다.
때문에 이렇게 눈요기 성격이 강한 이런 비무대회에서 쓸 수 있는 무공이 아니었다.
물론 앞으로의 비무는 지금처럼 깔끔하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지금 벌어지는 대결도 수준 차이가 나는 사람들이 맞붙어서 별 불상사가 없이 넘어가지만,
한 단계씩 올라갈수록 수준이 처지는 사람들은 떨어지고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끼리 부딪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반드시 피를 보아야 멈추는 사태가 발생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시작은 가볍게 했으나 종국에는 스스로 멈추지 못하고 반드시 피를 볼 것이다.’
신황은 신병쟁탈전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백부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게 하세요?”
그때 무이가 신황을 의아한 듯 바라보며 물었다. 신황은 흐릿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왜 그러느냐?”
“배고파요.”
무이가 자신의 배를 만지며 웃음을 지었다. 신황은 무이를 번쩍 안아 자신의 어깨에 태웠다.
“배고프면 먹어야지.”
“맛있는 것 사주세요. 염화 언니도 배부르게 먹어야 다음 싸움에 대비하지요.”
“그래, 맛있는 것을 사주마.”
“많이 사주셔야 돼요.”
“그래! 많이 사주마.”
무이가 꺄르르 웃음을 터트렸다.홍염화는 신황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정말 저 사람이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는 건가?’
그녀는 아직까지 무이를 대하는 신황의 모습이 혼란스러웠다.
무림맹은 몇몇 특별한 건물들을 빼고는 거의 대부분이 개방되어 있었다.
하지만 개방되지 않은 건물들에는 매우 삼엄한 경계가 펼쳐져 개미새끼 한 마리 들어갈 틈도 보이지 않았다.
무림맹같이 거대한 집단에는 적이 많다.
자의건 타의건 간에 덩치를 불러가면서 남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무림맹에 복수할 기회를 노린다.
하여 그러한 그들에게 있어 이번 천하대회의는 무척이나 큰 기회였다.
그들은 이번 기회에 무림맹의 내부에 대해 파악하려고 애를 썼으나 불행히도 무림맹은 그리 녹록한 곳이 아니었다.
무림맹은 공개되지 않은 건물들에 진법을 펼쳐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았다. 때문에 무림맹의 진짜 중요한 시설이나 인원은 외부에 전혀 공개가 되지 않았다.
개방 역시 이번 천하대회의를 무척 기대했다. 다른 문파들과 달리 안정적인 수입원이 없는 개방으로써는 정보만이 유일한 돈줄이었다.
때문에 이번 기회에 무리맹의 정보를 얻으려 하였으나 불행히도 진법에 막혀 무림맹 내부를 침투하는 것은 무위로 돌아갔다.
반개(半?) 교수광은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이번 무림맹의 천하대회의에 참석한 개방도를 이끄는 것은 그의 몫이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보를 얻기 위해 개방도를 움직이는 것이 그의 몫이다.
그러나 무림맹의 치밀한 경계에 내부로 침투하는 것은 포기를 해야 했다. 그러니 그의 마음이 오죽하겠는가!
신황에게 패한 후 개방의 총타로 돌아가 와신상담을 했던 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만큼 든 그가 또다시 급진적인 무공의 향상은 무리였다.
때문에 한동안 실의에 빠져있던 그는 이번 무림맹의 행사에서 자신감을 회복하고자 했다.
몇몇 거지를 앞세워 길을 가는 교수광의 앞길을 가로막는 사람은 감히 없었다.
그것은 교수광의 위세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와 그의 곁에서 같이 길을 걷고 있는 거지들의 몸에서 나는 악취가 지독해서였다.
사람들은 악취를 뿌리며 길을 걷는 거지들에게서 한 치라도 멀러지려고 애를 썼고,
덕분에 그들은 복잡한 대로를 편하게 활보할 수 있었다.
“이럴 때는 거지 팔자도 편하구나.”
교수광은 자신이 앞에서 길을 트고 있는 이 결 제자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거지들이 이럴 때 편한지는 그도 오늘 처음 알았다.
“어라!”
그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객잔에 들어가는 남자와 여자, 그리고 남자의 어깨에 편한 자세로 앉아있는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신.....황, 그리고 무이!”
그의 목소리에 앞에 가던 이 결 제자들의 시선이 절로 신황에게 향했다.
“저 사람이....... 신대협?”
“명....왕이 저렇게 젊은 사람이라니!”
용모파기는 지겹게 봤지만 실물로 보는 것은 처음인 이 결 제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렸다.
아무리 그림으로 봐도 이렇게 실물로 직접 보면 못 알아보기 일쑤였다.
더구나 신황의 외모란 것이 그다지 특출 난 곳이 하나도 없는 평범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더욱 알아보기 힘들었다.
이 결 제자들은 신황이 저들의 생각보다 젊다는데 놀랐다. 또한 그가 평범하게 생겼다는데 더욱 놀랐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의 생김새는 하도 흉악하다 하는 것이라, 그들이 생각하는 신황의 모습은 팔이 여섯 개에 머리가 셋 달린 괴물과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직접 그를 만나봐야겠군.”
교수광은 신황이 들어간 객잔의 입구를 보며 중얼거렸다.
세상은 잘 모르고 있지만 교수광과 개방만큼 신황의 종적에 관해서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천산파와의 혈전, 팽가에서의 그의 손속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문파가 바로 개방이었다.
예전에 신황과 싸움에 진 후, 교수광이 특별히 신황의 행적에 주의를 기울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신황이 세상에 알려진 것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개방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교수광이 앞장서자 뒤를 따르는 이 결 제자들의 얼굴에 한 줄기 흥분의 빛이 떠올랐다. 신황을 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교수광은 그런 그들의 기대감을 한 번에 산산조각 내고 말았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기다리거라.”
“........”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이 결 제자들, 그러나 교수광은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그들을 남겨두고 홀로 객잔으로 들어갔다.
교수광은 잘 알고 있었다. 단지 그가 거지란 이유만으로 신황에게 얼마나 홀대를 받았는지.
개방의 장로인 자신도 그런 대접을 받았는데 이 결 제자들이라면 어떻게 대할지 안 봐도 뻔했다.
객잔에 들어가는 교수광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전투태세였다.
신황이 들어가자 객잔의 주인이 먼저 그를 알아봤다.
사실 객잔의 주인들은 모두 무리맹에 소속된 인물들이었다. 때문에 주의할 인물들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히 숙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신황이 들어서자마자 그를 알아보고 자리를 비울 것을 점소이에게 명했다.
만약 이곳에서 신황이 난동이라도 부리면 그를 막을 사람이 없기에, 사전에 그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물론 그들이 신황을 제대로 알았다면 결코 그런 걱정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덕분에 신황과 홍염화, 무이는 편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신황 일행이 자리에 앉자 이미 주인에게 언질을 받은 점소이가 긴장된 얼굴로 주문을 받으러 왔다.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그의 말에 신황이 무이와 홍염화를 쳐다보았다. 알아서 주문하라는 뜻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홍염화와 무이가 앞 다퉈 입을 열었다.
“우육향장(牛肉香獐) 한 접시에, 곰 발바닥으로 만든 웅설향(熊舌?), 그리고 포자 한 접시에 산채요리를 주세요.”
“저는 활인수어(活麟獸魚)하고 소면 주세요. 아~, 설아가 먹을 것으로 잉어찜을 주세요.”
주문을 마치고 신황을 쳐다보는 두 여인, 신황은 피식 웃으며 주문했다.
“난 소면에다 포자나 갖다 주게.”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최대한 빨리 내오겠습니다.”
점소이는 주문이 끝나자 긴장된 표정으로 부리나케 주방을 향해 달려갔다.
신황은 잠시 그의 뒷모습을 보다 홍염화에게 물었다.
“다음 상대는 누구지?”
“음! 참백마도(斬魄魔刀) 사구영이란 사람이래요.”
홍염화는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무이는 홍염화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무슨 별호가 그렇게 무서워요? 참백(斬魄)이면 혼을 벤다는 말이잖아요.”
“응! 얼굴도 별호하고 똑같이 생겼대. 얼굴로 사람을 벨 정도면 정말 대단한 건데.”
“괜찬아요?”
무이의 걱정스런 말에 홍염화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호호~ 신가가 하고도 같이 다니는데 뭐. 설마 신가가 보다 무서울까!”
“음~!”
홍염화의 말에 무이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녀들이 이제까지 만난 사람들 중 신황보다 무서운 사람은 없었다.
그러니 어지간히 무섭다고 하는 사람들이라 해봐야 느낌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자신을 보고 무서운 사람이라고 하는데도 신황은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홍염화와 무이의 말 속에 담긴 따스함을 느끼기 때문이었다.
무이와 홍염화는 신황을 가운데 두고 활짝 웃으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비슷하게 닮은 두 사람이 재잘거리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단번에 끌었다.
신황은 그들을 보고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금방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누군가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의 기억 속에 그리 좋지 않은 모습으로 기억되어 있는 남자, 교수광이었다.
교수광은 특유의 웃음을 떠올린 채 곧장 신황이 있는 탁자를 향해 다가왔다.
“그동안 잘 있었는가?”
“오랜만입니다.”
“그렇네, 정말 오랜만이네. 무이도 잘 있었느냐?”
신황과 잠시 인사를 나눈 교수광이 무이를 향해 누런 이를 드러냈다.그러자 무이가 싹싹하게 아는 척을 했다.
“안녕하세요. 거지 할아버지!”
“오냐! 그동안 무이는 더욱 예뻐진 것 같구나.”
비록 신황을 보는 그의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떨떠름함이 있었으나 무이를 볼 때만큼은 정말 자신의 손녀를 보는 듯 따뜻한 눈빛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자리에 앉으라는 말도 안 하는가? 이거 너무하는구먼.”
“말을 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앉지 않습니까?”
너스레를 떠는 교수광은 이미 의자에 엉덩이를 반쯤 걸치고 있었다. 교수광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자신의 머리를 벅벅 긁었다.
“하하~! 그런가?”
머리를 긁을 때마다 떨어져 내리는 하얀 비듬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물체들이 바닥에 수북이 쌓였다.
“머리 좀 그만 긁으십시오. 내가 일어나기 전에.”
“거참, 사람하고....... 여전히 빡빡하게 구는구먼, 알겠네!”
“무슨 일입니까?”
신황의 말에 교수광이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꼭 이유가 있어야 만나는가! 사실 우리가 남이라고 볼 수도 없지. 무이가 잘만 했으면 내 제자가 될 뻔했으니 말이야. 그러니 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게나.”
딴에는 어색함을 풀자고 하는 말이었으리라.그러나 돌아온 신황의 대답은 너무나 싸늘했다.
“난 정보를 취급하는 사람들은 믿지를 않습니다. 그들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서 얻을 정보를 우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나를 보는 당신의 눈빛에서도 그런 빛이 보이는군요.”
“여전하군. 자네는...........”
신황의 말에 교수광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절래 흔들었다.
“좋아! 내 속 시원히 말함세. 자네의 옆에 있는 처자가 환존의 제자라는 것은 내 이미 일고 있네.”
“홍염화입니다.”
“그래! 홍소저, 자네도 환영루를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겠지만 이곳 무림맹의 상황이 그리 명확치가 않다네. 자네도 무림맹에 관심이 없다고는 못할 테니 거래를 했으면 하네.”
교수광의 말에 홍염화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그런 종류의 일에 관심이 없는 홍염화였지만 의창에 있는 기루들을 통해서 무림맹의 정보를 얻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네는 이미 무림맹과 여러 차례 격돌해봤기 때문에 무언가 이상한 점을 느꼈을 것 아닌가?”
“그래서?”
“뭐가 그래서인가? 자네가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게. 그러면 개방도 알고 있는 것을 자네에게 정보로 주겠네.”
교수광의 눈빛은 진지했다. 그는 조금 전처럼 실없는 눈빛을 하지도,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하지도 않았다.
신황은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탁!
신황이 말을 하다말고 갑자기 탁자에 있던 젓가락을 날렸다..
탁!
기둥에 꽂힌 채 부르르 몸을 떠는 젓가락, 그 앞에는 귀를 기울이고 있던 점소이의 얼어붙은 모습이 보였다.
“엿듣는 것은 그만하고 음식이나 가져와.”
“네, 네...! 알겠습니다.”
점소이가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그의 손에 들린 쟁반에는 보기에도 먹음직스런 음식이 가득 담겨있었다.
점소이는 음식을 가져오던 중 신황과 교수광의 대화가 심상치 않게 흐르자 나름대로 엿듣는다고 들었는데 그만 신황에게 들키고 만 것이다.
점소이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음식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홍염화와 무이가 자신들이 시킨 음식을 앞에 가져다 놓고 신황을 바라보았다.
“먼저 먹어라. 이야기가 좀 길어질 것 같으니.”
“예!”
“네~!”
크릉!
홍염화와 무이, 그리고 설아가 일제히 대답하고 접시에 고개를 박았다.
그들 두 사람과 설아는 모두 심각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심각한 이야기는 모두 신황에게 미루고 자신들의 앞에 있는 음식에만 집중했다.
교수광은 그런 두 여자의 모습을 아쉽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내 신황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비록 음식이 아깝긴 했지만 지금은 하던 이야기를 마저 나누는 게 더욱 중요했다. 신황이 이렇게 호의적으로 나올 때는 그야말로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으니까.
신황의 입이 달싹거리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교수광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밝아지기를 반복했다. 그들은 전음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한참을 계속됐다.
마침내 이야기가 모두 끝났을 때 교수광이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네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정말 심각한 일이군.”
“내가 아는 것은 거기까지입니다. 그 이상을 알아내는 것은 개방의 몫입니다.”
“물론이네. 이 이상 바라는 것은 개방으로써도 염치없는 일이지. 이제부터 알아내는 것은 우리가 하겠네. 그리고 연락은 개방의 제자나 환영루를 통해서 하겠네.”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신황은 젓가락을 들었다.
“저.........”
교수광이 무어라 입을 열려했다. 그러나 이미 탁자에는 신황이 먹을 소면 하나를 제외한 채 모든 그릇이 싹 비워져 있었다.
어느새 홍염화와 무이, 설아가 모든 음식을 깨끗이 비워낸 것이었다.
교수광은 무어라 말을 하려 했지만 신황은 이미 그를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그는 교수광을 보며 말했다.
“미안하군요. 음식이 남은 게 없어서.”
“아, 아니네! 그럼 음식을 먹게나, 난 이만 가볼 테니.”
“배웅하지 않겠습니다.”
“그러시게!”
교수광은 할 수 없이 일어났다.그러자 홍염화와 무이가 예의바르게 인사를 했다.
“안녕히 가세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꼼짝없이 그냥 나가야할 상황이었다. 결국 교수광은 일행들에게 인사를 하고 객잔 밖으로 나갔다.
교수광이 나간 후 홍염화가 말했다.
“신가가, 왜 먼저 식사하라고 한 거예요? 교 장로님이 굉장히 머쓱해 하시잖아요.”
“그는 일정한 거리 이상을 두어야 할 사람이다. 저 사람은 친해질수록 친분을 이용해 사람을 힘들게 하는 종류의 사람이다.”
“아........!”
시실 조금 전에 무이와 홍염화가 예의에 어긋나게 먼저 식사를 한 것은 신황의 전음 때문이었다. 신황이 전음으로 이유를 설명했기 때문에 그렇게 납득이 가지 않게 행동한 것이다.
세상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친분이 쌓이면서 편한 사람이 있고, 오히려 친분을 쌓음으로써 귀찮게 하고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 있다. 신황은 교수광을 후자로 봤다.
그 자신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원래 친한 사람일수록 예의를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친분을 빙자해 여러 가지를 원하게 되고, 오히려 피해를 입히게 된다.
신황이 보기에 교수광은 그런 사람이었다. 친분을 핑계로 사람을 골치 아프게 만드는.때문에 그는 그토록 냉정하게 대하며 일정 이상의 거리를 두는 것이다.
후루룩!
신황이 자신의 앞에 놓인 한 그릇의 소면을 정말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홍염화와 무이가 턱을 궤고 바라보았다.
교수광은 객잔 밖으로 나오며 중얼거렸다.
“여전히 어려운 사람이구나.”
자신의 웃는 얼굴이 안 먹히는 사람은 아마 신황이 처음이 아닌가 싶었다.
“어찌 되셨습니까?”
그가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이 결 제자들이 궁금한 얼굴로 다가오며 물었다.
“뭘 어찌 돼? 다 잘되었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잘 되었군요.”
“됐다! 빨리 돌아가자. 어서 방주에게 보고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교수광은 올 때와 마찬가지로 이 결 제자들을 앞세우고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중요한 정보를 얻었구나.’
신황이 그에게 건네준 정보는 이제까지 개방에서 얻은 정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값진 정보였다. 때문에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표정은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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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주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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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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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게 잘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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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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