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불과 30년 전만 해도 달랐다. 다른 계절은 몰라도 겨울이라면, 낭만은커녕 지긋지긋하게 여기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뼛속까지 사무친 가난 탓에 겨울나기가 특히 힘들었던" 때문이다. 먹을거리, 입을 것도 변변찮고 칼바람 추위를 막아줄 주거환경도 썩 좋지 않았다. 그러니 "춥고, 배고프고, 긴 겨울을 탈 없이 나는 건 모든 서민의 간절한 소망"이었다. 겨울문턱에만 다다라도, 아니 늦가을 서리만 내려도 모두 겨울나기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근심의 주범은 무엇보다 '구공탄'(연탄)이었다. 달동네 빈민이나 판자촌 사람들은 "김장 몇 포기에 구공탄 몇 십 장만 들여놔도 한겨울 걱정을 않을 것"이라 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사실 "김장이야 안 해도 그만, 김치 없다고 꼭 밥을 못 먹는" 건 아니었으니 쌀보리 걱정이 더욱 컸을 터다. 하지만 연탄은 그렇지 않았다. 취사 난방에 생활온수 마련까지 기초 의식주에 없어선 안 될 품목이었다. 그 연탄문제가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을 괴롭혔다. 온 가족을 죽음으로 모는 가스중독 사고 때문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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