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 부석면 면소재지에서 부석사로
가는 길을 따라 북쪽으로 1㎞쯤 달리면
남대리 방향 이정표가 나온다. 화전민들이
이룩한 마을인 남대리란 지명은 순흥에
귀양온 금성대군이 단종복위를 위해
이곳에서 자주 밀사를 모의했으나
실패하자 그를 애석하게 여긴 백성들이
이곳에 정자를 짓고 '남대궐’이라는
현판을 붙인 것에서 유래한다.
남대리는 충북 단양군 영춘면,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과 3도접경지역이다.
몇 년전만 해도 비포장도로였던 남대리
가는 길은 굽이굽이 돌아가는 산길이 전부
콘크리트로 포장됐다.
부석면소재지만 해도 눈 구경을 할 수가
없었지만, 산길 여기저기 아직까지 눈이
쌓여 있어 곡예운전을 해야 했다.
고개 정상인 해발 810m의 마구령 표지석
근처에는 발목이 잠길 정도로 눈이 쌓여
있다. 마구령부터 시작되는 내리막길은
계곡과 동행한다. 그러고보니 열린 창문
사이로 어디선가 계곡물 소리가 들려온다.
눈덮인 심산유곡도 자연의 변화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드디어 봄이 시작되는 소리가
아니던가. 하늘을 가릴 듯 솟아있는 울창한
겨울나목들이 끝나는 곳에 드디어 조그만
동네가 나타났다. 표석을 보니 주막거리라고
되어 있다.
“한때 200여 가구의 주민이 살고 강원도와
충청도 사람들이 부석에 소를 팔러 오다가
주막에 들를 정도로 주막이 많았다"는 김동운
부석면장의 설명이다. 그랬던 남대리는
1960년대 중반 화전민 이주정책으로 산나물과
약초를 캐며 옹기종기 모여살던 마을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져 2000년대 초에는 32가구 70여명
으로 줄었다. 그러다가 최근 젊은 사람과 외
지인들이 들어오면서 59가구 101명으로 다시
늘어나 생기가 돌고 있다.
금성대군이 단종 복위 모의했던 곳한때
주막거리 번창 200가구 거주'파란 눈 스님’
현각의 현정사 위치경상도서 유일하게 한강수계
해당계곡엔 1급수 어종 꾸구리 등 서식충북
경계에 돌담있는 소공원 조성최근 외지인 20가구
전원주택 지어어래산나물·산양삼 재배 다시 활기
봄 되면 산나물 채취하려 차량 북적부석면 임곡리에서
소백산을 넘어 6㎞ 이상 왔는데도 행정구역은 아직
영주시 부석면 남대리다.
소백산 너머 경상도 땅인 남대리에는 남한강
상류인 남대리 계곡이 있다. 오랜 세월 개발의
혜택에서 소외된 곳이어서 남대리 계곡에는
1급수에만 서식하는 꾸구리와 퉁가리가 있다.
하지만 개발의 바람은 이곳이라고 비켜갈 수가
없나보다.
일부 주민은 남대리가 영원한 청정지역으로 남게
되길 바랐지만 경북과 충북, 강원도의 3도접경지역
개발 계획에 따라 모든 도로가 포장을 마쳤다.
주막거리 맞은편 산자락에는 도시 근교에나 볼 수
있는 전원주택이 여러 채 들어서 있다.
“평당 5만~10만원은 줘야 밭이라도 살 수 있다"는
남대리 이장 임수경씨(56)의 말처럼 외지인이 20여
가구나 된다. 임씨는 “한때 주민들이 개발에서
소외되자 인접한 충북 단양군에 편입되길 바랐지만
단양군의 서자 취급을 받는 것보다는 경상도 사람으로
남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오지 중의
오지였지만, 이제는 젊은 사람들이 10여 가구나 들어와
살 정도로 다시 사람 사는 맛이 난다"고 자랑했다.
젊은 사람들이 주축이 된 것은 회원 8명으로 구성된
남대 어래산나물작목반과 회원 10명으로 구성된
산양삼작목반이다. 남대 어래산나물작목반은 오는
4월 수확 예정으로 곰취와 눈개승마, 산마늘 등을
재배하고 있다. 산양삼작목반은 잎차를 준비해
산골 찻집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들은 산양삼판매장까지
갖췄으나 아직은 외진 산골인데다 홍보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곡을 끼고 조금 내려가자 폐교된 남대분교가 나타났다.
분교가 문을 닫은지 3년째지만 1학년인 임태운군(8)이
홀로 리모델링된 교실 한 칸에서 영주에서 출퇴근하는
기간제교사에게 수업을 받고 있다고 한다. 분교 앞에는
토종닭 전문인 식당과 비록 컨테이너를 개조했지만
노래방도 있다. 하지만 겨울에는 손님이 없어 굳게
문이 잠겨 있다. 폐교에서 도계까지 가는 길은 그다지
멀지않다. 포장된 도로 옆으로 미처 철거되지 않은
슬레이트 지붕의 폐가가 남아 있어 오히려 시골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오른쪽 산기슭에 대궐 같은 산사가
나타났다.
예일대와 하버드대를 나온 파란 눈의 미국 스님인
현각 스님(속명 폴 윈젠)이 주지로 취임해 한때 화제가
됐던 현정사다.
어래산 자락 3만3천여㎡에 자리잡은 현정사는 현각 스님이 떠난 뒤 현재는 스님 한 분과 공양주 한 분이 있다고 했다.
드디어 경상북도와 충북의 경계를 알리는 도경계 표지석이 나타났다. 97년 5월 제막된 도경계 표지석 옆으로는 돌담과
파고라 등이 있는 소공원이 있어 여행객들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바로 그 앞으로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아름드리
고목이 보인다. 200년된 소나무와 300년된 음나무다. 언덕 위에 우뚝 솟은 그 고목들은 경상도 땅으로는 유일하게 한강
수계인 남대리의 전설을 몽땅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3도접경지역 개발로 남대리도 많이 변했지만 아직 보건진료소가
없어 4㎞나 떨어진 단양군 영춘면 의풍리의 보건진료소를 이용하는 불편이 있다"는 임씨는 “대부분의 주민이 눈 때문에
길이 막혀 겨울 한두 달간은 집을 비운 채 외지로 나가거나 아예 바깥 출입을 못하기 때문에 터널이 뚫린다면 더이상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98년부터 3도접경지역 주민들은 일년에 한번 1천여명이 한 데 모여 화합의 한마당인 체육대회를
갖는다. 올해는 6월에 부석에서 모일 계획이라고 김동운 면장은 귀띔했다. 영주시는 올해 마을주민을 위해 11인승 로디우스
승합차를 마련해줬다. 3년째 참 살기좋은 마을가꾸기 사업도 실시했다. 소공원 조성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이제 봄이 오면
산나물을 채취하려는 도시민들의 승용차가 마구령 정상에 진을 칠 것이다. 산새들의 노랫소리와 계곡물 소리가 아름답게
어우러질 날도 머잖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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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콘텐츠를 더욱 강화합니다.
이번 주부터 '경북의 재발견’'비행소녀 오예리의 톡톡세상’ '김동욱의 낚시시대 손맛’ '등산’을 4주간격으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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