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하가 시작되었습니다. 연휴도 두번이나 있고 초등들살이도 있고해서 5월은 입하와 소만을 합쳐서 '오월' 한달 간 암송할 시를 골랐습니다. '오월의 선물'. "사월을 왜 견뎌요? 4월, 괜찮았는데.." "그리움이 뭐예요? 왜 그립지?" 시를 공책에 옮겨 적으면서 재잘댑니다.
5월 둘째주 삶교과 시간에는 '부모님께 해드리고 싶은 음식"을 만들면서 보냈습니다. 오무라이스, 야채비빔밥, 곤드레비빔밥, 새우볶음밥, 김밥을 만들었습니다. 매일 부모님께 해드리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우리끼리 먹었네요.^^ 언젠가 아이들이 직접 부모님께 해드리는 날이 있겠지요. 매일 아이들과 요리를 하는 일이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칼과 불을 써야해서 안전문제도 있고, 누구 한명에게 일이 몰리지 않도록 역할이 잘 배분되도록 신경을 써야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요리를 하고 나면 주방이 폭탄을 맞은듯 하지요. 월요일에 석환이가 손가락을 다친 일이 있어서 나머지 날들에는 신경을 곤두세우며 아이들을 지켜봐야 했지요.
그래도 직접 음식을 만들어 점심으로 먹는 일을 아직까지는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고 재미있어합니다. 교사 입장에서는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어, 교실에서 하는 정적인 수업에 비해 아이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중고등 들살이 실전 연습을 갔을때, 초등아이들이 서른개가 넘는 계란프라이를 했었지요. 무엇이든 생각보다는 몸이 앞서는 아이들이 계란을 후라이팬 위에 깨는 일이 두려워 교사에게 대신해달라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했었습니다. "괜찮아, 계란이 아주 많아 여러번 할 수 있으니 걱정말고 한번 해봐!!" 교사의 격려에 아이들이 아주 조심스럽게 계란을 깨다가 몇번 안가 자신있게 해냅니다. 금요일 김밥을 말때도 비슷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김 위에 밥을 펴깔고 그 위에 갖가지 재료를 얹는데까지는 쉽게하는데, 막상 김밥을 마는 작업 앞에서는 대부분 아이들이 망설입니다. 잘 안될것 같다고 합니다. "괜찮아. 잘 못말리거나 터져도 니가 먹을거잖아. 결국은 맛은 똑같을 거야.^^" 조심스럽게 도전하고 모두가 성공했습니다. 평소 초기사춘기 반응^^을 심하게 보이던 아이도 실전 요리를 할때는 힘들고 위험한 작업을 먼저 나서서 해내고, 무엇이든 막무가내^^로 시도하던 아이도 시종일관 신중한 태도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어쩌면 평소 다른 시간에도 분명 그런 모습이 있었을텐데, 제가 보지 못한 것이었겠지요.
이번 주 경험을 가지고 각자 선택했던 음식을 부모님께 해드리면 좋겠지만, 재료도 새로 준비해야 하고 오히려 부모님을 성가시게 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나마 좀 단순한 음식을 부모님과 만들어 먹어보라고 주말 숙제를 냈습니다. '생야채비빔밥'입니다. 옥상텃밭에는 각종 작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데, 중고등이 없어서 그 모든 것이 우리 차지입니다. 금요일 오후에 아이들이 텃밭의 각종 푸성귀들을 가득 따서 갔습니다. 커다란 볼에 밥이랑 파릇파릇 생야채, 그리고 고추장양념을 듬뿍 넣은 비빔밥을 만들어 가족과 나누어 먹는 것이 숙제입니다. 기호에 따라 계란프라이를 넣어도 좋겠지요.
금요일에는 이번주 삶교과 요리수업을 돌아보면서 글쓰기를 했고, 화,수, 목 2교시 주기집중 영어수업도 열심히 하고 있으며, 손공예, 맨발 책읽기 수업, 그리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산책 등 오후 시간도 재미있게 보냈습니다. 아침 리듬활동 후에 매일 옥상텃밭에 올라가 중고등 텃밭까지 골고루 듬뿍 물을 주며 돌보는 일도 잘 하고 있습니다.
중고등이 들살이를 떠나 고요하고 적막하게 느껴지는 학교, 다섯 아이들이 있어 힘을 얻습니다. 언제나 유쾌하고 신나고 활달한 아이들로부터 용기와 기쁨을 얻었던 한주, 잘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첫댓글 풍성한 밥상을 보니 다섯 아이들이 일당 백으로 참빛학교를 꽉 채워주고 있구나싶습니다. 혼자서 이것저것 챙기시느라 어려움이 많으실텐데 든든히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참치를 넣고 비볐어요. 숙제 덕분에 맛있는 저녁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