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 각시가 있다면
정명옥
준비되지 않은 일을 해야 할 때는 마음이 편치가 않다. 불안한 마음을 떨치려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보며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먹고 시작한 때가 이미 3년 가까이가 된다.
새로 시작할 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꼭 일을 해야 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어떤 일인지 알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다.
새로운 일을 삼 일 배우고 나니 연습을 해도 잘 할 수 없을 것 같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선택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경력이 없는 나를 연결을 해 준 분에게도, 내 체면도 설 것 같았다. 포기한다면 앞으로 다른 것도 시작할 수 없을 것 같고,
직장 생활에서 일보다 어려운 것이 때로는 인간관계라고들 한다.
내일 모레면 나이의 앞자리 수가 6이 되는 늦깎이 신입 사원. 일도 못하는 신입사원이라고 껄끄럽게 여기는 동료가 몇 있었다. 내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나를 도와주기에는 자신들도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또래들도, 연장자들도 하고 있는 일. 그들도 처음부터 잘 하지는 않았으면서 텃세를 부리는 이들이 몇 있었다.
그런 반면에 내게 우렁 각시가 되어 준 이들도 있었다. 그들 덕분에 지금까지 일을 할 수 있어 고마운 마음으로 지금껏 잘 지내고 있고, 그 마음으로 나도 신입 사원을 대한다. 그때 감동을 준 우렁 각시 덕분에도 일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날, 일이 너무 많아서 퇴근 시간 전에 주어진 일을 못 마칠 만큼 바빴다. 사무실에 남은 분량 두 개를 다 하지 못할 것 같아 현장으로 가서 상황 파악을 하고 사무실에 반납하자는 마음이었는데 가서 보니, 정비가 다 되어 있었다.
내가 현장을 잘 못 찾아왔나 싶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멀찍이서 동료 한 명이
“내가 해놨어.”하며 손을 흔들었다.
내가 일을 퇴근 시간 전까지 못 마칠 것 같다는 것을 알게 된 동료가 대신 해 준 것이다. 우렁 각시가 있다면 그 선배 동료가 우렁 각시였다. 내게 우렁 각시가 되어 준 선배 둉료는 자신의 할 일을 마치고 퇴근 전에 잠깐의 휴식 시간을 내게 반납한 것이다. 혼자서 하는 일이지만 일이 바쁜 동료가 있으면 가끔은 서로가 우렁 각시가 되어 힘이 되어주는 것을 그 때 알았다.
똑같은 상황을 두고 어떤 사람은 도움은커녕 마음까지 아프게 하고, 어떤 사람은 도움을 주어 마음을 감동케 한다.
텃세하는 사람은 그들끼리 어울리고, 우렁 각시들은 우렁 각시들끼리 어울리지만, 그 관계가 평행선으로 계속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에게는 계속 평행선이 되는데, 어떤 사람에게는 교차가 되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사람은 상황에 따라 변하고, 세상은 좋은 사람이 더 많아서 살아갈 수 있고, 살아야 한다.
약력
1960년 전북 김제 출생
2005년 한맥 문학 수필 등단, 작품명 ‘백묘국’
방송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한국 문협 회원, 강서문협 회원
작품집 : 「꿈이 오는 소리」외 공저 다수
수상 경력 : 2007년 서울시 교육청 외부강사 부문 은상
2012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논술 대회 장려상
2016년 국민연금 공단 수급자 생활수기 장려상
2016년 강서문학 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