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제목: 십각관(十角館)의 살인(殺人)
2.저자: 아야츠지 유키토(추리소설가)
3.역자: 양억관(전문번역가)
4.출판사: 한스미디어 2005년판
5.독서기간: 2006.10.27 -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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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시절 이맘때면 영국의 추리작가 코난 도일의 ‘명탐정 셜록 홈즈’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살인 사건’등의 추리소설을 빌려 밤새 읽었다. 탐정은 아니지만 프랑스 출신의 괴도 ‘루팡 시리즈’도 즐겨 읽었다. 밤새 읽다 남은 부분이 있으면 다음 날 학교 수업시간 내내 남은 분량의 줄거리 전개에 대한 호기심으로 수업은 엉망이었다. 아직은 어린 학생이라 그런지 순수 문학류보다는 추리소설 분야가 훨씬 구미가 당겼다.
추리소설을 읽다 보면 한두 시간 훌쩍 지나가는 것은 보통이다. 밥 먹는 것과 잠도 잊어가며 읽어내는 집중력은 아마 그 시절부터 길러졌으리라 생각되어진다. 그런 즐거운 추억은 어른이 되어서도 문득문득 발산되며 눈길이 추리 소설 쪽으로 가끔 향하긴 했지만 이미 많은 꿈을 잃어버린 터라 흥미가 옛날 같지가 않았다. 한편으로는 줄거리 전개가 미리 예견되는 점도 그런 흥미를 반감하는데 일조를 했는데 난 이미 소설 읽기 분야에서 만큼은 일가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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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십각관의 살인’은 일본의 어느 대학 미스터리 연구회 회원들이 일반인들의 접근이 용이치 않는 섬에서 의문의 연쇄 죽음을 당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펼치며 범인 추적에 대한 수수께끼를 독자들에게 화두처럼 지워 시종 이끌어간다.
미스터리 회원 중 어느 신입 여학생이 모임 중 지나친 음주로 갑자기 사망하게 되자 그녀를 남모르게 흠모하던 일원 중 하나가 비통함에 빠진 나머지 복수를 결심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치밀한 계획을 세워 일정한 기간에 일정한 장소인 섬으로 관련자를 모두 유인, 연쇄적으로 살해해 나가게 된다.
십각관은 섬에 있는 유일한 건축물로 십각형의 평면에 중앙의 10각형 홀과 그 주변 방사선 형태로 10개의 방이 배치되어 있는 매우 특이한 별장이다. 이 별장에 도착한 미스터리 연구원들은 모두 일곱, 방 배정이 끝난 다음날부터 예고된 살인이 시작되고 범인은 내부에 있어서 한 사람 한 사람 살해되어 가자 서로는 공포에 질린 채 의심한다. 독자도 점점 궁금해져 간다.
파국에 다가가자 서서히 범인의 윤곽이 잡힌다. 생존자가 줄어드니 그것은 너무도 당연하겠지만 마지막 부분의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작가의 입장은 퍽 흥미로운 것이다. 이것은 추리를 놓고 작가와 독자의 흥미로운 대결국면이기도 하지만 결말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작가와 작가의 경쟁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너무도 의외의 결말이 나와 적잖은 실망을 안겨주었다. 작가 자신은 자신대로 독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주 신선하고 흥미로운 결말이라고 자신했지만 일종의 머리싸움이라 여기며 시종일관 읽어가던 난 그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완전범죄에 가까웠던 범인의 행각인데-물론 사건 진행 과정은 별도의 서술방식으로 독자에게 의문을 풀어주고-결말에 이르러서는 우연과 이율배반이 뒤섞이며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범인으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끝이 나는 것이다.
책 서두에서 범인은 자신의 범행 계획을 모두 적은 쪽지를 마치 엄숙한 의식을 치르는 양 해변의 바다를 향해 던져버린다. 그런데 사건이 완전범죄로 흘러가며 모든 것이 끝난 듯한 마지막 장면에서 그 유리병은 해변을 거닐고 있는 범인의 발 앞에서 우연히 다시 발견되고, 그는 실성한 사람처럼 그 유리병을 주변에서 놀고 있는 어느 꼬마를 시켜 자신을 뒤쫓다 포기한 탐정에게 갖다 주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난 이 말미를 서너 번 반복해서 읽었지만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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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매스컴에서 떠들썩하게 발표된 외국 책 번역에 관한 기사와 관계있는 이야기지만, 난 번역된 서적 그것도 문학류의 책을 읽을 때마다 기대 반 우려 반이 어느 순간부터 따라다닌다. 그것은 문장 자체의 번역 수준도 문제지만 전체 내용을 이해하지 않고 문장 번역에만 몰두하다 보니 앞뒤 문맥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자주 눈에 띄기 때문이고, 이것이 원래 작가의 잘못인지 번역가의 잘못인지 원서를 훑어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괜한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게 되면 마침내는 애꿎은 작가를 원망하고 그 책을 선택한 나를 원망하는 것이다. 난 그런 경우를 너무 허다하게 경험했다. 그래서 이번의 책도 사실은 조심해서 읽었는데 번역가의 결정적인 잘못도 보이고 결말 부분의 아리송함도 더해서 다소 적잖은 실망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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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츠지 유키토(綾辻行人) ; 1960년 교토 출생. 교토대 교육학부 졸업.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교토대 미스터리 연구회에 소속 중이던 1987년 <십각관의 살인>을 발표하면서 신본격 미스터리계의 기수로 주목받았다. 1992년 <시계관의 살인>으로 제45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수차관의 살인> <미로관의 살인>을 비롯한 <관>시리즈가 있으며, 그 외에도 <무월저 살인사건> <살인귀>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양억관(梁億寬) ; 1956년 울산 출생. 경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 졸업.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역서로, <아름다운 아이> <마이 페어 발렌타인> <흑냉수> <신곡> <일본의 신화> 등이 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