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할 필요가 있다.
1947년생이니 전후둥이로 현재는 상당히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얼마전 신간을 출간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작가의 작품은 한 번도 이전에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단 한번 작가의 소설을 배경으로 한 영화 [환상의 빛]을 아주 우연한 기회에 보게되었고 그 울림이 상당했기에 작가의 신작소식을 보며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작가와 관련된 그 동안의 작품을 찾아모았고 알아가기를 시작했다.
일단 [금수:아름다운 수를 놓은 비단~, 그외]를 5월 27일에 읽기 시작해 다음날 늦은 저녁까지 읽었다.
글은 10년 전 이혼해 남남이 된 남과 녀가 우연한 장소에서 재회를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들에게 일어난 만남과 이별의 과정에서도 나눌 수 없었던 사연과 속내를 글로 나누는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믿었던 남편의 불륜과 치정극으로 인해 갑자기 이혼에 이르게 되면서
서로가 나누지 못했던 깊은 속내를 잔잔히 나누는 과정을 통해 마음 속에 깊은 상흔들을 치유하고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함으로서 진정 아름다운 이별로 관계를 정리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인생은 정말 그런 것인 것같다.
격정과 소용돌이 속에 있을때는 결코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으며, 그
러므로 알 수 없는 것들을 시간이 지나고 그 중심에서 벗어나 거리를 두게되면
다른 관점에서 상황과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다는 것. . .
부부로 만날 수 있는 엄청난 인연은 그로인해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고
서로가 각자의 길을 걸어가야 할 때 감당해야할 엄청난 상실감과 좌개감을 쉽게 극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한다. 결혼도. . . 이혼도. . . 그리고 다시 만남도. . . .
옮긴이는 이 책을 아키가 아리마의 공백을 채워나가는 과정이자
사랑을 추억의 자리로 돌리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시적인 남녀의 유희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그런게 아니라 거기에 아무도 끼어들 수 없는 열렬하고 비밀수러운 애정이 있었다고. . . 저는 그때서야 비로소 억누룰수 없는 질투가 솟구치는 것을 느꼈습니다. . . P35
그녀를 둘러싼 풍문과는 동떨어진 유치하고 다소곳한 분위기가 다다미 여섯 장짜리 방 여기저기에 떠돌고 있었지만, 바닷물에 젖어 검게 빛나는 머리를 어깨까지 늘어뜨리고 볼에 난로이 열을 받고 있는 유카코에게서는 어둠을 동반한 어떤 색향 같은 것이 발산되고 있었. . . P55
세오 유카코라는 소녀가 발산하는 신기한 어둠은 일본해에 면한 외진 항동의 모습과 동질의 것이었습니다. . .p56
업보라는 말이 대체 얼마나 깊은 의미를 숨기고 있는지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 말은 유카코라는 여자를 떠올릴 때 가장 적절한 울림을 갖고 제 마음에 떠 오릅니다. . . P57
여자가 갖고 있는 최대의 악덕은 푸념과 질투. . . p75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은 어쩌면 가픈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아주 불가사의한 것을 모차르트의 부드러운 음악이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 ㅔ86
당신이 업보라는 말을 써서 그게 자신의 목숨 자체에 들어 붙어 있던 아고가 선의 결저오가 어딘가에서 연결되어 가는 것 같았다는 구절을 읽었을 때 저는 당신을 잃은 것도, 가쓰누마가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옮겨 간 것도 다 제 업보일지 모른다는 생각. . . . p198
“암이란 말이야, ㅡ건 자신이거든. . . 그건 외부에서 침입한 것이 아니라 자기 육체 안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난 생각해. 이물이긴 해도 다른 것은 아니지. . . 암을 죽이려면 자신이 죽는 게 가장 빠른 길이야”. . . p224
아버지는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목소리는 중요해. 그 사람의 본질이 드러나거든” 하고 말했~~~. . . 좋은 의사는 목소리의 미묘한 울림으로 환자의 그날 건강 상태를 헤아리는 법이다, . . . p271
사랑은 환상이다. 모른는 게 많아야 환상은 유지된다.
현실이 개입하면 환상은 힘을 잃고 사랑은 희미해진다.
그러므로 서로 알아 가는 과정, 곧 사랑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사랑을 잃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옮긴이 후기 중)
[오천번의 생사]는 작가의 단편 소설 아홉편을 묶어 낸 소설집으로 토마토 이야기를 시작으로
눈썹 그리는 먹, 힘, 오천 번의 생사, 알코올 형제, 복수, 양동이 밑판, 보라색 두건, 쿤밍*원통사거리 까지 이다.
앞에 금수를 덮고 바로 읽기 시작해 30일 완독했다.
나는 오즙 타인에게 마냥 자신이 조금 편하자고 배푸는 선의가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해 생각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토마토이야기를 읽으며 잠깐의 만남이 예기치 않게 긴여운을 만들기도 하고
마음의 짐을 쉬 내려놓지 못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선택의 개인의 몫이고 그 결과도 자신의 됨됨이 만큼 여운을 가지게 되겠지만 말이다.
인정이 있다 없다의 차원을 넘어 내가 타인의 삶에 깊이 들어가는 문제,
그리고 쉬 빠져나올 수 있는지의 역량의 문제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갑자기 생활이 어려워져 아버지의 라이터를 친구에게 팔려간 주인공이 헛걸음하고 밤새 걸어 돌아오는 길. . .
춥고 어두운 길을 혼자 휘적휘적 걷는 그를 따라붙는 자전거 탄 이. . .
그는 하루에도 오천번은 죽음을 생각하는 중증우울중 환자?. . .
고난의 길을 함께 하면서 그들은 오천 번 죽음을 생각하고 오천 번 살기를 원한다. . .
그리고 그렇게 살지 않았든가? 하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나는. . . .
나는 어머니의 조그마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살아도 좋고 죽어도 좋다는 어머니의 말이 가슴속 가득히 퍼져나갔다.
나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어머니가 한 그 말을 가슴속에서 중얼거렸다.
어머니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음이 틀림없다고 느꼈다. 눈물이 나와 불꽃이 번져보였다(눈썹 그리는 먹 중). . . p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