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임 “소문겁나 친정 못와”
엄마에게 띄운 편지엔 깨가 쏟아진다는데..
1968년 남정임
“그녀는 지금 일본땅에서 사기당한 결혼을 후회하며 가련하게 울고있다” 풍설(風設)에 “내눈으로 잘사는 것 보고 왔는데 무슨 소리냐? 고소하겠다”는 어머니
"엄마, 한국가는 것 중지했어. 이상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야."
일본으로 건너간 은퇴 스타 남정임(南貞姙)이 최근 그의 어머니한테 보낸 편지 한토막이다.
'남정임이 은막에 컴백한다' '가정불화로 이혼할 것 같다' 심지어 '이미 한국에 잠입했다'는 등 영화계 안팎에 떠돌고 있는 뒤숭숭한 풍설, 그 진상은?
지난 71년 1월 11일 재일교포 임방광씨와 결혼한 남정임은 6월 13일, 그의 신랑을 따라서 일본으로 건너갔다. 신랑은 '동여상사(東與商社)'라는 무역회사를 갖고있는 교포재벌 임원오(林源吾)씨의 둘째아들. 한때 5백억자산의 부잣집 며느리가 됐다고 모두를 부러워했다. 그런데 시집간지 채 10개월이 못되는 사이에 이 부러운 혼사에 찬물을 끼얹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요컨대, 남정임이 사기결혼을 당했다는 것. 5백억 재벌은 고사하고 5억도 없다는 소문. 수많은 빠찡꼬 장을 경영하는 게 아니라 신랑이란 사람이 남의 빠징꼬 집에서 지배인 노릇을 하고있다는 것.
“잘 사는 것, 시기하는 소리”
신랑의 나이도 28살이 아니라 남정임보다 두살 아래인 24살이고 성질이 몹시 사납다는 등. 그래서 이따금 아내를 때려 어떤 사람은 남정임의 얼굴에 퍼런 멍이 가실날이 없다고 바로 목격자인듯 얘기하기도 했다.
소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런 소문을 근거로 해서 남정임의 진퇴문제가 제2단계로 화제에 올랐다. 남정임이 시집살이를 감당해낼 것이냐는 문제인데 여기에는 '남정임 은막복귀설' '남정임 한국잠입설'이 그럴싸하게 뒤따랐다. "그렇게 당한 마당에서 그 성질에 어떻게 되돌아올까?" "그래도 은막에 돌아오면 문희(文姬)도 은퇴했으니까 다시 스타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거야" 영화가의 입들은 각각 제나름대로 추측하게 마련. 이런 뒷공론은 우선 남정임이 결혼에 실패했다는 전제위에서 이뤄진건 물론.
남정임이 사기결혼을 당했다는게 사실일까? 그녀는 지금 일본땅에서 결혼을 후회하면서 가련하게 울고 있는 것일까? 얼마 전 딸의 집에 가서 2개월동안 머물다 돌아온 남정임의 어머니 김순희(金順姬)씨는 이런 소문에 분함을 참지 못하는듯 펄펄 뛰었다.
"내 눈으로 똑똑히 보고왔는데 누가 무슨 마음으로 그런 불길한 소문을 퍼뜨리는 지 알 수 없다."
남정임의 소문을 다룬 한 주간지를 고소하겠다고 고소장을 내밀었다. 자신이 고소인으로 된 고소장의 내용은 '고소인의 딸 남정임은 동경도(東京都) 천대전구(千代田區) 5번지10의4 임방광과 결혼하여 현재 누구보다 원만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다. 터무니 없는 기사를 내어 남의 가정을 파괴하는 여사한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는 내용.
남정임양의 어머니 김씨가 일본에 갔을때 도쿄거리에서. 왼쪽부터 신랑 임방광씨, 남정임, 한사람 건너 어머니
그가 말하는 딸의 근황은 다음과 같다.
"정임은 지금 니혼TV 옆 지요다구에 있는 3층집에서 신랑. 두 시동생과 행복하게 살고있다. 집은 옥상에 풀이 있는 호화저택으로 시아버지가 장만해준 것이다. 주말이면 2, 3일간의 주말여행을 꼭 떠난다. 10월 9일엔 북해도(北海道)와 하와이까지 2주간의 여행을 하고왔다. 신랑 임씨는 아버지 회사인 '동여상사'의 부사장 격인데 '가와사끼' '아까사까' '신주꾸' 등에 갖고있는 여러 개의 빠찡꼬 집은 남에게 맡겨서 경영하고 있다. 신랑이 때린다는 것 터무니없는 소리다. 사이가 퍽 좋고 시부모한테도 얼마나 귀여움을 받고 있는데"
“새 자동차 샀단 편지봐요.”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남정임과 그의 남편이 보내온 9월 27일자의 편지가 제시됐다. 먼저 남정임의 사연.
-엄마가 다녀간 후로 일본에는 매일 비가 오고있어, 골치아플정도로. 한국은 어떤지, 우리들 소식은, 그리고 엄마생활은, 엄마가 떠난지 며칠은 너무나 쓸쓸했어. 지금은 다른데 신경쓰기 때문에 잊어버렸어-
-한국에 가는 것은 잠깐 스톱했어. 이상한 소문때문이야. 엄마 우리걱정은 하지말고 엄마 건강에 주의하세요. 자동차 새로 바꿨어. 머큐리 큐가 큰 것, 미제로. 다음 한국 갈 때 갖고가 엄마 태워줄게-. 영어사전과 한영사전 좀 부쳐주어요-
신랑 임방광씨가 장모한테 보내온 편지는 어머니란 호칭이외는 모두 일어로 쓰여졌다.
-요즘 너무 바빠서 민자(敏子. 남정임의 본명)가 쓸쓸해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1주일에 2, 3 회는 꼭 서비스 해요. 주로 영화구경, 쇼핑. 이따금 싸우지만 우리들은 아주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요. 시간있으신대로 편지 자주 주세요-
한편 남정임의 요즘생활을 알아보기 위해 10월 15일 그의 집(지요다구 262-4893번)으로 국제전화를 걸었지만 신호는 가도 받는 사람이 없어 통화가 되지 않았다. 낮에는 시댁에 많이 가있기 때문일거라는게 남정임 어머니의 관측. 그러면 남정임은 그의 편지내용대로 이상한 소문 때문에 한국에 오지 않을 것인지? 당초 그녀는 결혼전에 촬영중단한 2편의 영화 '은내골 설야(雪夜)' '빗속에 찾아온 여인(女人)' 을 끝내주기 위해 10월중순 귀국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이 기회에 그녀의 은퇴기념작인 '첫정'의 속편을 만든다는 계획이 한편에서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녀는 이 이상한 소문 때문에 기분나빠서 당분간은 오지 않겠다는 뜻.
"도대체 왜 그런 소문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일단 은퇴하고 시집가면 말썽도 끝나는 줄 알았는데."
딸의 귀국을 기다리는 어머니 김순희씨의 원망섞인 푸념이다.
재일교포 5백억 자산가라는 발표가 조금은 호들갑스런 느낌도 없지 않았던 혼인이었기에 그 반작용에서 오는 메아리도 그만큼 큰 것 같다. 관(觀)
(선데이서울 71년 10월 24일호 제4권 42호 통권 제 159호)
트로이카 여배우의 전성시대를 구가한 남정임은 문희, 윤정희와 함께 1960년대 우리영화계를 수놓은 불멸의 스타로 제일 먼저 결혼식을 올려 부러움을 샀다. 지금은 하늘나라의 별이 된 그녀는 1971년 1월 11일 세종호텔 해금강 홀에서 김연준박사의 주례로 재일동포 임방광 군과 결혼식을 거행함으로써 스크린을 떠났다. 당초에는 공화당 의장 서리인 백남억 박사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릴 예정으로 청첩장에 밝혔으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남정임의 모교인 한양대학교의 총장 김 박사의 주례로 바꾸게 됐다.
경찰까지 동원된 인산인해 예식장
이날 결혼식장 밖에는 몰려든 구경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호텔 종업원과 교통경찰까지 출동하여 하례객을 통제하기도 했다. 남정임의 팬 가운데는 가방을 든 여학생이 많아 입구를 꽉 메웠는데 이 틈을 헤치고 문희가 들어오자 ‘와!’ 하고 곁들어 들어가기도 했다. 주례 양편으로는 연예담당기자들이 늘어서 플래시를 터뜨렸으며 신랑 신부 뒤편에는 미리 마련한 라이트가 동원되어 남정임의 결혼과 함께 은퇴기념 작품인 장영국 감독의 <첫정>예고편을 위한 촬영이 한창이었다.
식장에는 약 1천여 명의 하객들이 몰려들었는데 고은아 윤정희 방성자 태현실 전양자 신영균 등 톱스타들도 빠짐없이 왔다. 신영균은 늦게 들어오다가 식장 밖에서 몰려든 인파로 인해 양복이 찢겨 되돌아가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한편 하객 중에서 “남정임이 결혼을 하니 문희와 윤정희만으로 영화제작에 지장이 많다. 하루빨리 남정임을 이을 뉴페이스의 발굴이 시급하다”는 걱정의 대화가 새어나오기도 했다.
남정임 노리는 7人의 신랑감
외교관 · 교수 · 실업가 · 재벌의 아들이 사랑의 화살 겨뤄혼령기(婚齡期)의 스타 남정임(南貞姙 · 24세)에게 구혼사태가 일어났다. 미모와 인기와 돈과 명성을 한 몸에 지닌 이 처녀 스타를 노리고 수많은 기사(騎士)들이 구혼작전을 펴고 있다. 그 중에는 이름을 대면 곧 알만한 명사급에서부터 상당히 '지체높은 분'의 자제들도 섞여 있다. 과연 어느 기사의 화살이 이 미인(美人)의 '하트'에 적중할 것인지?
南양 어머니는 모두 칭찬 딸 일곱 있으면 좋겠다고
남정임(南貞姙)은 하루 평균 30통의 「팬·레터」를 받는다. 그 중 3분의 1은 '남정임을 사랑한다'는 구애편지. 스타는 만인의 연인이니까 누구나 사랑할 권리는 있는 것일까? 그러나 남정임의 사랑을 요구하는 구애편지는 그녀를 환희보다 비명속에 몰아넣는다. 말하자면 즐거운 비명일까?
3년 남짓, 남정임이 영하배우로 데뷔한 직후부터 오늘까지 사흘에 한통꼴로 끈질지게 편지를 보내는 팬이 있다. 3일에 1통꼴은 안가도 한달에 2, 3차례씩 낯익은 필적을 보내는 팬도 10명이 넘는다. 편지 내용은 '한번만 만나주세요'의 애원조에서 '언제까지라도 기다리겠다'는 충성파, '안 만나주면 자살하겠다'는 협박조까지 가지각색이지만 한결같은 미사(美辭)는 "남정임을 사랑한다"는 것.
그러나 이런 류의 팬레터는 남정임의 심금을 울리기엔 너무 허약하다. 그가 보관하고 있는 팬레터는 현주소인 서울 서대문구 안산(鞍山)동 19의16으로 이사오기 전에 3가마를 불태웠어도 아직 조그마한 방에 산처럼 쌓여있다. 정작 장본인의 손으로 개봉되지 못한 채 창고에 쌓여지는 비운의 편지도 수두룩하다.
유정(有情)으로 데뷔한 이후 탄탄대로를 달리듯 스타돔에 올라선 남정임은 지금도 17편의 영화출연에 밤낮을 잊고 있다. 30여통의 팬레터를 일일이 읽고 답장 쓰기엔 너무 피곤한 처지. 여기서 밝히려는 건 이런 단순한 팬레터이 사수(射手)들이 아니다. 남정임은 현재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구혼공세에 적이 당황하고 있다.
점잖게 중매를 내세워 청혼하거나 가정속으로 파고들어 양가친목의 수단을 펴서 접근하고 있는 신랑후보가 현재 10명가량, 이 중 남정임측이 이미 체크했고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후보만도 7명이 있다. 이들은 남정임양의 어머니가 '딸이 일곱만 있다면 모두 사위삼고 싶은 청년들'이라고 말할 정도로 우선은 합격점의 사나이들.
생일 축하 꽃다발 보내고 동료·상관의 응원 받기도
아닌게 아니라 '남정임이 모 고위층 비서관인 S씨와 정혼할 단계'란 소문이 최근 영화계와 정계 일부에 나돌아 귀를 번쩍하게 만들었다. 젊은 비서관 S씨-그도 분명히 7인의 후보 중 한 사람이다. 나이는 남정임양 보다 6세 위인 30세, 똑똑하게 잘 생겼고 가문도 '돈 많은 집안'. S씨는 남정임이 배우가 된지 반년쯤 뒤에 동료직원을 사이에 넣고 구혼작전을 펴기 시작했다. 남정임의 집에 몸소 찾아온 것도 5, 6회. 지난 7월19일 남양의 24회 생일엔 축하카드와 꽃다발을 보내고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이 때 남정임은 다른 사정으로 거절.
소식통은 S비서관과 남양의 관계가 약혼일보직전이라고 전해졌다. 그러나 남양측은 이를 극구 부인했다. 또 한사람의 후보는 S여대 C모교수, 30세. 남정임의 외사촌이 바로 S여대에 다니고 있으며 그것이 접근 루트가 됐다. 독실한 장로교신자이기도 한 이 총각교수는 남정임의 어머니 김순희(金順姬)씨가 역시 같은 교인이란 점에서 선취득점, 2년전에 정식 청혼장을 보냈다.
재벌 아들 사업가 4명은 액세서리 등 선물보내와
지금도 집안끼리 연락이 오가고 가족처럼 친밀한 사이가 됐지만 청혼장의 답장은 아직 내지 않았고.
2명의 재벌 아들과 2명의 청년실업가가 역시 남정임에게 구혼장을 띄었다. 최고령이 35세고 최하가 25세.
이 4명은 이따금 액세서리 등 선물을 사보내고 그 중 1명은 일본월간여성잡지(주부(主婦)의 우(友))를 3년간 계속 보내주고 있다. 구혼(求婚) 방법이 은근하고 점잖은 것이 받아들이는 측 판단으로는 소극적인 것이 되는지? 이 4명에 대한 장본인측의 신임은 비교적 희박하다. 멀지 않아 프레임 아우트 될 공산이 크다.
나머지 1명, 주미대사관(駐美大使館)의 金모(29)씨.
7명의 기사중 가장 촉망되는 신랑후보가 바로 이 외교관 金모씨라는 얘기도.
3년전 임지인 미국으로 건너간 김씨는 67년 여름 2개월간의 귀국기간 중 남정임과 데이트를 즐긴 유일의 행운아다. 경기고(京畿高)-서울문리대(文理大)를 나온 KS 마크, 그의 백부가 바로 국내제일의 합판회사를 갖고 있는 金모씨.
유력하긴 외교관(外交官) · 비서관(秘書官) 가을에 결혼식 올릴지도
남정임의 어머니 김순희씨는 딸이 영화배우생활중 특별히 염문이 없는 이유를 '점찍어 놓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남정임 자신도 신랑감을 묻는 한 기자에게 '외교관' 이라고 발설했다. 편모와 외동딸(남정임은 오빠1명 남동생 1명뿐)이니까 남정임의 결혼상대를 결정할 실권자는 바로 두 사람. 두 실권자의 발언은 김씨를 두고 일맥상통의 심증을 굳게 한다.
사실상 김씨는 남정임의 친서(親書)를 받고 있는 유일한 신랑후보다. 태평양(太平洋)을 사이에 두고 띄워보내는 남정임의 사연이 연서(戀書)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들 사이엔 지금도 편지가 오가고 있다.
두사람이 친밀한 사이가 된건 남정임의 '유정(有情)'이 개봉되기 전후부터. 팬의 위치에서 접근해 왔다지만 김씨는 남양의 어머니 김순희씨의 친구의 조카이기도 해서 전부터 알만한 사이인듯. 어쨌든 남정임측이 가장 강력한 신랑후보로 치고 있음엔 틀림없다.
한국식 나이로 25세인 남정임의 결혼 스케줄은 가을에 정혼(定婚)하여 27세가 되는 71년 봄이나 가을에 식을 올릴 예정이다. '그때까지는 일을 해야겠고 또 아는 사람(관상가?)에게 물어보니 27세때 결혼하는게 제일 좋다더라'는 것.
이쯤되면 남정임의 신랑감은 S비서관과 외교관 김씨 선으로 압축할 수 있다. 두사람 도무 '가정 · 인품이 뚜렷한 1등 신랑감'. 당분간 사랑쟁탈의 줄다리기라도 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남양 측의 얘기는 어디까지나 외교관 쪽. 다른 청혼자들은 '한낱 비교의 대상 정도'라니 특별한 일이 없는한 6명의 기사들은 자퇴서(自退書)라도 내야할듯.
(선데이서울 69.9.7 제2권 36호 통권 제5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