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봉사를 떠나기 위해 모인 회원들 |
|
ⓒ 김재경 |
|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겨울은 더없이 춥고 외롭다. 이들이 더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휴일도 반납한 채 구슬땀을 흘리는 봉사단체가 있다.
전기, 가스, 보일러 등 집안 구석구석의 안전을 점검하고 수리해 주는 안양 무선봉사대(회장:서대성) 이들의 정기 모임 장소인 안양대학교를 찾았다.
청명한 하늘에 스산한 바람이 막바지 낙엽을 떨구어내는 일요일 아침 9시, 회원들은 '시민 안전봉사자'란 붉은 조끼를 걸치고 형광등과 전선, 콘센트, 코팅장갑 등을 부지런히 박스에 옮겨 담고 있었다.
|
|
▲ 봉사를 떠나기 전 확인 점검 |
|
ⓒ 김재경 |
| 평일에는 각자의 생업에 전념하고 휴일이면 홀로 사는 노인들과 생활이 어려운 이웃을 찾아 봉사하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 34명 중 15명 내외의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전기 기술자, 버스운전기사, 카센타, 삼계탕집 주인에서 주부에 이르기까지 직업도 각양 각색이다.
"팬더 국장님은 안양5동으로 가고, 비둘기 국장님은 7동으로 가세요. 석수동 몇 집 남은 곳은 제가 틈틈이 할께요. 점심은 각자 알아서 하세요. 등대 국장님! 테스터 꼭 싣고 가세요."
|
|
|
▲ 전등을 교체하는 모습 |
|
ⓒ 김재경 | 서 회장은 시청으로부터 넘겨받은 불우이웃 명단을 나눠주며 일사불란하게 업무분담을 지시했다. 이들은 아마추어무선사 HAM답게 서로의 이름 대신 콜 사인으로 호칭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단풍놀이를 떠났는지 다른 때보다 참여율이 저조하네요. 저희들이 하는 일이 보람은 있지만 그다지 내세우고 싶진 않아요. 각자 가진 기술로 부족한 이웃을 찾아 도움이 되고자 할뿐이죠.
시에서 모든 계획과 정보, 재료비를 제공하고 있어요. 겨울철을 앞두고 11월 말일까지 봉사하고 있는데, 난방협회와 분담해서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초대회장을 지낸 안양무선봉사대의 배테랑 박충길씨는 필요한 물품과 공구를 챙겨 넣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커피를 내밀며 다정한 눈인사를 건네는 이해경 총무 곁에는 어린 딸이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다.
"남편 따라 봉사 현장 다니다 아예 이 길로 들어섰는데, 모전여전인지 우리 아정이도 일요일이면 따라 나와요.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데 우리 모임에 당당한 준회원이랍니다."
회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어서 염치 불구하고 각종 공구와 비품이 들어차 가득이나 비좁은 서 회장의 차에 동승했다. 도면을 따라 주택가 골목을 한참 헤맨 후 허름한 집들이 밀집된 곳에 차를 세웠다.
낡은 계단을 고개 숙이고 내려간 지하방, 문을 두드리니 할머니 한 분이 힘겹게 고개를 내민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어디 아프신 데는 없으시고요?" 서 회장은 할머니가 폐품으로 모아둔 신문지 상자를 밟고서 방안과 부엌에 노화된 형광 등을 교체했다.
|
|
▲ 휠체어를 제작하는 모습 |
|
ⓒ 김재경 |
| 전선줄이 거미줄처럼 어지럽게 얽힌 두 평 남짓한 방 안 벽에는 검푸른 곰팡이가 피어 있고 방안은 싸늘하다.
"할머니, 방안이 왜 이렇게 추워요? 이런, 온도조절기를 꺼 놓으셨네. 할머니! 여기 빨간 불 파란 불 보이시죠. 오른쪽으로 돌리면 불이 들어오고 왼쪽으로 돌리면 불이 꺼져요."
보일러 온도 조절기 사용법을 몰랐던 할머니는 서 회장의 친절한 설명에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멈추지 않았다.
다음 집에서는 전구를 빼자 녹슬었던 전등갓까지 떨어진다. 가전제품은 220v인데 전등은 110v였다. 할 수 없이 일지에 '110v로 교체요망'이라고 기재하고 집을 나섰다.
안양대학교에서 스쿨버스를 운행하는 서 회장의 봉사 시간은 일요일뿐만이 아니다. 차량운행이 없는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짬짬이 주말에 다 못한 가정을 찾아 나선다.
|
|
▲ 휠체어 수혜자들과 함께 |
|
ⓒ 김재경 |
| 부엌에 창문이 없는 집을 발견하여 직장 동료들과 비닐로 막아 주고 왔을 때, "앞으로 이런 일 있으면 불러 달라"며 돼지 저금통이며 의류, 솜이불까지 보내오는 동료들에게서 세상의 따뜻함을 새삼 느꼈다는 서씨.
안양7동 팀에서 연락이 왔다.
"D연립은 형광등만 갈아주었는데, 가전제품이 구형이라서 220v를 110v로 다운 받아서 쓰고 있어요. 트랜스까지 바꿔줘야 할 것 같아요."
안양시 자원봉사센터 소속인 무선 봉사대는 2년 전부터 활동영역을 넓혀 장애인들에게 전동 휠체어를 무료로 제작, 평생A/S를 해주는 단체다.
한국신기술연구소 오장근 박사의 지도로 전기, 조립, 용접 등으로 팀을 나누어 맞춤형 휠체어를 만들고 있다. 아무리 정성껏 튼튼하게 만들어도 년 1~2회 정도는 A/S가 들어온다. 그럴때면 3~4명의 회원들이 장애인의 집을 직접 방문, 출장 수리를 해 주고 있다.
연간 30대 정도 휠체어를 만들 수 있지만, 1대를 제작하는데 120만원 이나 하는 재료비 충당이 어려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지금까지 40대를 만들어 장애인들에게 기증했다.
이 사연이 각 신문에 보도 된 후, 도움을 요청하는 장애인들은 느는 반면, 후원자는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는 이들. 욕심 같아서는 계속 휠체어를 제작하고 싶지만, 후원자가 나서지 않아 금년에는 작업을 중단한 상태이다.
이 무선봉사대는 1997년 1월 전파를 통한 취미활동과 더불어 지역사회 봉사를 목적으로 결성된 아름다운 단체다. 사회복지 시설의 노력 봉사(목욕, 청소, 세탁 등)를 꾸준히 해 오고 있으며, 설과 추석에 고향 가는 길 안내와 교통정리, 방범순찰, 안양천 환경보존, 청소년 선도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
2003-12-03 16:47 |
ⓒ 2007 OhmyNews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