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따라 화려하게 변신…철새들의 영원한 보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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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저수지 가운데 철새들이 가장 많이 찾는 용산저수지 일대 전경. 잘 정비된 탐방로를 따라 탐조객들이 삼삼오오 산책을 즐기고 있다. 이 곳에는 매년 10월 중순이면 큰고니 (천연기념물 제210호)를 비롯한 재두루미, 가창오리, 노랑부리 저어새 등 최대 3만여 마리의 철새들이 이곳을 찾는다. 박동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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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그대로 간직한 내륙 습지
- 겨울이면 많게는 3만 마리 찾아
- 가창오리 한번에 5000마리 군무
- 장관 연출… 카메라맨 단골 명소
- 여름엔 수초천국·연꽃 군락 눈길
- 세계적 생태관광지 조성 추진
- 환경단체 반발… 철새 공존 과제
버려졌던 습지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산업화와 함께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습지는 '지구의 허파'로 각인되는 등 지구의 중요한 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 가운데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주남저수지는 국내 내륙습지 가운데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대표하는 습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남 순천만 갯벌은 겨울에 20~30만 마리의 철새가 찾는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다. 반면 주남저수지는 2~3만 마리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주남저주지가 주목받는 것은 갯벌이 아닌 내륙습지인데다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하면서도 자연상태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자연사박물관 주남저수지
주남저수지(602㏊)는 일본강점기 때인 1920년 농업용 저수지로 축조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주남저수지는 크게 산남(75㏊), 용산(285㏊), 동판(242㏊) 등 3개 저수지로 나뉘는데 저마다 독특한 특성을 갖추고 있다.
메인 저수지 격인 용산저수지는 철새들의 집합소다. 10월 중순이면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10호)를 비롯한 재두루미, 가창오리, 노랑부리 저어새 등 최대 3만여 마리의 철새들이 이곳을 찾는다. 시베리아에서 날아 온 철새들은 월동을 마치고 이듬해 2월이면 떠난다.
주남저수지 관리인들은 "몸집이 작은 가창오리는 한꺼번에 5000~8000마리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은 장관"이라며 "이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해마다 수백 명의 카메라맨들이 주남저수지를 찾는다"고 전했다. 여름철이면 이곳은 수초들의 천국으로 변한다. 그중에서 7~8월이면 우리나라 식물 가운데 잎이 가장 큰 가시연꽃 군락이 환상적인 자태를 자랑한다.
동판저수지는 용산저수지와는 달리 진입로가 없어 사람이 다가가기 어려운 곳이다. 이곳은 용산저수지에서 먹이를 먹은 철새들이 잠을 청하기 위해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 늘어선 우산 모양을 한 왕버들은 대표적인 습지식물로 철새들의 은신처이자 보금자리 역할을 맡고 있다. 물안개가 낀 이른 아침의 비경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다.
반면 산남저수지는 민가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사람들의 접근이 쉬운 만큼 강태공들이 낚시를 위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1990년대 말 경남도가 이곳에 전국체전용 카누경기장을 지으려다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했다.
■철새와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
주남저수지가 주목을 받으면서 창원시는 주남저수지 활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곳을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각종 개발행위과정에서 환경단체와 갈등을 빚기 일쑤다. 최근 시가 추진해온 갈대 60리 길도, 벚나무 식재도 철새들의 서식에 방해된다는 환경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창원시의 생태관광지화 작업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철새와 식물의 생태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철새생태학습관과 람사르문화관이 들어서 있다. 3층 높이의 주남저수지 전망대에서는 고성능 망원경을 통해 철새를 관찰할 수 있다.
철새와의 공존을 위한 시의 노력도 추켜 세울만 하다. 창원시는 1998년 12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계절임차농제도를 도입, 대성공을 거뒀다.
이 제도는 겨울철 철새 때문에 보리재배를 못 하는 주변 주민피해 보상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시가 철새 도래 기간에는 농지를 주민에게 돈을 주고 임차한 뒤 주민이 철새먹이인 보리를 재배토록 하는 것이다. 농민도 살고 철새도 사는 전국 최초의 인간과 자연의 상생정책인 셈이다.
이후 환경부가 이 사례를 참고해 전국 철새도래지 주민들에게 비슷한 방식의 농지를 임차하는 '생물종다양성 관리계약제도'로 확대됐다.
이밖에 창원시는 국제적 철새도래지로 만들고자 매년 11월이면 주남저수지 철새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창원시 정수훈 환경녹지국장은 "주남저수지는 통합 창원시의 자랑거리"라며 "철새와 주민이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환경도시 이미지를 드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인근 가볼만한 곳
- 유일무이 700년 엄나무 군락·돌다리 이색 명소
- 동읍 신방초교 인근 천연기념물
- 국내 희귀수종 다수 관광객 눈길
- 판신·주남마을 잇는 자웅석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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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판신마을과 대산면 주남마을 사이 농업용수로에 설치된 주남돌다리. 8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투박하게 쌓은 돌다리의 모습이 정겹다. 박동필 기자 |
주남저수지 주변에는 이색 볼거리가 널려 있다. 이름난 명소는 아니지만 긴 여운이 남는 장소들이다.
그 가운데 한 곳이 주남 돌다리(문화재자료 제225호)다. 주남저수지에서 김해 주천강으로 흘러드는 농업용수로를 따라가다 보면 투박하게 다듬어진 돌덩이들이 서로 얽히고 섞여 정겨운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다리는 창원시 동읍 판신마을과 대산면 주남마을을 잇는 돌다리로 8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주민이 정병산 봉우리에서 자웅석(雌雄石)을 옮겨온 뒤 다리를 놓았다는 전설도 있다. 돌다리는 길이 4m의 점판암 판석을 걸치는 방식으로 건립됐다. 1969년 대홍수 때 상판 1개와 교각이 내려앉은 것을 1996년 복원했다.
동판저수지 부근에는 삼한시대 고분인 다호리 고분(사적 제327호)도 볼거리다. 이곳은 삼국시대 대표적인 분묘유적으로 발굴 당시 고분은 통나무 관이 거의 원형에 가깝게 보존돼 있었다고 한다.
주남저수지 초입인 창원시 동읍 신방리 신방초등학교 부근에는 천연기념물 제164호인 엄나무 군락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령이 700여 년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희귀수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동읍 석산리에 있는 도봉서원은 조선 선조 때 임진왜란의 일등공신인 동산 김명윤 선생을 모시고 있다. 임란 당시 선조로부터 하사받은 장검 두 자루 등이 보존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