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비몽사몽간에 잠에서 깨었다.
'오늘 왜 일찍 깨었지? ' 하는 생각도 잠깐, 후다닥 출발 준비를 한다. 어제 통화 하면서 운전에 아직 자신이 안생긴다고 했더니, 친구가 집으로 차가지고 오겠다는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간다. 그런데, 도무지 잠을 잤다는 생각이 안들고 머리는 머~엉하다 ㅡ.ㅡ;
가는 도중에 평소에는 잘 먹지 않던 해장국을 사먹고, 도착한 곳이 로얄cc...지금은 레이크우드로 바뀐 곳.
날씨는 영하 10도인지13도인지 아무튼 엄청나게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또 쓰러지는 거 아냐? 하는 불안감이 마음 한 구석에서 떠나질 않는다.
카운터에서 락카키를 받고난후, 친구가 옷갈아 입고 북코스로 걸어 나오란다. 옷이야 집에서 부터 춥다고 내복부터 바람막이까지 죄다 새로 사서 입고 왔으니 갈아 입을 일도 없고, 그냥 북코스로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다. 그당시만 해도 골프복을 집에서 입고 오지 왜 번거롭게 다시 갈아 입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북코스 티박스에 오니 티비에서나 보았던 캐디아가씨 두 명이 카트를 끌고 오면서, 난로를 쬐고 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 본다.
뒤이어 동행자들이 나타났다. 강북구친구, 그리고 대학동창인 이원장, 다른 한 사람은 첨보는 사람...강북구친구의 고등학교 동창이라는데 세 명은 자주 라운드를 해서 잘 아는 사이였다. 통상 이사장이라고 불렸다.
친구가 인사를 시키더니 나한테 대뜸 묻는다.
[친 구] "근데 모자는 어딨니?"
[ 나 ] "모자? 그거 써야되?"
[친 구] "아니 꼭 쓰라는 법은 없는데, 귀 안시리나?"
[ 나 ] "왜 안시려 머리 전체가 얼어서 기절할 것 같다"
[친 구] "그건 그렇고 골프화는 어디두고 왜 구두 신고 있냐?"
[ 나 ] "골프화? 그거 골프백에 있는데 어디서 갈아 신으면 되?"
[친 구] "......................."
"머리 올리러 오셨어요? 역시 첫 모습부터 범상치 않아 보이셨어요 ㅎㅎ" 캐디가 웃으면서 카트에서 내 골프백을 풀어 준다.
'젠장.. 이 놈이 미리 좀 알려 주지' 속으로 궁시렁 거리면서 티박스에서 골프화로 갈아 신는데, 뒷 팀 아저씨2명 아줌마2명이 쳐다 보면서 웃고 있다. '아 쪽팔려
...근데 이거 발이 왜이리 안들어가 줸장...'
드디어, 첫 번째 260미터 파4홀 제비뽑기에서 오너가 되어, 두근 거리는 가슴을 진정 시키며 드라이버를 들고 섰다.
귀까지 덮이는 모자는 샾에서 급히사서 쓰고, 신발은 티박스에서 갈아 신었고, 꼬질꼬질 구겨진 연습용 장갑끼고, 티 없냐길래 나는 연습장에서 처럼 고무티같은게 설치 되어 있을줄 알았다고 했더니, 친구가 머리올려 주겠다는 사람이 제대로 안내를 못해줬으니 다 자기 죄라며, 자기가 쓰는 플라스틱티를 준다.
"다 내 잘못이다. 미안하다. 이거 써라
"
처음엔 자기들도 다 그랬다며, 편안하게 치라고 제법 위안을 해주는 세 명과 '우리 오늘 날도 추운데 엿됐다'는 생각이 얼굴에 고스란히 쓰여져 있는 두캐디들 앞에서 첫 티샷을 준비 했다.
그런데, 티를 꼽으니 땅이 얼어서 도무지 들어 가질 않는다.
대충 꼽고 공을 올려 놓으니 깊이 안들어 가서 티가 엄청나게 높다.
'이렇게 높게 놓고 쳐 본적은 없는데, 역시 실전은 어렵군...' 생각하며 평소 연습하던 데로 어드레스 하고.....
스윙~~! 팅~~~((((
다행히 엄청 고민했던 헛스윙질은 안했다 ( ̄~ ̄) V !!!!!
공은 엄청나게 높이 뜨더니 50미터쯤 앞에 있는 벙커 속으로 들어 갔다 ㅠ..ㅜ
"잘했어 잘했어" 하는 격려 속에 다른 동반자들 치는 것을 보니, 이 눔들이 티 꽃을때 왠 몽둥이 같은 걸로 쿡쿡 찔러서 그 구멍에다가 티를 꼽는 것이었다. '오홍~~ 저런 방법이 있었군'
세 명다 골프경력7년째인데 두 명은 스윙이 좋았다.
강북구 친구...마르고 키가큰 체형, 경상도 말씨에 자세도 임진한프로 같다. 룰을 엄청 따진다. 굿 샷~!!
이원장...상하좌우압축형인간, 힘으로 죠지는(?) 마당쇠 스타일.
"뻐~억!!!" 헉!! 드라이버로 쳤을 때 저런 소리도 날 수 있구나!!!
굿 샷~!! 인데 공이 어디까지 가는지 엄청나게 날라간다. 캐디들이 오!!
하고 놀란다.
이사장...초보자인 내가 봐도 도무지 7년 쳤다는 사람 같지 않다. 스윙하기 직전까지 계속 말을 한다....대왕 개슬라이스...OB ^^;;
세컨샷 지점인 50미터 앞 벙커에 도착했다.
카트를 끌고 따라오는 캐디에게 별로 할 말도 없고, 들은 풍월은 있고 해서 한마디 해봤다.
"얼마 남았어요?"
나이가 제법 들어 보이는 캐디는 날 힐끔 보더니, '요 넘 봐라'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엄청 많이 남았어요" 하면서 풀세트로 구입한 기가골프백에서 대뜸 비닐껍질도 안깐 3번 아이언을 꺼내 준다.
'음... 이 캐디가 나 머리 올리러 왔다고 무시하는 군...벙커에서는 샌드로 친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는데 말이지...'
"샌드 주세요
" 했더니, 이 캐디 경력이 많은지 벌써 내 마음을 읽고는 페어웨이벙커에서는 샌드로 안치고 모든 클럽을 다 사용한다고 설명까지 해준다 ㅋㅋ
그래도, 몰랐다고 하기는 싫어서 알량한 자존심에 캐디에게 다시 말한다.
"4번 주세용^^;;"
쫒아 다니면서 벙커에서는 클럽해드가 모레에 닿으면 벌타니 어쩌니 하는 강북구친구의 설명을 한 쪽귀로 흘리며 생애 첫 페어웨이 벙커샷을 했다.
'엇! 깠다...^^;;;' 이런 느낌이 들면서, 공은 페어웨이가 얼어서 인지 족히 100미터 이상은 튀면서 굴러 간 것 같다.
내 생각엔 공 윗쪽이 아마 까졌을 것 같았다.
세번째 샷은 110미터쯤 남은 거리, 피칭웨지로 역시 대머리를 까고 또 까면서 4번째 만에 온그린했다.
물론 퍼팅은 그린위에서 온탕냉탕 하면서 조금씩 배워갔다. 첫 홀 트리플 보기를 했는데, 머리 올리는 날 첫 홀에서 스코어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고 모두들 용기를 준다. '오호... 골프란거 이거 재미가 좀 있을라 그러는데?'
추위는 이미 잊어 버린지 오래고, 벌써 두 세홀이 지나가고 있다.
첫댓글 추운겨울에 머리를 올리셧군요 마이 고생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