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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과 휴머니즘,보리 싹처럼 낭만이 피어나는 시집’ [서평] 기사입력 2007-04-10 15:31 기사수정 2007-04-10 15:31 ※이건청 시인의 『소금창고에서 날아가는 노고지리』 한국의 대표적 서정파 시인 이건청(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이 봄꽃 꽃망울 수줍게 터트리는 사월에 한권의 시집을 보내왔다. ‘순정한 눈과 귀만으로’살아온 그가 ‘시적 긴장위에 서는 일’은 후배들에게는 귀감이 되고 자극을 주는 일임에 틀림없다. 선배 시인의 고운 마음을 담은 시집은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늦은 꽃샘추위로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바람에 갠 하늘처럼 맑아져 왔다. 5부로 나누어진 시들과 시인의 산문들은 요즈음의 이 시인의 심상을 읽고 그의 시세계를 이해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 ‘소금창고’와 ‘노고지리’가 주는 상징성 위에 시인의 고고함과 유유자적이 피어난다. 그의 시어들은 거대한 소용돌이를 지켜내는 것은 순수한 서정성임을 일깨운다. 그의 시와 교차되어 나타나는 그의 마음을 깊숙이 흔든 목월의 이미지는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그동안 그는 전원에 펼쳐져 있는 이름 없는 풀들에서부터 망초 꽃 같은 야생화에 이르기까지 꽃들을 시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아울러 이에 상응하는 개념의 하이에나, 코뿔소 등도 시인의 눈에 피사체가 되었다. 토네이도 속에서도 살아남아 있는 꽃들에 대한 경의이다. 그의 시들을 읽다보면 그가 부드러움과 추진력을 겸비한 대나무와 같은 유연성을 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낮은 곳까지 휘어져 어우르고 가장 높은 곳까지 서서 의연할 수 있는 그는 스펙트럼 넓은 대나무이다. 비탈길을 끌어안은 마음으로 고희를 바라보는 이 시인은 돌이끼만 먹는 은어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다. 무당벌레와 쇠똥구리의 서정을 얘기하다가도 이현상의 겨울 산에서 산이 움직이는 것을 감지하며 역사를 생각하고 별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시인은 치자꽃 피던 밤, 케이프타운의 부두를 걷고 싶었는지 모른다. 비라도 내리면 낭만은 더욱 빛나리라! 개펄로 나가 호랑가시나무 숲을 벗하며 백합을 캐고 싶었는지 모른다. 새벽바다에 나가 작은 배를 타고 해저의 종소리를 듣고 싶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는 진부령을 넘어 낙타를 만나고 싶어 한다. 들판을 가로지르던 푸른 말떼가 사라졌음을 서운해 한다. 들판에 사라진 소 떼들을 그리워한다. 잃어버린 시절, 잃어버린 시간을 ?h는다는 것은 시인의 마음속에만 있을 수 있는 사치가 되어 버렸다. 흑고니의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는 우주언어로 바뀌고 원시인이나 깊은 숲 속에 사는 맑은 영혼을 지닌 자들은 신화 속의 인물이 되어버렸다. 예술가의 뜰에도 체 게바라나 피델이 산다. 쑥부쟁이 꽃 피는 능선에도 지하드는 있다. 이시인의 시대로라면 목월, 편운, 추사도 이시인과 같이 새벽 눈을 맞으며 난향을 맡을 것이다. 양촌리의 봄 햇살이 시인의 시심을 자극하고 있을 것이다. 그의 내적 성찰이 이루어낸 시집을 덮으며 시의 진정성을 찾아 애쓴 이건청 시인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갖는다. /장석용 문화비평가 서대선 시집 『레이스 짜는 여자』2014.07.13.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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