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잘하는 사위
<내 어릴 적 우리 어머니와 나의 대화 채록(採錄>
-강원도 강릉(江陵)지방 사투리-
어머이, 인날얘기 좀 해 주개. 먼 인날 얘기르... 그 있장가.. 그 알락괴하니.. 그그.
그그 또 하라고? 머 맨날 듣는 소리르 또 하라고 하나이.
아이~, 또해 조. 재미있장가... 오야, 그래문 코쿨에더거 소께이르 좀 더 올레 나라.
인날에 영세 어느 촌구석에 나으는 먹었는대 장개를 못간 일자 무식헌 놈이 살었대.
아, 그래는데 어드서 들으이 저~ 재 너머 마을에 큰 부잿집에 이뿐 외동딸이 있는대 글 잘하는 싸우르 볼라구 골른다구 하드래. 그래니 데릴싸우르 볼라구 하능기 그 집 싸우만 되문 재산이구 머이구 한미천 잡능기지 뭐. 그래 이 무식헌 노미 욕심은 나는데 아 글으 알어야지.
그래두 이느미 이래 저래 둘러대는 궁니는 있는 늠인 모앵이라. 그래 이궁니, 저궁니르 하더거 하루는 옷으 끼끗허개 채레 입구는 다짜구짜 그집으 찾어 갔대. 가서는,
‘아 내가 글 잘하는 사램이요. 이집이 글 잘허는 싸우르 골른다니 내거 싸우가 되겠소.’ 이랬대.
그 집에는 아버지는 죽구 읎구, 어머이하구 오빠하구 소설이 스이드래.
그래 장모짜리거 이리 뜯어보구 저리 뜯어보구 했는대 사램이 훤허구 글으 잘하게 생겠거등.
그래 잔차르 하게 됐대. 아, 그래 잔차르 떡 하구는 첫날밤으 자능기 이그 우떠하문 존나이?
아무래도 누가 글 하능그 물어 볼끄 가태서 걱정이 태산이지 머.
그래 자민서 색시보구 슬쩍 물어 밨대.
그래 ‘느 오빠 이름이 뭐이나?’ ‘철쇠요.’
‘느 어머이느?’ ‘두루치기라구 그래요.’
‘두루치기가 머이나?’ ‘그 머이나 베로(別號)래요.’
‘그래문 자네는?’ ‘나는 감내지요, 그긋두 안적 몰랐싸요?’
이래드래. 올치 댔다.
인재 그래 밤이 지내구 아참이 척 댔는데 물어보문 뭐 둘러댈 일이 안즉두 걱정이 태산이지 머.
그래 방문으 열구 바끄 내더 보는대 뒷동산에서 비호새가 비호호 비호호 하거등.
‘올치, 또 한 귀(句) 으덨다.’
그래구나서 또 민적거리구 있는대 그때 갱벤에 황새 한 마리가 어정어정 하거등.
‘올치, 또 한 귀 으덨다.’
또 그래구 안저 있는대 엇지약에 문 앞에서 모개이거 앵앵거리든 생각이 나거등.
‘올치, 또 한 귀 으덨다.’
그래구 있는대 가마이 보이 베름싹에 빈대가 설설 게 가능기 베키거등.
‘올치, 또 한 귀 으덨다.’
그래더거 문으 열구 봉당으 내더 봤드이 알록알록한 괴애이 한 마리거 지둥우루 후루르 올라거더등.
그그르 보더이 이느미 무르프 턱 치민서
‘올치, 인저 마즈막 귀도 으덨다.’ 이래드래.
그래 인저 아착에 친척들이 쭉 둘러 안저서 아참 인사르 받는대 장모거 자랑한답시구,
‘어대 글 잘하는 우리싸우 글 좀 해 보개’
이래거등. 아, 그래 이느미 눈으 깜구 한참 몸으 앞뒤루 흔들더거 목청으 돋궈서는
음뽀를 너서 턱~ 왼금으루 내 셍기능기 이러트래.
뒷동산 고목낭게 비호새하니~~,
시내~~ 갱벤에 황새새라~~.
모구~ 문전에 앵앵도하니~~,
빈대~~ 벡석에 사살귀라~~.
네모~~ 지둥에 알락괴하니~~,
감내~ 철쇠 두루치기라~~.
턱~ 이래노이 머 무식헌 촌놈드리 먼 소린지 아나 기양 눈만 끔적거리능기지 머.
그래더거 한 친척 아주머이가 아이구 이집 싸우는 글두 잘하구 목청두 좋네.
이래노이 둘러 안젔든 친척 소설드리 마커 무르프 치미 글 잘헌다구 취케 세웠지머.
그래 인제 벅케서 아참으 채리민서 딸이 즈 어머이보구 이래 물어보드래.
어머이 어머이, 먼 글에 난두 나오구 오빠두 나오구 어머이두 나오구 그런가?
야~야, 그런 말 마러라 큰 글에 머이 읎갰나? 이래드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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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말 사전>
★어머이-어머니 ★그그-그것을 ★소께이-관솔 ★올레 나라-올려놓아라 ★영세-영서(嶺西) ★장개-장가
★어드서-어디서 ★들으이-들으니 ★싸우-사위 ★궁니-궁리(窮理) ★모앵이라-모양이라 ★한미천-한 밑천
★끼끗허개-깨끗하게 ★소설-가족(식구) ★스이드래-셋 이더래 ★잔차-잔치 ★벡석-벽(壁) ★사살귀-죽은 귀신
★우떠하문 존나이-어떻게 하면 좋을까? ★볼끄 가태서-볼 것 같아서 ★그긋두-그것도 ★안즉두-아직도
★으덨다-얻었다. ★민적거리구-미적거리고 ★갱벤-강변(江邊) ★엇지약-어제 저녁 ★가마이 보이-가만히 보니
★베름싹-베름빡(바람벽) ★가능게-가는 것이 ★베키거등-보이거든 ★봉당-안방과 건넌방 사이
★지둥우루-기둥 위로 ★무르프-무릎을 ★인저-이제 ★아착-아침 ★이래노이-이래 놓으니 ★소설드리-식구들이
★마커-모두, 전부 ★취케-추켜 ★벅케서-부엌에서 ★아참-아침식사 ★채리민서-차리면서 ★읎갰나-없겠느냐
★모구-모기 ★괴애이-고양이 ★알락괴-알록달록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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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우리 어머니는 주로 삼을 삼으셨는데 삼 삼으면서는 입에 문 삼 때문에 얘기를 못하시지만 간혹 바느질거리를 들고 앉으시면 나는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고는 했다.
우리 어머니는 93세에 8남매의 막내인 내 손(43세에 낳으셨음)을 잡고 우리 집에서 돌아가셨다.
어머니 고향은 원성군 둔내면이신데 얼마나 총기가 좋으시던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손자 손녀에게 옛날이야기를 해 주시곤 했다. 위의 이야기는 나도 어렸을 적에 몇 번 들었고 우리 아이들한테도 한번 해 주시는 걸 들었는데 지금은 도무지 생각이 제대로 나지 않았다.
간성에 사시는 넷째 누님과 강릉 모산에 사시는 다섯째 누님에게 전화로 물어서 가까스로 재구성한 것이다 (2008.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