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소고기뭇국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오후 시간을 여유롭게 즐긴다. 점심 식사를 겸해서 카페를 찾아나섰다. 꼬불꼬불 국도를 따라 삼십 여 분 거리를 달렸다. 삼거리 생태체험관을 지나 왼쪽으로 마을 진입로에 안내판이 보였다. 진입로를 따라 이어진 길 가에는 여느 농촌 마을과 다를 것이 없다. 카페 주차장은 앞쪽 칠십 미터 거리에 있다. 평일이라 주차장까지 갈 것 없이 입구 언저리에 차를 세웠다.
카페 입구는 다양한 설치 조형물이 들어섰는데 동물 상이 많다. 오른쪽 소나무에는 헝겊으로 만든 원숭이 인형이 가지마다 매달려 있다. 원숭이가 재주를 부리는 모습이다. 계단을 따라 오르는데 왼쪽으로 돔 모양의 이글루 별채 두 개가 눈길을 끈다. 본 매장 안으로 들어서 각각의 메뉴 설명을 들었다. 창녕의 주 농산물인 양파와 마늘을 활용한 수제 버거 단품이다. 세 사람이 하나 씩 맛을 볼 겸 음료와 함께 주문을 하고 카페 내부를 둘러 본다.
카페는 본채와 별채 그리고 단체 예약석과 야외 쉼터로 구성되어 있다. 본채는 명화 가구가 중후하게 자리를 잡았고 다양한 액자가 벽을 꾸미고 있다. 주문한 버거 음식이 나오고 때맞추어 주인장이 먹기 알맞은 크기로 잘라 주는 정성을 베풀어 주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버거에 대한 반응을 묻는다. 갈리 소스를 곁들이고 튀긴 양파가 듬뿍 져며진 버거와 구운 마늘이 패치 사이에 들어간 것과 매운 소스를 넣은 것 등 종류가 세 가지다. 선호도는 제각기 다르다.
내 입맛에는 매운 소스가 제격이다. 맛을 음미하고 있을 때 주인장이 다가와 ‘따님이 부모님을 모시고 다니는 것이 고맙다’며 따로 커피를 내어 주신다. 감사함을 전하고 있는데 ‘오늘은 평일이라 챙겨 줄 수 있노라’며 튀긴 양파 한 접시와 소고기 뭇국을 뚝배기에 내 놓는다. 아니 카페에서 ‘소고기 뭇국’을 먹게 될 줄이야.
주인장의 계속되는 인정에 살아온 내력을 듣는다. 건물 지을 당시의 이야기와 각 공간에 비치된 구성물 또한 예사 것이 아니다. 동양 자수에 관심을 가진 아내는 단체석 벽을 둘러친 병풍에 눈이 오랫동안 머문다. 여섯 폭 화조도다. 맞은 편 벽면은 문인화가 자리를 잡았다. 작품마다 사연이 줄을 잇는다. 본채에는 사람의 기를 모아 소원을 들어 준다는 원석이 있다. 접하기 쉽지 않은 자색의 원형돌이다. 마당에는 잘 가꾸어진 나무가 잔디와 어울려 포근함을 준다. 마당 끝에서 바라보는 정면 구릉의 과수원은 아늑하기 그지없다. 멀리 화왕산이 병풍처럼 우뚝 솟아 겹겹이 둘러 있다. 카페가 명당이다. 우포늪과는 이삼십 분 거리에 있다. 주말에는 찾는 사람이 많아 기다리는 줄이 길어진단다.
창녕 우포에서 겨울 하루를 채워나간다. 사람의 인연은 이렇게 맺어지는 모양이다. 가족간의 휴식을 도모하는 시간에 색다른 경험을 던져 주었다. 사람은 제각기 추구하는 행복이 다르다. 물질적인 면에 치중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정신적인 것에 비중을 두는 사람도 있다. 누구의 것이 옳다 그르다가 아닌 자신이 누리고 삶의 가치를 더해가는 결정에 존중을 표한다. 첫 만남이 이루어진 사람과 가식없이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음에 즐겁다.
겨울이 깊어가는 날에 따뜻한 정을 새삼 느낀다. 누구나 마음은 쉽게 먹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제약이 따른다.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서 삶의 활력소를 배우고 지혜를 얻는다. 여행은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나를 돌아보게 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게 한다. 머물러 있는 곳을 떠나 무작정 나서 보자. 진일보 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다. 삶이 예측할 수 없는 길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찾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