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메시지, 센트랄 파크에서
오늘, 센트랄 파크는 봄의 향기로 가득했다. 하늘은 청명하게 펼쳐져 있었고, 비행기들이 하얀 줄을 그리며 맨하탄 상공을 지나가는 모습이 마치 뉴욕의 봄 소식을 먼 캐나다까지 전하려는 듯 보였다. 테니스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나는, 내일부터 시작될 근무를 앞두고 뉴욕의 봄을 느끼고 싶어 이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공원의 입구에 다다르자, 벌써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관광객들은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삼삼오오 모여 있고, 마차들은 유유히 공원을 거닐며 봄의 향기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모든 것이 한결 가볍고, 한층 부드러웠다. 꽃이 피어나고 바람이 살랑이는 풍경 속에서, 나는 이곳이야말로 봄의 완성된 그림 같다고 생각했다.
공원 곳곳에는 씨를 뿌리지 않아도, 조바심내지 않아도 때가 되면 자연스레 피어나는 꽃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긴 겨울을 이겨내고, 모진 비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드디어 제 자리를 찾은 듯하다. 언덕 위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미소를 머금고 서 있고, 초록빛 새싹들은 실눈을 뜬 채 세상을 향해 첫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그 순간, 어디선가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한 마리, 두 마리, 나뭇가지 사이를 옮겨 다니며 봄의 축제를 시작하는 새들.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세상으로 들어가 보았다. 따스한 햇살 아래, 봄을 맞이한 공원은 그 자체로 하나의 커다란 무대였다.
쎈트랄 파크의 어린이 동물원에 이르렀을 때, 나는 봄이 정말로 왔는지 다시 한 번 의심했다. 하지만 원숭이들이 밖으로 나와 재롱을 부리는 모습을 보며, 봄이 이곳에도 당도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열대의 화려한 새들은 봄의 존재를 알기라도 하는 듯, 나무 사이를 비집고 날아다니며 봄의 활기를 더했다.
스스로 일어나 활짝 피어 방긋 웃음 짓는 꽃들을 보니, 그동안 움츠렸던 마음마저 조금씩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이 꽃들이 마치 나에게 속삭이는 듯하다. “긴 겨울을 견뎌낸 너도 이제 다시 피어날 때야.”오늘따라 그 말을 들은 듯 내 마음이 울컥한다. 세월의 무게를 견뎌내며 노년의 길목에 들어선 나에게도 봄은 여전히 찾아왔다. 인생의 남은 여정도 이 꽃들처럼 아름다운 드라마로 피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봄의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오르는 모습은, 우리 인생도 그렇게 아름다운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주었다.
꽃들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각자의 색깔과 모양으로 피어있다. 그 꽃들 속에서 나는 문득 생각했다. 나도 이들처럼 나만의 빛깔로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로서, 나만의 향기를 뿜으며 피어나는 것. 그게 바로 인생을 살아가는 참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나는 더 깊은 바람을 품는다. 이 아름다운 봄꽃처럼, 내 마음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병원에서 종사하는 나로서는 세상의 수많은 고통 속에서 몸과 마음이 지친 환자들에게도 이 봄의 희망을 전하고 싶다. 아무리 겨울이 길고 혹독해도, 결국엔 봄이 찾아오고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지금 힘든 이들도 언젠가 자신만의 꽃을 피울 날이 올 것이다. 나 역시, 봄꽃처럼 살며시 피어나 이 세상에 고통받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봄 소식과 희망을 전할 수 있기를.
오늘 센트럴 파크의 꽃들이 내게 속삭인다. “견뎌낸 만큼 피어날 수 있다.”
그래, 그 말처럼 나도 다시 피어나리라.
봄의 햇살 아래, 봄꽃처럼 아름답게.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봄의 꽃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꽃은 사랑의 꽃이 아닐까. 봄을 맞이하여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사랑의 꿈을 꾸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의 가슴속 깊이 잠들어 있던 사랑도, 이 봄에 다시 깨어날 수 있을까? 노란 수선화처럼 눈부시게 피어나는 그 순간을 기다리며, 나는 봄의 희망을 가슴에 품고 센트랄 파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