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영락경 제10권
30. 삼도삼승품(三道三乘品)[1]
[대승 보살ㆍ대승 벽지불ㆍ대승 성문]
그때에 부처님께서 사리불(舍利弗)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혜안(慧眼)보살이 네 가지 변재를 얻고, 뭇 지혜가 자재하고, 심의(心意)의 정을 닦아서 대중 속에서도 보살의 여러 가지 법의 깊고 그윽함을 연설하여 창달하는 것을 보아라.
이 보살은 오래가면 장차 반드시 등정각(等正覺)을 이루겠느냐?”
그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성문(聲聞)이 보는 바는 미미하고 적사온데, 어찌 대성인(大聖人)의 법전(法典)을 능히 헤아리오리까?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도의 교화를 베푸시어 모인 이들로 하여금 모조리 그 요점을 듣게 하소서.”
그때에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살펴 듣고 살펴 들어서 잘 생각하고 연구하여라. 내가 마땅히 너와 함께 바른 법요[正要]를 펴서 창달하리라.”
사리불이 여쭈었다.
“그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여기서 서북쪽으로 14강하(江河) 모래 수효만큼의 거리를 가면, 거기에 부처님 나라가 있으니 그 이름은 중지자재(衆智自在)요, 부처님의 이름은 혜조(慧造)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라 하고, 불세존(佛世尊)이라 호칭하느니라.
저 부처님께서 처음 도의 마음을 발함이 광대하고 끝이 없어서 수기를 받은 온갖 성인들 중에서 뛰어났다.
저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큰 서원의 마음을 발하셨느니라.
‘만일 내가 부처를 이루어서 생사와 이별하면, 분주하고 시끄러운 5탁(濁)의 솥 끓는데 처하지 않고 나의 국토로 하여금 청정하고 티 없게 하리라.
내가 이미 성불했다면 좌우의 시종[翼從]이 성취되고 남녀가 각기 따로 탐욕의 마음이 없게 하리라.’
그리고 다시 이런 염원을 발하였다.
‘내 나라의 온갖 중생으로 하여금 광명과 광명이 서로 비추어서 해와 달과 별들의 광명이 없게 하고,
수정(水精)ㆍ유리(琉璃)ㆍ차거(車渠)ㆍ마노(瑪瑙)ㆍ진주(眞珠)ㆍ호박(琥珀)ㆍ금(金)ㆍ은(銀)의 7보(寶)로 나의 나라를 장엄하고,
나의 국토로 하여금 모두 물과 젖과 같이 화합하게 하리라.
또한 내 나라에 있는 하나의 욕지(浴池)를 4천하와 같게 하고,
오리ㆍ기러기ㆍ원앙새는 모조리 7보의 몸으로서 애틋한 소리가 서로 화합하여 함께 서로 즐기게 하며,
욕지의 동쪽 어귀로부터 물이 흐르는 곳은 길이와 너비가 천 유순(由旬),
욕지의 남쪽 어귀는 길이와 너비가 천 유순,
욕지의 서쪽 어귀는 길이와 너비가 천 유순,
욕지의 북쪽 어귀는 길이와 너비가 천 유순이 되게 하고,
욕지의 복판에는 스스로 그러한 7보의 높은 평상이 있는데 높이와 길이와 너비가 각각 천 유순이다.
그리하여 온갖 시방의 한량없고 한정 없고 변제(邊際) 없는 항하 모래 수효 나라의 대승보살(大乘菩薩)이 보리수[樹王] 아래 앉아서 마음의 맺힘[心結:번뇌]을 영원히 끊고 마군을 항복시켜 위없는 도[無上道]를 이루고 나면,
곧 그날로 이 나라에 와서 나의 욕지에 나아가 7보의 평상에 올라가 대승의 불퇴전(不退轉)의 행을 연설하리라.
대승의 좌우로 따르는 시종들 가운데 큰 서원을 발한 이도 모두 나의 나라에 나아가서 내 나라로 하여금 위없는[無上] 대승보살(大乘菩薩)과 위없는 대승벽지불(大乘辟支佛)과 위없는 대승성문(大乘聲聞)이 있게 하리라.’
부처님께서 다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 혜안보살은 대승이 굳건하여 마음을 막거나 헐기 어렵다.
마땅히 저 나라에 태어나서 등정각을 이루어 중생을 교화함이 다함이 없으리라.
저 나라의 백성들은 수명이 저마다 똑같아서 중간에 요절하는 이가 없느니라.
그 목숨을 알고자 할진대, 또한 무량불국(無量佛國:극락세계)과 같으니라.
다만 남녀의 중생은 아미타불 나라에서 도(道)를 얻은 이와는 같지 않느니라.”
이때에 사리불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심을 듣고 전에 없던 일이라고 기이하게 여겼고, 온갖 대중도 모두 의심을 품었다.
그래서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꿇어앉아서 합장한 채 앞에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제 여래께서 대승의 불퇴전행을 연설하시고, 대승의 좌우로 따르는 시종들이 자기 나라를 이루었음을 들었사옵니다. 원컨대 즐겨 듣고자 하옵나이다.
어떤 것이 대승보살(大乘菩薩)이 되오며,
어떤 것이 대승벽지불(大乘辟支佛)이 되오며,
어떤 것이 대승성문(大乘聲聞)이 되나이까?”
[보살 3승ㆍ벽지불 3승ㆍ성문 3승]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보살 3승(乘)에 각각 세 가지 품[三品]이 있고,
벽지불의 3승에도 또한 세 가지 품이 있고,
성문의 3승에도 또한 세 가지 품이 있느니라.
그래서 사리불아, 보살의 3승을 알고자 하면 이제 너에게 설하리라.
보살 대승이 있고, 보살 벽지불승이 있고, 보살 성문승이 있으니, 이것을 보살의 3승이라고 이르느니라.
또 사리불아, 벽지불의 3승이란 것은 벽지불보살 대승이 있고, 벽지불보살 연각승(緣覺乘)이 있고, 벽지불보살 성문승이 있으니, 이것을 벽지불의 3승이라고 이르느니라.
또 사리불아, 성문의 3승이란 것은 성문 대승이 있고, 성문 벽지불승이 있고, 성문 무착승(無着乘)이 있으니, 이것을 성문의 3승이라고 이르느니라.”
[보살의 3승]
[보살 대승]
그때에 사리불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보살 대승이 되나이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혜안보살이 태어날 국토인 혜조 여래의 경계가 해당되느니라.
만일 어떤 보살마하살이 큰 서원의 마음을 발하여 작은 도[小道]를 즐겨하지 않으면, 위에서 원한 바와 같이 모두 저 혜조 국토에 태어나게 되느니라.”
[보살 벽지불승]
그때에 사리불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보살 벽지불승이 되나이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여기서 서북쪽으로 14강하 모래 수효를 지나가고 나서 다시 14강하 모래 수효를 지나가면 부처님 국토가 있는데, 그 이름을 정태(淨泰)라 하고, 부처님의 이름은 무동(無動) 여래ㆍ지진ㆍ등정각으로서 열 가지 명호를 갖추시었고, 국토는 청정하여 음행ㆍ성냄ㆍ어리석음이 없으며, 위아래가 공손하여 맑고 비어있음[淸虛]을 귀하게 닦느니라.
또 그 나라의 중생은 모두 한 가지 행[一行]을 닦으며, 널리 출가(出家)하여 위없는 정진[無上正眞]을 배우고 평등각(平等覺)을 닦느니라.
그 부처님 경계에 하나의 욕지(浴池)가 있으니, 길이와 너비가 하나의 부처님 세계이니라.
욕지 동쪽 어귀는 백천만 유순이고, 욕지 남쪽 어귀도 백천만 유순이고, 욕지 서쪽 어귀도 백천만 유순이고, 욕지 북쪽 어귀도 백천만 유순이니라.
또 대승 벽지불을 닦는 보살들은 모조리 그 나라에 태어나느니라.
기이한 무리의 동물과 조류 수천(數千) 종(種)이 욕지 가운데서 놀며,
갖가지 향기가 세계에 두루 퍼지고, 일곱 가지의 보배나무가 꽃ㆍ과실의 청결한 향기를 내며,
그 욕지 가운데에는 우발라[憂鉢]연꽃ㆍ발두모(鉢頭牟)꽃ㆍ구물두(拘物頭)꽃ㆍ분타리(分陀利)꽃이 모두 욕지의 물속에서 생겨나며,
욕지 한복판에는 7보(寶)로 장엄된 높은 좌석이 있는데 길이와 너비와 높이가 중생계(衆生界)를 능가하며 모든 성현들이 거처하시는 곳이니라.
이와 같이 사리불아, 그 부처님 나라에는 보살 대승은 없고 오직 보살 벽지불승만 있느니라.
왜냐하면 모두 전생의 소원[宿願]으로 말미암아 그곳에 태어나게 되어서 37도품법(道品法)을 분별하고 함께 서로 즐겨하면서 도의 가르침을 펴기 때문이니라.
이것을 족성자여, 보살벽지불승이 사는 곳이라고 이른다. 이곳은 보살 성문승이 이를 수 있는 곳이 아니니라.”
그때에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문득 이 게송을 설해 주었다.
여래는 부사의해서
온갖 법이 각각 수승(殊勝)하며
보살대승의 지혜는
찰토에 또한 각각 다르네.
성현의 벽지불승은
널리 모여 똑같은 한맛[一味]으로서
서로 권하여 교화를 나타냄에
비할 수 없는 법을 널리 펴네.
청정한 소리를 펴서 창달하고
평등하여 두 마음이 없으니
숙세의 본원(本願)의 과보를 말미암아
그 까닭에 저 나라에 태어났네.
7보의 높은 좌석에 앉아
우레 같은 소리로 삼계를 진동하고
제도하는 바는 한량이 없지만
자연히 법에 상응하네.
나고 죽음의 근본 헤아리지 않고
근심이나 기쁨의 상념 품지 않고
있고 없는 행에 집착하지 않고
근본과 지말(枝末)의 공(空)함을 헤아리지 않네.
이제, 너 사리불아,
알고자 하는 벽지불승의
국토 및 부처님의 성과 이름,
설한 바 뜻은 이러하니라.
[보살 성문승]
그때에 사리불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지진 등정각께서 장광설(長廣舌)과 신령한 입으로 설하신 보살 대승과 보살 연각승은 지금 이미 충분히 알았나이다.
원하옵건대 보살 성문승(菩薩聲聞乘)이 행하는 법칙을 기꺼이 듣고자 하나이다. 그 일은 어떠하나이까?”
그때에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여기서 서북쪽으로 24강하 모래 수효를 지나고 나서 다시 24강하 모래 수효를 지나가면 그곳에 부처님의 나라가 있는데, 그 이름이 모공광(毛孔光)이고, 부처님의 이름은 법관(法觀) 여래ㆍ지진ㆍ등정각으로서 열 가지 명호를 갖추셨느니라.
그 나라는 청정하여 일체 중생이 네 가지 공정(空定)을 갖추었고, 신족(神足)의 변화가 성현을 초과하느니라.
그곳에도 욕지(浴池)가 있는데, 앞에서 말한 것과 같아서 다름이 없느니라.
그리고 모두 숙세의 염원을 말미암아 그곳에 태어나게 되는데, 수염과 머리를 바짝 깎고 가사와 법복을 입으며, 6바라밀과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을 갖추어서 제도 받는 중생을 헤아릴 수가 없느니라.
그 나라의 보살 성문승(菩薩聲聞乘)이란 내 나라의 일생보처(一生補處)보다 훌륭하니, 그 까닭은 이제 이 보살이 아유안(阿惟顔)에 미쳐서 백겁(劫)이나 교화하여 모두 도의 문[道門]에 나아가게 해서 저마다 성취하여 불퇴전을 세웠기 때문이니,
그 나라의 보살 성문이 하루 사이에 교화하여 제도한 중생은 백배(百倍)ㆍ천배ㆍ거억만배(巨億萬倍)라서 비유로써 견줄 수가 없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다시 게송을 말씀해 주었다.
청정하기 금정(金精)과 같고
또한 별들 가운데 달과 같으니
금계(禁戒)로 위의를 갖춰야
비로소 저 부처님 나라에 태어나리.
법관(法觀)의 큰 현성께서
전생에 한량없는 행을 쌓았고
허무의 지혜[虛無慧]를 분별하여
마음이 정직해서 다른 상념이 없네.
법을 설하여 제도한 중생이
한 번 모이니 항하의 모래 수효니
모두 보살 성문승을
다 갖추어 이루었네.
나는 옛적에 뜻을 발함이 잘못되어
고행한 것만 헤아릴 수 없어서
저 인연과 함께하지 못하고
이 5탁의 세상[五濁世]에 왕이 되었네.
지금 비록 불도(佛道)를 이루어서
신족으로 자재하게 노닐지만
저 국토에 이르기를 원하고자 하는데
그 예(例)에 있을 길이 없네.
모든 부처님의 경계는 각기 다르고
원하는 바도 각각 같지 않아서
저 인연과 함께하고자 하는 이는
발원이 어찌하여 늦게 있겠는가?
그때에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이 게송을 설하시고 나자, 당시 좌상에 있던 백억 나유타[那術]의 여러 하늘ㆍ인간의 백성들이 큰 서원의 광대한 마음을 모두 발하여 법관여래(法觀如來)의 보살 성문만이 있는 부처님 나라에 태어나기를 기꺼이 원하고자 하였다.
그 부처님 나라에는 보살 대승도 없고 보살 벽지불승도 없고 오직 보살 성문승만이 있는데, 모두 그 나라에 태어나서 함께 서로 즐겨함은 다 숙세의 염원을 말미암아 그곳에 태어났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