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과 원형(原型)
또 다른 사례로, 이런 문제를 생각해보자
〈그림 8〉에 있는 직선의 평균 길이는 몇일까?
쉬운 문제여서, 그냥 내버려 두어도 시스템1이 알아서 답을 한다.
실험 결과, 사람들은 1초도 안 결려 평균 길이를 꽤 정확히 축정했다,
다른 것을 기억하느라 머릿속이 바쁜 상황에서도 판단 정확도는 떨어지지 않는다.
평균이 몇 센티미터인지는 모를 수 있지만 ,
다른 한 직선의 길이를 조정해 평균에 맞출 때는 매우 정확했다.
시스템2가 나서서 직선을 정렬하면서 길이 표준을 제시랄 필요가 없다.
이 작업은 시스템1이 선의 색깔과 여러 선의 평행 여부를 파악할 때처럼 힘들이지 않고 자동적으로 해낸다.
우리는 정렬된 물건의 개수도 느낌으로 곧바로 추정할 수 있다.
단, 물건이 네 개 이하면 추정이 정확하고, 그보다 많으면 얼추 맞는다.
이제 또 다른 문제를 보자 〈그림 8〉에 나온 직선의 길이를 모두 더하면 몇인가?
시스템1이 제안할 수 있는게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답을 하려면 시스템2를 활성화하는 수밖에 없다.
시스템2는 힘들게 평균을 추정하고,
선의 개수를 추측하거나 직접 센 다음, 평균 길이와 선의 개수를 곱할 것이다.
시스템1이 그림을 힐끗 보고 모든 선의 길이를 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시스템1의 중요한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시스템1은 범주를 원형의 집합, 즉 전형적인 본보기의 집합으로 보기 때문에,
평균은 잘 다루지만 합계에는 서투르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합계를 닮은 변수'라고 부르는 것을 판단할 때,
범주의 크기, 그러니까 그곳에 포함된 사례의 수는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참혹한 엑손밸디즈(Exxon Valdez) 원유 유출 사고 뒤에 일어난 소송은
이후 수많은 실험을 촉발했는데, 이 중 한 실험에서,
기름이 유출된 바다에서 종종 철새가 익사하는데 그 기름띠를 덮을 망의 비용을 지불할 의사를 물었다.
실험 참가자 중 일부는 새 2,000마리를 , 일부는 2만 마리를,
또 일부는 20만 마리를 살릴 비용을 선뜻 내겠다고 했다.
새를 살리는 일이 경제적으로 유익하다면, 그것은 합계를 닮은 변수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20만 마리를 살리는 것은 2,000마리를 살리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앞의 세 부류가 기꺼이 내겠다는 금액은 평균80달러, 78달러, 88달러였다.
살리겠다는 새의 수에 따른 차이는 거의 없었다.
세 부류는 모두 원형에 반응했다.
깃털이 기름 범벅이 되어 익사하는 무력한 새들의 참담한 모습이다.
이처럼 감정적인 상황에서는 수량이 거의 전적으로 무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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