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 주·정차 위반 때문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호에는 주·정차 위반 교통사고의 사고처리 및 보상기준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정차’란 운전자가 5분을 초과하지 않고 차를 정지시키는 것으로서 주차 외의 정지상태를 말하고, ‘주차’란 운전자가 승객을 기다리거나 화물을 싣거나 고장 또는 그밖의 사유로 차를 계속하여 정지상태에 두는 것 또는 운전자가 차로부터 떠나서 즉시 그 차를 운전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즉, 차가 정지하여 5분을 초과하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운전자가 그 차로부터 떠나 있어 즉시 출발할 수 없는 상태를 주차로 보는 것이다.
주·정차 중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다른 자동차에 의해 추돌사고를 당하는 경우이다. 일반적으로는 추돌한 가해 자동차에 모든 책임이 발생하지만 때에 따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피해차가 주·정차 금지장소에 주·정차하거나 시야가 불량한 곳에 주·정차하면서 비상등을 켜지 않거나 삼각대 설치를 게을리 한 경우 등에는 주·정차 자동차에도 과실이 일부(10~40% 정도) 인정된다. 즉, 도로에 무단주차를 했는데 밤새 다른 차가 들이받아 그 운전자가 다쳤다면 무단주차한 자동차의 소유자는 과실비율만큼 그 피해를 보상하여야 한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간혹 갓길에 자동차를 세우고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자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고속도로의 갓길은 구급차, 경찰차 등 긴급차가 운행하는 곳으로서 고장 등과 같이 부득이한 경우에만 일반차의 주차가 가능하고 그 외에는 주·정차를 금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망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일반사고의 4~5배에 달할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사고가 발생하면 갓길 주차차량에 10~40%의 과실이 적용된다. 참고로 도로교통법은 고장차량이 고속도로 또는 자동차전용도로에 정지해야 할 경우에도 주간에는 후방 100m 이상, 야간에는 후방 200m 이상에 ‘고장차량 표시’ 삼각대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가벼운 접촉사고로 도로에서 상대방과 잘잘못을 다투거나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도로에 우두커니 서 있는 운전자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정체를 유발하는 데 그치겠지만 고속도로나 간선도로의 경우 더 큰 2차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사고가 나면 당황스럽더라도 신속히 사고차를 갓길로 이동시키고, 고장이 심해 차를 옮길 수 없을 때에는 빨리 가드레일 바깥쪽이나 도로의 가장자리로 몸을 피해야 한다.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2차사고로 피해를 입으면 피해자에게도 20~40% 정도의 과실이 인정된다.
다만, 사고 난 자동차의 피해자를 도우려고 정차했다가 후속차로부터 사고를 당한 다른(새로운) 피해자에게는 과실을 적용하지 않은 판례도 있다. 더 큰 사고를 막으려고 한 피해자의 의로운 행위를 법원이 높게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경사로에 주차하면서 주차 브레이크를 걸지 않아 차가 미끄러져 사고가 발생하거나 아파트 주차장 통로에 주차하면서 기어를 중립으로 두어 다른 주민이 차를 밀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주차된 자동차의 소유자는 자동차 운행자로서의 책임이 인정되어 피해자 또는 피해차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 자동차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보험으로도 처리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주차된 차를 손으로 민 사람은 본인의 과실비율 만큼의 손해를 직접 부담해야 한다. 차를 미는 행위는 ‘운행’으로 보지 않아 자동차보험으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사진 장소에 주차하는 운전자는 브레이크나 기어를 사용하고 버팀목을 괴어 차가 밀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주차된 차를 밀어야 할 경우에는 가급적 차 소유자에게 이동을 요구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만 주위상황을 살펴 안전하게 차를 움직이도록 한다. 이처럼 사고예방을 위해서는 차를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잘 멈추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얼마 안 있어 설 명절이 다가온다. 귀성길 안전운전을 위해 휴식을 취할 때는 반드시 휴게소에서 하고 절대 갓길에 멈추어서는 안된다. 고장에 대비해 평소에 야광조끼, 지시봉, ‘고장차 표시’ 삼각대 등 안전장구를 싣고 다닐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면, 신속하게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해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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