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5.17.대간을 시작했으니 오늘 딱 1주년이다. 첫날 받았던 새알과 노란 산괴불주머니의 응원을 잊지 못한다. 지금도 대간은 설렘이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주변의 산줄기와 강줄기를 가늠하며, 꽃과 나무와 바람을 느끼겠다는 각오도 여전하다.
벌써 소백까지 내려왔고, 공룡구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리산까지 우리 대원들과 지금처럼 한결같이 즐겁고 건강하게 산행하기를 기원해 본다.
~역시 숲은 시원해 ~
~더덕은 아무나 캐는거 아님~
이번 구간은 갈곶산, 1057봉, 1097봉 오를때의 가파른 오르막길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업다운이 심하지 않지만 조망은 없다. 그렇다고 실망할 일은 아니다. 숲이 우리의 걸음을 춤추게 할거니까.
물야 저수지 끝 생달 마을에 도착하여 흰 눈을 헤치며 걸었던 선달산 구간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는다.
오전 10시인데 하늘에는 구름한 점 없고, 도로는 벌써 후끈하다.
도로를 따라 천천히 고도를 올리며 늦은목이로 향한다. 도로 옆 계곡 물은 물야저수지에 모여 내성천으로 흘러간다.
도로를 벗어나 숲으로 들어간다.
숲은 햇살을 받아 찬란한 연두 세상이 되었다.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온다. 산에 드는 맛이 일품이다.
늦은목이 옹달샘 이정목을 따라 시선을 돌리니 샘이 있다.
옥돌봉에서 갈라진 문수지맥이 문수산 만리산 학가산으로 이어져 내성천에서 맥을 다하는데 그 내성천의 발원지가 바로 여기다. 지도를 자세히 보니 올라오며 옆으로 흐르던 실금같은 개울의 흐름이 있다.
이제 늦은목이 다 왔다.
늦은목이(786m). '느슨한 고개', '낮은 고개'라는 뜻이란다. 경북 봉화군과 충북 단양군을 잇는 길목이었다. 이 고개에 내린 물이 남으로 흐르면 내성천에 이어 낙동강이 되고, 북으로 흐르면 남한강이 된다.
이제부터 대간 시작~
전체적으로 보면 남진이지만 오늘은 소백산을 향해 서진한다. 그래서 등로 좌측은 남쪽 영주시와 봉화군이고, 우측은 북쪽 영주시 너머 단양 방향이다.
이곳에서 더덕팀에 스카웃되었다.
바람처럼 가벼이 걷는 그들을 따라갈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일단 한번 도전해보기로 한다.
늦은목이에서 1km를 꾸준히 고도를 올려 갈곶산(966m)에 도착했다.
좌측 남쪽으로 봉황산 능선을 거쳐 부석사 방향의 길을 확인하고 오른쪽으로 꺾어 진행한다.
겨울이라면 뒤로 선달산이 보일테다.
더덕이 있는지 눈이 아프도록 살피며 걷는다. 예감이 좋은 곳에서는 등로를 버리고 숲으로 들어가 찾는다. 이때 등로에서 너무 멀리 내려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왼쪽 사면으로 내려갈 때는 등로가 오른쪽으로 휘는 경우 등로 이탈 위험이 크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막산을 오르 내리기가 여간 힘이 드는게 아니다. 그나마 더덕이 발견되면 신이 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힘이 빠진다.
1057봉까지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 내린다.
사초 가득한 숲은 더 싱그럽다. 키큰 참나무 아래로 싸리나무 같은 키작은 나무가 어울려 살아가는 건강한 숲이 계속된다. 완만하게 오르락 내리락 하며 불어오는 바람에 흐르는 땀을 날려보낸다.
초반 더덕 몇 개 수확 후 더 이상 더덕이 안보여 허탈한 마음이 드는데 어느덧 마구령이 가까워지고 있다.
어. 마구령(810m)이 달라졌다.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를 잇는 고개로 자전거도 다니고 차량도 다닐만큼 넓었던 곳인데 터널이 뚫리고, 숲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도로 포장이 벗겨지고, 나무가 심기고 물이 고여있던 또랑도 사라졌다.
옛날에는 장사치들이 말을 이용해 넘나들던 고개로 말이 아홉마리는 있어야 넘을 수 있었다고 한다. 표지석 뒤에 마치 논을 매는 것처럼 힘들다하여 '매기재'로도 불리웠다고 적혀 있다.
금줄을 넘어 영주쪽 고갯마루에 올라보았다. 별 소득 없이 돌아와야 했다. 문수지맥 방향 산줄기가 우거진 나무 사이로 조금 보이는게 전부다.
이제 고치령으로 향한다. 오늘의 최고봉 1097봉까지 고도를 올린다.
철쭉은 이미 꽃을 떨구고 잎이 무성해졌다. 덕분에 뜨거운 햇살이 숲까지 들어오지 못한다. 숲이 우거져 어디가 봉우리인지 구분도 안되고 그저 산길을 따라 숲을 즐긴다.
민백미꽃과 애기나리 등이 자주 보이고 단풍취와 우산나물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
선밀나물도 꽃을 피웠다.
분홍색 작은 꽃들이 모인 쥐오줌풀도 피었다. 뿌리에서 쥐오줌과 같은 강한 냄새가 난단다. 불면증을 완화해주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단다.
홀아비꽃대 군락이 보일 즈음 서서히 피로가 몰려왔다.
개별꽃과도 눈맞추며 도솔봉 구간을 생각한다.
드디어 고치령(760m)이다.
세번째 만나는 지라 고치 모양의 돌이 익숙하다.
소백산과 태백산 사이의 양백지간의 들머리인 고치령, 그래서 태백산산신령인 단종과 소백산산신령인 금성대군을 모시는 산신각이 있다.
등로를 벗어나 산비탈을 몇번 오르내렸더니 19.7km나 걸었다.
얼마 전 청량산에 올라 선달산에서 소백산으로 꽤나 긴 산줄기가 이어지는 것을 보았는데 직접 걸어보니 정말 길다. 걸으면서 청량산에서 봤던 산줄기가 계속 떠올랐다.
거기다 막산도 탔으니, 힘들만도 하다. 샘이 있다는데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후미를 기다렸다가 함께 애마를 타고 좌석리로 향한다. 바람이 시원하다~
먼저 와 있던 대원들이 무척이나 환영해주신다. ㅎㅎ
오늘도 어김없이 더덕 빻는 소리가 식당에 울리고 더덕주가 배달된다.
더덕주는 유난히 목넘기기가 수월하고, 뒷맛도 깔끔하다.
더덕팀의 수고와 넉넉한 인심 덕에 화기애애하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로 소백산 구간은 이제 고치령에서 어의곡삼거리 구간만 남겨두게 되었다.
흰 눈 소복히 쌓인 소백산도 보고 생동하는 봄의 소백산도 보았다.
소백산을 요리보고 조리보며 충분히 즐긴 느낌이다.
다음 구간은 설악의 공룡이다~ 좋다!!!
첫댓글 잘 읽었어요.
전망이 없어 아쉬웠겠지만
시원한 숲속 등로도 괜찮지요?
하옇튼 디테일은 최고.^^
술술 읽히는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항상 열심이 하는 카푸치노님 응원합니다
개성 넘치는 산행기,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