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주영 회장의 자가용 헬기에 생각난 일

[우주공]

지난 달(12월) 21일 충북 제천시 하소동 8층짜리 스포츠시설 건물에서 불이 나 119 소방대 헬기를 동원해 구조 작업을 펼쳤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아주 오래 전 故 정주영 회장이 생전에 탔었던 자가용 헬기 생각이 났다. 필자가 지난 날 현대그룹에서 일을 추진하면서 유사시를 대비해 정 회장 헬기를 이용하려 기획했었다.

90년대 초반 필자는 경기도 이천에 있는 현대그룹의 모 반도체조립공장에서 근무를 했던 적이 있었다. 반도체 사세 확장에 따른 반도체용 도금공장만을 떼어내어 충북 청주로 옮기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 이천에서 만든 반제품 반도체소자를 청주로 옮겨 도금을 한 후에 다시 이천으로 가져와서 최후의 마무리 공정을 거쳐 수출을 하게 된다.

반제품인 반도체소자에는 순도 포나인(99.99%)의 금이 들어 있기에 마법의 돌로 불리우는 반도체소자의 가격은 금떵어리 무게 값보다도 더 비싸다.

이렇게 반도체 소자가 아주 중요한 부품이다 보니 수출선의 목표국가에 정해진 날짜에 소정의 목표량을 수출을 못하면 지체보상금을 물게 약정되어 있어 그에 따른 막대한 손실이 뒤따르게 된다. 고로 사전에 운송 중 사고 예상 가능한 예방 점검을 모조리 취하면서 제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달성시켜야만 하였다.

이 반도체소자를 운송하기 위해서는 컨테이너식으로 차체를 뒤집어 씌운 탑차를 필요로 하고 탑차는 적어도 4대에서 5대정도는 필요하게 된다. 왜냐 하면 우선 이천->청주, 청주->이천의 두대가 필요하고 고속도로상에서 차가 고장났을 때에 대신 고속도로상에서 부품을 옮겨받아 운송할 예비차량이 추가로 더 필요한 것이다.

이천에서 청주를 가다가 차가 고장나면 반드시 이천에서 예비차량을 보내야지 고장난 차량이 청주에서 더 가깝다고 역주행으로 달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예비차량 마저도 고장 났을시를 대비하여 예비차량 한대를 더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차량들은 상, 하행선으로 2시간에 한대 꼴로 운송을 하게 되는데 이 차량들은 일종의 금궤 차량과 같은 것이니 고속도로에서 탈취를 당하면 낭패이다. 그러므로 차량마다 탑차 위에 야광으로 특수표시를 시켰다.

그리고 탈취범이 어느 톨게이트로 빠져 나갈지 모르니 고속도로 톨게이트 개소마다 연락 번호와 지도를 마련하여 가지고 있었다. 이것이 탈취를 당했을 때의 대처 요령이고 고속도로에서 시간 대마다 상황보고를 하도록 하였다.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이 연중 설날, 추석 명절 때와 여름휴가 성수기이다. 외국은 주로 크리스마스 때나 정식 연휴로 이해를 할 뿐이지 명절때나 여름휴가 때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이동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외국인들더러 우리의 입장을 이해 해달라고 해서야 외국 경쟁업체와 경쟁력을 갖출 수가 없다. 아무리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운 여건속에서 해법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 직장인들에게 월급을 주는 목적이리라.

우선 먼저 생각을 한 것이 고속도로 순찰차였었다. 그들은 유사시 고속도로에서 갓 길로 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우선 급한 것 몇 상자를 운반할 경우에 당시 8만원을 달라고 하여 구두로 비상 시 운송 방법을 약속받아 냈다.

그리고 두번째로 생각한 것이 고속도로에서 대형사고가 나서 갓 길 마저도 이용하지 못할 경우였다. 그런 경우에는 도로가 아닌 공중으로 헬기를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그룹사에 정주영 회장 헬기와 두어대의 헬기가 그룹사에 더 있어 그곳의 연락처로 비상수단으로 알아 두었다.

그렇다면 그룹사에 있는 헬기가 모두 동원되고 없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도 염두를 두어 다시 시장조사를 하여 민간 헬기를 한시간 사용하는데 2천만원을 주어야 하는 곳을 확인 조사하여 두었다.

모든 일은 사건이 벌어지고난 후에 아무리 아둥바둥 뛰어 다녀도 큰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안 된다거나 어렵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것도 되는 일이 없다. 어떤 문제가 주어졌을 때에는 반드시 그 해법도 동시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나도 약 20 년전 현대그룹에 근무하면서 유사시에 고 정주영 회장의 헬기라도 사용할 계획을 잡았었고 당시 정 회장이야 이런 사정을 알 리가 없겠지만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자신의 자가 헬기를 쓰겠다고 하는데 설마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경우가 발생했더라면 우선은 당돌하다고 생각을 하셨겠지만 한편으로 기특하다고 여기지 않았을까 고 정회장의 자가용 헬기를 판다는 기사에 읽으면서 생각나서 몇자를 적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