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혀만 남았다고? >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가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달려온 덕분에
제 이름 앞에는 ‘일타강사’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제 강의를 듣는 학생이 늘어났고 그에 비례하여 수입도 늘게 되었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뿐인데 과분하게 받고 있다는 생각에
‘기부’라는 걸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생전 기부를 해봤어야 알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무작정 성당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가톨릭과 관련된 기관에 기부하고 싶다고 했더니,
그분은 무심히 “까리따스로 연락 한 번 해보세요.”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저의 기부는 ‘까리따스알코올회복센터’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알코올회복센터는 알코올 의존 상태에 놓인 사람들을 돕는 곳인데
재정적인 문제로 문을 닫을 위기에 놓여있었다고 합니다.
아직 홀로 설 수 없는 이들이 거리로, 유혹 속으로 내몰릴 위기였던 거죠.
그런 상황에 마침 주님께서는 저를 그곳으로 보내주신 겁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곳에 쓰일 수 있음에 기부한 제가 오히려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그저 주님께서 보내셔서 간 것뿐인데 이후, 수녀님은 틈날 때마다
저에게 고마움을 전하셨습니다.
특히, 수도원에서 만든 빵을 들고 사무실에 오시곤 하셨는데,
어느 날은 저의 성인을 언급하시면서
“안토니오 성인이 꼭 선생님 같았어요.”라는 말을 해 주셨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때까지 저는 저의 성인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알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유아세례 때 어머니께서 붙여주신 세례명이 ‘안토니오’일 뿐,
저에게 성인은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저와 같았다니, 성인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성인에 대한 자료를 찾던 중,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는 성경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고,
어찌나 설교를 잘했는지 가는 곳마다 사람이 구름처럼 몰렸다고 합니다.
성인의 설교를 듣고 수많은 이단자가 회개하여
‘이단자들을 부수는 망치’, ‘황금 혀’라 불렸다고요.
심지어 묻힌 지 30년 후에 시신이 발굴됐는데 오직 혀만 썩지 않고 남아있었고,
이 혀는 이탈리아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성당에 보존되어 있다는 겁니다.
‘뭐? 혀만 남았다고?’
그 사실을 안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습니다.
어쩌면 지금 제가 말로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하며 사는 것도
성인의 도우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제가 전하는 것은 수학만은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인을 닮아 제 혀에 주님의 가장 큰 계명인 사랑을 담아야
‘안토니오’라는 세례명을 쓸 자격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인처럼 혀만 남는 기적까지는 아니어도
혀를 함부로 쓰는 사람은 아니어야 할 테니까요.
나중에 이탈리아 파도바에 가면, 꼭 한 번 성인의 혀를 보러 가야겠습니다.
제 혀가 성인의 혀를 닮아가고 있는지 중간 점검을 하고 싶거든요.
정승제 안토니오 | 수학 강사
글·구성 서희정 마리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