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ookie To MVP와 시즌5 정규리그 경기 종료 후
RUBP는 동국대 약대 농구동아리로 RNT Basketball League에 두시즌 참가한 경력이 있다. 그러나 약대 특성상 선수층이 얇은 탓에 몰수승을 제외하고는 승리를 거둔 경험이 아직 없다.
RUBP가 RNT리그와 처음 연을 맺은 것은 시즌 2였다. 과거 양 승철로 불리는 심승철, 신승철과 김규형이라는 184cm의 센터가 팀을 이끌며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부족한 기본기로 인해 실책이 많았고, 외곽슛이 없는 탓에 상대 수비가 늘 좁게 서서 공격을 풀어나가는데 어려움이 있던 팀이었다.
전국 약대 동아리끼리 모인 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둔 경력이 있지만, 아무래도 일반부에서는 힘겨운 모습이었다. 더블 스코어, 트리플 스코어 패배는 커녕 쿼드러플 패배까지 당하는 일이 흔했다.
그러나 이들이 농구를 통해 얻는 즐거움은 경기 결과와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부족한 기본기지만 항상 패스플레이와 열정을 다하며 플레이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승패와 관계없이 이들은 항상 웃고 있었고,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했다. 이것이 RUBP의 힘이었다.
다시 돌아온 시즌5, RUBP는 여전히 몰수패를 제외하고는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리그 팀이 줄어 자동으로 결선에 참가하게 됐다. 시즌2 플레이오프에 순위결정전팀으로 참가해 독도 팀을 침몰 직전까지 몰아붙였지만 패배했던 경험이 있는 RUBP는 자신들의 두번째 플레이오프를 맞이하게 됐다.
준결승 상대는 Rookie To MVP였다. 최근 프로출신의 코치를 영입했고, 전력을 강화해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더군다나 멀디먼 일산에서 단 6명으로 참가했기에 피로감도 더했다. 게다가 경기장은 R2M의 홈코트였기에 더욱 쉽지 않았다.
1쿼터는 예상대로였다. RUBP는 실책을 연발하며 초반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김선엽의 득점에 힘입어 8-13으로 따라잡는데 만족해야했다.
그러나 RUBP는 포기하지 않고 모든 선수가 투지를 불살랐다. 리바운드, 루즈볼 상황에서는 너나할것없이 볼을 향한 집념을 보였다. 그래서일까? 이들의 진가는 2쿼터부터 발휘됐다. 투지가 넘쳤던 RUBP는 기세가 살아나기 시작했고, 중거리슛이 적중하기 시작했다. 상대 외곽슛이 빗나가는 사이 RUBP의 투지와 수비력은 더욱 빛을 발휘했다. 포인트가드 나우연의 돌파와 어시스트에 힘입어 14점을 넣는동안 상대에게 단 5점만을 허용해 경기를 22-18로 뒤집었다.
2쿼터 나우연이 있었다면 3쿼터는 신승철이 있었다. 신승철은 3쿼터 팀의 9점중 8점을 책임졌다. 8점은 모두 하이포스트에서의 중거리슛으로 거의 같은 자리에서 연달아 성공시켰다. 뿐만아니라 리바운드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빅맨으로서는 왜소한 체격이지만 공이 있는곳이라면 그가 있었다. 필자는 R2M을 만들어 4년째 운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RUBP의 열정에 감동받아 내심 이들의 활약을 기대하게 됐다.
그러나 이들의 돌풍은 4쿼터에 잠들었다. 체력이 빠진 RUBP는 4쿼터 야투난조에 시달렸다. 야투가 들어가지 않자 모든것이 흔들렸다. 아직 농구를 배운지 얼마 안된듯한 전민수는 트래블링 실책을 연이어 범하자 발을 움직이지 못했다. 김선엽과 신승철의 리바운드 쟁탈은 계속됐지만, 상대는 유기적인 팀플레이로 득점을 쌓아갔다.
결국 결승 문턱에서 38-45로 패했다. 1쿼터와 4쿼터만 본다면 RUBP의 경기력은 최악이었다. 그러나 필자를 감동시킨 것은 그 누구도 서로를 탓하지 않고, 격려했다는 것이다.
준결승에서 탈락한 뒤 결승전 운영을 맡을 때에도 결승전을 치르는 두팀의 경기가 마치 자신들의 경기인것처럼 플레이 하나하나에 리액션을 보여줬다. 물론 경기운영또한 매끄러웠다. 이미 탈락했기에 대충했을법도 하지만 그들은 끝까지 좋은 매너를 선보였다. 결국 결승전 종료 후 친선경기까지 치르며 RUBP는 패배에도 불구하고 기분좋게 결선을 마무리했다.
RUBP는 선수부족과 먼 거리로 인해 시즌6 참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연락을 전해왔다. 웃으며 농구하는 이들을 다시 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다는 점은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이기는 농구보다 행복한 농구를 추구하는 RUBP에 많은 학생들이 가입해 시즌 7에는 이들의 웃음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몰수승이 아닌 그들의 힘으로 이뤄낸 리그 첫승도 함께 기대한다.
RUBP 심층분석
장점
- 해피 바이러스
이 팀의 가장 큰 장점은 분위기다. 실책을 저질러도 서로를 탓하지 않는다는 점은 선수들의 사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실책을 저지르더라도 해당 선수가 주눅들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를 격려하는 농구가 투지와 열정을 만들었다.
- 적극적인 리바운드 참여
이팀은 평균 신장이 작지만 너나할것 없이 리바운드에 참여한다. R2M과 시즌5 준결승에서도 리바운드를 42-33으로 압도했다. 특히 2-3쿼터에서는 모든 선수들의 열정이 경기를 리드하는데 일조했다.
- 티키타카
RUBP를 볼때면 매번 신기했다. 선수들의 슈팅거리가 짧아 상대 수비가 좁음에도 불구하고 패스가 잘 돌기 때문이다. 종목은 다르지만 FC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 축구를 보는 느낌이었다. 이런 플레이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선수들이 공을 한번씩 만지면서 공격을 풀어나간다는 것이다. 패스가 부정확하고 느려서 찬스를 만들기가 어렵긴 하지만 모두가 공을 만져보며 이타적인 움직임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이팀이 팀워크가 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단점
- 높이
약대 동아리 특성상 얇은 선수층과 더불어 구력/신장이 있는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를 활동량으로 커버하고 있지만, 중하위권 레벨인 팀만 만나더라도 체격 차이가 현저히 드러난다.
- 슈팅 레인지
준결승에서 RUBP는 3점슛을 단 4개만 시도해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이는 상대 수비가 좁게 서는 결과를 만들었고, 공격이 점점 뻑뻑하게 돌아가는 결과를 낳았다. RUBP의 특유의 티키타카를 통해 3쿼터까지 버텼지만, 체력이 떨어진 4쿼터에 독이 되고 말았다. 중거리슈팅능력이 있는 나우연, 최호재, 김선엽 등이 슈팅 거리를 3점슛 라인 근처까지 늘릴 필요가 있다.
Key Player
신승철(11번)
일반부 빅맨을 보기엔 다소 작은 체격이지만 그의 플레이를 볼때면 로드맨이 생각났다. 앞서 언급했듯이 공이 있는곳에 그가 있었다.
슈팅 자세가 다소 흔들리긴 하지만 느낌이 오면 언제든 중거리슛을 꽂을 능력을 갖춘 선수다.
나우연(13번)
RUBP에서 패싱능력이 가장 좋은 선수로 포인트 가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선수다. 외곽슛 능력과 안정적인 경기운영능력이 다소 아쉬운 점이지만 빠른 스피드와 재치있는 모습으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