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서 책을 출간하다 보면 책 앞날개에 위치한 프로필 쓰는 것이 항상 고민거리다. 책을 여러 권 출간하다 보면 느끼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가령 이런 고민이다. 과학 관련 책을 쓰면 프로필에 과학과 관련한 전문가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하고, 책 쓰기 관련 책을 쓰면 내가 얼마나 책 쓰기에 정통한 사람이고 그러므로 이 책은 무조건 읽어야 한다는 식의 정보를 알려주어야 한다. 이 책 공공기관 취업하기를 쓰면서 ‘공공기관 취업 컨설턴트’라는 직함을 달아야 하는 건가? 뭐 그런 생각들이다.
일전에 책 쓰기에서 저자 프로필 쓰는 법에 대한 글을 읽고 매우 흥미롭게 생각한 적이 있다. 핵심은 프로필을 N자형으로 쓰라는 것이었다. 그럼 N자형 프로필은 무엇을 의미할까? 알파벳 N자를 잘 보면 한번 위로 올라갔다가 밑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다시 위로 올라간다. 이걸 인생에 빗대어보자.
처음에는 행복한 줄 알았다. 세상이 다 내 편인 것 같았다. 그러나 시련이 닥쳐왔다. 그것도 한꺼번에 물밀듯이. 하지만 나는 좌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이겨냈다. 그래서 나는 이 자리에 서 있다. |
이게 바로 N자형 프로필이다. 실제 많은 소설도 이러한 플롯을 활용해 쓴다. 우리가 말하는 ‘기승전결’이나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구조가 그러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N자형 프로필을 좋아할까?
그건 스토리 자체가 극적이어서 흥미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공감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이렇게 이겨내야지’ 하는 진취적 생각까지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아! 맞아. 나도 그랬어!’ 하는 공감대다. 과거의 어두웠던 기억에 대한 향수이자 무의식의 기제가 발생하는 일종의 본능적인 천착이다.
지금은 구세대 노래가 된 015B의 노래 ‘텅 빈 거리에서’에서 ‘외로운 동전 2개뿐’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맞아!’하고 무릎을 ‘탁’ 칠 수 있는 그런 공감대와 같다(스마트폰이나 이동전화가 없던 시절 공중전화 앞에 줄을 서서 20원을 넣고 통화하던 그런 시절!).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다. N자형으로 써야 한다. 인생의 실패담과 극복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실제 극복한 결과 이루어낸 깨달음과 성과들. 이런 것들이 자기소개서를 빛나게 한다. 이런 N자형 질문은 비단 자기소개서뿐만 아니라 면접에도 단골손님이다. 왜일까?
대부분 사람은 ‘다람쥐 쳇바퀴’같은 인생을 산다. 반복적이고도 단조로운 삶을 그저 그렇게 살다가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쓸 이야기가 없으니 무슨 글을 써도 재미가 없다. 그래서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은 책을 내기가 유리하다. 가령 사하라 사막을 걸어서 종주했다면 좋은 이야깃거리가 된다. 이들의 독특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깊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간접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오지 탐험가인 한비야 작가도 이런 스토리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을 좀 더 진취적이고 도전적이며 적극적으로 살 필요가 있다. 쓸 거리를 만드는 삶을 살아야 한다.
<노인과 바다>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인해 병원 침대에 오랜 기간 누워있어야 했다. 그곳에서 헤밍웨이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병실에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의 문학적 감수성은 병원 입원 시절에 꽃 피기 시작했다고 한다. 교통사고라는 개인의 시련을 문학적 감수성을 성장하는 계기로 삼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위대한 작가가 되었다. 아마 그의 문학적 자양분은 그 시절부터 밑바탕 깊숙이 쌓이기 시작했으리라.
본래 아무런 시련과 고통도 없이 무난한 삶을 살 때 인간은 부패하고 타락하게 되어 있다. 어떻게든 망가지는 길로 접어들게 마련이다. 인생의 시련과 고난이 닥칠 때 그것을 어떻게든 해결하는 과정에서 본인도 성장하고 주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법이다. 따라서 위기에 봉착하면 좌절하거나 의기소침해지지 말고 이를 잘 활용하여 스스로 성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꾸만 뭘 해야 하고 부딪쳐야 한다. 우리 인간에게는 그런 상황에 대한 대응 기제가 있다. 일을 벌여놓으면 어떻게든 마무리하는 무엇인가가 작동하고 이때 평소에는 없었던 초인적인 힘이 나는 법이다. 소위 ‘자이가르닉 효과’다.
자소서에도 이런 N자형의 스토리가 있어야 빛이 난다. 인생을 살면서 경험한 삶의 질곡이나 시련과 고난을 머릿속으로 떠올려보자.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헤쳐 나왔는지 생각해보자. 그러면 답이 보일 것이다. 면접에서도 가장 단골 질문 중 하나가 ‘살면서 힘들었던 경험과 그걸 극복한 사례를 이야기해 보라’이다. 채용담당자들은 유독 N자형 스토리를 좋아한다.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