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책읽기48_우주의 집/최영희외4인/사계절/2020
이 책은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작가 5명의 작품집이다. 한낙원과학소설상은 우리나라 과학소설의 개척자인 한낙원 작가의 뜻을 담아 제정하였다. 1회부터 수상작가인 최영희, 고호관, 윤여경, 문이소, 남유하 다섯작가의 개성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5편의 동화는 SF동화이지만 현실을 대변하고 현실을 이겨내는 힘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문은 마주 웃어 줄 수 없었다. 이부키 교수가 제시하는 가능성들은 결국 전쟁의 승리라는 목적에 매여 있었다. 묽은 것들을 전쟁터로 데려가려는 이부키 교수는 묽지 않은 소녀들을 전쟁터로 끌고 간 자들의 변형일 뿐이었다.(129)
소용돌이 너머의 너는……. 아마도 맵떡과 엿과 메추라기 구이를 좋아하는 아이겠지. 저번 날에는 문득 복사꽃이 그리워져서 까치울에 복사꽃을 피웠을 거야. 화강암 절벽과 침엽수림 사이에 이토록 안전한 마을을 숨겨 두고서 너의 분신인 나를 여기로 보낸 거야. 묽은 내 손에 칼을 쥐여서 말이야.”(묽은 것_131)
<완벽한 꼬랑내>
실험실을 탈출한 메이의 이야기는 반전이 있다. 사실 탈출도 인간에 의해 계획된 것이지만 메이는 진짜 반려인을 만난다. 젠더를 통해 인간의 말을 하는 메이가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동물권을 넘어 생명권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시선이 좋다. 하나 거슬린 것이 있다면 메이의 말투가 너무 옛사람의 말투인 것이 그렇다.
<우주의 집>
선천적 장애가 우주 공간에서는 오히려 장점인 아이, 에데르와 저중력상태에서 자라 허약한 우주는 이제 우주를 집 삼아 그곳에서도 삶을 지탱할 것이다.
<실험도시 17>
인터뷰형식으로 진행한 구성기법은 신선하다. 등장인물은 칩을 심고자 선발된 에밀 정, 에버영으로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는 레오니 슈미트, 실험도시를 반대하는 크리스타 울프, 헤베시에서 태어난 틸리 하스, 부작용자, 과학자 그리고 전문 뉴스채널의 기자이다. 이들의 시선으로 영원한 삶과 선택, 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묽은 것>
묽은 것으로 대변되는 여문의 삶은 뭉클하다. 일본군 성노예희생자의 삶을 그려낸 이 동화가 가슴에 많이 남는다. 이름마저 ‘여문’으로 ‘남은 물음’이라니.
<문이 열리면>
세상을 향한 두려움을 시간여행, 시간 발작으로 풀어내었다. 시간의 허공속에 갇힌 연두는 어릴 때 화장실을 선택했듯 스스로 선택했다. 최면을 통해 태민은 연두의 흔적을 찾는다. 연두의 과거, 현재, 미래를 추적한다. 연두가 문을 열고 다시 세상으로 나오게 한다. 하지만 태민은 심장에 무리가 왔다. 태민의 미래의 문은 마지막일까. 탈북민과 보육원의 청소년으로서 이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두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 끝에 씩씩하게 문을 여는 힘과 용기를 보여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