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 /文希 한연희
오 십대 중반부터 뇌경색을 비롯하여 중대질병과 함께 십 수년 째 산다.
환갑은 넘길까? 싶었는데 어느새 칠십을 앞두고 있으니 살아있는 게 기적이다.
아프면서 사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아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렇게라도 살고 싶은 거니?'
이러저러한 생각이 물꼬를 트는 날이면 한바탕 울어야 숨통이 트인다.
며칠전에 심혈관 스텐트삽입술까지 했으니 질병에 관한한 노련한 고수다.
돌아보면 아픈 게 그리나쁜 것만은 아니다.
어차피 모든 생물은 다 죽게 마련이고 자연은 죽은 것들을 흡수하고 순환시키므로 죽는 일이 그다지 특별한 일은 아니다.
다만 이 사실을 어느 순간 남의 일인냥 여기면서 지내다 불쑥 직면하게 되니 당황스러울 뿐이다.
당연한 듯 지냈던 일상이 당연한 게 아니었다는걸 알게 되었을때 초반엔 갑갑하고 억울했으나 점차 일상의 소중함을 비롯하여 조그만 일도 모두 감사함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왠만한 일은 어이없을만큼 홀가분했다
죽음이 곁에 있다 생각하니 격하게 흥분할 일도 없고 시시비비 가리는 일이 한마디로 밍밍하다.
이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가
매일 하루치씩 공급받는 생명이 부족함 없게 느껴지기만 하다면 얼마나 감격스러울까
먼거리 병원에서 온갖 검사에 시달리는 날엔 여주황학산 수목원에 들렀다 집에 간다.
그곳은 지친 나의 영혼과 육신을 완벽하게 회복시켜주는 회복실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스치고 지나가기 쉬운 식물들을 보면 한톨의 향기도 놓치지 않으려고 깊은 호흡으로 마시고 또 마신다.
모양도 살피고 나무의 족보도 검색하고 오래오래 마음 속에 담아놓는다.
미선나무꽃, 히어리꽃, 올괴불나무꽃,복수초꽃,큰별목련꽃, 호랑버들 등 보기드문 토종나무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한다. 위기를 넘긴 귀한 친구들이다.
며칠전에도 병원 갔다가 들렀더니 원예사 여러분들이 바쁘게 일하고 계셨다.
풀 뽑는 분, 예초기를 돌리는 분, 삽으로 흙을 뒤집는 분 등 각자 맡은 바 산림생물자원을 자상하게 보전·관리하고 계셨다. 참 고마운 분들이다.
입구에 있는 도토리북카페에 들러 차를 마시며 읽을 책을 찾다가 신혜우 작가의 <이웃집 식물상담소>를 발견하고 읽는 동안 더없이 행복했다.
"어제까지는 안 보였지만 내일부터는 보일 거예요" p.262
건강할 때는 안 보였지만 건강을 잃어버린 후에야 보이는 원리와 많이 닮아서 피식 웃었다
첫댓글 수필1편 추가합니다.
님의 글을 잘 보고 있습니다
시는 읽고 또 읽기를 반복 했습니다
저의 부부도 강원도의 솦을 매일 체험 하면서
정신 건강이 많이 좋아졌고 자연에 감사 하고 있습니다
육신의 아픔은 오로지 본인이 감내할 몫이지만
그래도 힘내시라고 멀리서도 응원 하겠습니다
좋은 글 많이 올려 주세요
응원 감사합니다. 자연을 가까이 할 수있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