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회사인 ‘샤오미’의 제품에 대해서 사람들이 대륙의 실수라는 칭찬을 많이 하고 있다. 값싼 가격에 비해 품질이 괜찮다 보니 네티즌들이 샤오미의 제품을 가지고 대륙의 실수 시리즈를 만들 정도다. 일각에서는 대륙의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기에, 우리 기업들이 곧 샌드위치 신세가 될 것이라고 걱정하지만 과연 샤오미가 가격을 올렸을 때도 사람들이 열광할지는 미지수이다. 대륙의 실수는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싼 가격에 양질의 품질을 제공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후생이 올라갔을 것이다.
슬프게도 회계사들에게도 똑같은 실수가 있었으니, 회계감사다. 회사는 원칙대로 회계감사를 받기 싫어한다. 분식을 하려는 기업은 분식을 숨기려는 목적에서, 회계상 오류가 있는 기업은 오류를 지적 받기 싫어서, 또는 원칙대로 감사를 하는 경우 요구되는 많은 자료를 준비하기가 귀찮아서다. 회계감사라는 것이 외부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더 큰 효익을 주다 보니, 원칙대로 감사를 받는다고 회사의 효익이 크게 발생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감독당국은 그런 회사가 감사인을 선임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이러한 시장의 구조 때문에 회사는 제값을 지불 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회계사들이 받은 만큼만 일한다면, 회계정보의 품질이 낮아지며 불특정 다수가 피해를 입으니 그럴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회계사들은 초과근무와 스트레스를 견뎌가며 싼 값에, 비교적 괜찮은 품질의 감사보고서를 만들어왔다.
그나마 회사가 감사인을 선임하지 못하는, 상장예정 회사나 한계기업들의 경우에는 감사인은 적정한 보수를 받고 일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비중은 전체 감사대상 회사의 1% 남짓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제 감독당국에서는, 그런 회사들마저 싼 값에 제대로 된 감사보고서를 내놓으라고 하니 이쯤 되면 실수도 보통 실수가 아닌 듯 하다(국민일보 12월 14일자 23면 “금감원 지정감사 수임료 낮추기에 회계사들 반발”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355997&code=11151100&cp=du 기사참조).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고,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강화방안에 항의하는 조선업계의 이야기는 다시 공청회를 열어 청취하더니, 묵묵히 회계투명성을 위해 일하는 회계사들에게는 자정을 요구하고, 이제는 보수마저 깎겠다고 한다. 감독당국은 회계투명성을 위해 일 하는 것인지, 기업들의 민원창구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이다.
회계법인에서는 회계감사는 이제 레드오션이라는 말이 나온지 오래다. 그야 말로 시장의 실패상황이다. 시장의 참여자인 회계사들의 자성도 필요하지만 과연 감독기관은 공정한 룰을 제시했는지 의문이다. 잘못된 시장에 맡겨서 시장의 실패가 발생했는데 수정은커녕, 잘못된 잣대를 보편적인 잣대로 들이대려고 하고 있다. 편파판정이 거듭되고 있는 링을 떠나려고 하니, 요즘 젊은 회계사들은 직업윤리가 없다고 하고 책임의식이 없다고 비난한다. 조금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버티던 회계사들도 회계감사 시장에서 이탈해가고 있다. 시장의 가격은 신봉하면서 시장의 참여자들이 떠나는 현상은 왜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금껏 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명감으로 일 해온 회계사들의 실수가 아니었나 한다.
감독원이 정말 회계투명성의 향상을 원한다면 지정감사 회사에 대해 보수가 아니라 투입인원을 조정하도록 했어야 한다. 일부 회계법인에서 지정감사를 빌미로 비정상적인 보수를 요구하거나, 보수만 올리고 투입인력은 적절히 투입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수를 감독당국이 조정을 한다고 하면, 그 보수의 적정성은 누가 검증할 것인가? 차라리 보수에 맞게 적절한 인력을 투입하도록 하여 감사품질의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서비스의 가치는 그 보수에 연동될 수밖에 없는데 감독당국에서 나서서 보수삭감을 이야기 하는 것은, 감독당국마저 회계투명성을 외면한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불과 지난주에 감독당국에서는 투입인력을 적게 할 경우 회계법인을 처벌한다고 해놓고, 보수를 깎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회사들도 회계투명성에 정말로 관심이 있다면 보수를 가지고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더 정확하고 공정한 감사를 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비판해야 했다.
현대자동차에 사고차를 몰고 가서, 일반 정기점검 가격에 수리를 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삼성전자에 가서 물에 빠진 핸드폰을 일반 핸드폰 수리비용으로 수리해달라고 하면 어떨까? 지정감사 역시 상장이나, 한계상황 때문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업무이다. 상품시장에선 참 간단히 답이 나오는 일이 서비스시장에서는 왜 이렇게 왜곡되는지 모르겠다. 인력에 대한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탓은 아닌지, 열정페이를 넘어 이제는 사명페이, 윤리페이, 책임감페이인 것일까.
신입회계사 시절, 감사제안서 마지막에 할인율이 50%씩 붙는 것을 보며 씁쓸하다 생각만 했더니 이제는 이게 시장의 가격이라고 말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자본주의의 파수꾼이 되겠다고 신규로 시장에 진입한 회계사들은 누구를 탓해야 하는 것일까? 선배회계사들도, 기업들도, 감독당국도 모두가 자신의 이익에 충실하게 시장논리에 따라 움직였으니, 불투명한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탓해야 하는 것일까? 분식회계에 대해 기업에는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회계사들의 처벌은 강화하며 권한은 축소하니 회계사들은 더 이상 이 시장에 설 자리가 없다. 회계감사 시장은 회계사들의 크나큰 실수였을까. 다가오는 기말감사 시즌을 준비하며 늦은밤까지 노력하고 있는 회계사들에게 씁쓸한 경의를 표한다.
첫댓글 정부를 믿고 기다릴 수 없습니다. 경쟁시장에서는 가격할인과 그에 따른 서비스품질저하는 불가피합니다. 회계사들이 경쟁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미력하나마 진입제한요소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뭘까요?
내 생각으론, 영어 중국어 등 어학실력과 전문성입니다. 다른 회계사들이 넘보지 못하도록 뛰어난 어학실력이 있다면 영어를 잘 못하는 대부분의 회계사들에 비하여 비교우위를 가질 것이고, 특정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있다면 그 분야에선 cost와 time을 줄이거나 아니면 최소한 실수를 적게 하여 실수로 감사보고서를 잘못 발행하는 경우는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회계사 자격이 있다고 다 전문가는 아닙니다..
네 개인적 차원에서는 해결책이 될 수 있겠지만, 결국 모든 회계사가 어학실력과 전문성을 갖추면 다시 또 비교우위를 가지려고 뛰어야겠죠. 개인차원의 해결책을 찾는게 가장 쉽긴 하지만 그 해결책은 오래갈 수 없습니다. 지금 과연 영어와 중국어를 잘 하는 회계사라고 해서 시장에서 그만한 대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영어나 중국어 좀 못해도 훨씬 값싼 대체자에게 밀릴텐데요. 지대를 오래 누리려고 하며 자꾸 이상한 구조를 만들어 놓으니 새로 진입하는 사람들은 힘들게 되겠지요... 저희가 지정감사를 하자는게 경쟁을 하지 말자는게 아닙니다. 경쟁을 할 수 있는 공정한 시장의 룰을 짜자는거죠.
가장 큰 문제는 시장에서 감사 아니 회계사라는 존재에 대해 별 필요성을 못느끼는듯 합니다. 저희도 반성을 해야하지만 , 확실한건 해결책은 안보인다는 것이네요 ㅠㅠ
주주들이 감사보고서에 관심이 없는게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감사보고서를 이용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높은 수준의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다면, 더 큰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제대로 감사하는 회계법인에 맡기겠지요. 그리고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시하겠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대기업들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한계가 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회사를 내맘대로 경영하는데 굳이 감사를 받고 싶지도, 받을 필요도 없지요. 기업을 공개한 주식회사의 경영자들의 마인드가 틀려먹었고, 그래도 승승장구 할 수 있는 토양이 된 우리 사회가 문제라고 봅니다.
어차피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외국에서도 감사수임은 경쟁제입니다. 외국과 우리나라가 정치적여건이나 경제민주화등의 진척상황이 다르지만, 정책담당자 눈에는 그런 것들은 관심없고 외국처럼 경쟁제가 맞다라고 생각할 것입니다...결국 배정제를 없애는 것보단 배정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