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마스 내한 소식에 이어 최근 폴 매카트니와 퀸이 우리나라에 온다는 게 알려지면서 레전드 뮤지션들의 방한에 팬들의 좌심방
우심실이 요동치고 있다. 폴 매카트니는 오는 5월 28일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공연을 갖는다.
<폴 매카트니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0>은 지난해 브라질을 시작으로 월드투어 중인 <Out There> 투어의 연장선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난해 발표한 신보
<New> 앨범 수록곡부터 비틀즈 시절의 히트곡까지 들려줄 계획이다.
많은 뮤지션들이 매카트니를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꾸준한
음악 활동이다. 지난해 발표한 <New> 전에도 2012년에는 이지리스닝 재즈 스타일의 앨범 <Kiss On The
Bottom>을 발표했고, 2007년엔 로큰롤 앨범 <Memory Almost Full>을 발표하는 등 꾸준히 앨범을
발표해왔다. 음악하는 사람은 역시 기쁨이든 슬픔이든 음악으로 풀어내야 의미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매카트니다.
그는 존 레논과 함께 가장
비틀즈적인 것을 완성한 인물이다. 실제로 비틀즈 노래의 9할은 매카트니와 레논의 합작이다.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이 세상을 떠난 후 비틀즈의
맴버 중에는 이제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만 생존해 있으니 그간 비틀즈 꽁무니도 구경 못했던 우리에겐 비틀즈가 오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8월에 열리는 <슈퍼소닉 2014>에는 헤드라이너로 그룹 퀸이 내한한다. 현재 퀸의 오리지널 멤버는 둘뿐인데,
1991년 프레디 머큐리가 세상을 떠난 후 베이시스트 존 디콘도 은퇴했기 때문이다. 이후 디콘에게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와 드러머 로저
테일러가 함께 연주할 것을 권유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디콘과 머큐리가 없는 퀸이지만 메이와 테일러는 동시대에 활동했던 록그룹 배드 컴퍼니의 보컬
폴 로저스를 영입해 ‘퀸+폴 로저스’의 이름으로 무대에서 활동해왔다. 이들은 이를 계기로 함께 <The Cosmos Rocks>라는
앨범을 내놓기도 했다. 퀸이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느낌 중에 블루스록적인 성향을 살려낸 앨범이다.
그런데 이번 내한에는 폴 로저스가 아닌
‘영계’ 보컬이 투입된다. 2009년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8>에서 퀸이 직접 반주한 ‘We Are The Champions’에
맞춰 노래한 것을 계기로 아담 램버트는 퀸과 간간이 공연을 해왔다. 마초적인 외모에 양성애자이면서 탈젠더적인 보컬을 소유했던 프레디 머큐리의
대역으로 아담 램버트가 낙점된 것은 중성적인 매력 때문일 것이다(실제로 커밍아웃도 했고).
그런데 아담 램버트가 좋은 보컬과 퍼포먼스로 사랑받는
가수이기는 하지만 퀸답지 않은 보컬이라는 느낌도 든다. 음색이 깊지 않은 데다 특유의 끊어 부르는 창법 때문에 프레디 머큐리의 이어 부르는
창법과는 느낌이 좀 다르다. 물론 요즘 스타일의 창법이긴 하다. 어쨌거나 지난 라스베이거스 공연을 보면 퀸의 사운드는 여전히 강력하고 램버트도
확실히 폭발적인 무대를 보여줘 기대할 만한 조합이다.
왜 우리는 비싼 돈을 주고 노인들만
보는가
가끔은 이런 푸념도 들려온다. 젊을 때는 안 오더니 왜 노인이 돼서야 우리나라에 오느냐고. 사실 이번에 오는 폴 매카트니의 나이가
73세, 퀸의 브라이언 메이가 67세, 로저 테일러가 65세니 그들의 화양연화가 지나도 한참 지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는 그들이
공연을 올 만한 자본이나 시스템, 관객 등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다. 자본이 움직여야 슈퍼스타의 월드투어에 서울을 끼워 넣을
수 있으니까.
최근에는 국내 공연 시장이 커지면서 자본들이 뛰어들기 시작했다. 기업에게는 돈도 벌고 자체발광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덕분에
요즘 젊은 친구들은 동시대의 젊은 슈퍼스타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이런 기업의 후원이 티켓 가격을 지나치게 많이 올리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후원 기업은 상당량의 티켓을 기업의 VIP용 티켓으로 요구하기 때문에 다른 일반 구매자들이 떠않는 부담금이 커지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티켓이 비싸지는 큰 이유는 희소성이다.
평생에 단 한 번 한국을 찾는 스타를 위해 팬들은 눈이 뒤집혀 거금을 턱턱 쓴다. 공연 횟수의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에 오는 아티스트들은 대개 단발성 공연을 한다. 단 1회의 공연을 갖는 폴 매카트니는 우리나라에 오기 전 일본 도쿄에서 2회,
오사카에서 1회 공연을 가진다. 회차가 늘어나면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아무래도 티켓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슈퍼스타들의
공연 티켓 가격이 낮은 이유다. 게다가 일본은 퀸이나 폴 매카트니가 일찍이 공연했기 때문에 뭐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다.
왜 우리는 고생을 자처하는가
슈퍼스타의 공연에 다녀온 많은 사람들이 “Hell”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연이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뮤지션이 음악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환경이 굉장히 중요하다. 비싼 티켓을 끊고 들어온 공연장에는 뭐 하나 공짜가 없다. 하다못해 귀중품 넣을 라커 하나 쓰는
데도 바가지 요금을 내야 한다. 뙤약볕에서 더위를 먹거나 비가 오면 진흙에 발이 푹푹 빠지는 야외 공연장은 그냥 관객의 체력으로 버텨야 할
‘음악을 사랑한 죄’다.
또 좋은 등급의 좌석인 줄 알고 들어갔더니 그저 장삿속으로 만들어놓은 등급일 뿐 스타의 얼굴은 파리똥 만하게 보여
실망만 안겨주는 경우도 있다. 제대로 교육이 안 된 직원들을 세워둬서 안내를 못하거나 스탠딩에서는 헤비메탈 공연이 아닌데도 인원 통제가 안 돼서
압사 직전까지 몰리기도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사실 그다지 쓸 만한 대형 공연장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수익내기에만 급급한
공연기획사들이 기본적인 고객 편의를 고려하지 않는 부분도 지적돼 왔다.
좋은 헤드라이너들을 뽑아오는 거야 어차피 자본이 하는 거고 관객을 많이
모아서 수익을 내려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이제 도떼기시장이 아닌 고객 만족을 위한 공연장에 경주해 주시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시끄럽고
정신없는 공연장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토록 좋아하는 가수의 얼굴을 보기 위해, 실제로 라이브를 어떻게 꾸밀지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공연장을 찾는다.
또 해방감을 느끼기 위해서 공연을 보기도 한다. 정말 좋은 공연을 보고나면 마치 신천지로 여행이라도 다녀온 듯 후희의 전율을
느끼며 며칠씩 그 여운이 남지 않던가. 어느새 빼곡한 공연장 인파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처럼 스타의 카리스마에 전도돼 자아를
잃고 광신도들처럼 변해간다. 이들은 아마 구운 자갈 위를 걸으라고 해도 걸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돈을 내고 고생을 하는 건 누군가에게 기꺼이
복종하고자 하는 인간 본능의 기회비용쯤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에디터 류방원 사진제공 슈퍼소닉 2014 현대카드